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uke...
일본식 발음으로 '후룻쿠'라는 이 단어는 특히 당구게임에서 많이 사용되는 말이다.
자신의 샷이 처음 의도했던대로 가지 않고 요행으로 득점했을 경우 '후룻쿠'라고 하는데 다른 경우에도, 이를테면 가짜 내지 엉터리라는 개념의 상황을 이를 때 흔히들 이 말이 등장한다.
그런데 당구게임에서 하점자의 후룻쿠 샷은 누구나 엉터리라고 단정 짓지만 똑같은 샷일지라도 고점자의 경우는 고도의 테크닉적인 샷으로 치부된다.
설사 그 샷이 의도했던 것이든 아니든간에...
'Fallaway Whisk'...
모던의 매혹적인 피겨 중의 하나로서, 탱고경기에서 선수들이 초반 도입부에 많이 구사하는 피겨이기도 하다.
Fluke, 'Fallaway Whisk'라면 바로 엉터리, 즉 짝퉁 '폴어웨이 휘스크'란 뜻이 아닌가...ㅋㅋ
......
인터넷 웹 서핑을 하다 우연히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선생님 한분의 이름을 발견했다.
울산의 춘호 선생님...
그분은 분명 나를 기억하지 못 할 것이다. 물론 나도 그분의 얼굴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분과 나는 이십 수 년 전에 단 하루, 몇 시간의 만남 뿐이었으니까.
1980년대 초...
가깝게 지내던 한 선배가 운영하던 캬바레의 신장개업 행사로서 '볼룸댄스 시범대회'를 열기로 했다는 연락을 받았었다.
댄스스포츠란 말도 생소했던 시절...
가수나 탤런트 등 유명한 연예인을 출연 시키기에는 하루 매상으론 턱도 없다보니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바로 댄스대회였던 것이다.
희소성과 호기심만으로도 충분히 흥행(?)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던 그 선배는 자신의 인맥으로, 부산의 김영준 회장님, 울산의 춘호 선생님 등의 도움을 받아 행사를 개최키로 한 것이다.
그날, 캬바레 영업시간 전...
그 선배의 초대로 사전 리허설을 하는 선수들을 구경할 수 있는 특권(?)을 얻었는데...
사교춤에 슬슬 흥미를 잃어가던 시절이었지만 볼룸댄스, 그중에서도 모던의 피겨에 관심이 많았던 때였다.
요즘에야 비디오다 인터넷이다 하여 볼 게 얼마나 많은 세상인가.
그땐 기껏해야 댄스에 관한 거라곤 족형도가 그려진 초보용 책자 두어 권이 전부였던 시절이라 그런 흔치 않은 절호의 기회를 갖는 것만으로도 나의 기쁨은 대단한 것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춘호 선생님과 그의 부인이 연습하는 장면을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볼룸댄스를 눈으로 경험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다보니 모든 게 다 기억나지 않지만, 그날 두분이 펼치던 다양한 피겨 중에서 그 '폴어웨이 휘스크'가 아직 내 머리속에 각인되어 있는 건 유난히 그 피겨가 나를 사로잡았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땐 피겨의 명칭도 몰랐었지만...
사실 모던에 관심이 있었다 해도 정지동작 바레이션 같은 피겨에는 거부감이 있었고 흥미도 없다보니 자연스레 그런 화려하게 감아 돌리는 피겨에 더 관심이 갔을 것이다.
"음...! 저것을 스텝이라도 배워 사교에 응용한다면 끝내 주겠는데...ㅎ "
나의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다른 선수들의 연습은 아예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나는 연습이 끝날 때를 기다려 염치불구 다짜고짜로 춘호 선생님의 손을 이끌었다.
이미 선배의 소개로 인사를 나눴지만 생면부지의 동생뻘 되는 녀석이, 그것도 사교춤 한다는 녀석이 그 어려운 피겨를 배우려고 덤벼들었으니 처음엔 선생님도 황당했을 것이다.
'선생님!! 그냥 발(스텝)만 좀... 사교에 한 번 응용해 볼랍니다"
당연히 피겨의 명칭을 몰랐으니 보디랭귀지로 그 피겨를 지적했음은 물론이다.
탱고 특유의 풋웍도, 날카로운 스타카토도 들어가지 않는 오직 스텝만의 밋밋하기 짝이 없는 폴어웨이 휘스크를 즉석에서 선생님은 별나고도 무례하기 짝이 없는 한 녀석에게 기꺼이 배워 주셨다.
게다가 자신의 부인과도 배운대로 한번 해보라며 실습의 기회까지 부여해 주셨으니...
그러고보니 나는 그때 이미 프로 댄스스포츠 여성 선수를 잡아본 셈이 아니든가.
그 하늘을 날 것 같은 가벼움과 부드러움이란...
볼룸댄스는 몸에 힘을 잔뜩 들여서 추는 춤이라고 생각해 왔던 나의 편견이 여지없이 사라지던 순간이기도 했다.
무식하면 용감해진다고 했던가.
겨우 몇 번의 시도로서 스텝이나마 제대로 밟을 리 만무하다.
그런대도 명칭도 모르는 피겨를, 사교춤판에서 아무도 구사하지 못한다는 우쭐한 기분으로 마구잡이로 춤판을 휘젓던 철없던(?) 시절이 있었으니...
그러나...
나의 그 짝퉁 폴어웨이 휘스크에 대해 모두들 감탄은 했을지언정 그 누구도 감히 후룻쿠라고 말하는 꾼들은 없었다.
왜냐면...??
그것 말고도 그네들이 모르는 화려한 스텝을 많이 구사했던 자타가 인정한 고점자, 아니 초 고수였으니까...(죄송...ㅋㅋ)
그때...
나의 그 후룻쿠 삼마이(엉터리 삼류) 같은 피겨의 명칭이 '폴어웨이 휘스크'란 것을 알게 된 것은 이십 여 년이 훨씬 지난 후였고, 이십 여 년만에 다시 춤판으로 돌아온 나는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선 절대로 그 폴어웨이 휘스크는 구사하지 않았다.
.............
두 분 선생님의 성함을 이니셜로 처리하지 않고 실명으로 올렸는데 혹 누가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그 시절, 불모지나 다름 없었던 지방의 댄스계에 댄스스포츠의 불을 지피신 그분들은 선각자들이셨습니다.
나에게 처음으로 댄스스포츠의 실체를 알게 해주신 분들이라 감히 실명을 올렸습니다.
지금도 아쉬운 게 있다면...
젊은 시절에 그렇게 찾아온 좋은 기회(댄스스포츠를 배울..)를 일부러 피해 가버린 점입니다.
만일 그때, 그분들이 권유한대로 그 기회를 살렸다면 지금 이나이에 댄스스포츠를 배운다고 노심초사 하지 않아도 좋을 텐데 말입니다...ㅎㅎ
나도 옛날 카바레에서 지루박 스텝 하나 훔칠려고 사이드에 몇시간씩 앉아있던 기억이.....ㅋㅋㅋ 그런데 이 사람이 저녁네 내가 ?려는 스텝을 세번도 안해요. 자존심 때문에 가르쳐달라는 말은 못하고, 어찌나 안타깝고 약이 오르든지.....................ㅎㅎㅎ
첫댓글 ㅋㅋㅋ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대단하셨네요~~~
두분 선생님도 옛날 이런분이 나한테 배웠구나 생각하면 옛생각에 미소가 베이겠지요. 그 고령의 김영준 선생님은 지금도 쩡쩡 건재 하시고 지난달엔 부산 충무동 자갈치 수산센터 바로 앞에 학원을 개업하시고 정진중이십니다. ㅎㅎㅎ
후루꾸면 어떻습니까? 열심히 하는 모습이 더 아름다운겁니다.
fluke도 실력입니다. ㅎㅎㅎ
나도 옛날 카바레에서 지루박 스텝 하나 훔칠려고 사이드에 몇시간씩 앉아있던 기억이.....ㅋㅋㅋ 그런데 이 사람이 저녁네 내가 ?려는 스텝을 세번도 안해요. 자존심 때문에 가르쳐달라는 말은 못하고, 어찌나 안타깝고 약이 오르든지.....................ㅎㅎㅎ
ㅋㅋㅋㅋㅋ.......
댄스스포츠를 접하는데 20년이나 늦은 점이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