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4일 9:00 도착
대회 장소는 화순 공설 운동장에서 조금 떨어진 화순 녹십자 공장 주변로.
일요일 아침이라 다니는 차량도 거의 없어, 주변에 화장실이 없다는 건 빼곤(처음엔 녹십자 공장 화장실을 이용했는데, 나중엔 안 열어주더라는…^^;;) 달리기 하기엔 괜찮은 것 같다.
날씨는 영상 2~5정도로 제법 쌀쌀하다.
주최측에서 나눠준 배번을 달고 이제 막 몸을 푸나 싶었더니, 벌써 1구간 선수 출발 준비를 알린다. 녹십자 공장 주변로 한 바퀴 4.3KM를 도는 1구간. 바톤을 주고 받는 릴레이보단 덜 하겠지만, 아무래도 1구간 주자들의 심적 부담감은 클 수 밖에 없다. 각 팀마다 믿고 맡길 만한 선수들을 1구간 주자로 넣었을 것이다.
우리 클럽 주자는 “부상투혼” 김진호 선수와 “머슬머신” 마훈 선수.
김진호 선수야 비록 부상 중이긴 하지만 하프 1:30분대 초반 기록이 있는 목마 에이스로, 목표한 4분 페이스로 충분히 뛰어 줄 수 있는 선수. 마훈 선수는 최근에 10k를 45분에 뛰었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다. 절반인 4.3km 정도면 4분 15초 페이스가 가능할 것 같았고, 뭣보다 한번에 턱걸이를 수백 개씩 한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유달팀 1구간 주자로 투입 ㅋㅋ.
9시 30분이 약간 넘었을 즈음, 1구간 출발을 알리는 총소리가 울린다.
24명의 1구간 선수들이 마치 100m 출발하듯이 뛰어 나간다. 출발하자마자 작은 오르막이 있는데, 아무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넘어간다. 첫 주자들이라 코스에 대한 정보가 없는 만큼, “닥공(닥치고 공격)” 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을 것이다. 결승 아치를 기준으로 12시 방향으로 출발, 도착은 9시 방향에서 들어온다. 모든 클럽 인들과 시선이 9시 방향에 모여 있다. 시간도 중요하지만, 순위 또한 중요하다. 각 구간 고른 순위를 기록하는 것 또한 전체 순위에서 높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출발한지 약 16분이 넘었을까… 멀리 1위 선수와 그 뒤를 따르는 2위 선수가 보인다.
목마 검정색 유니폼은 아니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목표 순위가 3위, 7위이기 때문에 각 구간 고루 5위, 10위 안으로만 들어와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세, 네 번째 주자들의 모습이 보이더니, 기다리던 “불타는 검정색” 유니폼이 눈에 들어온다. 진호다! 어찌나 반갑던지… ^^. 진호 모습이 선명히 잡힐 때쯤 또 하나의 반가운 목마 유니폼이 진호 뒤를 바짝 뒤쫓아 오고 있다. 훈이가 벌써? 대박!!!
목마 두 선수가 줄줄이 결승점으로 들어오니, 기다리던 목마 식구들 사이에서 함성이 터진다.
1구간에서 5위와 6위! 그것도 무려 3분 후반대 페이스로! 정말 좋은 성적이다.
첫 구간을 두 선수가 너무나 멋지게 끊어주니, 목마 주자들의 얼굴에 흥분과 긴장이 역력하다.
이제 2구간이 출발할 차례이다.
목마클 2구간 주자는 박경문 선수와 김정희 선수.
2구간은 3.8k를 두 바퀴 도는 7.6k 구간이다. 아무래도 같은 코스를 두 번 돌고 10k주에 가까운 거리다 보니, 페이스 운용이 조금은 필요한 구간이다. 그래서 경험 많고 늘 준비되어 있는 두 선배에게 부탁을 드렸다. 1구간 주자들이 너무 잘 뛰어줘서 오히려 부담감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경문 형은 고창 풀코스를 써브-3나 싱글까지 준비했을 텐데, 뜻밖의 집안 애사(哀史)로 대회 참가도 못하고 무너진 컨디션에서 선뜻 구간 마라톤 대회에 함께 해주었다. 두 선배들이 첫 바퀴를 잘 돌아 언덕을 오르는 것까지 보고 5구간 준비하러 몸을 풀러 갔다.
3구간은 3.8k 여성부 경기. 목마에서는 두말할 것도 없이 김순금 선수와 조윤희 선수가 출전한다.
“믿고 맡기는”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두 선수.
전남에서 열리는 대회라면 무조건 입상권 안에 드는 선수들이다. 이번 대회를 위해 계획보다 좀더 빠른 스케쥴로 부상에서 복귀한 김순금 선수. 올 여름 “특훈”으로 10k 기록을 45~6분대까지 끌어올린 조윤희 선수. “언냐 전문 레프리(ㅎㅎ)” 목마클 강성대 회장님 스타트 싸인과 함께 24명의 여성 건각들이 출발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두 주자들을 기다렸고,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3위와 4위(?)로 결승점을 통과한다. 특히, 김순금 선수는 클럽에서 처음으로 개인 구간 시상권인 3위를 기록했고, 조윤희 선수는 “유달팀” 10위권내 입상 가능성을 무한히 높여 주었다.
7.6km 4구간 주자들 또한 막강 라인업.
(총무가 알기론 ^^;;) 역대 가장 좋은 하프 기록을 가진 선수 중 한 명이자, 거의 클럽 창단 시절부터 함께 해온 장운재 선수. 그리고 클럽과 함께 한지는 얼마 안되었지만 처음부터 놀라운 주력으로 선배들을 긴장(?)케 했던 김영집 선수. 그러고 보니 클럽 최고참 선수와 최신참 선수가 함께 4구간을 맡아 준다. 장운재 선수의 경우, 목포 대회 이후 아직 부상 회복 중이지만 워낙 역대 기록들이 좋아 고민의 여지가 없었고, 김영집 선수는 최근 화목달에서 4분대 페이스를 검증 받아 부주팀 멤버로도 충분하지만, 기록을 위해 전략적으로 “유달팀” 주자로 배치. 역시 기대대로 3위(장운재)와 6위(?,김영집)로 결승점을 통과한다.
그리고 문제의 4.3k 5구간.
부주팀 “터미네이터” 이준 선수야 워낙 10k에 강하고 예전 기록들도 좋아 문제가 없지만, 문제는 유달팀 채수현 선수.
100M 최고 기록이 20초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니는 말도 안 되는 선수. 최근 들어 살이 쫌 빠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10km 4분 40초 페이스를 넘어보지 못한 “유달팀” 유일의 선수. ㅋㅋ 사실 “유달팀” 엔트리에 들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애초 유달팀 멤버 중 1명이 부주팀으로 넘어가면서 운좋게 (팀에겐 불행히도) 합류한 역대급 구멍 선수. ㅋㅋ
출발선에 서면서 목표는 단 하나로 정한다. 무조건 “10위”안에만 들어오자! 출발, 땅!!!
초반 페이스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다. 전 선수들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튀어나가니 덩달아 따라간다. 100m짜리 언덕을 숨 한번 제대로 못 쉬고 넘어가는데, 24명 중 거의 꼴찌다. 아놔, 클났다. 언덕을 내려오며 어떻게든 호흡을 가다듬어 보는데, 다행히 앞 주자들이 조금씩 뒤로 빠진다. 나만 오버페이스를 한 게 아니었나 보다. 1km쯤 지났나, 대열이 크게 선두 그룹과 후미 그룹으로 나누어진 것 같은데, 느낌상 난 선두 그룹 맨 뒤인 거 같다. 무조건 앞 주자만 따라가자 하니, 처음부터 흐트러진 호흡을 정리할 틈이 없다. 아침 산속 차가운 공기가 폐 밑바닥까지 들어가 콕콕 찌르는 느낌이다.
2km 지점에서야 간신히 고개를 들어 내 위치를 확인해 본다.
시선이 닿는 곳, 가장 멀리 있는 저 주자가 1위가 맞는다면, 준이 형이 2등 그리고 내가 10위로 달리고 있다. 정말 다행이다. 이제 어떻게든 추월만 당하지 않으면 된다. 뒤에서 계속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뒤를 돌아 봤다간 바로 추월 당할 것 같아 돌아볼 엄두가 안 난다. 여전히 호흡이 제대로 안되고, 산소 공급이 안 되는 손과 발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는 사이 앞 주자와 간격이 50m 이상 벌어지고, 뒤에 있을지도 모를 주자의 숨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이는 듯 하다.
다행히 마지막 1키로는 내리막. 중력을 최대한 이용, 굴러 내려온다. 앞 주자도 많이 지쳤는지 열 걸음이면 잡을 것 같았지만 결국엔 그대로 골인. 준이 선배는 4등, 난 목표했던 10위로 들어왔다. ㅎ 이제서야 시계를 보니 17분 45초가 찍혔다.
4분 7초대. 미친, 이렇게도 달려지는 구나…ㅋㅋ
숨을 헐떡이고 있는데, 내 뒤에서 뛰었을 성 싶은 순천 유니폼 선수가 말은 건넨다. “잘 뛰시네요...^^”
채총무, 태어나서 지금껏… 잘 뛴다는 말 처음 들어봤다. ㅋㅋ
7.6k, 7구간과 가장 긴 거리 8.6k를 뛰는 8구간은 말 그대로 각 그룹 최고의 에이스들이 뛴다.
우리 클럽에선 7구간 “거북이” 이현익 선수와 민병관 선수, 8구간 “아리아리” 문덕인 선수와 조주성 선수가 마지막 구간들을 맡아 주었다. 거리도 길뿐더러 심리적 부담감이 정말 컸을 텐데, 모두 정말 최선을 다해 잘 뛰어 주었다. 모르긴 몰라도 네 명 모두 개인 최고 기록을 이번 구간 마라톤에서 갱신했을 것이다. 이현익 선수와 문덕인 선수가 각각 구간 2위로 들어오면서 목표했던 3위권 입상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집계가 늦어지는 바람에, 일단 화순 공설 운동장으로 이동, 점심을 먹고 시상식을 하기로 한다.
그리고, 잠시 후…
“제3회 전남 시장기 구간 마라톤 대회”에서 목포 마라톤 클럽이 각각 “2위”와 “10위”를 했다는 희보(喜報)가 전해진다. ^^
2위 부주팀
10위 유달팀
함께 열심히 달려준 2016 구간마라톤 목마팀
2016년을 멋지게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함께 해준 여러 분들께 수고하셨고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첫댓글 모두 수고 많으셨네요 감사 드립니다 ~~~
후기가 참 멋지요~근데 우리가 딜을했던가~~?
난 강제징용 이란 생각뿐~~~~ㅋㅋㅋ
강제 징용 치곤 너무 잘 달렸어 ㅎㅎ
채작가님의 화순구간마라톤 후기 넘 재미나게 잘 읽엇습니다
이번 구간 기록들을 보니 태어나서 최고로 빡시게 달리신분들이 겁나 많앗네요
모두가 힘을 합치니 정말 예상밖의 좋은 결과가 나와부럿네요
거부기도 풀코스 뛴후에도 안아팟던 다리가 7.6키로 단거리인데 인터벌 연습까지 여러번 하고 충분히 몸 풀엇는데도 대회 후 일주일간이나 무릎이 붓고 햄스트링인대 아프기도 첨이엇던거 같아요
내년엔 1등 해서 큰 🏆트로피랑 우승기까지 함 노려볼까요?
총무님 진짜 글 잘 쓰시네요.
후기들만 묶어서 출판해도 될듯요...
재미있게 아주 잘 읽었고, 좋은 추억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숨소리 발자욱 소리 그날의 함성 기쁨 축제, 또박또박 걸어본 사람이 전하는 영원한 우체부 아저씨♡
올해 마지막 달리기를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만들어 주신 총무님 감사드립니다.
내 생에 가장 짧은 마라톤 이었지만, 가장 잊지못 할 거리였습니다.
내년에도 목마와 같이 열심히 뛰겠습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