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가 열렸던 23일 춘천시 서면 박사마을에서 장군봉 식당을 운영하는 양영숙(51)씨는 검은 옷 차림에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식당 앞으로 나섰다.
출발점에서 15㎞ 떨어진 곳. 달리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하는 그곳에서 양씨는 마이크를 들고 힘차게 외쳤다. “박사마을은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이 대한민국 최고 마라토너!” 4시간이 넘도록 소리를 질렀지만 힘차게 달리는 참가자들의 호응이 높아 피곤한 줄도 몰랐다고 한다.
10㎞지점 급수대에서 자원봉사를 한 춘천여중 김현지(15)양. 끊임없이 밀려오는 참가자들에게 물컵을 전해주느라 쉴 틈이 없는 와중에도 ‘아빠 힘내세요’ 노래를 불러가며 응원전을 펼쳤다. 이날 15개 급수대에 배치된 자원봉사자는 춘천여중, 우석여중, 소양중 학생 900여명. 물 공급은 기본이고 참가자 다리에 소염진통제 발라주기, 참가자들과 손바닥 마주치기, 피켓 들고 구호 외치기까지 다양한 응원 방법을 동원했다.
40대 이상 남자들에겐 “오빠”, 중년이 넘어선 여자 참가자들에겐 “언니”라고 외치며 분위기를 띄웠다. 김현지양은 “처음엔 쑥스러웠는데, 어른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강원대와 한림대 학생 360명도 춘천종합경기장에서 6만여 참가자·가족을 위해 힘을 쏟았다.
춘천경찰서 경찰관과 해병대 춘천전우회, 모범운전자연합회 회원 등 200여명은 시내 50여 곳에 배치돼 참가자들의 안전한 레이스를 위해 교통 통제를 맡았다.
모범운전자연합회 김기창(67) 회장은 “힘은 좀 들었지만 춘천에서 그렇게 큰 행사를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보람이었다”고 말했다. 춘천경찰서 교통지도계 강대우(39) 경장은 “사전 홍보에 따라 적극 협조해준 시민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춘천소방서, 대한적십자사 강원지사, 춘천강남병원, 춘천시 보건소, 육군 쌍용부대도 춘천마라톤의 주연(主演)으로 한몫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