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 스피치(The King's Speech)
2011년 아카데미 상 4개를 수상한 영국 영화 <킹스 스피치>를 봤습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영국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아버지인 조지6세의 말더듬이 증상을 고치기 위한 노력과 치료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언어치료사 로그라는 사람이 등장하는데 이 치료 방법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비록 왕과 무면허 치료사의 대면이지만 왕으로서의 위엄 보다 고집스럽게 친구로 동등한 위치에서 왕의 고통을 자연스럽게 풀도록 한 것입니다. 그래서 조지 6세의 성장과정에서 자란 정서적 불안감을 없애주고 편안하게 치료에 임하게 합니다.
조지 6세의 말더듬이 원인은 심리적인 것으로서 정서적 불안 때문이었습니다. 형이 있었으므로 왕으로서 준비도 안하고 있었는데 형이 너무나 자유분방해서 왕위를 포기하자 졸지에 왕이 된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의 성장과정에서도 그랬지만 왕이 되고 나서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긴장감과 혹시나 실수할까봐 하는 불안감, 그것을 감당해내지 못한다는 자신감 결여' 같은 것이 말더듬이의 원인이었으며 치료를 난감하게 만들었습니다.
치료사 로그는 조지 6세 앞에서 조금도 굽히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폈습니다. 아무리 왕이라도 와서 치료를 받으라고 했고 치료 방법에서도 왕의 권위를 버리고 절대적으로 믿으라고 했습니다. 거기서 욕과 막춤, 노래가 나옵니다. 왕으로서의 권위를 생각하면 해서는 안 될 품위 없는 행동이었지만 왕의 품위와 불안감 때문에 생긴 말더듬이 증상을 고치기 위해서는 지나친 격식을 떠나 편안한 가운데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노래나 춤은 긴장을 푸는데 확실히 도움을 줍니다. 점잖은 체면에 남들 앞에서 노래를 하는 것이 쑥스럽고 더구나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도도하던 몸을 움직여 춤을 춘다는 것은 격식을 벗어 던지며 나를 풀어 헤치는 행동입니다. 인간의 본질은 호모루덴스로 그래야 편한데 위선과 격식 속에 가두고 살면 점점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실제로는 그렇게 하기 힘드니까 더 자신감을 잃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가곡만을 불러야 고상한 것도 아니고 신세대 노래도 부르고 유치한 이별 얘기가 가사인 노래도 불러야 노래 부르는 맛이 납니다. 가곡이나 오페라 노래를 부르면 체면은 살지 모르지만 그만한 행동도 따라야 하기 때문에 부담을 안게 되는 것입니다. 동요를 부를 때는 가장 편안해지고 트로트 유행가를 부를 때는 마치 예비군복을 입고 소주나 막걸리에 취한 것 같은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입니다.
춤도 지나치게 완벽하게 하려고 하면 스트레스가 생기고 말더듬이처럼 자신감 결여 현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부담 없이 즐겨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에게도 완벽함을 강요하면 안 됩니다. 어릴 때부터 춤을 가르치라는 얘기도 이성에 대한 대응도 자연스럽고 자신감도 따라서 생기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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