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손 관절염
서울공대지 2019 Summer No. 113
박지웅 서울대학교보라매병원
성형외과
교수
손의 사용은 인간이 오늘날과 같은 문화를 이룬 가장 큰 요소이다. 손은 인체에서 가장 섬세하고 다양한 운동을 하는 고도로 복잡한 기관이며 손 손상이나 질환은 이것들이 생명을 위협하는 일은 드물다 하더라도 생활에 막대한 지장과 불편을 초래하며 정신적, 육체적 고통 또한 매우 심각하게 발생시킬 수 있다. 최근 수부외과라는 세부분과가 만들어져 손의 해부생리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연구하고, 손 질환의 진단, 치료방법들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필자도 수부외과전문의로 다양한 수부질환으로 인해 고통 받는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손 건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하는 중이다.
손 질환 중 만성 손가락 관절염은 가장 흔한 질환으로, 자연스러운 증상이라고 방치하면 환자의 일상생활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우울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손가락 관절염은 크게 퇴행성 관절염과 류마토이드 관절염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각각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고자 한다.
퇴행성 관절염은 60세 이상의 25% 정도에서 발병할 정도로 흔하게 발생하며, 골 관절염 또는 노인성 관절염이라고도 하며, 관절연골의 기계적 마모로 인해 초래된다. 즉 관절 연골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노화되어 매끄러웠던 연골 표면이 점차 울퉁불퉁하고 광택이 없는 누런 색으로 변화하며 두께가 점차 감소한다. 주된 증상인 통증은 관절을 사용하면 증가하고 쓰지 않으면 감소한다.
그래서 아침에는 괜찮다가 저녁이 될수록 통증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부종, 운동범위 제한 등도 동반되면, 관절을 움직일 때 탄발음 및 관절변형을 동반하기도 한다. 심하지 않을 경우 보존적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증상이 완화될 때까지 무리한 동작을 하거나 반복적인 동작 등은 피하도록 하며, 보조기 혹은 부목을 이용하여 관절에 휴식을 취하고 소염제 또는 온열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잘못된 손 사용습관에서 관절염이 비롯될 수도 있다. 특히 손가락에 딱딱 소리를 내거나 하는 경우에는 악력을 약화시키거나 인대가 늘어날 위험성이 있어 나중에 손가락 관절염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통증이 심할 때에 잦은 컴퓨터 사용 또한 손목이나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보존적 치료가 어려운 경우 인공관절수술이나 관절고정술을 해야 하는데 최근에는 인공관절수술이 주로 시행되고 있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 육안 사진(좌) 및 실리콘보형물을 이용한 인공관절 수술 례(우)
류마토이드 관절염은 원인 불명의 염증으로 관절이 손상되며, 각종 결합조직 질환이 동반되는 관절염으로 만성적이고 전신적으로 진행되며 우리가 주로 ’류마티스’라고 줄여 부르는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이다. 전체 인구의 약 2.5~3%가 이 질환을 앓고 있다. 호발연령은 30~50세이며, 여성이 남성보다 약 3배 가량 호발한다. 류마토이드 관절염의 특징은 초기에 주로 손가락 관절에서 문제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퇴행성 관절염과는 반대로 환자들은 주로 아침에 일어났을 때 손가락이 뻣뻣하고 잘 움직이지 않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아침에 일어난 후 1시간이 지나도 손 등의 관절 강직이 풀어지지 않으면, 류마토이드 관절염을 제일 먼저 의심해야 한다. 특히 손가락 관절염 증상이 좌우 대칭으로 발생하는 것이 매우 특징적인 소견이며 손목, 손바닥 관절에서도 문제가 일어나기도 한다. 부종, 통증, 관절 강직, 운동제한 등이 나타나며, 수지 관절의 변형으로 인해 백조목 변형(swan neck
deformity) 또는 단추구멍 변형(boutonniere deformity)라는 특징적인 모양이 관찰되기도 한다. 이때 적절한 치료를 진행하지 못하면 결국 무릎, 발목 등 전신에 걸쳐 진행되어 상당한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아래와 같은 증상이 발생할 경우 병원을 찾아 방사선 검사 및 혈청 류마토이드 인자 검사 등을 통해 빠르게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 세 부위 이상의 관절 주변에서 부종이 일어난다.
- 양측 수부에 대칭적으로 관절염이 일어난다.
- 수면 후 강직이 일어나 아침에 잠에서 깬 뒤 관절이 뻣뻣해 움직이기 힘들다.
- 손가락 관절 부위의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되고 있다.
- 관절의 통증과 함께 발열, 체중 감소, 쇠약 감 등과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
- 관절에서 열감, 홍조 등과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치료 과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 스스로 류마토이드 질환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여 긴 치료의 과정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수술적 치료를 통해 통증을 줄이고 염증반응을 최소화하여 관절 파괴와 강직 및 변형을 최소화하는 것이 류마토이드 관절염 치료의 근간이 된다. 비수술적 방법으로 임상증상의 호전이 없고, 관절변형 등이 악화되는 경우 인공관절술, 관절성형술 등의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현재 손가락을 움직일 때나 물건을 잡을 때 통증을 느끼고 있다면 손가락 관절염을 반드시 의심해보아야 한다. 무리한 동작을 하거나 반복적인 동작 등은 피하도록 하며, 정확한 진단을 통해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적절하게 약물, 수술적 치료를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재활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통증이 없어졌다고 재활을 멈추어서는 안되며 손관절염을 평생 관리하는 질환으로 인식하여 꾸준히 치료와 재활 등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손가락 관절염의 예방 및 완화를 위해서는 스스로의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며, 이와 함께 틈틈이 손가락 스트레칭을 실시하면 혈액순환이 개선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소중한 손 건강을 지켜 인간이 지닌 축복의 기관인 손을 평생 동안 불편함 없이 잘 사용하도록 노력하여야겠다.
전형적인 백조목, 단추구멍변형을 동반한 류마토이드 관절염 환자의 육안(좌) 및 X-ray(우) 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