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 (Robert Frost, 1874. 3. 26-1963. 1. 29)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한참을 서서
낮은 수풀로 꺾여 내려가는 한쪽 길을
멀리 끝까지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 생각했지요
풀이 무성하고 발길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그 길도 걷다 보면 지나간 자취가
두 길을 거의 같도록 하겠지만요
그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놓여 있었고
낙엽 위로는 아무런 발자국도 없었습니다
아, 나는 한쪽 길은 훗날을 위해 남겨 놓았습니다!
길이란 이어져 있어 계속 가야만 한다는 걸 알기에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거라 여기면서요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The Road not Taken(가지 않은 길) / by Robett Frost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노랗게 물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난 나그네 몸으로 두 길을 다 가 볼 수가 없어
And be one traveler, long I stood
아쉬운 마음으로 그 곳에 서서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한쪽 길이 덤불 속으로 감돌아간 끝까지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uth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았습니다.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그리고는 다른 쪽 길을 택했습니다.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먼저 길에 못지 않게 아름답고
Because it was grassy and wanted wear
어쩌면 더 나은 듯도 싶었습니다.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사람들이 밟은 흔적은 비슷했지만 풀이 더
Had worn them really about the same,
무성하고 사람의 발길을 기다리는 듯해서 였습니다.
And both that morning equally lay
그날 아침 두 길은 모두 아직
In leaves no stephad trodden black.
발자국에 더럽혀 지지 않은 낙엽에 덮혀 있었습니다,
Oh, I kept the first for another day!
먼저 길은 다른 날로 미루리라 생각했습니다.
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길은 길로 이어지는 것이기에
I doube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다시 돌아오기 어려우리라 알고 있었지만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먼먼 훗날 어디에선가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나는 한숨 쉬며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Two roads diveged in a wood, and I '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어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나는 사람이 덜 다닌 길을 택했습니다..그리고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그것이 내 인생을 이처럼 바꿔 놓은 것입니다."라고
[시어, 시구 풀이]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 삶의 과정은 흔히 '길'에 비유된다. 그
리고 길을 걸을 때 선택이 필요하듯, 인생에도 가끔 선택의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 인간은 하나만 선택해
야 하기 때문에 아픔을 경험하게 된다. 인간이 지닌 원초적인 호기심과 망설임이
이 구절에 담겨 있다. 이 길이 인생의 길이라면 과감한 결정과 선택을 해야 한다.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 선택하지 않은 다른 길에 대한
아쉬움과 호기심이 담겨 있다.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라는 점에서 이 시를 읽는 독
자들에게 충분한 공감을 준다.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 타인의 길 즉, 평탄하고 평이한 길을 따라 선택
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는 시인의 자부심과도 통한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 하나의
선택은 다른 하나의 포기를 의미한다. 흔히 우리는 선택의 순간에 뒷날 다시 선택
하지 않을 일을 하게 되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자신의 선택이 어
떤 인생을 결과지을 것인지 알 수 없음을 뜻한다.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 누구나 자신이 선택한 길을 되돌아보면 자기가
걸어온 길을 후회하며 이야기할 것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것은 인간이 지닌 불
완전함에 대한 자각이다.
[핵심 정리]
지은이 :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1894-1963) 20세기 전반 미국을 대표하는
시인. 뉴 잉글랜드의 일상 풍물을 전통적인 수법으로 담담하게 표현하면서 신비적
시정을 보였다. 퓰리처상을 4차례나 수상한 바 있으며, 시집 <프로스트 시집> 외에
2편에 시극 "이성(理性)의 가면극", "은총의 가면극" 등이 있다.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율격 : 내재율
성격 : 관조적. 상징적
어조 : 독백조의 담담한 어조
심상 : 서술적. 시각적
구성 :
1연 한 길을 선택해야 하는 안타까움
2연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은 길을 선택함
3연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
4연 선택한 길로 인해 운명이 결정되었음
제재 : 길
주제 : 택하지 못한 인생길에 대한 아쉬움
출전 : <프로스트 시집>
▶ 작품 해설
이 시는 화자가 오랜 기간 몸을 담았던 뉴잉글랜드 지방에서 농촌 생활이 작품의
배경을 이루고 있다.
'가지 않은 길' 역시, 우리가 일상 체험에서 늘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숲에 난 '길'을
통해 삶의 '길'에 깃든 근원적인 상황 조건과 심리 상태를 잘 드러내고 있다.
1연에서는 인생의 두 가지 길 중에서 어느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안타까움이 표
현되어 있고, 2연에서는 그러한 선택의 근거가 되었던 이유를 말하고 있으며, 3연에
서는 시적 화자가 가지 않은 또 하나의 다른 길로 인해 자신의 삶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을 보여 주고 있다. 4연에서는 스스로 선택한 길로 인해 자신의 삶의 운명이
결정되었음을 말함으로써, 일단 선택한 자신의 삶의 행로는 스스로 책임지고 적극
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삶의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시인은 자신의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결국 인간은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자신의 인생을 후회할지도 모른다고 말함으로써, 인간의 의지가 마치지 않는 운명
에 대해서도 철학적이고 관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편, 이 작품은 숲의 배경을 소박한 표현으로 제시한 서두로부터 마지막 부분의
날카롭고 비관적인 인생의 고백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어조로 반성적 사색의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구조적으로 '풍경'이라는 사실의 측면과 '인생 항로'라는 암시의
측면을 평행선적인 구도로 유지함으로써 일종의 시적 격조(格調)를 만들어 내고 있
다.
'길'이 인생의 주제를 함축한다고 느끼는 순간 우리는 현대인의 일상적 삶을 제약
하는 여러 문제들과 그에 대처하면서 겪는 시련과 좌절, 고뇌와 꿈 그리고 희망의
엇갈림을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시인은 단순히 '이것이냐 저것이냐'로 현
대인의 고뇌를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이 길밖
에 갈 수 없음을 깨닫는 삶의 본질적 성찰을 보이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