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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 영화를 보기 위하여 불을 끈다.
“와! 귀신이 나올 것 같아요.“
“불 두 개만 켜요. 눈이 나빠 잘 안보여요.”
이런 저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텔레비전을 튼다.
“와! 시작이다. 조용, 조용 안 들리잖아.” 여기서 웅성, 저기서 웅성 아침햇살이 비추는데 전깃줄에 참새가 앉아있는 장면이 나오니 아이들은 금방 조용해진다. “참새 귀엽다.”
강아지 똥을 재미나게 잘 본다. 40분이나 하는데 종이 나도 아이들은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영화를 끝내고 아이들과 우유를 먹으며 쉬는 시간을 갖는다.
잠시 쉬었다가 수학공부로 들어가려는데 진혁이가 “에이, 변태”그런다.
“뭐가 변태야.”
“연수가 일이 윗옷 자크를 열잖아요.”
갑자기 연수가 기분 나쁜 얼굴로 진혁일 쳐다본다. 일이도 깜짝 놀라고... 둘이 장난하는 걸 진혁이가 보고 변태라고 한 거다.
“얘들아. 이게 변태니?”
“아니요, 보는 사람이 변태예요.”승헌이가 말한다.
“노천탕에서 아랫바지 하나만 입고 남녀같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변태가 아니예요.” 충환이가 수영장 이야기를 예로 들어 말한다. 귀여운 녀석!
“그래, 장난하다 그런 건데 그게 왜 변태야. 아닌 거 같은데..”라고 말해주며 연수와 일을 보며 눈으로만 주의집중해.라고 말해준다.진혁인 자기가 말해놓고 쑥스러운지 그냥 아무 말 안한다.
오늘 수학공부는 콘프러스트 꼬지에 끼우며 묶음, 낱개 복습하는거다. 아이들에게 수.익문제와 재미수학문제를 뽑아 준다. 꽂이에 묶음은 끼우고 낱개는 그냥 두는 거다.
“자, 여러분 문제를 보고 콘푸로스트를 놓는 겁니다. 내가 보고 맞았으면 먹고 틀렸으면 못 먹는 겁니다. 뭘 먹는거냐면 여기 들어있는 하얀 약 한 개를 먹는 거예요. 퀴즙니다. 틀리면 못 먹으니 다 된 동무는 손머리 하세요.“
“선생님 그건 하얀 약이 아니고 마시맬로예요.”
“아, 그러니? 난 이거 그래도 약으로 할래, 마술 약 먹으면 생각이 쑥쑥 나서 수학공부 잘하게 될테니까 약으로 할 꺼야. 자 시작.”
아이들은 즐거이 수익책을 보며 16을 놓는다. 처음엔 말뜻을 잘못 이해해서 한 개에 열 개 이상 끼운 아이도 있고 해서 열 개가 넘으면 다른 꽂이를 사용하는거 라고 말해주니 달콤한 냄새를 맡으며 꽂이에 꽂기에 바쁘다.
“선생님, 먹고 싶어요. ”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소리친다.
“종이컵에 든 거 너희들 다 먹을 거야. 근데 지금은 아니야. 잘해야 먹을 수 있다.”
한 개 맞으면 마시맬로 한 개씩 먹게 하니 여기저기서 손들어 봐주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뭔가 입에 들어가니 아주 열심이다. 지헌이가 꽂이에 끼우다가 하나 먹었나보다.
“야. 너 먹었지?” 주연이가 물으니 “아니, 나 안 먹었어.” 지헌이가 말한다.
난 물어보지 않는다. 지들끼리 해결하게 둔다. 하나 먹을 수도 있는 거라서 두기도 하고 알아서 둘이 해결하는 것이 좋다. 꼭 내가 중재를 해야 할 필요는 없다. 주연이는 지헌이 말을 믿어주고 다시 꽂기에 열중이다. 늦게 하면 못 먹으니까 말다툼하고 있기보다 빨리 끼우는 게 더 현명하단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아이들과 오늘 수학공부 구체물로 두 시간 하니 좋은데 수업진도는 거의 못나가니 마음이 급해져서 “얘들아, 풀면서 먹어라. 어서. 그냥 먹고만 있으면 안된다. 문제 풀면서 먹어야 잘하는 거야.” 콘프러스트 주물럭대며 꽂이에 끼우는데 침 넘어가는 소리가 나는 것 같다. 아이들이 문제를 모두 풀고 나자 “이제, 먹어도 되요.”했더니 좋아서 소리 지르고 난리다. 난 아이들에게 자기가 푼 문제 검사해주는데 먹지만 말고 문제 풀면서 먹으라고 말해도 군소리 없이 잘 푼다. “먹고 풀어요.” 소리 안하고 싸우는 아이 없이 한 개씩 먹으며 문제풀기에 열심인 아이들이 귀엽다. 아예 불만이 있어도 내게 말하지 않는다. 두 개 먹는 아이는 지들끼리 한 개씩 먹으라며 지청구하고 먹고만 있고 풀지 않으면 풀라고 야단친다.
든든한 녀석들이다. 콘푸러스트 별것도 아닌데 아이들은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지난 주 목요일부터인가부터 콘프러스트가 내 옆에 있었다.
“선생님 이거 뭐예요?”
“어. 수학공부 할 때 쓸거야.”
주연이는 묻는 문장 공부하는 글에다가 “ 콘프러스트는 뭐 할 거예요?” 라고 쓰기까지 했다. 그렇게 기다리다 오늘 수학시간에 드디어 이걸로 공부한다 했더니 그때부터 벌써 소란스러워져서 조용히 안한 조는 안준다했더니 소란스러움이 조금 가시나, 전파와 우정조는 여전히 웅성웅성해서 늦게 준다. 두 조는 받은 것만도 좋은지 또 이죽거린다.
수학공부 하기 전 강아지 똥 보고 아이들에게 간단하게 물어본다.
“강아지똥 보고 생각나는 거 아무거나 말해보세요?”
아이들이 어수선하다. 난 그냥 텔레비전만 보고 넘어가려 했으나 아이들이 혼을 쏙 빼놓고 보기에 그냥 물어본다. 짧은 시간에.. 어떤 아이는 집중을 잘하는데 어떤 아이는 별 생각 없다. 그럼 그냥 두고 손 든 아이들과 공부하면 아이들은 주의 집중을 하게 된다. 교사가 발표 잘한다며 칭찬하고 그래도 안 듣는 아이는 5분 서있게 한다.
“부엉이가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데 빨간 눈빛이 된 거 같아서 무서웠어요.” 민주가 말한다.
“그러게 말이야. 우리 이렇게 같이 봐도 무서운데 강아지 똥은 혼자서 밤을 지새야했으니 얼마나 무서웠을까 몰라. 딴 사람?”
“강아지 똥에 눈이 쌓인 게 결혼하는 거 같아요.”나린이가 말한다.
“아하. 결혼할 때 신부가 머리에 쓰는 하얀 면사포 쓴 거 같단 말이구나.”
나린이가 작은 소리로 맞단다.
“슬프고 무섭고 그래요,” 수빈이가 말한다.
“민들레가 강아지 똥 주위를 감싸는게 뽀뽀한 거 같아요.” 충환이가 말한다.
“아하. 뽀뽀한 거처럼 편안한 느낌이 든다는 거구나.”충환이가 웃는다.자기 말을 아주 잘 듣고 적절하게 표현해줘 일 것이다.
“나뭇잎이 떨어져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이 슬퍼요.”
“강아지가 똥 누고 가는게 귀여워요.”주연이가 말한다.
“아, 강아지가 엉덩이를 뒤로 해서 실룩대며 가는 모습이 귀엽다는구나.”아이들이 내가 몸짓으로 표현하니 한바탕 웃고 난리가 났다.
다른 아이들도 말을 했는데 생각이 안 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한 10분 정도만 가볍게 발표시킨다. 내일 독서시간에 공부하고 수학공부해야 해서 오늘은 운만 뗀다.
공부시간이 부족하여 오늘은 마음공부 집으로 보낸다. 학교에서 5분 정도 쓰게 한다. 진혁이랑 몇 명의 아이들은 쉬지 않고 계속 쓴다. 이것이 아이들이다 .칭찬해주면 정말 잘하려 애쓴다. 일교시 끝날 때즘 주말이야기는 한 아이만 듣고 희연이 공책 읽어주고 기현이 공책도 읽어주고 아이들 글 모음책에서도 골라 읽어주는데 우리 아이들이 쓴 것이 더 재미있단다. 아마도 같은 경험을 가지고 있어서 일 것이고 사실 우리 아이들이 더 자세하게 잘 썼다. 아이들에게 기현이 글을 읽어주며 글쓰기 한 가지 들어갔다. 글을 쓰다가 갑자기 뚝 끊어진 부분을 가르키며 “왜 이런 느낌이 들까?” 라고 물어주며 가만 있길래 끝내려고 마음먹고 줄여 써서 그렇다고 말해주고 내가 고쳐서 다시 입말로 써주니 아이들이 이해가 되는가보다. 아이들에게 강아지 똥 봐야 해서 시간이 없으니 집에서 써오자하니 싫단다. 지금 잘 써진다고 계속 쓰겠단다. 난 그래도 시간이 없어서 집으로 보내며 30분은 차분히 앉아서 자기처럼 써오길 몇 번을 강조했는지 모른다. 가기 전에 ‘한번 더 말할 걸.’하는 후회가 들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잘해올 것을 믿는다.
희연이가 체험학습 갔다 왔다.
“선생님, 저는 다 써왔어요.”
“어디. 진짜 잘 썼다. 애들아. 한번 들어볼래?”
이구동성으로 “예.”라고 소리치기에 들려준다. 정말 한 장 빼곡이 잘써 왔는데 이야기가 끊어졌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그 다음 궁금하니? ”하고 물었더니 궁금하단다. “희연아. 얘들이 네 글이 너무 재밌나봐. 2부를 기대한다는데 어떡할래?”
“더 할께요.” 희연이 녀석 시간을 충분히 갖고 써서 일 것이다. 교실에서도 시간을 주고 천천히 쓰게 하면 지금보다 훨씬 잘할 것이나 진도 나가기에 급해 과제로 내보내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다. 잘해오겠지. 녀석들... 우리 아이들이 내게 칭찬할 거리를 자꾸 만들어줘야 할텐데...
오늘도 급식실에서 수빈이가 밥을 안 먹고 오도카니 앉아 있다.
급식시간 가까워져가니 급식 먹을 수 있으면 먹고 못 먹으면 물만 먹겠단다. 급식실에 내려가서 내 옆에 앉아있게 하며 된장국에 조금만 먹으라 해도 못먹겠단다.
“수빈이는 왜 밥 안 먹어요?” 내 곁에 앉아있는 수빈일 보고 일이가 묻는다. “배가 아파 그러지.”
보건실에 가있으라고 해도 굳이 내 옆에 있겠단다. 안쓰럽다. ‘수빈아, 빨리 배 낫거라. 아주 오래가는구나.’
주연이가 밥 먹다가 얼굴이 하해져서 왔다.
“선생님, 배가 아파요.”
“먹을 수 있는 만큼만 먹어라. 그리고 집에 가서 꼭 밥 더 먹어라.”
“선생님. 기현이 팔이 아프대요.”승헌이가 말한다.
“어디 팔인데?”
어깨를 가르키며 “어른처럼 아파요.”기현인 얼굴을 찡그리고 승헌이가 말은 한다.
그러더니 조금 후에 “기현이 배 아프대요.”하고 또 승헌이가 대변인 된다.
“그래? 기현이 와봐라.”했는데 안 오고 밥을 다 먹었다.
“기현이는 꾀병이었어.”연수와 세영이가 깔깔거리며 수다를 떤다. 자리를 옮겨 급식을 먹다 다시 제니, 승헌 옆자리로 온다. 이 쪽 녀석들이 제일 밥 먹는 태도가 불량하여 내가 있어야하기에 자리 바꿔 앉은지 하루 만에 다시 옛날 자리로 돌아온다. 오늘 자리를 바꿨다. 월요일이라 아침조회도 하고 자리도 바꾸고 그냥 시간이 흘러가 버려 아이들 쉬는 시간 다 뺏어먹은 날이다. 아! 언제나 아이들 이야기 들어주며 제대로 교육하고 받을려나? 오늘도 한번도 못안아줬다. 마음이 바쁘고 몸이 고달프기도하지만 그보다는 습관이 안되어서이리라.
안아주기가 좋다는 건 아는데 그걸 행동하려면 얼마나 많은 연습이 필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