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라는 다큐멘터리가 영화관에 걸렸을 때, 보건의료단체연합, 참여연대 등 무려 100개가 넘는 시민단체, 노동조합, 보건의료 단체 등에서는 ‘식코 보기 운동’까지 벌였다. ‘식코’는 미국의 현재 의료체제 안에서의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의료보험에 가입조차 못한 사람들은 물론, 보험가입자들마저 제대로 된 의료보장을 받을 수 없는 실제 현실을 말이다. 미국의 의료체계는 곪을 대로 곪아 있다. 보험회사의 거부로 기본적 진료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식코 보기 운동’을 전개한 단체들은 예상한다. 우리나라도 이명박 정부가 제시하는 민영보험 활성화, 영리병원 허용,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처럼 의료제도 개편이 현실화 된다면, ‘식코’가 보여주는 미국의 현실은 조만간 우리의 실제상황이 될 거라고.
의료보험이 미국식으로 민영화되면 지금도 부실한 건강보험의 근간이 허물어질지도 모른다.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의료산업에 뛰어들고, 돈 많은 사람만을 위한 특화된 병원부터 시작된 의료보험 민영화는 결국 국민건강보험체계를 단숨에 무력화시킬 것이며, 다수들의 시민은 의료사각지대에 놓이게 될 것이다.
어느 나라나 시장 원리에 따라 가장 먼저 피해를 보게 되는 사람들은 이른바 사회적 약자이다. 시장원리의 도입에 따라 생산적 복지라는 개념을 정부에서 말하기 시작했는데, 생산적 복지가 전통적 복지와 차별화하고 있는 부분은 ‘웰-페어’가 아니라 ‘워크-페어’라고 말한다.
한 마디로 일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됐을 때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장애인들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다. 복지나 의료부분에서의 시장원리 도입은 필요에 따라서 사람들에게 복지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기여한 만큼 혜택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대개 노인, 장애인, 이주노동자 들 같이 이른바 ‘표 안 되는 사람들’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예산 절감이 이뤄진다. 이러한 것이 시장원리에 따라 의료급여의 축소를 가져오기도 하고,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은 ‘수급자들이 파스를 몇 천 장씩 쓴다.’는 등 낙인찍기를 통해 의료 재정의 합리화를 이야기하는 논거로 쓰이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복지제도가 어느 정도 완성이 된 상태에서 시장원리, 경쟁원리를 말한다면 어느 정도 논쟁거리라도 될 텐데, 복지제도가 만들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복지병을 운운한다는 것은 앞뒤가 바뀐 논리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인천 송도와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은 우려를 넘어 시민을 위한 시민권(노동, 의료, 교육)의 하나인 의료권을 처참하게 짓밟을 것이기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의료선진화를 내세우지만 민간 자본에 의한 영리병원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가면인 것이다. 결국 의료시장 민영화를 뒷받침하는 시장원리는 자본 소유자들의 이권만 살찌우게 될 것이며 다큐멘터리 식코는 이러한 점을 여실히 보여 주었기에 우리나라는 미국의 야만적인 의료 정책의 전철을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하며 송영길 시장은 절대로 영리 병원을 허가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