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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도 죽을 때 고향 쪽으로 머리를 둔다는 '수구초심'을 들먹이지 않아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향이야기만 나오면 가슴이 뭉클하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집안이 넉넉치 못했던 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다닐 형편이 못됐으나 여러 고향 어른들의 격려와 도움으로 중학교를 마칠 수 있었고 그 후에도 배움에 대한 꿈을 접지 못하여 40을 훌쩍 넘기고서야 대학에 들어가서 행정학을 공부하며, 오랫동안 써 왔던 작품으로는 중앙문단에 등단하여 민족문학작가회의(現 한국작가회의) 본회 정회원으로 광주전남 작가회의 순천지회에서 시인으로 활동하며 각종 언론지와 문예지등에 열심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또한 각처의 문인들과의 활발한 교류와 함께 여수 지역사회연구소 여순사건 연구원으로, 섬 문화분과 위원장 등 NGO활동가로, 여수시 시민문화강좌 강사로 활동하면서 비록 돈버는 재주가 미천하여 사업엔 실패를 거듭하고 있으나 선비정신을 잃지 않고 외부세상에 초도를 좋은 이미지를 홍보하여 고향 발전을 꽤할 수 있다면 나를 이 만큼 키워준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이 될까, 궁리하고 실천하는 것도 가치있는 일이라고 자위를 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 유연히 여수시의회 회의록을 뒤적이다가 눈에 띈 대목이 있어서 자세히 읽어보다 분통이 터지기도 한 것은 나 역시 고향을 등지고 살 수 없는 한 인간이구나 생각했다. 지금 시 의회 의장이 된 소라출신 모 의원이 2006년 시정 질문에서 삼산면 초도에는 인구가 200여명 밖에 살지 않는데 6억여 원의 예산을 들여 보건소를 신축하느냐고 그 부당함을 따지는 질의였다. 이게 무슨 헛소리냐고 벌컥 화가 치밀어서 초도에다 전화도 하고 공문서를 확인해 본 결과 참으로 씁쓸한 사실을 알게 됐다. 현재 초도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주민이 총 250명도 안 된다는 사실에 왠지 모를 허탈함과 서글픔이 밀려들었다.
일찍이 독립선언문의 33인 민족 지도자중의 한 분인 만해 한용운 선생은 인구가 곧 국력이라며 부강한 나라의 조건중에 하나로 인구 1억 이상을 주장하며 스님들도 대처를 해서 나라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까지 말할 정도로 인구의 힘을 강조 하셨으며, 지방화 시대를 맞은 지금도 각 지방 자치단체에서는 주민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인데 과연 지금 초도에 살고 있는 주민들과 각 기관에서는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여 대처하고 있는지 자뭇 궁금하기조차 하다.
서론이 장황해 진 것은 나의 사소한 신상에 관한 문제를 들춰서 초도 사회의 현안 문제에 관한 의식을 한 번 반추 해 보고자 함이다. 고향에 계신 친지들과 행정 기관에서는 잘 알고 있듯이 우리 가족은 오래전 사업차 수원에 살다 내려와서 잠시 여수에 주소를 둔 이후 고향땅에 주소를 옮겨두고 다시는 바꾸지 않았다. 물론 불편함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심지어는 어려운 형편 때문에 자존심마저 꺾고 농어촌 자녀 학자금 면제 혜택을 시청했으나 그 사람은 이 동네 살고 있지 않으며 여수에서 크게 사업을 하고 있다고, 나의 사정을 잘 알지도 못한 사람에게 묵살을 당했을 때 조상 대대로 뿌리를 내리고 선영과 안투를 그 곳에 묻어둔 토박이 초도 사람으로서 서운 했던 점을 이루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었다.
또 얼마 전에는 고향의 집과 땅까지 사업 실패로 인하여 강제 경매를 당하게 됐고, 그 와중에 일부 고향 사람들이 보여준 행태에 대하여 마음에 큰 상처를 입기도 했다. 고향을 지킨다는 것은 말로 만 되는 것도 아니요, 돈과 힘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나를 지켜봐 온 고향분들은 알겠지만 맹세컨데 고향에 대한 누를 끼치지 않으려 노력해 왔고 오히려 고향 사람들의 크고 작은 어려운 일에는 내 일처럼 열심히 쫓아다녔다. 그런 나에게 위로와 협조는 커녕 서운한 마음만 키워가게 할 때 몇 번이고 고향을 등 돌리고 싶었지만 적어도 짐승보다 못한 놈은 되고 싶지 않아 참고 또 참는다.
하지만 신세 타령이나 하고 분통이나 터트릴려고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니 그만하겠다.
대동리, 의성리, 진막리, 예미, 사슴목, 경리, 정강리..... 어느 동네 이름을 불러봐도 정겹지 않고 추억이 서려있지 않은 곳이 없다.
올 여름도 인터넷을 뒤져보니 곳곳마다 자기고향을 자랑하고 초대하기 바쁘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그 고장의 인심과 자연풍경 그리고 역사와 문화다. 그렇다면 우리 초도는 과연 어떠한가? 주민들이 대충 알고 있는 사실로는 입도 400년 정도로 염씨가 맨 먼저 와서 살았다 한다. 어느 곳 보다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오랜 역사 그리고 선친들로부터 훌륭한 해양 문화를 배우고 지켜온 우리 초도만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의 관광 자원이 넘쳐났음에도 잠시 방관한 사이에 겨우 그 정도 하급수준의 지식적 문화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다. 거문도는 두 말 하면 숨가쁘고 이웃 손죽도을 한 번 보자, 손죽도에는 선사시대의 유물인 패총과 이대원 장군유적 및 송강 정철의 아들이 지은 절명시와 화전놀이 가사 완창 자 발굴 등 뜻있는 선배들의 노력으로 고향의 역사와 문화의 위상을 높이고 고향에 대한 자부심을 키우고 있을 때 초도 유지들과 선배들은 과연 무얼 했는지 한 번 정중히 묻고 싶다.
작년에 나는 여수시 관광홍보자료집 조사차 삼산면을 둘러 봤다. 나는 어떻하면 우리 초도를 더 알릴 수 있을까 나름대로 노력 을 했는데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마을 유지들과의 협조가 미흡했기도 했고 소중한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작으나마 성과가 있었다면 마을마다 몇 군데 표본 조사를 해 본 결과 초도에도 선사 시대 유적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았다는 것이다. 다행히 백제시대나 고려시대 유물 흔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 후 몇 분의 출향 어른들을 만나 봤으나 이렇다 할 문서나 자료는 찾을 수 없었고 오래전에 김남천 선생님을 위시한 몇 분의 뜻있는 어른들이 자료를 수집하고 초도마을지를 발간 하고자 했던 흔적을 엿볼 수 있었을 뿐이다. 지금은 그 분들이 살아 계시지 않아서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가장 빠르다 했다. 포기하고 손을 놓기보다 어렵고 힘든 일이라 할지라도 초도 사람들의 뜻이 합쳐지면 못할 것 없다는 생각이다. 여수서나, 부산에서나, 서울에서도, 우리 초도 사람들은 마치 이북 사람들 같다고 말들을 정도로 억척으로 잘 뭉치고 우애가 도타워 아름다운 가슴이 푸르게 퍼덕이는, 우리는 멋들어진 풀섬 사람들 아닌가.
각설하고, 올 하반기부터 정신문화 연구원등 국가기관에서는 향토문화 전자대사전을 발간하기 위하여 순차적인 자료발굴과 현장조사를 시작 한다. 물론 나도 그 조사요원으로 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기회를 통하여 우리는 초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데 함께 나서야 할 것이다. 특히나 각 마을 이장님들과 기관에서도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심도있게 준비를 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
참고로 남면에 어느 이장은 모든 편의를 다 제공 할 터이니 우리 작가들이 자기 섬에 와서 놀다가라고 초청을 했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 문인들을 모시고 몇 차례 초도 여행을 했던바. 여러 편의 작품이 나왔고 작년에는 정윤천 시인의 '초도에서' 라는 시가 올해의 좋은 시에 선정 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남 못된 것은 쳐다 볼 필요도 없지만 좋은 점은 적극 벤치마킹을 해서 초도의 위상을 높이고 초도 사람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키워 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 전문 계간지 [시평]2008 가을호에 실린 졸시 한 편과, 정윤천시인의 멋들어진 시 한 편을 두고 간다.
풀섬아이
김진수
지북산 몰랑에 뻐꾸기 울면
산비둘기 구구대는 장사슴목골
달랑 한마지기 옹사리밭에
들컹들컹 아부지는 쟁기질하고
어무니는 쪼락쪼락 풋콩을 딴다
가다 한 모금
가다가 한 모금
촐랑촐랑 줄어가는 막걸리주전자
한 쪽박 샘물로 채우던 그 아이가
아지랑 묫동 앞에 발갛게 엎드렸소
한 사발 거뜬 비우신 아부지
"오늘 막걸리는 왜 이리 싱겁다냐?"
그 소웃음소리는 지금도 들린다
섬 그늘이 붉다 - 초도에서
정윤천
노을빛이 오늘 따라 고추장 빛깔이다
사나흘 물길 건너온 남정네 팔뚝도 붉어
마루 끝에 앉은 아낙의 목청이 담을 넘는다
해당화 꽃잎을 흔들어 준다
북어 패는 손 맛 어쩐지 예전 같지 않아서
찌뿌려 지던 이맛살 힘줄도 붉어 지는데
맨가슴으로 오려내 보는 속엣말 같던 장타령 한 소절도
메기고 감치던 입술 사이에서 엥간히 붉고 말았다
오늘 같은 저녁상 머리에선
술국 사발도 붉겠다, 한바탕 붉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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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읽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