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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여성시대 - Spectacular Girl
시집 읽다가 마음에 와닿는 시들이 많아서 주관적으로 내 마음에 들었던 시들만 골라왔지만 같이 나누면 좋을거 같아서 글써본당!
마음껏 울어라
마음껏 슬퍼하라. 진정 슬픈 일에서 벗어날 유일한 길이니. 두려워 말고, 큰 소리로 울부짖고 눈물 흘려라. 눈물이 그대를 약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눈물을 쏟고, 소리쳐 울어라. 눈물은 빗물이 되어, 상처를 깨끗이 씻어 줄 테니. 상실한 모든 것에 가슴 아파하라. 마음껏 슬퍼하라. 온 세상이 그대에게 등을 돌린 것처럼.
상처가 사라지면 눈물로 얼룩진 옛 시간을 되돌아보며 아픔을 이기게 해 준 눈물의 힘에 감사할 것이다.
두려워 말고, 마음껏 소리치며 울어라.
- 메리 캐서린 디바인
탈
나는 살고 있다. 괴로운 일이다. 선악을 구별할 줄 알고 진실과 거짓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게 괴롭다. 게다가 내 인격은 이중이다.
나는 탈을 써야만 거리를 나서고, 상점에서 쇼핑하고, 사무실에서 일을 보고, 잔칫집에서 신사 숙녀와 교제하는 데 예의 있게 움직이고 말함으로써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나는 어떤 경우, 어떤 사람과 만남에 있어 탈 쓰는 일을 잊지 않는다. 모든 환경에 적응하고 모든 사람들과 어울림으로써, 나더러 히스테릭하다는 평은 물론 정신병원에 수용당하는 일이 없다.
그러나 내가 평안히 내 거처로 돌아와 문을 잠그고 세상과 단절되어 아무도 나를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을 때, 나는 탈을 벗어 힘껏 내동댕이친다. 그때 비로소 나의 영혼은 반짝인다.
나는 고래고래 소릴 치거나 휴우 한숨을 쉰다. 나는 철없는 아이처럼 울다가 웃다가 변덕을 부리고, 아니면 아무 뜻도 없는 노래를 불러 겨우 나를 감동시킬 뿐이다.
- 지셴
기도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 기도하지 말고 위험에 처해도 두려워하지 않게 해 달라 기도하게 하소서. 고통을 멎게 해 달라 기도하지 말고 고통을 이겨 낼 가슴을 달라 기도하게 하소서. 생의 싸움터에서 함께할 친구를 보내 달라 기도하는 대신 스스로의 힘을 갖게 해 달라 기도하게 하소서. 두려움 속에서 구원을 열망하기보다는 스스로 자유를 찾을 인내심을 달라 기도하게 하소서. 나의 성공에서만 신의 자비를 느끼는 이기주의자가 되지 않게 하시고 나의 실패에서도 신의 손길을 느끼게 하소서.
-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능력, 재능, 재주
절벽 가까이로 나를 부르시기에 다가갔습니다. 절벽 끝으로 가까이 오라고 하셔서 더 다가갔습니다. 절벽에 겨우 발붙여 선 나를 절벽 아래로 밀어 버리셨습니다. 그 절벽 아래로 나는 떨어졌습니다. 그때서야 나는 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 로버트 슐러
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 정호승
낚시질
낚시질하다 찌를 보기도 졸리운 낮, 문득 저 물 속에서 물고기는 왜 매일 사는 걸까.
물고기는 왜 사는가. 지렁이는 왜 사는가. 물고기는 평생 헤엄만 치면서 왜 사는가.
낚시질하다 문득 온몸이 끓어오르는 대낮,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만은 없다고 중년의 흙바닥에 엎드려 물고기같이 울었다.
- 마종기
이제 난 안다
내 키가 세 뼘밖에 안 되는 작은 아이였을 때 한 남자가 되기 위해 큰 소리로 외치곤 했지. "난 알아, 난 알아, 다 안다고."
그것이 시작이었고 봄이었어. 하지만 열여덟 살이 되었을 때 난 또다시 말했지. "난 알아, 난 알아, 이젠 진짜 알아."
그리고 오늘 난 지나온 날들을 돌이켜 보네.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네.
스물다섯 살 무렵 난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 사랑과 열정, 인생과 돈에 대해. 그래 맞아, 사랑! 사랑도 할 만큼 해 보았다네.
하지만 생의 한가운데서 난 깨달았지. 내가 배운 것은 서너 마디로 말할 수 있다네. 어느 날 누군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고 날씨가 화창하다면 "날씨 참 좋다" 이 이상으로 할 말이 없다는 것을.
어느덧 나는 생의 황혼녘에 들어섰다네. 그런데도 여전히 삶에서 경이로운 것이 있다네. 그토록 많았던 슬픔의 밤들은 어느새 잊혀지지만 행복했던 어느 아침은 결코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
젊은 시절 내내 "난 알아"라고 말하고 싶었지. 하지만 답을 찾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 모르겠더군.
이제 인생의 괘종시계가 60번 울렸다네. 난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며 자문해 보네. 이제야 알겠어. 난 알 수 없다는 것을. 인생과 사랑, 돈과 친구 그리고 열정에 대해 그것들이 가진 소리와 색에 대해 결코 알 수 없다는 것을.
이것이 내가 아는 전부라네.
- 장 가뱅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아침마다 나는 집에서 기르는 애완견을 한 번씩 쓰다듬어 주고 집을 떠난다. 그러나, 나는 그 개의 죽음을 미리부터 예감하고 있다. 언젠가는 그 개도 잃게 될 것이다. 내 주위의 온갖 죽음투성이들.
덧없는 생명체들의 죽음. 나는 온갖 죽음들을 예감한다. 장미꽃의 향내, 미모사, 물속에 핀 온갖 수초들, 흰 비둘기와 집토끼, 심지어 이름 없는 닭들과 어슬렁대는 고양이들의 죽음……. 그리고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의 죽음과 아직도 살아 있는 이들의 죽음을. 그럴 때마다 모든 것에 대한 고통스런 사랑이 나를 휘어잡는다.
그들을 질리도록 사랑하지 못한 회한들……. 나의 수목들과 친구들과 나와 접했던 온갖 피조물들에 대해 다정하게 대하지 못했다는 후회들…….
그러나, 그럼에도 그렇게 늦지는 않았다. 나에게는 아직도 그동안의 게으름을 보충할 충분한 시간이 있을 테니까.
- 루이제 린저
낯선 곳
떠나라 낯선 곳으로
아메리카가 아니라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그대 하루하루의 반복으로부터
단 한번도 용서할 수 없는 습관으로부터 그대 떠나라
아기가 만들어낸 말의 새로움으로 할머니를 알루빠라고 하는 새로움으로 그리하여 할머니조차 새로움이 되는 곳 그 낯선 곳으로
떠나라 그대 온갖 추억과 사전을 버리고 빈주먹조차 버리고
떠나라 떠나는 것이야말로 그대의 재생을 뛰어넘어 최초의 탄생이다 떠나라
- 고은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번에는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긴장을 풀고 몸을 부드럽게 하리라. 그리고 좀 더 바보가 되리라. 되도록 모든 일을 심각하게 생각지 않으며 보다 많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리라.
더 자주 여행을 다니고 더 자주 노을을 보리라. 산도 가고 강에서 수영도 즐기리라 아이스크림도 많이 먹고 콩 요리는 덜 먹으리라. 실제 고통은 많이 겪어도 고통을 상상하지는 않으리라.
보라, 나는 매 순간을, 매일을 좀 더 뜻깊고 사려 깊게 사는 사람이 되리라. 아, 나는 이미 많은 순간들을 마주했으나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 그런 순간들을 많이 가지리라. 그리고 순간을 살되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지 않으리라. 먼 나날만 바라보는 대신 이 순간을 즐기며 살아가리라.
지금까지 난 체온계와 보온병, 비옷, 우산 없이는 어디도 못 가는 사람이었다. 이제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보다 간소한 차림으로 여행길을 나서리라.
내가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신발을 벗어던지고 맨발로 지내리라. 춤도 자주 추리라. 회전목마도 자주 타리라. 데이지 꽃도 더 많이 보리라.
- 나딘 스테어
아버지의 등
만취한 아버지가 자정 너머 휘적휘적 들어서던 소리 마룻바닥에 쿵, 하고 고목 쓰러지던 소리
숨을 죽이다 한참 만에 나가보았다 거기 세상을 등지듯 모로 누운 아버지의 검은 등짝 아버지는 왜 모든 꿈을 꺼버렸을까
사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검은 등짝은 말이 없고 삼십 년이 지난 어느 날 아버지처럼 휘적휘적 귀가한 나 또한 다 큰 자식들에게 내 서러운 등짝을 들키고 말았다
슬며시 홑이불을 덮어주고 가는 딸년 땜에 일부러 코를 고는데 바로 그 손길로 내가 아버지를 묻고 나 또한 그렇게 묻힐 것이니
아버지가 내게 물려준 서러운 등짝 사람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검은 등짝은 말이 없다
- 정철훈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어려서 나는 램프불 밑에서 자랐다, 밤중에 눈을 뜨고 내가 보는 것은 재봉틀을 돌리는 젊은 어머니와 실을 감는 주름진 할머니뿐이었다. 나는 그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었다. 조금 자라서는 칸델라불 밑에서 놀았다, 밖은 칠흑 같은 어둠 지익지익 소리로 새파란 불꽃을 뿜는 불은 주정하는 험상궂은 금점꾼들과 셈이 늦는다고 몰려와 생떼를 쓰는 그 아내들의 모습만 돋움새겼다. 소년 시절은 전등불 밑에서 보냈다, 가설극장의 화려한 간판과 가겟방의 휘황한 불빛을 보면서 나는 세상이 넓다고 알았다, 그리고
나는 대처로 나왔다. 이곳 저곳 떠도는 즐거움도 알았다, 바다를 건너 먼 세상으로 날아도 갔다,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들었다. 하지만 멀리 다닐수록, 많이 보고 들을수록 이상하게도 내 시야는 차츰 좁아져 내 망막에는 마침내 재봉틀을 돌리는 젊은 어머니와 실을 감는 주름진 할머니의 실루엣만 남았다.
내게는 다시 이것이 세상의 전부가 되었다.
- 신경림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 심순덕
엄마
가끔씩, 오늘이나 어제 같은 날 아니면 내일이라도 - 잃어버린 모든 것이 내 안에서 뒤범벅이 된다.
인동운모 파우더라는 게 있다. 엄마에게 그런 냄새가 났다. 인동은 꽃이라고 엄마가 말했다. 내가 아는 건 엄마 냄새가 나는 그 파우더뿐. 가끔 그리워서 정말 가슴이 아파 오면 백화점으로 달려간다. 경비원들은 내가 뭔가 훔칠까 봐 주위를 맴돈다. 화장품 코너 아가씨에게 그 파우더가 있는지 묻는다. 네, 라는 대답에 이렇게 말한다. 제가 찾는 게 맞는지 향기 좀 맡아도 될까요? 화장품 판매원은 눈동자를 굴리며 나를 보지만 허락해 준다. 그러면 그 몇 초 동안 다시 엄마가 살아와.
엄마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이 모두 떠올라. 바보 같은 내 농담에 웃음 터뜨리던 모습. 가끔 도망치기 전에 나를 붙들고 꼭 안아 줄 때의 느낌. 또 샤워하면서 노래 부를 때 아름답고 터프한 엄마 목소리. 항상 나와 릴리에게 줄 오렌지 맛 사탕이 들어 있던 엄마의 빨간 주머니.
아닌데요, 난 화장품 코너 아가씨에게 말한다. 제가 찾는 게 아니에요. 하곤 재빨리 빠져나온다. 누군가 내 호주머니를 검사하기 전에. 아무것도 훔치지 않아 당연히 늘 비어 있던.
- 재클린 우드슨
이별 이후
너 떠나간 지 세상의 달력으론 열흘 되었고 내 피의 달력으론 십 년 되었다
나 슬픈 것은 네가 없는데도 밤 오면 잠들어야 하고 끼니 오면 입 안 가득 밥을 떠 넣는 일이다
옛날옛날적 그 사람 되어가며 그냥 그렇게 너를 잊는 일이다
이 아픔 그대로 있으면 그래서 숨 막혀 나 죽으면 원도 없으리라
그러나 나 진실로 슬픈 것은
언젠가 너와 내가 이 뜨거움 까맣게 잊는다는 일이다
- 문정희
약속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그대가 나를 속인 것 때문이 아니라 이제 다시는 그대를 믿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행위는 약속할 수 있으나 감정은 약속할 수 없다. 감정은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기에. 그대를 영원히 사랑하겠노라 약속하는 자는 자기 힘에 겨운 것을 약속하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을 때, 그것은 겉으로의 영원을 약속한 것뿐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섣불리 '영원'이라고 말하지 마라. 비록 그때는 진심 어린 말이라도 그 상대가 상처를 받기는 너무 쉬운 일이니.
- 프리드리히 니체
나는 배웠다 中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뿐임을.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선택이다. 내가 아무리 마음을 쏟아 다른 사람을 돌보아도 그들은 때로 보답도 반응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 오마르 워싱턴
비수
어떤 사람이 비수처럼 느껴질 때 날카로운 것으로 당신의 마음을 마구 휘젓고 가슴 에이게 한다면
당신은 그를 사랑하고 있는 것.
- 프란츠 카프카
농담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 이문재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노부코
쓰면 쓸수록 슬퍼만 진다.
- 스즈키 쇼유
상처
덤불 속에 가시가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꽃을 더듬는 내 손 거두지 않는다. 덤불 속의 모든 꽃이 아름답진 않겠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꽃의 향기조차 맡을 수 없기에.
꽃을 꺾기 위해서 가시에 찔리듯 사랑을 얻기 위해 내 영혼의 상처를 견뎌 낸다. 상처받기 위해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상처받는 것이므로.
- 조르주 상드
슬퍼합니다, 내 영혼이
슬퍼합니다, 내 영혼이 그녀로 인해.
비록 내 마음은 그녀를 떠나왔지만 슬픔은 달랠 길 없었습니다.
비록 내 마음, 내 영혼이 그녀를 두고 멀리 달아났지만
비록 내 마음은 그녀를 떠나왔지만 슬픔은 달랠 길 없었습니다.
내 마음은, 너무도 애틋한 내 마음은 내 영혼에게 묻습니다. 그럴 수 있느냐고.
그렇게 떠나도 되냐고-비록 그렇더라도- 그것이 이렇게 매몰차고 슬플 수가 있느냐고.
내 영혼은 내 마음에게 묻습니다. 나도 모르겠다고 이미 덫에 걸려 버린 우리들을 어찌해야 좋을지.
비록 이렇게 그녀를 떠나왔지만 떨어져 있어도 함께할 수밖에 없는 덫에 갇혀서.
- 폴 베를렌
성숙한 사랑
원하는 만큼 가까워지지 않는다고 불만을 가지지 마라. 끊임없이 성가신 잔소리로 사랑을 망가뜨리지 마라. 사랑은 조용하게 이해하는 것이며 불완전함에 대한 성숙한 포용력이니 그런 사랑이야말로 우리에게 우리가 가진 것 이상의 힘을 주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돕도록 만든다.
그의 존재로 따스함을 느끼고 그가 사라진 다음에도 온기가 남아 있으면, 아무리 멀리 있어도 그와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고 느껴진다면 당신은 이미 사랑 그 자체다. 가까이 있거나 멀리 있거나 그는 이미 당신의 것이다.
- 앤 랜더스
천생연분이 때때로 늦게 찾아올 수 있다는 것에 대하여
너무 많이 살아서 어쩔 수 없이 알게 되는 것, 사랑에는 어쩌면 저절로 사그라지는 불빛이 있나 보다. 사랑은 결국 그런 거 한 번의 입맞춤도 지탱하지 못하는 사랑과 한평생을 넘어서도 끝나지 않는 입맞춤이 있다.
- 루이스 로살레스
엽서, 엽서
단 두 번쯤이었던가, 그것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였지요 그것도 그저 밥을 먹었을 뿐 그것도 벌써 일년 혹은 이년 전일까요? 내 이름이나 알까, 그게 다였으니 모르는 사람이나 진배없지요 그러나 가끔 쓸쓸해서 아무도 없는 때 왠지 저절로 꺼내지곤 하죠 가령 이런 이국 하늘 밑에서 좋은 그림엽서를 보았을 때 우표만큼의 관심도 내게 없을 사람을 이렇게 편안히 멀리 있다는 이유로 더더욱 상처의 불안도 없이 마치 애인인 양 그립다고 받아들여진 양 쓰지요 당신, 끝내 자신이 그렇게 사랑받고 있음을 영영 모르겠지요 몇자 적다 이 사랑 내 마음대로 찢어 처음 본 저 강에 버릴 테니까요 불쌍한 당신, 버림받은 것도 모르고 밥을 우물대고 있겠죠 나도 혼자 밥을 먹다 외로워지면 생각해요 나 몰래 나를 꺼내보고는 하는 사람도 혹 있을까 내가 나도 모르게 그렇게 행복할 리도 혹 있을까 말예요……
- 김경미
사랑을 하면
사랑을 하면 우리는 하찮은 풀도 사랑하게 된다. 헛간도, 가로등도 그리고 밤새 발길 끊긴 작은 마을도.
- 로버트 블라이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 황지우
당신을 만나기 전에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그렇게도 큰 기쁨일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거리낌 없는 대화 부담 없는 도움 그리고 완전한 믿음을 경험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나를 바치고 더 많은 것을 받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하게 될 줄은 당신에게 그 말을 하게 될 줄은 그 말이 그토록 깊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 P. 파울라
너를 위한 노래 3
첫사랑은 아니다마는 이 울렁거림 얼마나 귀한지 네가 알까 몰라
말은 속되다 어째서 이리도 주머니마다 먼지 낀 언어들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다 다 버리고 버리고 그러고도 남아 있는 한 가지 분명한 진실 이 때아닌 별소나기 ……울렁거림 네가 알까 몰라
- 신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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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ㅠㅠ좋은 시 많네 아 고마워언니 자주 봐야지
[좋은 시] 아 좋다..하나하나 다 좋아...ㅜㅜ
(시) 하나하나 다 너무좋다ㅠㅠㅠ고마워요
[시] 진짜 너무 좋다.............. 마니마니 올려줘ㅠㅠ
[좋은시] 언니 스크랩조뮤 ㅠㅠㅠ 풀어주어 ㅠㅠㅠ
스크랩풀어죠서 고맙고맙 ! 메일로 업어갈꼐 ㅎ
너무 예뻐>.< 아 말이 하나같이 다들 예쁘다~~^^
엽서, 엽서 너무 좋아ㅠ.ㅠ 좋은시 알고 가 ㅠㅠ 고마워~
[좋은 시] ㅜㅠ 요즘 시에 꽂혔는데 고마워 !!
눈물난다ㅜ
언니 고맙다 ㅠ
[좋은글들]언니정말좋다.하나하나정독했어..
[시시시시] 시험끝나고봐야지
좋은시 고마워1!
좋다ㅜㅜㅜㅜㅜ
*시들 완전 좋당
대형연어.. 넘나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