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스티어링 기구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근래의 스티어링 기구는 운전자가 무게를 선택할 수 있는가 하면 상황에 따라 기어비를 달리 하는 기술까지 더해지고 있다. 운전자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스티어링 휠에도 점점 버튼이 많아지는 추세이며 시프트 패들이 달린 자동차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동차의 스티어링은 EPS의 도입과 함께 바이-와이어 기술로 다시 한 번 도약의 준비를 하고 있다.
글 / 한상기(프리랜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스티어링 기구는 자동차의 조향을 맡는 기계적인 부분을 통칭한다. 스티어링 기구의 기본 역할은 앞바퀴를 움직여 가고자 하는 방향을 결정하는 것.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그런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쉽지만은 아닌 게 스티어링이다.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뎠던 스티어링은 90년대 중반부터 변화를 맞았다. 방식의 통일화가 서서히 이뤄졌으며 90년대 말부터는 유압을 대신하는 EPS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스티어링 휠에도 각종 기능을 컨트롤할 수 있는 버튼들이 본격적으로 채용되었고 현재는 수동으로 기어를 조작할 수 있는 시프트 패들도 흔히 볼 수 있다.
 자동차의 스티어링 기구에 쓰이는 방식은 크게 랙 & 피니언과 리서큘레이팅 볼이다. 이중 랙 & 피니언은 승용차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한때 리서큘레이팅 볼과 스티어링 기구 시장을 양분했지만 현재는 모든 승용차가 랙 & 피니언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리서큘레이팅 볼을 사용하던 모델은 크라이슬러의 크로스파이어였다.
 랙 & 피니언은 심플한 구조가 특징이다. 이 방식은 피드백이 좋고 보다 직접적인 핸들링 감각을 제공한다. 거기다 링크와 조인트의 수가 적어 사이즈가 작고 무게도 덜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랙 & 피니언이 나오게 된 배경도 중량이 가벼운 소형차를 위해서였다. 랙 & 피니어 기어 셋은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을 회전 모션으로 변환하고 움직임을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스티어링 샤프트에 포함된 피니언 기어는 운전자가 조향할 때 랙을 움직여 앞바퀴의 방향을 바꾼다. 반면 리서큘레이팅 볼은 트럭과 SUV 등 중량이 무거운 자동차에 주로 쓰인다. 리서큘레이딩 볼은 웜 기어를 내장하고 있으며 기어는 2개의 파트로 나눠져 있다.
 시트와 함께 운전자와 가장 밀접한 부분이 바로 스티어링 휠이다. 스티어링 휠의 디자인은 3, 4 스포크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점점 버튼이 많아지고 있는 게 하나의 트렌드이다. 스티어링 휠에 본격적으로 버튼이 추가된 것은 1990년대 초반부터이며 최근에는 오디오는 기본, 핸즈프리와 다른 멀티미디어 시스템 같은 장비 등을 다룰 수 있는 버튼들도 마련된다.
거기다 수동으로 변속할 수 있는 기능도 흔해졌다. 이 변속 기능의 시작은 포르쉐의 팁트로닉 토글 버튼이었지만 현재는 스티어링 컬럼에 위치한 시프트 패들이 대세다. 시프트 패들은 메이커에 따라 크기와 재질이 달라지지만 운전자의 손이 쉽게 닿을 수 있는 10시 15분 방향에 위치한 것은 동일하다.
 필수 장비로 인식되고 있는 파워 스티어링이 나오게 된 배경은 점점 차들이 무거워지고 굴림 방식이 FF로 변환되면서부터이다. 이때부터 정차 시 스티어링 휠의 무게가 늘어나 파워 스티어링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파워 스티어링을 처음으로 선보인 메이커는 크라이슬러였다. 크라이슬러는 1951년 임페리얼에 하이드라가이드라는 이름으로 파워 스티어링을 선보였다. 파워 스티어링 기능은 엔진의 힘을 이용해 오일 펌프를 구동한다. 이 오일 펌프 구동으로 발생되는 유압으로 힘을 만들기 때문에 엔진이 정지하면 파워 스티어링 기능도 해제된다.
파워 스티어링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 속도 감응식이다. 속도 감응 기능은 운전의 편의성과 안전을 위해 개발된 것으로 이 역시 대부분의 자동차에 적용되고 있는 기술이다. 속도 감응식 스티어링은 저속에서는 스티어링의 무게를 가볍게, 고속에서는 안정감을 위해 무겁게 세팅된다. 일부 모델의 경우 손가락 하나로 돌릴 수 있을 만큼 저속에서 가볍게 세팅된다. 최초로 적용된 모델은 1970년의 시트로엥 SM이었고 영국에는 배리파워, 미국에는 스피드필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다.
 대부분의 자동차의 3~4 사이의 록-투-록 기어비를 갖는다. 이 기어비가 낮을수록 조향 특성이 예민하게 바뀌어 주로 스포츠카에 적용된다. 반면 운전 편의성에 있어 어느 정도의 유격은 존재하는 것이 일반적인 운전자에게는 더 적합하다. 극한의 성능을 추구하는 F1 머신도 아주 약간의 유격은 존재한다.
미래의 스티어링은 스티어-바이-와이어로 발전할 전망이다. 바이-와이어는 이미 스로틀 등에 쓰이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는 스티어링 기구에까지 확산될 것이 확실하다. 바이-와이어 기술이 스티어링까지 적용되면 기계적인 연결 장치는 모두 사라지게 돼 어떤 면에서는 비디오 게임과도 닮게 된다. 스티어-바이-와이어 기술은 센서가 움직임을 포착하고 모터가 지원하는 형식이다. 스티어링 샤프트 등이 없어지면서 공간과 무게 면에서도 유리하고 진동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발생한다.
 바이-와이어 기술은 이미 다수의 컨셉트카를 통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GM의 하이-와이어 컨셉트가 대표적인 예로, 하이-와이어는 기계적인 부품의 교환 없이 핸들링 특성을 바꿀 수 있다. 스티어링-바이-와이어에 새 소프트웨어만 교체하면 된다. 다른 부분과 달리 자동차의 스티어링 시스템은 구조적으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다가올 미래에는 바이-와이어 기술에 의해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Active Steering
BMW의 액티브 스티어링은 가변 기어비의 새로운 답안을 제시했다. AFS(Active Front Steering)로 불리는 BMW의 액티브 스티어링이 가변 기어비의 최초는 아니다. 혼다는 BMW 보다 3년 앞서 S2000 타입 V에 VGS라는 이름의 가변 스티어링을 선보였지만 AFS만큼 유연하지는 못했다. BMW의 AFS는 1.7턴에서 5턴까지 기어비의 변동이 클 뿐만 아니라 일반 패밀리 세단에 적용했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
 BMW의 AFS는 독일 팝스트가 제공한 브러시리스 DC 모터를 사용한다. DC 모터는 유성 기어를 포함한 링 기어를 구동하고 유성 기어는 스티어링 칼럼 밑에 위치해 있다. DC 모터는 스티어링 휠의 앵글 입력 값과 기어박스 출력 로테이션에 따라 기어비를 변환해 결국 속도의 영역에 따라서 변하는 셈이다. 주정차처럼 운전자의 힘이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는 기어비를 최대 10:1까지 낮춰 스티어링 휠을 2바퀴도 돌리기 전에 앞바퀴를 끝까지 돌릴 수 있다. 반면 고속에서 스티어링 기어비는 20:1까지 늘어난다.
 별도의 DC 모터를 추가했을 때 걱정되는 것이 작동 소음이다. BMW는 기존의 부품 회사들 대신 팝스트를 선택한 것은 이 회사의 브러시리스 DC 모터가 경쟁사 보다 소음이 적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거기다 반영구적인 수명의 브러시리스 모터인 것도 장점이다. AFS에 쓰인 전기 모터의 출력은 400W지만 전체 작동 시간의 90%에서는 20~40W만을 필요로 한다. 안전을 위해 전기 모터가 고장 날 경우 액티브 스티어링은 일반 파워 스티어링처럼 작동한다. 안전을 위해 전자 장비가 고장났을 경우 컴퓨터는 전기 모터의 작동을 중지시키고 링 기어를 잠그며 기어비는 고정된다.
 AFS는 능동적인 안전도도 높였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노면이 좋지 않은 곳에서 휠이 슬립할 경우 AFS는 요 센서의 정보를 바탕으로 프런트 액슬의 앵글을 변화시키고 이는 운전자의 반응 보다 빠르다. 만약 액티브 스티어링 앵글의 변화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될 경우 DSC가 개입해 차체를 바로 잡는다. AFS는 DSC의 개입 횟수를 줄여주기도 한다. BMW의 AFS는 E60 5시리즈에 처음 적용됐다.
EPS(Electric Power Steering)
스티어링의 뚜렷한 트렌드 중 하나가 EPS이다. EPS는 소형차를 위주로 적용이 시작됐고 가장 큰 장점은 연료 소모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장점은 별도의 유압 시스템이 없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구조도 단순화 할 수 있다.
 일반적인 EPS의 전력 소모는 10~20A, 주정차 시 조작할 때는 최대 80A까지 올라가고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는 더 크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중량이 무거운 자동차에는 쓰이지 못하고 있다. EPS로 얻을 수 있는 연비 개선 효과는 0.425km/L 또는 3% 정도로 알려진다. 이는 계속 움직이는 유압 펌프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유압 펌프와 엔진 사이에 위치하는 유압 라인, 스티어링 기어 등도 사라져 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발생한다. 펌프가 없어지면서 소음도 줄어든다.
EPS는 센서가 스티어링의 움직임과 칼럼의 토크를 모니터한다. 이 정보에 따라 컴퓨터 모듈은 전기 모터를 구동하는 방식이다. 전기 모터는 스티어링 기어 또는 스티어링 컬럼에 연결돼 있고 만약 관련 부품이 고장날 경우 유압을 사용하는 일반 랙 & 피니언과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 전기 모터가 지원하는 어시스트는 세팅에 따라 무게가 달라져 메이커에 따라서는 운전자가 선택 가능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피아트는 일찍이 운전자가 2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고 볼보는 S80에 3가지 단계를 적용하고 있다.
EPS의 숙제 중 하나는 핸들 감각이다. 초기 버전보다 자연스러워지긴 했지만 유압의 감각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모터로 구동하는 과정에서 유압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있고 이런 점은 성능 위주의 모델일 때 더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BMW는 1시리즈를 부분 변경하면서 스티어링을 EPS로 바꿨지만 가장 출력이 높은 135i만은 유압을 고수하고 있다. 아직까지 EPS는 유압만큼 정확한 컨트롤의 세팅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