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쉐도우수 자전거 길:
철원 한탄강 전적지 <140810>
한탄강에는 6.25의 전흔(戰痕)이 흐른다
<노동당사 084>
코스:
소요산역-전곡역-연천역-차탄천/자전거길-대광리역-신탄리역-백마고지역—백마고지전적비-노동당사-도피안사/대교천-학저수지-직탕폭포-태봉대교-한탄강자전거길-고석정관광단지-한탄대교/승일교-순담길/업다운-순담계곡/한탄강래프팅-한탄강CC입구-신철원버스터미널⇒76km
<요도> 철원한탄강1
♣♣
♣♣
이 라이딩은 철원방면 휴전선 접적(接敵)전방의 전적지와 한탄강 가기다. 성격상 보훈의 달인 6월 중 시행하려다 여의치 않았다. 장시간 소요 원행은 해가 긴 여름철에 해야 하는데 말복이후 더위가 가라앉는 날씨를 기대하고 나선 것이 성공적이다.
백마고지전적지와 노동당사를 찾아보고 애국충정 호국선배들의 영령에 경의를 표하는 것은 언제나 의미가 크다. 군 생활과 각종 호국행사의 일환으로 수차에 걸쳐 찾은 곳이지만, 홀로 자전거로 찾아본다는 것은 또 다른 가치 있는 의미를 가지는 것 같았다. 아울러 일대를 흐르는 한탄강을 따르며 그 절경에 다시 경탄하는 것도 새삼스러운 즐거움이었다.
철원일대 전방지역을 라이딩하는 바이커들은 이 코스를 흔히 노동당사 코스라고 부른다. 마니어라면 이미 다녀와야 했는데, 이제 찾게 되니 한참이나 늦은 일이다. 동호회나 다른 친구들과 함께 와야 할 코스지만, 전날 갑자기 작정하고 우선 휭하니 나선 것이다.
♣♣
5→7→1호선 새벽 첫 전철들을 이용해 소요산역으로. 말복이 지나니 더위가 28도 내외로 한풀 꺾여, 새벽공기가 선선하기 이를 데 없다. 전철 냉방이 차게 느껴져 바람막이를 덧입어야 했으니 택일(擇日)이 기막히다. 간밤에 자정이 넘어 잠자리에 들고 새벽 4시 반에 깨어나 잠이 부족하다. 오늘의 갈 코스를 머리에 그리며 명상의 운기조식으로 부족한 잠을 보충한다.
1호선 전철 안-의정부역을 통과하며 001
소요산역 도착은 07시13분. 역전 어묵 집에서 햄치즈토스트로 조식을 해결하고 07시30분 북행길 3번로를 탄다. 동호회에선 동두천 출발 경원선기차를 이용해 백마고지 역까지 가보고자 했지만, 규정상 안 된다고 퇴짜를 맞아 전곡의 선사유적지만 다녀온 적이 있다. 혼자나 적은 인원일 경우는 더러는 허용해 주기도 한다지만, 오늘은 아예 그런 념(念)조차 가지지 않는다.
철원 평강을 거쳐 금강산과 원산에 이르는 주도로이자, 적의 남침 시 전차(戰車)를 앞세운 중부지역 주공격로이기도 한 3번로를 타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의(意義)가 크기 때문이다.
어묵국물이 따끈하게 느껴지는 서늘한 아침의 소요산역 003
철원 가는 3번국도로 38선을 넘는다 005 006
소요산역에서부터 민통선(민간인출입통제선) 대마3거리까지는 그냥 차도주행이라서 볼 것이 없겠지만, 오늘의 내 주안(主眼)은 3번로 상의 주요 역을 찾아보는데 있다. 자전거도 우리는 애마(愛馬)라 하니, 과거 파발마의 정류장이었던 역참에 해당하는 역(驛)을 돌아본다는 게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주도로에서 벗어나 역을 찾아보는 것도 한 재미일 것이고 사실 그랬다.
전곡 선사유적지 공원입구의 한탄강역은 간이역 수준이고 007 008
아담한 전곡역은 3번로에서 도심으로 한참 들어가야 보게 돼 009
하늘엔 구름이 끼어 자외선차단제도 필요 없다. 전곡역을 떠나면서부터는 빗방울도 간간이 듣는다. 남에서 북으로 향하는 3번로의 경사는 전반적으로 오르막이다. 한탄강이 흘러내리는 길을 거스르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연천역을 떠나 3km지나 만난 <차단천>과 옥산교 이후로 신탄리역까지는 3번로 차도와는 별도로 강변에 자전거 길이 따로 조성돼 있다. 그 강변 자전거 길을 따르다가 차도 상의 신망리역은 놓치고 말아 아쉽다. 그 강은 <차탄천>, 3번로와 계속 나란히 하는데, 백마고지 역 직전에서부터 흘러내려 전곡에서 한탄강과 합류하니 제법 긴 편이다.
연천으로 이어지는 3번로는 완만하게 오르막-재인폭포 가는 통현3거리 주변에는 왕가와 고분 지석묘 등 볼거리가 많다는 게 눈에 띄어 010
연천역은 작지만 어딘가 짜임새가 있어 보여 011
옥산교부터 강변 자전거길이 시작돼 신탄리까지 이어져 013 016
차탄천 강변 자전거 길은 대광교를 건너며 철로와 병행하기도 하다 대광리 방아다리 지점에서 공사로 일부구간이 막혀, 다시 3번 국도로 나와 대광리역을 찾아본 뒤 다시 강변 자전거 길을 타고 신탄리역에 이르니, 원래부터 이 지역 고대산 등을 찾는 많은 등산객들로 이날도 북적거린다.
전방의 대광리(신서면 소재지)를 앞두고 막힌 자전거길 024
유치한(?) 벽화가 그려진 대광리역은 시골스럽지만 정감이 물씬 026 027
대광리 이후로의 용천교 건너 강변 자전거 길 031 032
신탄리역엔 등산객과 유람객들이 제법 북적거려 036
강변 자전거 길은 신탄교에서 끝나고 이후는 그냥 강변 둑길이 037
신탄리 역을 지나 고대산입구 지점 신탄교에서 다시 강 길을 따르면 철로와 병행하기도 하지만 곧 3번국도로 나오게 되고, 강원도로 들어서면 본격적인 오르막이다. 처음 다른 바이커 몇을 만나며 고개를 오르자 실질적인 경원선 기차 운행의 종단점 백마고지역이다. 여기서도 철마는 더 이북으로 달리고 싶단다. 감회가 깊을 수밖에 없다.
신탄교 이후의 철로를 따르는 강변길은 농로수준 040
3번국도로로 강원도에 들어서니 이정표가 전방분위기를 확 풍겨줘 043 045
밋밋한 용담교 고개를 오르니 백마고지역 047 050
황량한 철원 평야 위에 고독하게 보인다 052
철마는 달리고 싶다. 그래 철원평야 평강평야를 거쳐 금강산도 가야지 056
백마고지 역에서 1km남짓 대마3거리. 그 이북(以北)은 민간인출입통제지역. 초소근무자에게 확인해 보니 백마고지역의 관광안내소에서 사전 신청하고, 개별차량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휴일에는 안내소제공 관광버스로만 출입할 수 있단다. 당초 한 번 해보려던“자전거로 월정리전망대- 월정리역-동송저수지를 가본다”는 계획은 예상대로 현재는 불가한 상태다.
대마3거리 민간인출입통제초소 058 059
2012년 5월 안보관광으로 찾았던 민통선 이북 월정리 지역을 회상해 본다
월정리 평화전망대 028 /철원 두루미관 044/월정리역 049 051
3거리를 좌회전, 6.25남침 전쟁 중 최대의 격전지였던 백마고지가 보이는 백마고지전적지로 향한다. 6.25전쟁의 휴전협상이 진행되던 1952년 10월6일부터 15일까지 12차례의 주야간 전투를 치르며 조국을 지켰던 역사속 영웅들의 영혼은, 오늘도 꾸준히 찾는 관광 참배객들에 의해 위로받고 존경받으며 의연하게 철원평야의 평화를 지켜줄 것으로 믿어마지 않는다.
기념탑으로 들어서는 좌우측 전시관은 보수작업 중이고, 백마고지가 보이는 종각정자에는 병사1명이 안내와 군사시설 촬영통제 등 임무를 수행 중이다.
참 젊고 맑다. 이 얼굴에서는 요즘 윤모 일병 사건으로 얼룩진 우리 군대의 참담한 모습은 읽을 수 없어 다행이었다.
대마리 백마고지 방향-여유 있는 바이커 여행자가 멋져 061
백마교를 건너면 백마고지 전적지 064
백마고지를 바라보고(보안상 촬영은 자제) 위령비에 묵념 067 071 072
2012년에도 찾았던 기억이 새로워 053
대마3거리로 유턴해 철원으로 빠지는 87번로를 타고 노동당사로! 가는 길은 호젓하고 일단(一團)의 젊은 라이더들을 만나면서 반가운 인사를 나누니 곧 이번 라이딩의 당초 목적지 노동당사에 닿는다.
87번로의 젊은 바이커들 079
노동당사 3거리와 노동당사 082 085
철원 노동당사는 8.15해방 후 6.25전쟁 발발 때 까지 공공연히 활동한 공산주의자들이 세운 건물. 이곳에서 많은 양민을 속이며 곡물을 수탈하고 학살까지 자행했던 악명 높은 곳이고, 6.25 전쟁으로 당시는 옛 철원의 중심시가지였던 이곳이 완전 파괴 소멸되었는데, 이 건물만은 아직도 골조가 튼튼하게 남아있다. 험상궂게 파괴돼 수많은 탄흔(彈痕)을 남기고 있는 모습은 공산당의 악패와 6.25의 상흔(傷痕)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곳을 찾는 남녀노소 가족들도 많다. 그 교훈을 가슴에 새기는 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 노동당사를 보면서, 북한의 노동당이 노동자를 위한 당이 아니라 노동자의 고혈을 수탈하는 당이란 사실을 알게 되기 바란다. 그렇지 못하거나 우리 내부의 붉은 세력들에 영향을 받아 굳이 부정한다면, 한반도의 진정한 민주통일과 평화가 도래할 날은 요원해질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노동당사의 파괴된 부분과 탄흔 들 089 090
노동당사를 떠나 고석정으로 남행하는 길은, 전반적인 내리막의 시작이다. 관전리 내리막과 월하3거리를 우회전해 들린 곳은 이름이 특이해 찾아본 절<도피안사到彼岸寺>. 서기 865년(신라48대경문왕 5년) 도선국사가 향도 1천여 명을 이끌고 명소를 찾아다니다, 영원한 안식처인 피안(彼岸)에 이른(到)것 같은 곳이라 생각해 절을 지으며 이름이 붙여진 고찰(古刹)이다.
국보 63호 철조 비로자나불 좌상과 보물 223호 삼층석탑이 있고, 현재는 6.25 전란으로 소실됐던 대적광전(大寂光殿)과 삼성각을 복원해 지난 5월25일 준공식을 가졌다. 철원지역을 안보관광하는 이들도 모두 거쳐 가는 듯 주차장이 크고, 절 안은 사람들로 붐빈다.
도피안사 입구와 도피안사 096 097
도피안사 근처 지도에서 유난히 크게 표시돼 찾아본 <학>저수지. 큰 규모의 보통저수지에서는 보기 드물게 연꽃과 수초와 갈대가 잘 조화로운 수면이 고요하고 서정적이다. 제방아래의 대교천에는 정말 흰 학들이 고기를 잡거나 날개 짓을 하면서 희롱하고 있다.
학저수지 풍경 103 104 105
저수지 아래 대교천의 학들 108 109
학 저수지를 떠나 향하는 곳은, 궁예가 세웠던 태봉국의 터전인 옛 철원이 금학산 아래 평야위로 펼쳐진 태봉로를 타고 가서 닿는 한탄강과 직탕폭포. 강의 검은 색 암반직벽 아래로 떨어지는 수직폭포는 높이는 낮지만 수폭이 넓고 낙폭의 소리가 우렁차, 무언가 확실한 울림을 주고 있다.
바로 하류에 아스라이 높이 걸쳐진 태봉대교의 오린지 빛이 아름답고, 여름 휴가가 한창인 시절의 젊은이들이 번지점프를 즐기고 있어, 한탄강 전체가 활기에 넘쳐있다.
학 저수지의 수문-위로는 풍부한 량의 저수가 아래로는 대교천이 116
태봉로에서 바라보는 금학산과 궁예태봉의 도읍지 옛 철원 동송 120
한적한 태봉로-저 멀리 마의태자가 울고 넘던 명성산의 자태가 122
직탕폭포에 이르러-시원한 폭포소리에 피로를 씻어본다 127 131
하류 쪽으로 높이 걸린 태봉대교와 청년들의 번지점프 132 133
태봉대교로 올라 이후 한탄강 직벽위 강변 자전거 길을 달리면서 조감하는 한탄강의 풍경은 참 경탄스럽다. 그 풍경을 함께 하는 약 3km 자전거 길은 곳곳에 하늘다리와 전망소로 이어져 정말 환상적이다.
태봉대교 번지 점프대 135
태봉대교 서단(西端)부터 한탄강 강변 자전거 길(한여울길)을 136 150
이후의 풍경들-아득한 높이의 하늘다리 137 142
전망소의 한탄강 조감 143 147 154 153
강변자전거 길은 한탄강과 주변의 멋진 펜션을 보는 즐거움에 곧 끝나버린 느낌이다. 바로 이어진 곳은 중간목표 고석정! 휴일인파로 자전거를 끌고 강가 정자까지 다녀오긴 무리다. 임꺽정 동상 앞에서 기념촬영으로 만족, 정자와 한탄강변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왔었으니, 오늘 자전거로 다녀간다는 데에 의의을 두고 접는다.
고석정 관광지에서 156 157
2012년에 찾아보았던 고석정과 한탄강 017 007
고석정을 떠나 동향하는 길은 역시 태봉로. 한탄강을 다시 만나는 두 개의 다리는 사연이 깊은 낡은 승일교와 현재의 한탄대교. 다리 아래 한탄강엔 청소년들의 래프팅이 한창이다. 강한 체력과 담력을 저리 키우니 강건한 조국의 미래가 밝아 보인다. 열심히 단련하거라! 우리의 청소년들이어~!
한탄대교와 승일교, 그리고 승일공원 159 161
다리 아래는 청소년들의 래프팅이 한창 164 166
승일공원이 끝나는 지점의 3거리에 직진방향 문혜리 길을 피하고 조용하기 그지없는 우측 순담 계곡길로 들어서는데 여긴 크게 두 개의 가파른 업힐이 (700미터 길이 첫 고개와 900미터 길이둘째 고개)가로 놓인다. 그 길은 래프팅의 승선장인 한탄대교와 하선장인 순담 계곡의 한탄강 글램핑 사이를 오가며 보트와 훈련생들을 나르는 차들만 분주하다.
순담계곡길 167 169
순담계곡의 래프팅 하선장과 글램핑 일대 170 171 173
보트를 승선지로 다시 옮기려고 차에 싣고 청년들은 함성을 지른다 176
그런데 여기서부터 비가 내린다. 소나기 예보는 있었지만 이후로 지속돼 호우로 변하고 말았다. 우장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추위를 막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한탕강CC입구 고개 너머 신철원 공설운동장 입구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하면서 오늘 라이딩 중단의 결심을 하게 된다. 이후 예정된 <신철원을 거쳐 산정호수까지 다녀온다!>는 계획을 보류한 것이다. 마침 동서울 행 버스가 다니는 신철원이 코앞이라, 터미널로 가 16:00발 버스에 오르다.
버스의 노선이 이후 내가 가려던 43번국도 호국로와 겹쳐, 다음 기회로 미뤄진 자전거 길의 답사도 될 수 있어서 좋았다. 차창을 두드리는 빗발이 것세고 마지막 휴가를 마치고 귀경길에 오르는 행락차량들로 길이 혼잡하고 막힌다. 2시간 이내면 될 것이 3시간이 다 돼 동서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늘 이쯤에서 라이딩을 접은 것이 참말로 잘했다 하는 생각이 들게 하니, 이 또한 감사해야 할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한탄강CC입구 고개정상에서 세찬 빗줄기를 맞으며 177
점심을 해결한 풍전막국수 집 178 180
신철원 시가지와 버스터미널 184 185
내가 타고 갈 동서울 행 버스와 승차권 186
이로써 보훈의 달 6월에 시행하려던 전방지역 자전거 길 노동당사 코스를 밟아보았다. 사전 답사 성격의 것이라 동호회 일행과 다시 한 번 더 오게 될지 모른다. 이 라이딩이 그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
♬♬
첫댓글 무엇보다 한적하고 조용해서 자전거 탈만 하겠네
사람과 차량이 눈에 띠지 않으니....
확실히 전방지역이라서 한적한 것 같아~♥♥
두분 다 미국 원정 라이딩하면 좋겠네. 어딜 가든 인적이 별로 없는 시골이니 말일세. 땅덩어리는 넓어도 인구 100만 이상인 도시가 겨우 9개, 50만 이상인 곳은 34개에 불과하니 자전거 타기는 아주 좋은 조건을 갖췄지.아는 사람이 남부 여행할 때 1000리 조금 더 되는 구간 내내 옥수수밭이 연결되고 주유소가 하나도 없더라고 하더군. 그 구간이 시작되는 곳에 있는 주유소에서 탱크를 가득채우라는 경고 표시판이 붙여져 있었다데.
불원간 미국 한 번은 갈 것인데(나 사실 아직 미국 못가 봤거든~), 정말 어느 한 구간만이라도 타봤으면~~ ,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이나 "쉐인"에서 나오는 그런 곳(몬타나 주인가?)을 가보고 싶구먼. 더 힘빠지기 전에,
우리 sd16에 이런 칭구가 있는 게 자랑스럽다~~!!!
나는 늘 여유있는 웃음을 머금고 사는 수호신을 아는 게 더 자랑스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