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관저 식사정치’ 열흘새 7번… 政-軍-종교계와 광폭 소통 행보
윤핵관-김기현 등과 비공개 만찬… 한동훈-이상민-軍수뇌 등 만나
당내 “당권 교통정리처럼 보일수도… 비공개 식사 다 알려지면 역효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동아일보DB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열흘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여당 인사들을 포함해 내각, 군 수뇌부, 종교인 등과 최소 일곱 차례 만찬을 가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 특유의 관저 식사 정치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특히 차기 여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내년 3월 초로 가닥이 잡혀 가는 상황에서 관저 초청 및 식사 방식 등을 두고도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 경쟁이 펼쳐지는 양상이다.
5일 여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입주한 관저에서 첫 손님으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지난달 17일)와 오찬을 가진 이후 잇달아 각계 인사들을 불러 만찬을 가졌다. 정치권에서는 지난달 25일 공개로 진행된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이 있었다. 비공개로는 이른바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권성동 장제원 윤한홍 이철규 의원 부부(지난달 22일), 김기현 의원(지난달 30일)이 만찬 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내각과 군 인사들도 관저를 찾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은 이달 초에,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 등은 2일에 초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 장종현 백석대 총장과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 스님 등 종교계 인사들도 관저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행보를 두고 대선 후보 시절부터 “혼밥(혼자 밥 먹기)은 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던 윤 대통령이 전방위 소통 강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엔 외부 식당에서, 취임 후엔 ‘안가(안전가옥)’로 알려진 별도 공간에서 여당 의원 등 각계 인사들과 두루 만나 식사를 해왔다고 한다.
이런 관저 회동은 윤 대통령이 특정 인사나 그룹을 초청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해 성사되는 경우도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지난달 30일 윤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날 때 먼저 전화를 걸어 만남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관저 만찬에 참석했던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통령이 사는 집에서 집밥을 먹는 느낌이라 마음을 더 터놓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관저 만찬에 초청한 정치권 인사가 여당 지도부와 최측근, 차기 당권주자라는 점에서 “차기 당권을 둘러싼 윤심의 향방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인사들을 초청하는 걸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관저 식사 정치가 차기 당권주자에 대한 면접 또는 교통정리 차원이라는 시각도 있다”고 했다.
다만 일부 참석자들이 비공개를 전제로 진행된 관저 회동을 외부에 알리면서 계파 구분이 더 심해지는 역효과가 난다는 우려도 있다. 한 여권 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집권 당시 비공개로 식사 자리를 가졌지만 지금처럼 언론에 죄다 알려진 경우는 없었다”며 “특히 정치인들의 만찬이 공개되는 것은 (일부 참석자들의) 자기 홍보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조동주 기자, 장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