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덕자재보살, "부처님이시여, 우리들에게 원각 성품 따르는 일을 말씀하시어, 보살들로 하여금 광명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받자오며, 따로 닦지 않아도 좋은 이익을 얻게 하여지이다. 비유해서 말하면, 큰 성중에 네 대문이 있으면, 사방에서 오는 이들은 제각기 다른 문으로 성에 들어오나이다. 모든 보살들이 부처님 세계를 장엄하게 꾸미고 보리를 이루는 데도 한 방편만이 아니리니 부처님이시여, 우리들을 위하여 널리 말씀하여 주소서."
"착한 남자야, 위없이 묘한 원각은 시방세계에 두루하여 있으면서 여래를 내는 것이어서, 모두 법으로 더불어 자체가 평등하며, 여러 가지 수행하는 데도 둘이 없지마는, 방편을 따르므로 그 수효가 한량이 없는 것이다. 귀속되는 것을 모두 거두어 원각의 성품을 따르면 세 가지 방편이 있다.
첫째는, 만일 보살이 깨끗한 원각을 깨닫고, 그 깨끗하게 깨달은 마음으로써, 고요한 것을 취하여 행을 삼아 모든 생각을 맑히면, 알음알이가 시끄럽게 요동함을 깨닫게 되면서 고요한 지혜가 생겨나고, 몸과 마음의 손 같고 티끌같은 번뇌가 그때부터 영원히 소멸되면서, 속으로 고요하고 경쾌한 경지가 생기며, 이 고요함으로 말미암아 시방세계 여러 부처님네의 마음이 그 가운데 나타나는 것이 거울 속에 그림자가 비치듯 하리니, 이 방편을 사마타라 한다.
둘째는, 만일 보살이 깨끗한 원각을 깨닫고, 그 깨끗하게 깨달은 마음으로써 마음의 성품과 듣고 보는 기관과 밖의 경계들이 모두 요술 같은 변화로 생긴 줄을 알고, 스스로 요술같은 방편을 일으켜 요술의 근본인 무명을 제해 버리며, 요술 같은 중생을 깨우쳐 지도하면, 요술 같은 방편을 일으킴으로써, 속으로 자비심의 경쾌한 경지가 생기고, 이로부터 행을 일으켜 점점 닦아 나아가게 되나니, 그것은 저 요술인 줄을 관찰하는 지혜는 요술과 같지 아니한 까닭이며, 또 나아가서는 요술과 같지 아니한 관찰하는 지혜까지도 모두 요술인 까닭으로, 요술 같은 모양을 영원히 여의게 되면, 이러한 묘한 행은 흙이 묘를 기르는 듯하니, 이 방편을 삼마발저라 한다.
셋째는, 만일 보살이 깨끗한 원각을 깨닫고, 그 깨끗하게 깨달은 마음으로써, 요술같이 변화하는 모양에나 고요한 모양에까지도 집착하지 아니하여, 몸과 마음은 모두 장애가 되지마는, 알음알이가 없는 각의 밝은 자리는 장애가 되지 않는 줄을 알아서, 장애되는 경계와 장애되지 않는 경계에서 길이 벗어나게 되면, 내가 있는 세계와 몸과 마음은 비록 티끌속에 있더라도, 마치 악기 속에서 음악 소리가 밖에 나오는 듯이, 번뇌와 열반이 서로 거리끼지 아니하면서, 속으로 적적하고 아무것도 없는 경쾌한 경지가 생기고, 이 묘한 각을 따르는 적적하고 아무것도 없는 경계는, 내가 남의 몸으로도 마음으로도 미칠 수 없는 것이며, 중생이니 목숨이니 하는 것도 모두 뜬 생각이 되리니, 이 방편을 댜아나라고 한다.
착한 남자야, 모든 보살과 말세 중생들이 항상 이 방편으로 수행하면, 오래지 아니하여 원각을 이루게 되리라."
정제업장보살은 이렇게 여쭈었다.
"자비하신 부처님이시여, 이 원각 마음의 본 성품이 깨끗하였다면 무슨 이유로 더러움이 생기어서, 중생들을 아득하게 하였나이까?"
"온갖 중생들이 끝없는 옛적부터 자기에게 갖추어져 있는 무명을, 자기의 주인인 줄로 잘못 알기 때문에, 나면서부터 지혜의 눈이 없어서 몸과 마음의 성품까지도 필경에 무명이 된 것이니, 마치 사람이 제 목숨을 끊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리하여 내 몸에 맞는 것에는 사랑하는 느낌을 가지고 맞지 않는 것에는 미워하는 생각을 내어,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무명을 기르는 까닭으로, 아무리 도를 구한다 하더라도 결과를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이는 도를 얻지 못하고도 얻었노라 하고, 증득하지 못하고도 증득하였노라 하며, 나보다 나은 이를 보고는 질투하는 마음을 내나니, 저 중생들은 나라는 애착을 끊지 못하였으므로, 청정한 각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다.
착한 남자야, 말세 중생들이 성도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번뇌를 항복 받고 용맹한 마음을 내어, 얻지 못한 것을 얻고, 끊지 못한 것은 끊어야 한다. 그리하여, 좋고 나쁜 경계를 대할 적에도 탐하는 마음ㆍ성내는 마음ㆍ어리석은 마음을 일으키지 아니하면, 나와 남의 은정과 애욕이 모두 없어지리니, 이런 사람은 점점 도를 얻게 되어 선지식을 구하고, 사특한 소견에 떨어지지 아니할 것이다."
보각보살, "부처님이시여, 말세 중생들은, 어떤 사람을 구하고, 어떤 법에 의지하며, 어떤 행을 닦아야 도에 들어갈 수 있나이까?"
"말세에 태어난 중생으로서 도를 닦으려거든, 살아 있는 날까지 선지식을 공경하여 섬겨야 한다. 선지식이 나를 친근하더라도 교만하지 말고, 나를 멀리하더라도 성내지 말아야 한다. 거슬리고 순한 경계를 당하더라도 마음이 허공같이 평등하며, 몸과 마음이 중생들과 같은 줄을 분명히 알고, 이렇게 행을 닦으면 원각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착한 남자야, 말세의 중생들이 도를 이루지 못하는 것은 끝없는 옛적부터 나와 남을 사랑하고 미워하는 온갖 번뇌 종자를 벗지 못한 까닭이다. 어떤 사람이 원수를 대할 적에, 나의 부모와 같이 생각하여 마음에 차별이 없어면, 곧 모든 병을 덜어 버리게 되듯이, 모든 법에 대하여 나와 남을 사랑하고 미워하는 것도 그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