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시 함창읍'은 조금 이상한 동네다.
명색이 읍내이면서도 면이나 다를 바 없는 규모(1만명미만)를 가지고 있으며,
상주 땅이면서도 정작 점촌과 훨씬 가까워 문경시청까지 차로 5분거리라는 것.
실제로 문경시청에서 보이는 논과 밭은 거의가 '함창 땅'이다.
100년 전까지만 해도 '함창군'이라는 독립된 지명이었으나,
상주와 통합되고 약 35년 후에 문경군청이 점촌으로 이사오면서 구조가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원래 그릇을 만들던 조그만 촌동네였던 점촌이 순식간에 지역 중심지로 부상했는데,
문제는 점촌으로 걸어갈 수 있을 만큼 너무 가깝다는 것이다.
그래서 함창 사람들은 장을 보러 가도 점촌중앙시장, 홈플러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더 많고,
중고등학교를 올라가도 상주시내보다 점촌시내 학교를 훨씬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교통에서도 마찬가지로 점촌터미널이 불과 '5분 거리'이기 때문에,
읍내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버스가 크게 성장하지 못했던 곳이다.
나름대로 규모 있던 동네여서 기차역, 버스터미널 모두 있기는 하지만 오히려 점촌에서 타는게 더 편한,
지역을 대표하는 교통 시설물이지만 현재는 그 의미가 요원해져 살짝 눈물나는 동네라고 할 수 있겠다.
함창읍은 상주시 북쪽 끄트머리에 자리잡고 있는 8천여명의 조그만 시골동네다.
3번국도 상에 있어서 교통은 무척 편하고, 문경과 상주를 오가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작 읍내는 한산하다.
막상 와보면 생각보다 넓지만 뭔가 있을 법한 가게는 없는 '조금 큰 면내'라고 생각하면 딱 좋은 규모다.
이런 함창에도 역시 버스정류장은 있다. 이름하야 '함창버스정류장'. 처음부터 이 자리에 있었던 오래된 정류장이다.
세 번이나 개량된 3번국도에서도 가장 오래된 2차선 골목길에 있으며,
낡은 2층 벽돌건물에 2층엔 지금은 영업하는지 모르겠을 의원과 다방도 있다.
나름대로 택시 정류장까지 있어 제법 구색은 갖추고 있다.
건물 크기와 시설에서 알 수 있듯 인구가 많았던 옛날에는 제법 큰 버스정류장이었다.
점촌이 지금처럼 크지도 않고 함창 자체에서 수요가 많았던 시절에는 없어선 안 될 존재였겠지만,
함창 주변 인구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도로가 개선되어 점촌 가는게 더 편해진 지금엔 유명무실한 상황.
점촌이 워낙 버스가 발달한 덕에 서울, 충주, 대구를 비롯한 전국 각지의 왠만한 도시들은 다 갈 수 있으며,
횟수도 훨씬 많아서 함창 사람들마저 여기를 외면하고 점촌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점촌터미널에서 여기까지 불과 3km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가깝다.
제 아무리 다른 지역 터미널들도 장사가 안 되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지만, 여기만큼 한산한 곳도 찾기 힘들다.
더군다나 건물 크기로는 '함창군의 함창정류장' 이라고 설명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아서,
그 썰렁함은 크기에 비례해 더욱 크게 느껴진다.
'터미널수퍼'에서 여러 먹을 것 마실 것을 파는 가게,
어디에서 떨어진 광고판을 그대로 기울여놓은 자판기,
나무의자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 할머니 한 분, 기사 한 분이 전부였다.
저 앞의 유리창에는 10여년 전 광고들 뿐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다.
유리창과 가게 사이에는 표를 팔았던 흔적이 있지만 역시 새하얗게 칠해져 있다.
다섯시 조금 안 되서 왔는데도 ISO 800에 셔터속도 1/30으로 맞춰야 했을 정도로 굉장히 어둡다.
과장 조금 보태서 밖에서 들어오면 갑자기 한밤중으로 넘어온 듯 순간적으로 잘 안 보일 정도다.
타이밍을 잘 못 맞춘 것일까... 라고 생각하기엔 방문한 날짜가 '일요일 저녁'이었다.
생각하면 할 수록 뭔가 안타까운 느낌만 자꾸 든다.
그래도 점촌과 상주의 길목이라는 이점 덕분에 노선은 나름대로 많은 편이다.
대구행조차 직행, 완행, 선산-구미-공단경유 완행으로 나뉘어 있고,
김천행(일부 왜관), 대전행, 서울행, 안동행, 영주행, 심지어 마산 포항 울산행까지 있다.
거의 대부분 점촌발 또는 상주발 노선이거나 경북선 라인을 오가는 버스로,
점촌에서 불과 3km 거리라는 점 + 고속도로 나들목까지 붙어있기(점촌함창IC) 때문에 편의상 거쳐가는 듯 하다.
다만 이 와중에도 점촌에서는 많지만 여기선 찾아볼 수 없는 충주행 노선도 있다.
상주발 노선도 몇 회 있지만 아마 함창은 거쳐가지 않는 것 같다.
시외버스 만큼 시내버스도 충실하게 돌아다니는 편이다.
(문경)-점촌-상주를 오가는 좌석버스도 당연히 들어오는데 배차가 크게 줄어 1시간 이상도 가끔씩 벌어진다.
점촌방면으로는 이 좌석버스 말고도 촌 노선이 대단히 많다. 사실상 5~10분 배차, 5~10분 소요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머진 옆동네 이안, 은척, 가은, 농암 등등 상주와 문경 접경지역의 시골 노선이 대부분.
시간표만 봐도 알겠지만 점촌과는 정말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상주시내보다 작아도 거의 차이가 없는 정도고, 심지어 문경의 어떤 읍·면에서도 함창에서 점촌가는 시간을 못 따라잡는다.
상주행도 시외버스까지 합하면 절대로 적은 편이 아니지만, 그 시외버스조차도 100% 점촌까지 올라간다.
애초에 시내버스는 일정 간격으로 정류장이 있기 때문에 굳이 터미널까지 와서 타지 않아도 된다.
점촌까지 소위 '빗자루배차'에 이렇게나 가까운데 저 많은 시외버스가 어떻게 들어오는지 신기할 정도다.
버스 배차만 보면 정말 혜택을 많이 받았다. 실제로도 승차장에서도 버스가 안 보이던 적이 거의 없었다.
진안고속, KD, 문경여객을 필두로 수많은 회사의 버스가 정신없이 오가고 있다.
이 사진조차 '운 좋게(?)' 아무도 없는 타이밍에 건졌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사람은 눈을 씻고 봐도 찾기 힘들다.
한 명도 태우지 않고 출발하는 건 일상이고 많아봤자 세 명 넘기는 것 보기도 힘들다.
이미 문을 닫은 또 하나의 '정류소매점', 그리고 알록달록 고이 색동옷을 입은 의자,
페인트가 벗겨지고 빛 바랜 낡은 철판 쓰레기통과 자판기가 묘한 대비가 되어 조화를 이루는게 참 쓸쓸하다.
승차장으로 이유 모를 오토바이 한 대가 들어온다.
점촌가는 버스도 한 대 들어온다. 내리는 사람은 없고 한 명이 기사 분께 다가간다.
'이거 상주 가요?' '아니요'
짧은 대답과 함께 기사 분께서 잠시 내리셔서 어디론가 사라진다.
첫댓글 믈 수고해 주셔서 잘 읽고 갑니다.
볼수록 글을 참 잘 쓰십니다.
서두를 접하고나면 끝까지 읽게 만드시는 마법이 궁금해지는군요.
ㅎㅎㅎㅎㅎ
암쪼록 수고 많으셨구요.
감사합니다.
관심 있게 지켜봐주셔서 늘 항상 감사합니다. :D
이렇게 가보지 못한 정류장도 알게되네요,,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글 잘읽고 갑니다..몇달전 일있어서 점촌갔다 함창가서 상주시내버스타려고 정류장갔더니 할머니2분이랑 기사아저씨께서 담화를 나누시는데..점촌이랑 합칠려니 상주서 반대한다고 그러더군요.칠곡군 동명면이 대구생활권이듯 함창또한 문경생활권에 접해있지요
함창 주민들은 문경으로의 편입을 원하는데 상주시에서 반대하나 보군요.. 이안면, 은척면 북부지역도 점촌 생활권 지역인데 여기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제 시골이 상주 쪽이다보니 상주 지역 이야기를 올려주시는 덕에 더 큰 관심을 갖고 보고 있습니다. 좋은 여행기에 먼저 감사를 드립니다. 상주의 경우 남부 지역은 김천에 맞닿아있고, 윗쪽은 점촌에 맞닿아있다보니 이 지역들은 상주 시내보다도 각각 김천과 점촌으로 나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덕에 점촌-상주-청리-옥산-김천 구간을 운행하는 시외버스 노선이 비교적 자주 있는 편입니다. 이 노선이 상주시의 모든 중심 생활권을 연결하다보니 수요가 꽤 좋은 편이지요. 생활권이 이렇게 갈리다보니 정작 상주 시내가 상대적으로 한산하게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상주-김천 경계지역은 산맥으로 가로막혀있고 생활권이 확실히 갈려서 크게 문제는 없지만 점촌, 화령 부근이 많이 애매한 것 같습니다... 상주시내가 한산하게 느껴진다는 거엔 공감도 많이 되네요.
제가 아주 어렸을때 대전에서 점촌가는 버스 타고갈때 함창정류장 건물 짓기전부터 봐왔네요 ㅎㅎ 처음 신축할때 사람 엄청많았습니다...사람들도 바글바글했고 복잡했구요..시대가 변하다 보니 썰렁해졌죠
건물 짓기전이면 언제죠...? 그 땐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