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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양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 6일 사학재단의 학교 폐쇄와 신입생 거부 움직임에 반대하는 기자회견 직후 만난 그는 재단의 움직임을 맹비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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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 영화 <두사부일체>를 기억하시는가. 2001년 나온 이 영화의 모태가 된 학교가 있다. 서울 상문고가 그곳이다.
영화에서 조직폭력배 중간 보스 계두식(정준호 역)은 일자무식이다. 그는 이런 약점을 털어버리려고 한 사립고교(상춘고)에 들어간다. 상춘고에서 두식은 '해도 너무한' 사립학교의 비리를 목격한다. '성적을 조작하라'고 교사한테 엄포를 놓는 재단이사장, 이를 세상에 알렸다고 학생과 교사를 개 패듯 때려 교문 밖으로 쫓아낸 재단.
계두식은 말한다.
"하늘같은 선생님을 자기 말 안 듣는다고 짜르는 게 그게 학교야. ××야. 돈 없어서 몸이라도 팔아서 학교 다니는 애를 개 패듯이 패갖고 쫓아내는 게 학교야. 너는 그거 그냥 넘어가냐."
이 영화가 대박을 터뜨린 때, 공교롭게도 이 학교 재단이사장을 맡은 이가 있다. 바로 현재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경양(49) 목사다. 그는 비리 재단이 쫓겨나간 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관선 재단이사장과 이사를 맡은 바 있다.
"영화에 나오는 '상춘고'와 '상춘만', 누구 배역이 누구인지 다 알더군요. 상문고 졸업생과 교사들 얘기를 들으면, 영화랑 정말로 똑같았다고 합디다. 그 때마다 슬픈 생각이 들었던 게 엊그제 같습니다."
6일 사학재단의 학교 폐쇄와 신입생 거부 움직임에 반대하는 학부모 기자회견 직후, 오전 10시30분부터 한시간에 걸쳐 박 회장을 만났다. 그는 추위에 목도리를 한 채 언 손을 비비면서 "어제 사립학교장들이 학교 폐쇄 서약을 하는 모습은 바로 조폭들의 모습과 너무 닮았다"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정말 야비하다, 왜 대학은 그대로 신입생 뽑고 중고생들만 거부하겠는가"
- 사학비리의 종합전시장이라고 일컫는 상문고 재단이사장을 했는데…. "사립학교에서 이사장을 해보니까 정말로 잘 알겠더라. 사립학교 운영은 마음만 먹으면 이사장 개인이 운영하는 학교다. 상당수의 학교가 이사들의 도장을 행정실에 맡기도록 한 채 허위 이사회를 열고 있다. 사립학교 복마전은 정치권 이상이다."
- 참교육학부모회가 제일 먼저 학교 폐쇄 움직임에 반발하고 나섰다. 왜 그런가. "나는 지금 사학재단의 행태를 보면서 자기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아이들을 인질로 잡은 인질범의 모습을 떠올린다. 아이들 교육권을 이렇게 다 짓밟아도 되는가. 우리 어린 아이들은 말을 못한다. 아이들이 알까도 무섭다. 미성년자인 아이들을 대신해서 학부모들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 바로 전 기자회견에서 사학재단에 대해 강하게 쏘아붙였다. 그렇게 화가 나는 일인가. "사학법인은 정말 야비하다. 대학과 중고교를 같이 운영하는 재단이 많은데, 대학은 그대로 신입생 뽑고 어린 중고생들만 거부하겠다고 나선다. 대학은 구조조정한다고 하니까 정말로 겁이 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교육자라는 분들이 할 짓이 아니다. 평범한 어른으로서도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
- 어제 서울지역 사립학교 교장선생님들은 서약서를 썼다. '학교 폐쇄 끝까지 같이 하겠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수십년 동안 아이들 앞에 섰던 분들이 바로 교장들 아닌가. 나는 어제 그 소식을 들으면서 조폭들이 모여서 혈서 쓰는 모습을 떠올렸다. '조직 배반하지 말라', 이런 내용 말이다. 아이들을 사지에 몰아둔 채 사학이라는 조직에 충성맹세를 한 교장들은 교육자로서 마지막까지 간 것이다."
"재단의 행태는 학습권 침해가 아니라 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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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성남의 한 초등학생이 6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개정 사립학교법에 반대하는 사학들의 신입생 배정 거부 움직임에 항의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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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 - 이런 모습을 상당수의 언론들이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보수언론들은 사학법 문제에서는 진짜 전단지 노릇을 하고 있다. 사학 재단과 연결된 자기들 이익이라는 잣대로 기사를 쓰기에 바쁘다. 전교조 하루 연가를 놓고 '교육대란'을 부르짖던 언론들이 이런 사태에 침묵하는 것을 보면…. 한나라당도 그렇고, 사학재단도 그렇고, 일부 언론도 그렇고. 자기 패거리들의 이익 때문에 교육을 짓밟고 있는 것 아닌가. 기득권야합이고 조폭연대다."
- 서울지역 교사들은 '사학비리'를 고발했다가 학부모들이 고발해서 학습권 침해죄로 1백만원씩 물어낸 사례도 있다. "그래 좋다. 사학재단의 폐교는 학습권 침해가 아니라 학습권 말살이다.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는 순간, 사학법인을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다. 재판부는 선임판결 내용을 잘 따라줄 것이라 본다."
-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 생각인가. "어제 우리 단체는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곧바로 사립학교법 지키기 학부모 투쟁본부를 발족시켰다. 이 투쟁본부는 참교육학부모회만 아니라 수많은 학부모와 단체들이 참여할 것이라 믿는다. 전국 시군지역까지 운동본부를 만들어 사학재단의 부도덕한 행태에 대응해나갈 것이다. 440개 단체가 함께하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9일부터 공동행동할 것으로 안다. 참여연대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앞장서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 더 할 말이 있다면? "정말 그들이 교육 살리기를 바란다면, (자신들이) 헌법소원도 냈으니 이젠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다. 어른답게 교육자답게 반대운동을 하더라도 했으면 한다. 교육을 이용해 자기 잇속을 챙기려는 한나라당의 음모는 곧 드러나게 되어있다. 우리 학부모단체는 대다수 학부모의 뜻에 따라 끝까지 학교 폐쇄를 막는 일에 힘을 쏟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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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정 사립학교법에 반대하는 사학들의 신입생 배정 거부 움직임이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가 6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사학들의 '학생 교육권 유린'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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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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