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양시 진상면 청암리 주민들이 인근에 공장 시설이 들어서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업체쪽은공장 설립 절차에 문제가 없다며 공장 착공을 앞두고 있다.
텃밭도서관의 역사=40여 가구가 사는 청암리엔 60~70대가 대부분이다. 군 제대 후 고향에서 농사를 짓기로 마음먹은 농부 서재환(52)씨는 1981년 새마을운동을 할 때 마을회관에 마을문고를 운영하는데 적극 참여했다. 서씨는 당시 문화적으로 소외된 주변 시골 어린이들이 책을 읽도록 경운기에 책을 싣고 돌아다니며 ‘이동 도서관’을 운영하기도 했다.<사진 위>
서씨는 99년 집터 2000여평의 한쪽 창고(20평)를 도서관으로 개조해 운영하다가 2005년 정부 지원을 받아 70평 규모로 도서관을 확장했다.<사진 중간> 텃밭도서관엔 27년의 역사가 담긴 손때 묻은 아동용 도서 등 1만6천권이 비치돼 있다. 텃밭도서관은 최근 놀이시설과 체험공간을 갖춰 전국 곳곳에서 시골 정취를 체험하려고 찾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사진 아래> 서씨는 이런 경험을 전라도 토박이말로 쓴 글을 묶어 <오지게 사는 촌놈>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공장 설립 갈등=대성환경기업은 지난해 9월 광양시에서 ‘폐타이어 소각로 제조 공장’ 설립 허가를 받아 청암리 마을 인근에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공장이 들어설 곳은 텃밭도서관에서 직선으로 100여m 떨어져 있는 자연녹지다. 회사쪽은 지난해 6월 영산강유역환경관리청에서 산림훼손 등을 이유로 동의하지 않자, 공장면적(3천평)과 산림훼손 규모를 축소해 동의를 얻어냈다.
하지만 청암마을 주민들은 공장 설립을 반대하며 지난 15일 회사가 열려던 ‘사업 주민설명회’에 단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서재환씨는 “아무리 개인 땅이라지만 환경을 훼손하면서 공장을 짓는다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며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제기한 민원이 아직 해결되지도 않은 상태인데도 공장 착공을 강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광양시 기업지원계 정상윤 담당은 “법적 절차에 문제가 없는데도 주민들이 민원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공장 설립을 중단하도록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성환경기업 이상규 이사는 “소각로 부품을 가져와 조립하는 공장이기 때문에 공해를 배출하지 않는다”며 “산업단지로 갈만한 여건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텃밭도서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