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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며칠 전 소설을 썼어요.
지금 문준환 선생님이란 분과 문학수업을 하고 있는데, 평소 있었던 일을 소설로 한번 써봐라 했더니 쓴 글입니다.
마리학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벽에 몰래 컴 하려고 게르를 찢었는데, 결국 하지도 못하고 들켜 혼줄이 났었던 일이 있었죠.
글감을 뭘로 할까 하기에 "야, 그 때 일을 한 번 써 봐!"했더니 알았다며 바로 쓰더군요.
등장인물은 현재의 친구, 후배, 선생님으로 상정해 놓았답니다.
한번 읽어보세요...(제목은 안 정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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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확실한 여름이다. 한 치 자비 없는 햇살이 몸을 강하게 내리 쬔다.
피도 증발 될 수 있을까란 생각과 함께 상쾌한 바람이 몸을 감싸준다.
옆에는 동헌이가 터벅터벅 걷고 있다. 뜨거움에 불쾌지수가 높아져 시비를 걸고 싶어졌다.
“강화는 아무리 더워도 항상 바람이 있네. 네 마음속도 이랬으면 좋겠다.”
“뭔 개소리야.”
역시 동헌이 다운 반응이군. 약간 비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쓸데없이 입을 여는 네 특기가 열기라 치면 그 열기를 식혀주는 바람이 없잖아.”
“…….”
표정을 보니 이해를 못한 것 같다. 내가 너무 3차원적으로 생각을 하는 것일까.
아니. 저 놈 이해력이 딸려서 그런 걸 거야. 말이 또 없어지자 축 늘어진 상태로 터벅터벅 학교로 향했다.
“겨우 도착했네. 휴…….”
어디선가 보았던 탈진한 개 마냥 혓바닥을 내밀며 학교에 도착했다.
남이 보기에 좀 구질구질 해 보이겠지만 일단 지금 더운 게 문제다.
수분을 보충하고자 정수기로 가려는데 젊어 보이려고 조잡한 왁스 질과 후드티를 입은 문준환 선생이 인사를 건다.
“어 륭, 동헌이 왔네.”
“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우리 둘 다 대답하기 귀찮은 상태다. 형식적으로 말만 받아주고 물을 마신다.
“아 진짜 더럽게 덥네. 오늘 며칠이야?”
바구니 통에 컵을 던지며 말했다.
“6월 24일인가. 25일인가. 아 몰라. 썅 귀찮아”
동헌이 특유의 말버릇이다. 할 말이 없거나 생각하기 귀찮으면 끝에 욕을 붙이며 말을 맺는다.
“뭔 기대를 하겠니. 더운데 노란 집 가서 창문 다 열어놓고 잠이나 자련다.”
노란 집은 나름 시원하다. 그런데 방 구조가 좀 웃기다. 거실과 부엌 남자 방이 합쳐져 있고 여자 방은
따로 옆에 고이 모셔져 있다. 그렇기에 가끔씩 옷 갈아입는데 여자가 나오는 웃긴 상황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리고 거실과 부엌 남자 방이 합쳐져 있는데 남자 방이란 요소가 껴있기에 매우 더럽다.
보니까 경언, 대민, 아람 등이 모여서 이래저래 잡담을 하고 있다.
“여~ 얼음 왔냐.”
거지같은 경언 놈이다. 머리가 볼썽사납다. 여름인데 좀 깎지.
“어 륭지 왔음? 맛있는 거 사왔냐? 동헌이도 왔네.”
활발한 아람이다. 긍정적으로 표현하면 활발함이지. 너무 나서는 경향이 있다.
“어 안녕들. 홍기 너 새끼는 형 왔는데 인사도 안하냐.”
고개를 모로 꼬면서 한 번 쳐다본다.
“안녕.”
마지못해 하는 투가 역력하다. 이 자식은……. 인사 안했다고 때리기도 뭐하고 약간 비참한 기분을 느끼며 자리에 앉았다.
“뭔 얘기 하냐.”
“어 게임 얘기.”
예상대로 아람이가 바로 대답해준다. 대답속도를 남과 경쟁 하는 것 같다.
“그니까 뭔 게임”
짜증을 내면서 다시 한 번 물어봤다.
“슈퍼마리오 거지야.”
“뚠 뚠뚠 뚠뚜뚜둔 뚜뚜뚜뚜 뚠 뚜뚜뚠”
동헌 놈이 옆에서 좋다고 노래를 부른다. 묘한 중독성이 있는 노랜데 저 놈이 부르니 괜히 짜증이 난다.
“아 시끄러워. 좀 닥쳐.”
“맞아. 형. 좀 조용히 해.”
경언이와 대민이가 번갈아가며 질타를 보낸다. 에휴 불쌍한 자식. 저 놈의 입 관리 좀 잘하지.
내가 주제전환을 했다.
“야 오늘 끌리는데. 쌔컴 할래? 그 뭐시냐……. 겨울에는 이불 싸들고 했잖아. 근데 이제 완전 땡볕 여름이라
그럴 필요도 없고 오래 만에 끌리지 않냐? 스릴감도 있고 말이야.”
애들 표정은 하면 하지만 별로 끌린다는 표정은 아니다. 역시 제일 먼저 대답경쟁의 선두주자 아람이가 입을 열었다.
아 쌔컴은 새벽에 몰래 컴퓨터 하는 것이다. 몇 번 한 적이 있다.
“근데. 겨울에 해서 문 앞쪽에는 자물쇠 걸어놨잖아. 안쪽에 있는 문은 딸 수라도 있지. 바깥쪽에 자물쇠는
어떡하게? 그건 딸 수도 없잖아?”
“맞아.”
“그리고 이번에 걸리면 낮에 아예 못하게 된다고. 낮에 맘 편히 하고 싶은데…….
그리고 그 자물쇠 내가 봤는데 진짜 절대 못 따. 절단기라도 있으면 모를까.”
동헌놈은 아예 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것 같다. 그럼 조용히 빠질 것이지.
“그럼 넌 빠져.”
“알았다 뭐. 쳇. 개-자식. 근데 걸리면 어떡하게.”
버리는 패의 말은 무시했다.
“지금 가서 뚫을 수 있는가 한 번 보고 오자. 할 수 있을 것 같으면 밤에 또 오면 되지.
하고 싶은 사람은 따라오고 하기 싫은 놈들은 그냥 있어.”
제일 먼저 노란 집 문을 박차고 나왔다. 내 생각에는 동헌이, 홍기는 안 올 것 같다.
과연… 뒤를 돌아보니 아람, 경언이만 왔다. 역시 나는 마리 인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사실 이런 일에는 후배가 하나 씩 껴있으면 뭔가 유용하다.
“야 홍기 너도 와라.”
일부러 딴 곳을 바라보며 대답한다.
“좋지 않아.”
내가 말하기 무섭게 바로 끊는다. ‘좋지 않아’라고 말한 이유는 예전에 ‘싫어’라는 말과 함께
내 제안을 말 끊어지기 무섭게 거절한 적이 있는데 그 때 내안에 자연스레 폭력욕구가 스며들어
저 놈을 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건 대민이를 위한 배려 측에 속한다.
“아 제발요 대민이 형.”
비굴하게 말을 낮췄다. 하지만 표정은 하나도 안 바뀌었다.
“알았어. 그 대신 갈구지 마.”
한 숨을 쉬면서 승낙한다. 내가 어떻게든 데리고 가려 하는 걸 아는 것 같다.
이런 점에서 대민이는 똑똑하다.
“응. 당연하지.”
PC방은 노란집 바로 위쪽에 작은 게르 안에 있다. 문은 이중으로 되어 있다.
안쪽은 30분 정도 공을 들이면 딸 수 있는 문으로 되어 있지만 바깥쪽은 절대 딸 수 없는 생긴 것도
튼튼하게 생긴 자물쇠로 되어 있다. 저번에 하다가 걸려서 이렇게 각박해졌다.
“아오. 이게 벌써 몇 분 째야. 이거 진짜 못 따겠냐? 아 이 것만 아니면 이 고생도 안하는데.
진짜 열 받는다. 구경만 하지 말고 너도 좀 해봐 임마.”
홧김에 자물쇠를 팽개쳤다.
“좋지 않아.”
으. 저 말을 들으니 짜증이 더 솟구친다. 아. 뭐 방안이 없을까.
“얘들아 일로 와봐. 얼른”
게르 뒤쪽에서 아람이 소리가 들린다. 뭔가를 찾았나 보다.
“뭔데 그래.”
“야. 이것 봐. 이 정도 구멍이면 경언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지 않냐?”
“오 이거 괜찮은데? 경언아. 머리 대봐.”
천막에 머리 대고 있는 모습이 상당히 우스꽝스럽다.
“머리는 확실히 들어갈 것 같은데?”
한 건 해냈다는 자신감 있는 표정이다. 엄지를 치켜세운다.
“걸릴 래도 걸릴 수가 없겠다. 걸려도 아람이가 찢자고 했잖아.”
“뭐야 그런 게 어디 있어.”
엄지가 얼굴 표정과 함께 일그러진다.
“야 근데 솔직히 안 걸릴 것 같아. 그치?”
“응”
“그럴 것 같다. 솔직히 안 걸려 아람아.”
경언이의 적절한 어시스트. 사실 무섭기는 하니까 한 발 빼놓았다.
물론 달라질 것이 없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아 뭐야 그게.”
정말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그럼 찢기로 하고 대민아. 노란 집 가서 부엌칼 가져와라.”
“좋지 않아.”
아 화난다. 좀 예쁜 구석이 있어야지.
“죽을래.”
“아 정말 싫어.”
“이걸 확!”
대민이 뒤로 가서 목을 졸랐다. 솔직히 때리면서 미안해진다.
나도 이정도 부탁 안 들어줘서 선배한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괘씸하다는 것이 솔직한 사실이다.
“이 거 얼른 놔. 아 진짜.”
좀 다급해 보인다. 손으로 툭툭 치면서 반항을 한다.
“그럼 하는 거다.”
“아 알았다고.”
진짜 짜증나 보인다. 뭘 어쩌겠어. 젠장.
대민이가 부엌칼을 가져왔다.
“노란 집에 누구 있어?”
“동헌이 형이 그냥 자고 있어.”
“알았어.”
게르 어디를 찢을까. 이 곳 저 곳 대보다가 적절한 곳을 찾았다.
“그럼 찢는다.”
푸욱. 진짜 찢어 버렸다. 실감난다. ‘사람을 찔러도 이런 느낌 일까’란 생각이 든다.
“경언아. 얼른 들어 가봐.”아람이가 흥분된 표정으로 재촉한다.
“알았어. 돼지야.”
솔직히 들어가지겠지? 가슴이 졸여 진다.
“안 들어 가지는데?”
……정적이 감돈다. 내가 먼저 정신을 차렸다.
“아- 안 들어가지죠-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실 겁니까. 아람군.”
“니들이 찢었잖아!”
얼굴이 빨개졌다.
“아 변명은 안 통하는 분위기죠.”
“아무리 컴퓨터를 하고 싶었어도 그렇지 학교 시설을 찢다니요.”
이럴 때 경언이와 나는 죽이 참 잘 맞는다.
“아 진짜. 나쁜 놈들.”
눈물마저 맺혀 있다. 불쌍한 자식.
“아 근데 진짜 어떡해”
“이거 없었던 일로 하자.”
“매우 좋지 않아.”
한숨이 절로 튀어나온다. 경언이는 몸은 고사하고 머리 밖에 안 들어간다.
새컴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증거를 남겼기 때문에 아니 이곳은 걸릴 만한 곳은 아니다.
그냥 조용히 입다물고 있으면 괜찮겠지.
“너희들 지금 뭐하니?”
목소리로 보아서 문준환 선생이다. 여기서 걸리다니…….
“어 저기요. 그게….”
아람이 표정이 초조하다. 말까지 버벅 거린다. 쓸데없는 소리만 하지 마라.
“선생님 여기에 구멍 뚫렸어요!”
“어 진짜네? 너네들이 뚫은 건 아니고?”
당연한 반응이다.
“저희가 뚫었으면 직접 말하겠어요?”
에라이 모르겠다. 될 되로 되라지.
“예전에 동헌이가 칼을 들고 올라가는 걸 봤는데요.”
경언이가 손을 쳐들어 올리며 거짓말을 말한다.
아이고 일을 크게 벌리는 구나.
“그럼 동헌이형이 범인이네.”
“어 정말 그렇겠네.”
다들 한 마디씩 한다. 이제 되돌릴 수 없어.
첫댓글 축하합니다. 인생은 이렇게 시작되는 것이지요. 융이가 설혹 문사가 되지 않더라도 좋은 추억, 삶의 계기가 될수 있겠습니다.
짜슥!! 후일에 책 들고 싸인 받으러 가면 안면이 있으니 빨리 해주겠지?? ㅋㅋㅋ
한편 썼으니 그 다음에는 더 수월하겠지요.......아이들의 언어가 팍팍 느껴집니다.
ㅋㅋ 여기서 나오는 대민이는 얼마 전 낚시터에 가서 캔 맥주 하나 사서 나눠먹은 생활관 후배입니다. 선생님이 뭐라 하니 풍류를 즐기고 싶어서 그랬다나...후일 기회가 되면 책 한번 내보자고 꼬실려는 중입니다.ㅎㅎ
어제 자세히 물어보니 자기는 새컴은 여러 번 했어도 게르 찢는 일에는 가담하지 않았다고 하는군요. 상상으로 썼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