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2년 스페인 정복자들은 지금의 페루 지역에 본거지를 두고 있던 잉카제국을 완전히 멸망시키고 식민지로 만들었다. 선봉장은 사생아로 태어나 돼지를 키우면서 자란 피자로(Francisco Pizzaro)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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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정복자 오렐리아나는 신화 속 아마존 종족으로 보이는 용감한 여전사들의 공격을 받아 패퇴했다고 말했다. | 그들은 어딘가에 황금의 땅 엘도라도(El Dorado)가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더 많은 황금을 얻기 위해 정복자들은 각지로 퍼져나가 인디오들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불을 지르며 약탈을 서슴지 않았다.
오렐리아나(Franciso de Orellana)는 잉카 제국을 멸망시킨 피자로 지휘 하에 있던 장교로 계급은 중위였고 그의 조카였다.
피자로는 자기에게 절대적인 충성심을 보인 애꾸눈 오렐리아나에게 “강을 따라 더 깊숙이 안쪽으로 들어가면 엄청난 황금이 있다”며 그 지역을 정복하라고 명했다. 엘도라도라고 생각해서 내린 명령이었다.
오렐리아나는 군대를 이끌고 강을 따라 카누를 저어갔다. 무려 두 달간이나 탐험했다. 많은 병사들이 병들어 죽거나 굶어 죽었다. 이들은 아마존 상류의 한 지류인 마라뇽강에 이르렀을 때 원주민의 습격을 받았다.
많은 병사가 활에 맞아 희생됐다. 겨우 목숨을 건져 돌아온 오렐리아나는 스페인 군대를 습격한 원주민들이 모두 여자들이었으며 대단히 용감했다고 보고했다. 또한 탐험대의 일원인 카르바할(Gaspar de Carvajal) 신부도 “오렐리아나가 아마존과 같은 여인무사들의 공격을 받았다”고 기록했다.
애꾸눈 오렐리아나가 잘못 봐
이 신기하고 전설적인 이야기는 당시 합스부르크가의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5세의 귀에도 들어갔다. 그리스 신화 속 아마존 여전사 이야기에 고무된 국왕은 그 강을 아마존으로 부르라고 명했다. 그 후 정복자들은 아마존으로 계속 불렀고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그리스 속 신화가 브라질까지 수출된 셈이다.
그러나 역사가들은 브라질의 아마존 여전사에 대해서는 고개를 설레 흔든다. 너무나 지치고 당황했던 오렐리아나가 잘못 보았거나 아니면 패배한 이유를 둘러대기 위해 만든 핑계였다고 지적한다.
이 지역의 인디오 야구아족은 전통적으로 남녀 가릴 것 없이 풀잎으로 치장한 가발 같은 것을 머리에 쓰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풀잎가발 때문에 여자로 착각했을 거라는 주장이다. 사실 그들은 그야말로 야생(野生)에서 살아가는 종족이다. 외침을 받는다면 여자 남자가 어디 따로 있겠는가?
용맹 무쌍한 여전사에 대한 신화는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에도 등장한다. 그러나 역사의 아버지 헤로도토스(BC484~BC425)는 아마존 종족을 신화의 차원을 넘어 아주 상세히 기술했다. 여기에는 오늘날 페미니즘의 상징이 된 원더우먼(wonder woman)인 아마존 종족을 설명하는 가운데 아주 살벌한 대목이 나온다.
“남자를 죽인 후에야 결혼할 자격 얻어”
“No girl shall wed till she has killed a man in a battle. 여자는 전쟁에서 한 명의 남자라도 죽이기 전까지는 절대로 결혼해서는 안 되었다.”
다시 이어지는 대목이 있다. “They have no right breasts…for while are yet babies their mothers make red-hot bronze instrument constructed for this very purpose and apply it to the right breast and cauterize, so that its growth is arrested, and all its strength and bulk are diverted to the right shoulder and right arm.
그들(아마존 여전사)은 오른쪽 가슴이 없었다. 여자가 어릴 때 어머니가 (가슴을 없앨)그러한 목적으로 구리로 된 기구를 빨갛게 달군 다음 오른쪽 가슴에 갖다 대고서는 가슴을 지져 태워버린다. 그렇게 되면 가슴의 성장은 멈추게 되고, (가슴에 갈) 힘이나 크기도 오른쪽 어깨와 팔에 모이게 된다”
덧붙여 설명하자면 갓난 애기였을 때 어머니가 딸의 가슴을 불로 지져 없애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면 가슴에 갈 영양분이 힘을 정말로 필요로 하는 어깨와 팔에 모이게 돼 그야말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존 종족은 오른쪽 가슴을 어릴 때 없애”
이는 또 아마존 여전사들이 창을 던지고, 활을 쏠 때 거추장스러울 수 있는 오른쪽 가슴을 어릴 때부터 밋밋하게 만들어야만 전투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정말 간담이 서늘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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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자들은 DNA가 같은 아마존 여전사의 후예를 몽골에서 찾았다. 노랑머리 소녀는 말타기가 일품이었다. | 선천적으로 육체적인 힘이 남자보다 딸리는 여자가 남자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아 그들을 지배하려면 상식을 넘어 혹독하고도 잔인한 시련을 겪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들은 남자를 종족유지 수단으로만 이용했다. 배란기가 돼 남자를 끌어 들여 밤을 지새운 뒤에는 거세(去勢)를 해서 노예로 부렸다. 숫자가 많아지면 반란이 두려워 죽여 없앴다. 또 자식도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몇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살해했다고 한다.
지난 2007년 과학자들은 헤로도토스가 흑해로 이주했다는 아마존 여전사들을 찾아냈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근처에서 고대 그리스 아마존 종족의 것으로 보이는 유골과 소장품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들은 뼈에서 DNA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DNA를 가지고 몽고에서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을 찾는 과정에서 놀랍게도 노랑머리 여인을 발견했다. 아마존 여전사들이 몽고까지 흘러 들어간 것이다.
그들은 결국 남자들을 대적하지 못하고 이란 문화권의 스키티아인들과 결혼하게 됐고, 다시 북동쪽 러시아 고원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3세기경 고트 족의 침입을 받고, 다시 몽고족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훈족에게 정복당하고 말았다는 것이 학계의 주장이다.
물론 그리스 신화 속의 아마존 종족은 아닐는지 모른다. 그러나 흑해 근처에서 모계중심사회를 이루었던 아마존 종족이 존재했다는 주장이다. 여성중심 사회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유적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여자 제사장이었다.
그들은 또한 그리스 신들을 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신화 속의 중심 인물인 아르테미스와 아테네 여신도 남자를 능가하는 여전사다.
무성생식의 아마존 개미는 아마존 여전사의 환생?
최근 참으로 이상한 개미가 브라질 아마존에서 발견됐다. 무성생식을 하는 개미인데 외신은 아마존 개미라고 불렀다. 무성생식이란 남자, 그러니까 수컷 없이 새끼를 낳는 것이다. 곤충이 무성생식 한다는 것은 아주 희귀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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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컷 없이 무성생식하는 신기한 개미가 아마존 밀림에서 발견돼 과학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 ‘Mycocepurus smithii’라는 학명의 이 농사 짓는 개미는 무리 전체가 처녀생식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모두가 암컷이다. 마치 남자 없이 종족을 유지했던 아마존 여전사의 환생이라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안데스 산중에서 발원하여 대서양으로 흐르는 아마존 강은 하구의 폭이 약 240km나 된다. 강이 아니라 바다다. 미국 미시시피 강의 10배에 해당하는 시간당 6억 5천 입방미터의 물을 바다로 흘러 보낸다. 지구촌에 마지막 남아 있는 원시 밀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엘도라도의 전설을 지금도 감추고 있는지 모른다.
지구온난화가 지구촌의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면서 아마존 밀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 세계에 30% 이상의 맑은 산소를 공급하는 지구촌의 허파 아마존이 점점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를 적으로 대하는 그러한 아마존이 아니라 자연을 수호하는 용감무쌍한 아마존이 필요한 때다. 그래야 인류가 계속 살아나갈 수 있다. 아마존은 정말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