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끓는 부모 자식의 인연----박진여

애끓는  부모 자식의 인연   옛말에 부모가 죽으면 땅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얘기가 있다.  그만큼 부모에게 있어 사랑하는 자식의 죽음은 그 어떤 죽음보다도 애가 타는 듯 비통하고 애절하다는 뜻이다.  이는 동서고금의 모든 부모가 느끼는 만고불변의 정석라 일컬어도 전혀 과장됨이 없을 것이다.  일찍이 시인 정지용도 (유리창] 이라는 시에서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애통함을 노래한 바 있다. ' '유리에 차고/ 슬픈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중략)..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그뿐 아니다. 김광균도 [은수저)라는 시에서  '산이 저문다/ 노을이 잠긴다/ 저녁 밥상에 애기가 없다/ 애기 앉던 방석에 한 쌍의 은수저/ 은수저 끝에 눈물이 고인다....' 와 같이 자식 잃은 슬픔을 전한 적이 있고,  김동리 역시 아들 진을 앞세우고 10년 넘게 아파하다  '진이 한 조각 구름되어 날아간 날/ 하늘엔 벙어리 같은 해만 걸려 있더라/ 먹고살면 흘러가는 나날/ 십 년도 도무지 하루같이 쉬운 것을....어이한 새 한 마리냐 너는, 지금도 /천길 하늘 위에서 우느냐' 라는 시를 지어 그 애듯한 마음을 달랜 적이 있다.  또한 자식 잃은 마음은 아무리 링컨 대통령이라 해도 어쩔 수 없었다.  한 번은 백악관 마구간에 불이 났는데 이를 본 링컨 대통령이 갑자기 앞도 뒤도 재지 않고 불 속으로 뛰어 들어가고 이에 기겁한 경호원들이 다시 서둘러 대통령을 구출해낸 일이 있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대통령은 울고 있었다.  링컨 대통령은 그보다 몇 주 전쯤에 병으로 죽은 셋째 아들 윌리가 아끼던 조랑말을 구해내려 했던 것이다.  또한 링컨의 아내 메리는 아들이 숨진 '이스트 룸' 과 주검을 안치했던 '그린 룸' 에 다시는 들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자식의 죽음이란 부모에게 더할 수 없는 삶의 고통이다  그래서 어떤 부모는 자식이 평소에 사용하던 물건들을 평생 간직하면서 살아가기도 하고  죽었던 자신의 아이가 곧 살아 올 것만 환영에  아이의 방에 불을 켜놓고 평소 아이가 잠드는 시간이 되면아이의 영혼과 밤 인사를 하면서 마음속으로 내일 아침에는 만날 수 있을 거야' 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지금도 북인도와 중앙아프리카의 부족들은  아이가 죽으면 그 집 문지방 아래에 묻는데 아이의 영혼이 돌아와 자기 집에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한다.  이는 아리조나 호피족이 아이의 무덤에서 집까지 길을 낸 것과 같은 이유이다.  또한 캐니다의 휴런족은 죽은 아이를 길가에 묻는 풍습이 있는데아이가 지나가는 여자를 통해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연구소를 찾은 30대 초반의 한금녀(가명) 씨 역시 지난 여름 자식으로 인해 너무도 기막히고 가슴 아픈 일을 당했다.  금녀 씨의 초등학교 고학년생 아들은 종합병원에서 머릿속에 난 대수롭지 않은 양성종양 제거 수술을 받다가  의료진의 실수로 치명적인 뇌 손상을 입고 혼수상태에 빠져, 생사가 불투명하게 된 채 속수무책으로 시간만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의료진이나 금녀씨부부나 대책 없이 발만 동동 구르던 날을 보내던 중,  금녀 씨는 더 이상 막연히 아이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릴 수 없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우리 연구소를 찾아왔고 아이의 현재 상태에 대한 리딩을 받기로 했다. 질문: 아이의 상태에 대해 말해주십시오  리딩: (호흡이 깊어지면서) 이 아이는 깨어날 수 없습니다. 그의 영혼이 가까운 시간에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질문: 그 말의 의미는?  리딩: 새가 비상하기 위해 날갯짓을 하듯 그 아이의 머리맡에는 많은 빛들이 모여 있습니다.  질문: 그 빛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리딩: 그 아이의 육체를 경영했던 생명에너지입니다. 이제 그 에너지가 육체를 떠나면 그 빛은 영혼이 떠나는 통로가 됩니다. 그리고 이웃하는 또 다른 빛들은 그 영혼을 안내하기 위해 왔다고 합니다.  질문: 아이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까?  리딩: 다시 돌아온다고 합니다. 그러니 자신을 위해 기도하지 말라고 합니다  질문: 그 이유는?   리딩: (슬픈 목소리로) 떠나는데 방해가 된다고 합니다.  질문: 언제 떠납니까?  리딩:' 5'라는 숫자가 보입니다.  질문: 언제 돌아오는지 그 시기를 알 수 없습니까?  리딩: 그리 멀지않은 시간이라고 합니다.  질문: 어떻게 알 수있습니까?  리딩 :머리에 흔적이 있습니다.  질문: 슬픔에 잠겨있는 부모를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까?  리딩: 부모님에게 진 빚이 있습니다. 그 빚을 갚고 다시 돌아옵니다.  질문: 그 빚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습니까?  이때 리딩을 하고 있는 진여 씨의 상태는 한층 더호흡이 깊어지면서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초월적인 우주의식 상태에 진입하기 시작한다.  언젠가 그녀가 말하기를 이 상태에 이르면  자신의 몸은 사라지고 오직 또렷한 의식만 남아 질문에 대한 영적 사실들을 관찰하거나 인식한다고 한다.  어쨌든 계속된 리딩에서 밝혀낸 사실들은 아래와 같다.  금녀 씨 부부와 아이는 전생에서도 부모와 자식의 인연이었다 당시는 일제시대로 아이는 일본순사였고 금녀 씨 부부는 순사의 늙은 부모였다.  그때 우리나라는 독립운동이 한창이던 때라 전국 곳곳에서 독립만세 운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순사였던 이 아이가6ㆍ 10만세 운동 때 시위하다 붙잡혀온 어린 여학생을 심문하고 전기고문하게 되었는데  고문 도중에 어린 여학생이 머리에 심한 상처를 입고 뇌를 다쳐 그만 죽고 말았다. 바로 여기에서 아이가 현생에서 치러야 할 카르마가 비롯되었다 이 때의 카르마가 현생의 아이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생에서 아이는 처참하게 고문당하고 죽어야했던 어린 여학생의 경험을 그대로 겪게 된 것이다.  또한 여학생이 어린 나이에 비참하게 죽자  그 부모가 느꼈을 크나큰 상심과 아픔, 피 맺힌 가슴의 한을아이의 부모인 금녀 씨 부부가 똑같이 겪게 된 것이다.  그런데 리딩 마지막 부분에 매우 흥미로운 몇 마디의 메시지가 있었다.  내용인즉 일본순사의 늙은 부모가 아들의 심한 고문 때문에 어린 여학생이 목숨을 잃자  속죄하는 뜻에서 전 재산을 팔아 여학생의 집에 전해준 일이 있었다.  이는 현생의 금녀 씨 부부가 병원에서 받게 될 적지 않은 보상금과 연결지어 생각 해볼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사례에서 우리는 자신이 타인에게 준 모든 것은 언젠가 자신이 전부 되돌려 받게 된다는 카르마의 법칙을 잘 알 수 있었다.  현재의 모든 것은 그것이 선한 일이든 악한 일이든 간에 과거 어느 때 우리 자신이 지은 업에서 비롯된 결과인 것이다 따라서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그 누구도 아닌 자신 스스로가 짐져야한다  그것이 인과응보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생의 삶은 우리의 과거생을 환히 드러내준다고 하겠다.  현실의 우리 삶에서 나타나는 모든 불행 속의 고통이나 행복 속의 은혜는 바로 과거생에 행한 대가나 보상으로 이뤄지는 것들인 것이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금녀 씨가 리딩을 받은 날로부터 정확하게 5일이 지난 후 아이가 세상을 떠나간 것이다.  후에 금녀 씨 집안사람들이 전하는 소식에 의하면  금녀 씨 부부는 자식을 잃은 엄청난 슬픔과 결정적인 실수로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했던 의료진에 대한 원망의 감정을 보다 잘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리딩을 통해 들은 '곧 다시 돌아오겠다' 는 아이의 말이 금녀 씨 부부에게 많은 위로가 된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런데 진여 씨에 의하면 태어날 아이는 부모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특권이 있는데  이는 전생으로부터 깊은 유대가 있어 서로 끌어당기는힘이 작용하게 됨에 따라 부모와 자식이라는 인연을 맺게 된다고 한다.  또한 여러 가지 카르마의 원인 때문에 부모와 자식의 인연이 이루어질 수 있는데  앞의 경우와 같이 그 부모가 간절하게 원하고  다시 태어날 아이의 영혼과 그 부모와  영적인 교감이 이루어질 때, 다시 부모 자식의 인연으로 세상에 오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윤회론에 의하면 어릴 때 죽은 영혼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빨리 환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는다고 한다.  '카르마는 유전자를 선택한다' 라는 말이 있다.  떠나갔던 그 아이의 영혼이 다시 금녀 씨 부부의 자식으로 태어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박진여 씨의 리딩은  자식을 잃은 그 부부에게 어떤 말보다 큰 위로와 희망을 전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