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영선, 독일 함부르크 아니고 서울 명보사거리에서 |
- 독일인들은 내기바둑을 전혀 안해요 - 유럽바둑팬, 한국바둑 강한 것 알지만 이창호, 이세돌 아직 잘 몰라
권갑용 도장은 숱한 천재기사들을 길러낸 것으로 유명하다. 2011년 한국랭킹에서 10위권내 기사들을 보면 그 진실을 보다 쉽게 알 수 있다. 한국랭킹 1,2,3위인 이세돌, 최철한, 박정환까지 현재 한국의 3대천왕이 모두 권갑용 도장 출신이다.
이러한 권갑용 도장에서 '고집불통에 가르치기 정말 어려운 제자는 누구였을까?'. 바둑TV 프로그램에서 이러한 질문을 받은 권갑용 8단은 과거의 어떤 일이 생각난 듯 살짝 곤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질문한 사람들의 예상은 아마도 1인자이자, 한국리그불참파문이 일었던 '이세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천재를 길러낸 권 8단의 대답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윤영선입니다. 정말 힘들었어요. 고집이 정말 대단해서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했어요. 바둑을 이해하는 방식이 잘못된 거 같아 바꿔주려 해도 말을 안들었죠. 고집불통, 하하."
윤영선 8단(34세 독일, 함부르크)이 한국에 왔다. 2007년 독일인 남편과 결혼해 독일에 간지 벌써 5년째다. 남편과 함께 1주일 정도의 일정으로 왔다고 한다. 4월 20일, 을지로3가에 위치한 사이버오로 사무실에 잠깐 들러 Wbaduk.com 관계자들과 점심을 함께 했다.
윤영선은 말할 때 장난스런 표정을 잘 짓곤 했다. 독일 가기 전이나 지금이나 표정은 여전히 같다.
- 권갑룡 도장은 찾아가 보셨어요? 권사범님이 방송에서 '윤영선이 가장 많이 혼낸, 가장 힘든 제자였다'고 했었는데 진짜인가요. "그럼요, 벌써 찾아뵈었죠. 그땐 제가 무슨 일이든 꼬박 꼬박 대들었어요. 가령 사범님이 어떤 이유에서든 제자들에게 매를 들면, 저는 '왜 때리는 거에요?, 왜 때리는지 이유를 대세요."라면서 대들었거든요. 하하. 지금은 굉장히 친하게 지내요."
- 독일의 바둑클럽에서 독일 사람들도 내기바둑을 하나요? "독일 사람들은 바둑으론 전혀 내기를 안해요. 저 같은 경우도 아직까지 그냥 바둑을 두면 좀 싱겁다는 생각이 있죠. 한국사람들이 내기바둑을 아주 좋아하는 거 같애요. 바둑을 둘 줄 아는 독일거주 한국인들이 바둑 클럽에 잘 오지 않는데, 아마 내기바둑을 안두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재미가 없다는 거겠죠. 하하"
아줌마 독일어, 바둑 강의하는데 충분한 수준 프로기사, 영어잘하면 득본다
- 결혼까지 해서 독일에서 좀 살았으니까 이제 독일어도 수준급이겠네요. 영어도 잘하고. "아유, 아직 멀었어요. 제가 하는 독일어는 '아줌마 독일어'에요. 그래도 바둑 강의하는데는 충분한 수준이죠'"
- 이번에 6월에 독일서 열리는 기도컵에도 한국기사들을 초청하나요? "그렇죠. 조혜연, 목진석은 영어를 잘 하니까 그런 기사들을 초청하려고 해요. 영어를 잘 하면 이런 면에서 득보는 것도 있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인지도에요. 생각보다 영어를 잘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이창호 9단도 기회가 되면 한번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는데 한국리그등 기전일정이 있어서 잘 될지 모르겠어요. 저같은 경우도 영어 잘하는 프로 기사들이 많았으면 해요. 한국프로기사들이 많이 왔을 때 말이에요. 저도 여기 생활을 하고 활동을 해야하는데 말이 안되면 제가 많은 시간 통역을 해야하거든요. 통역은 힘들잖아요. "
- 독일에선 인종차별 그런 건 없나요, 프랑스에서 그런 정치적 움직임이 있고, 프랑스에서 그러면 전 유럽으로 퍼진다는데. "아직 그런 걸 느껴 본 적은 전혀 없어요. 주변에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고 다 잘해주셔서 그런지 모르겠어요. 베를린 지역엔 조금 있다고 들었어요."
- 한국바둑을 알리는 영문싸이트 Wbaduk.com 은 유럽 바둑팬들이 많이 알고 있을까요?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어요. 그런데 기존에 쓰던 KGS같은 곳이 있기 때문에, 제 생각으론 유단자들 중심으로 종종 wbaduk을 찾을 거 같아요. KGS는 오랫동안 유럽지역서 써왔기 때문에 인기가 있죠. 유단자와는 별도로 5급~10급 사이의 사용자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해요. 바둑을 좀 두는 사람들도 이세돌,이창호를 모르는 경우도 많아요. 제가 그러면 알려주죠. 지금은 한국바둑이 강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어요. "
- 유럽에서도 독일은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독일만의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여기 바둑협회의 역사가 100년이 넘어요. 축구 분데스리가 형식을 빌어서 바둑도 분데스리가가 있죠. 5부리그까지 있던가요? 정말 조직이 잘되어 있어요. 바둑을 두고 있는 세계 어느나라도 그런 건 없죠. 그러니까 독일이 전반적으로 사회 시스템이 아주 잘 되어 있다고 말해야 할 거 같아요. 대학 등록금도 거의 공짜였다가 최근에서야 받기 시작했지만, 학생입장에선 사회적으로 받는 특혜가 많거든요. 그래서 한국 유학생들도 이곳으로 많이 왔던 것 같아요."
- 헝가리에서 활동하는 이영신 8단도 최근에 입국해 있던데, 현지에서 인기가 좋다면서요? "봤어요. 연락한 것은 아닌데 한국기원에 갔다가 우연히 봤어요. 바둑두는 여자는 유럽 동호인들에게 인기가 최고죠. 유럽 바둑팬의 성비는 한국과 비슷해요. 남자분들이 많고 여성은 많지 않죠. 그러니까 자기 여자친구가 바둑을 둘 줄 알았으면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두기만 해도 좋아하는데, 잘두기까지하면 존경할 거에요."
- 여기는 혼자 오셨어요. 남편 분은? 지금 어디에? "서울 집에서 쉬고 있어요. 데리고 다니면 제가 통역을 해줘야 해요. 그래서 쉬라고 했어요. 어머니도 사위를 굉장히 좋아하세요. 한국어는 제가 틈틈이 가르쳐주고 있어요. 바둑을 많이 안둬준다고 불만이 조금 있어요."
- 집에 오니까 좋아요? "독일선 보통 두끼 먹을 때도 많은데 여기선 하루 세끼를 포식하네요. 어머니가 온갖 반찬, 온갖 김치를 종류별로 계속 먹으라고 주니까요. 그래도 좋아요. 독일서는 생선이나 그런 것들을 많이 못먹었거든요. 여기 간장게장 같은 거는 독일에선 못 먹으니까, 많이 먹어도 좋아요."
이런 저런 대화를 1시간 조금 안되는 점심시간동안 함께했다. 명보사거리 주변에 위치한 진고개에서였다. 불고기와 간장게장, 오이소박이 등을 함께 먹었다. 윤영선은 다음주에 독일로 떠난다. 윤영선 8단은 2011년 6월 11일부터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제3회 '기도(Kido)컵' 대회를 앞두고 여러가지를 준비하고 있다.
명보사거리에서 일행과 헤어지면서 폰카메라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독일서 봐요, 안녕"
윤영선 8단은 2007년 9월, 윤영선 5단은 4살 연하인 라스무스 부흐만씨와 결혼했다. 윤영선은 1992년 입단해, 제1,2,3,5기 여류국수전을 우승했으며 제1기 호작배 세계여자바둑선수권전(중국개최) 우승, 제2회 정관장배 준우승 등 한국여류바둑의 1인자로 이영신과 함께 90년대 여류바둑계를 주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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