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의 사랑
원제 : Houdini
TV방영제 : 마술의 사나이
1953년 미국영화
감독 : 조지 마샬
출연 ; 토니 커티스, 자넷 리, 토린 태처
안젤라 클락, 스테펜 슈나벨, 이안 울프
마이클 페이트
해리 후디니, 헝가리에서 태어났지만 5살때 미국으로 이민 온 부모로 인하여 사실상 미국인으로 자랐고, 1874년에 출생하여 1926년 52세로 사망했습니다. 직업은 마술사, 아마 마술사 계보의 초창기를 차지하는 레전드급 인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탈출마술의 귀재라고 하지요. 아주 위험을 무릅쓰고 고난이도의 마술을 했다고 합니다. 마술이란게 일종의 눈속임이지만 빠른 손놀림과 상당한 재주가 있어야 하므로 아무나 따라할 수 없습니다. 특히 후디니 같은 탈출마술을 잘하는 사람은 몸도 상당히 유연해야 하며 완력도 꽤 쎘다고 하지요.
이 유명했던 마술사의 삶을 다룬 영화가 1953년 할리우드에서 만든 '마술의 사랑' 입니다. 원래 제목이 그의 이름을 딴 '후디니'인데 우리나라에서 '마술의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것입니다. 제목처럼 마술과 사랑이야기 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거의 안 알려진 꽤 재미난 영화' 입니다. 50년대 초반 영화라서 4:3 비율의 스탠다드 화면이라서 조금 시야가 답답하지만 칼라로 만들었고, 꽤 아기자기한 마술이 실제로 많이 나와서 꽤 재미있습니다. 로맨틱한 러브스토리 이면서 또한 1시간 30분 넘게 펼쳐지는 화려한 마술쇼이지요. 여기 등장하는 마술의 상당수는 제가 어릴때 방송 등을 통해서 꽤 재미있게 보면서 좋아했던 마술들이지요. 즉 저처럼 마술쇼를 재미있게 즐겼던 사람들이라면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당시 남편 토니 커티스 보다 위상이 높았던
자넷 리(왼쪽)
여러가지 다채로운 마술쇼를
직접 선보인 토니 커티스
후디니의 쇼에 게스트로 무대에 올라서
신비한 경험을 한 베스
위험 천만한 묘기
영화는 후디니와 그의 평생의 동반자가 되는 아내 베스가 만나는 과정부터 다루고 있습니다. 동네 쇼단에서 마술 공연과 원시인 역할 등을 하는 무명의 마술사 후디니(토니 커티스)는 그 공연에 찾아온 여학생 베스(자넷 리)와 처음 만나고 베스는 후디니의 마술시범에 참여하는 관객 역할로 첫 인연을 맺습니다. 이런 식으로 몇 번 만나고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되지요. 그런데 베스는 후디니가 위험한 마술쇼를 하는 것을 원치 않았고, 그냥 평범하게 살기를 원합니다. 그런 베스의 간청 때문에 후디니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던 마술을 포기하고 공장에 취직하여 평범하게 살아갑니다. 그러나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사는 범, 마술에 대한 열망을 포기하지 못한 후디니를 보고 결국 베스는 그가 다시 마술을 벌이는 것을 승낙하고, 둘은 유럽으로 건너가 다양한 마술쇼를 보이며 크게 성공합니다. 베스는 후디니의 파트너로 함께 쇼에 참여하면서 든든한 동반자가 되지요. 이후 미국으로 돌아온 후디디는 미국에서도 크게 성공하여 연속으로 장기간 쇼를 진행하며 마술계의 거목으로 유명해집니다.
이렇게 후디니의 마술사로서의 성공과 베스와의 사랑, 그리고 여러가지 위험한 마술에 도전하며 겪는 상황들이 아주 재미나게 펼쳐집니다. 특히 토니 커티스는 직접 다양한 마술솜씨를 선보이며 거의 아마츄어 마술사 급의 연기를 보입니다.
결국 베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한 후디니
며느리를 보고 기뻐하는 시어머니
톱으로 신체절단 마술을 연습하는 후디니로
인하여 겁에 질린 베스
원컷으로 보여준 단두대 마술은
정말 신기했음
(당시는 특수효과도 열악했는데)
이 영화가 재미있고 실감나는 이유는 실제로 아주 신비한 마술이 직접 스크린으로 펼쳐지는데 대부분 화면을 고정시킨 채 원 컷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롱테이크 장면도 많고 실제로 화면으로 볼 망정 꽤 신기한 장면들이 많습니다. 즉 토니 커티스와 자넷 리가 실제로 마술 연습을 많이 하여 연기한 것이지요. 상자에 들어가서 톱으로 자르는 마술, 다른 배우가 시연했지만 단두대에 목을 넣고 칼로 통과시키는 마술, 최면을 걸어서 몸에 공중부양되는 마술, 꽁꽁 묶인채 상자에 들어갔는데 순식간에 사람이 뒤바뀌는 마술, 튼튼한 자물쇠 같은 조끼를 입었지만 바로 풀어버리는 마술 등이 화면의 커팅 없이 한번에 보여지고 있습니다. 대부분 제가 TV에서 보고 참 신기해했던 마술이지요. 즉 제가 어릴적 보고 신기하게 여겼던 마술이 이미 후디니가 활약한 20세기 초, 혹은 영화가 만들어진 50년대에 이미 성했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아직 이 마술들의 비밀을 전혀 모르고 있어요. 정말 영화로 봐도 너무 신기합니다.
토니 커티스와 자넷 리는 할리우드에서 꽤 유명한 부부 연기자 입니다. 스타부부죠.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튼, 나탈리 우드와 로버트 와그너, 오드리 헵번과 멜 파라,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스튜어트 그랜저와 진 시몬스 등 스타부부는 꽤 많습니다. 두 사람이 결혼한 1951년 당시 토니 커티스는 26살이었고, 자넷 리는 24살이었습니다. 자넷 리는 결혼 경력이 있었고, 토니 커티스는 초혼이었습니다. 그런데 결혼 당시는 두 사람의 균형이 안 맞았죠. 토니 커티스는 막 조연배우로 활동하던 풋내기였고, 자넷 리는 아주 빅스타 급은 아니었지만 이미 '폭력행위' '푸른 화원(작은 아씨들)' 등 메이저 할리우드 영화에 주연급으로 출연한 배우였거든요. '마술의 사랑'은 두 배우의 첫 공연작이었는데 자넷 리는 결혼 이후에도 '스카라무슈' '콜로라도의 욕정(운명의 박차)' 등의 메이저 영화에 출연하면서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그래서 '마술의 사랑' 출연 당시 부부 공연이었음에도 자넷 리의 개런티가 더 높게 책정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이후에 상황역전이 되지요. 당시 여배우들은 20대가 전성기였고, 남자배우들은 30대에 전성기가 오기 때문에 195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토니 커티스는 오름세를 탔고, 자넷 리는 내리막을 슬슬 걸어서 몇년뒤에는 토니 커티스가 더 유명해졌습니다. 두 사람은 이 영화 외에도 '정염의 검사' '폴워스가의 흑순' '바이킹' '휴가전선 이상있다' '선풍을 일으킨 질투' 등 총 6편의 영화에서 공연했습니다.
당시 28세의 토니 커니스
아직 유명해지기 전의 주연작품이었다.
남편의 마술에 대한 열정을
말리기 어려운 베스
의외로 제법 빼어난 각선미를 갖춘
자넷 리
감옥탈출에 도전하는 후디니
자넷 리는 왜 다른 영화에서는
각선미를 숨겼을까
이 영화는 후디니의 삶을 보여주면서 20대부터 중년의 나이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불과 28세였던 토니 커티스의 출세작이 된 셈입니다. 자넷 리도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데 그녀가 이렇게 예쁜 각선미를 지닌 배우라는 걸 새삼스럽게 알게 된 영화입니다. 당대의 명품 각선미로 이름날리던 마를레네 디트리히, 시드 차리스, 셜리 매클레인과 견주어도 특별히 부러울게 없는 제법 아름다운 각선미더군요. 그냥 아담한 배우라고만 인식되었는데 의외로 늘씬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자넷 리가 공연한 배우들이 제임스 스튜어트, 로버트 라이언, 찰톤 헤스톤, 멜 파라, 스튜어트 그랜저, 존 개빈, 안소니 퍼킨스 등 훤칠한 장신들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아담하다고 느껴졌을 뿐, 제법 매력적인 다리를 가졌을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유쾌하고, 재밌고, 신기하고, 칼라화면의 영상도 예쁘게 잘 나온 영화입니다. 이렇게 무난한 오락 영화가 너무 덜 알려진게 안타까울 정도지요. 꽤 해맑은 영화이기도 한데. 다만 후반부가 좀 안쓰럽긴 하지요.
이 영화에서 보여진 여러 마술들이 실제로 후디니가 시연한 마술인지는 모르지만 실제 굉장한 탈출전문가였던것은 사실입니다. 영화에서는 수갑 정도는 그냥 너무 쉽게 푸는 실력인데 실제로 그 정도였는지는 모르겠고, 다만 위험을 무릅쓴 탈출 묘기는 꽤 많이 했다고 합니다. 영화에서 등장한 한겨울에 강에 빙판구멍을 뚫고 상자에 갇혀 빠진뒤 탈출하는 묘기는 실제였다고 합니다. 맷집과 손가락 힘도 대단했다고 하지요. 물론 그래서 너무 객기를 부리다가 어이없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객기도 좀 적당히 부려야 하는데. 복부 맷집 자랑하다가 아마복서인 대학생의 펀치에 충격을 받고 맹장 파열로 사망했다죠. 물론 영화에서는 그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공중부양 마술중 남편이 딴짓하자
바라보는 베스
옛날 TV 마술쇼에서 자주 보던 묘기
위험 천만의 얼음강 탈출 묘기
자물쇠 조끼를 가볍게 탈출한 후디니
위험 천만의 탈출묘기에 도전하는 후디니
우리나라에는 1956년 개봉해서 상영되었는데 크게 흥행은 못한 것으로 알려졌고, 1994년 KBS에서 '마술의 사나이'라는 제목으로 방영한 적이 있지만 이후 출시도 안되고 잊혀지면서 희귀작 반열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정말 혼자보기 아깝다는 재미를 제공한 영화입니다. 영화자체의 높은 완성도 보다는 마술과 사랑이라는 소재 자체가 굉장히 친근하고 흥미로웠던 영화입니다.
ps1 : 영화에서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끝까지 함께 하는 금술좋은 부부로 설정되었는데 실제 후디디 부부는 죽음이 갈라놓을때까지 함께 했습니다. 반면 토니 커티스와 자넷 리는 10년 넘게 부부스타로 살았지만 '대장 부리바'에서 공연한 크리스티네 카프만에게 토니 커티스가 반하여 이혼하고 말았습니다. 제이미 리 커티스는 토니 커티스와 자넷 리 사이에서 태어난 2세 배우인데 정말 두 부모와는 하나도 닮지 않았습니다.
ps2 : 데이비드 카퍼필드가 근래에는 가장 유명한 마술사지요. 우리나라에도 이은결, 최현우 등 마술스타들이 있고.
ps3 : 저는 지금도 신체절단 마술의 비밀이 참 궁금합니다. 도저히 몸을 숨길 틈이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하는지. 서있는 상태로 3단 신체분리 마술은 참 많은 사람들이 시연했지요.(이 영화에서는 그 마술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대신 목을 단두대가 통과하는 마술이 나오지요. 어떻게 보면 더 신기한 마술입니다.)
[출처] 마술의 사랑(Houdini, 53년) 전설의 마술사 해리 후디니 일대기|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