서울 동부이촌동 재건축 단지들이 상가를 빼고 주택만 다시 짓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재건축에 반대하는 상가 조합원과 재건축을 추진하는 주택 조합원 간 견해차가 커지면서 떠오른 대안이다. 앞서 동부이촌동 렉스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용산 첼리투스’가 상가를 제외하고 지어진 데 이어 동부이촌동 한강맨션도 상가 건물을 빼고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8일 용산구 등에 따르면 한강맨션 추진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상가 건물을 재건축 정비구역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의 정비구역 변경안을 제출하고 용산구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용산구 관계자는 “제출된 변경안을 보완하라고 추진위 측에 알렸고, 조만간 추진위가 수정본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맨션은 지난 2003년 12월 추진위원회가 결성됐지만 그 후 10년이 훨씬 넘은 지금까지도 조합을 설립하지 못했다. 상가 조합원으로부터 충분한 동의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가를 포함한 한강맨션의 재건축 동의율은 80% 수준이지만, 상가 건물의 동별 동의율은 설립 요건인 50%를 넘지 못한 상태다.
상가 조합원들이 재건축에 반대하는 이유는 재건축 공사를 하는 동안에는 그간 받아왔던 임대수익이나 영업수익을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대다수 상가 소유주들이 외부 지역에서 거주하는 투자자라 협의가 늦어지고 있기도 하다.
송업용 한강맨션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실제 동부이촌동 인근에서 거주하는 상가 주인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 외부에 사는 사람들”이라면서 “지은 지 46년째라 건물 하수관이나 정화조 등에 문제가 수시로 생기는 데도 상가 조합원들의 반대가 커 (재건축을 하지 못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부이촌동 상권의 배후 수요는 일대 한강로동과 서빙고동까지 합하면 1만 가구가 넘는다. 하지만 상가 점포는 300~400개에 불과해 상권 희소성이 있다. 기존 상가 주인 입장에서는 재건축으로 대형 상가가 새로 지어져 점포수가 늘어나는 것을 반길 이유가 없는 것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PWM 프리빌리지 서울센터장은 “동부이촌동 배후 수요에 비해 상가 수가 적은 편”이라면서 “상가 소유주들은 건물 상태가 좋지 않더라도 지금 상황을 유지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앞서 렉스아파트를 재건축 해 지난해 준공한 ‘래미안 용산 첼리투스’도 주거 건물만을 대상으로 사업이 진행됐다. 조합설립 당시 주택 조합원들은 100% 동의했지만 상가 소유자는 절반만 찬성해 결국 재건축 구역에서 상가 건물이 빠졌다.
전문가들은 상가와 주택을 분리하는 재건축이 도시 미관을 해칠 수 있고, 재건축 후에도 갈등 요인이 될 수 있어 통합 재건축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래미안 용산 첼리투스의 경우 입주민들이 기존 상가 이용을 꺼리는 데다, 상가 건물에 남아 있는 낡은 상하수도에도 문제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공공이 중재자로 참여해 상가 소유자와 주택 소유자 간 의견 차이를 줄일 수 있도록 중재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