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과자는 1945년 출시된 해태 ‘연양갱’. 당시 극장에서 팔던 양갱을 광복 직후 해태제과에서 공산품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사탕은 1946년 출시된 ‘해태캬라멜’이 효시나 마찬가지.
MBC 드라마 <국희>를 본 사람들은 이미 알겠지만 크라운제과의 ‘산도’ 또한 뼈대 있는 우리 과자. 1961년에 태어나 벌써 불혹의 나이를 넘겼다. 크라운제과의 ‘긴구하스’ 역시 1960년대에 ‘웨하스’라는 이름으로 재탄생, 아직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본격적으로 과자 붐이 일었던 것은 1970년대. 1970년 해태 ‘브라보콘’을 시작으로, 1971년 농심 ‘새우깡’, 1972년 ‘뽀빠이’(삼양), ‘죠리퐁’(크라운), ‘꿀꽈배기’(농심), 1973년 ‘고구마깡’(농심), ‘양파깡’(농심)이 차례로 등장하면서 과자 시장이 한층 풍요로워졌다. 1974년에는 오리온이 국민 과자 ‘초코파이’를 만들었고, 고급 과자의 대명사인 ‘에이스’(해태)도 등장하면서 과자의 다양화가 이루어졌다.
1970년대 중반에 텔레비전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과자의 맛은 물론 포장, CM 송에까지 신경을 써야 대중을 만족시킬 수 있었고, 따라서 자연스레 고급화를 지향하게 된 것.
맛동산(1975 해태), 빠다코코낫(1979 롯데), 계란과자(1980 해태), 포테토칩(1980 농심), 홈런볼(1982 해태), 버터링(1984 해태) 등이 그 좋은 예다. 2003년 현재, 1년 동안 과자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신제품의 수는 무려 250여 개. 하지만 이미 중년의 나이가 된 장수 과자의 매력은 오히려 빛을 발하니 변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바로 사람의 입맛이 아닐까.
과자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
맛동산의 원래 이름은 ‘맛보다’였다는 사실. 땅콩으로 버무린 튀김과자의 이름치고는 너무 부르기 불편하고 촌스러웠다. 때문에 판매 실적 저조로 시판 6개월 만에 브랜드를 접는 긴급 상황이 발생했다.
해태제과는 즉시 ‘맛보다’의 문제점을 찾는 소비자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그해 12월 ‘온갖 고소한 맛이 모여 있다’는 뜻의 ‘맛동산’으로 이름을 바꿔 재출시했다. 결국 부르기 좋고 리듬감 있는 맛동산은 장수 과자의 반열에 당당하게 그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이에 비하면 새우깡은 그 탄생부터 순조로운 편. 뻥튀기에서 착안하여 국내에는 개념조차 없던 스낵을 등장시킨 것도 획기적인 일이었지만, 그 이름에 ‘~깡’이라는 친숙한 어휘를 사용해서 더욱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농심 신춘호 회장의 어린 딸이 ‘아리랑’을 ‘아리깡…’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착안한 이름. 이후 감자깡, 고구마깡 등의 ‘깡’시리즈가 등장하면서 ‘깡’은 스낵을 대표하는 단어가 되었다.
오리온의 초코파이는 우연한 기회에 만들어진 것으로 유명하다. 1970년대 초, 한국식품공업협회 주관으로 유럽을 순회하던 오리온의 한 연구원이 카페에 들렀다가 초콜릿 코팅 과자를 맛보고 신제품 아이디어를 얻은 것. 이후 2년여의 시행착오 끝에 1974년 4월 초코파이가 개발되었다.
빵 사이에 마시멜로가 들어가고 초콜릿으로 코팅하는 기술이 당시로서는 최첨단 기술이었기 때문.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았다 해도 투자와 노력이 없었다면 초코파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CM송
“손이 가요 손이 가/새우깡에 손이 가요/아이손 어른 손/자꾸만 손이 가/언제든지 새우깡/어디서나 맛있게/누구든지 즐겨요/농심 새우깡.” 읽기만 해도 절로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는 이 CM 송은 1988년, 카피라이터 이만재가 작사하고 가수 윤형주가 작곡한 대한민국 대표 CM 송.
“맛동산 먹고 즐거운 파티~”로 시작하는 맛동산의 CM송 역시 인기다. 최근에는 “맛동산을 먹었지만 즐거운 파티는 열리지 않았다”며 인터넷상에 불만(?)을 터뜨리는 네티즌이 등장하기도 했는데, 이는 당시의 시대 상황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1970년대 후반에는 젊은이들이 실제로 맛동산을 파티용 과자로 사용했던 것.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눈빛만 보아도 알아 / 마음속에 있다는 것.”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로 사랑받는 초코파이 CM 송은 1989년 작품. “좋은 사람 만나면/나눠주고 싶어요”로 유명한 롯데 껌 CM 송도 윤형주가 작곡한 것이다. 원래는 도입부 가사가 ‘멕시코 치클처럼 부드럽게 말해요’인데 껌이 무엇인지를 알려야 했던 당시의 시대 상황도 함께 알 수 있어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