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국내최초 인터넷 蘭 신문 '난과함께'에 일송 김성진이 <발행인 칼럼>에 게재한 글입니다. '난과함께 바로가기 www.난과함께.com
한국춘란 두화소심 '일월화'(본 사진은 인공배양기 사용과 무관함)
기온이 30도가 웃도니 여기저기서 좋지않은 소식이 들린다. 한국춘란은 특히 여름에 약하다. 겨울에 휴면을 2~3개월 정도 한 난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별 탈이 없다. 인공배양기(인큐베이터)에 넣어 2~3모작을 하고, 겨울휴면을 하지 않은 난은 일반난실에서 재배하면 대부분 버티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6월에 접어들면서 애란인들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 대부분 피해사례를 알리는 전화다. 서울에 사는 애란경력 30년이 넘는 P애란인 전화다. 작년 겨울과 올 봄에 1.000천 원 상당하는 난 2분을 인터넷에서 구입을 하였다. 단독주택인 집 정원에 20여 평 난실을 지어 한국춘란을 1.000여 분 정도 키우는 한국춘란계의 베테랑 애란인이다. 고가의 명명품도 상당히 재배한다. 하루는 심심해서 인터넷 난쇼핑물을 휘젓고 다니다 평소 소장하고 싶은 난이 있어 전화로 여러 가지 확인을 하고 구입을 하였다. 실물이 도착하여 확인하니 웬지 냄새(?)가 나 그쪽에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감정을 시켰더니 90% 이상 인공배양기에서 재배한 난이니 여름에 조심하여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
올해들어 난실의 온도가 30도에 육박할 즈음에 최근 구입한 난이 걱정되어 소독을 몇 차례나 하였다. 아뿔사! 6월 하순이 되니 1촉씩 무너지기 시작하여 1분은 완전 죽었고, 다른 한 분도 서서히 무너진다. 기존에 키우던 1.000여분은 멀쩡한데 기가 찰 노릇이다. 며칠 전 구입처에 전화를 하였다. "혹시 그때 그 난 인공배양기에서 키운 난이 아닙니까?", "일언지하에 아니라"고 한다. "그럼, 본인이 재배한 난입니까?", "몇 군데 거쳐서 왔는데 인공배양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란다." 덧붙혀 하는 말이 "그런 잔풀(?)을 누가 인공배양기에 넣느나고?" 기가 차서 말이 안나와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P씨왈! 난이 죽은 것도 화가 치미는데 잔풀떼기나 키우는 사람으로 매도를 당했으니 자존심 강한 P씨. 체면 불구하고 전화를 드린단다. 언제부터 한국난계가 1.000천원 짜리 난이 잔풀떼기가 되었냐고 항의를 한다. "글쎄요, 종로에서 뺨맞고 명동에서 화내는 겁니까?" 하고 묻자. 죄송하단다. 구입처를 묻자 실명을 밝히기를 꺼린다. 나중에 알려준단다.
사례를 하나 더 들어본다. 국영기업체에 근무하다 금년 1월에 명예퇴직한 K씨는 퇴직금 중 일부를 노후에 대비코자 요즘 가격이 폭등한 속칭 인기있는 난을 인터넷을 통하여 구입하였다. 구입한 지 2개월 만에 횡사를 하였다. 한마디로 기가 찰 노릇이다. 구입처에 전화를 하니 2개월이나 지났고 본인이 키운 난이 아니고 판매전시회에서 구입한 난이란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전화를 끊어 버린다. K씨는 한국춘란 옆에도 가고 싶지 않단다. "키우고 있는 한국춘란을 모두 처분하고 싶으니 구입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소개를 해달란다." 화가 잔뜩 난 K씨에게 할 수 있는 말은 " 믿음이 가는 상인들도 많이 있으니 앞으로 구입을 할 때 신중을 기하라"는 말 밖에 없었다. 여러 애란인들이 이구동성으로 K씨가 구입한 난도 인공배양기에서 구입한 난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인공배양기(인큐베이터)사용에 대해서는 그동안 문제점이 수도없이 노출되어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여러 가지 대책이 마련되었지만 실효성이 없는 것 같다. 2009년 12월 10일 한국난상인연합회와 난단체 회장단 간에 '공정한 난유통을 위한 업무협약식이 있었다. 그동안 난 유통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점을 조금이라도 해결해보자는 취지의 만남이었다. 그때도 인공배양기(인큐베이터)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지금 여러 단체에서 인공배양기 사용에 관한 조치내용을 보면
●"인공배양기(인큐베이터)에서 재배 증식된 난에 대해서는 정상 품질이나 정상거래로 인정하지 않으며, 인공배양기에서 재배된 상품으로 판명시에는 구매자의 반품요구 시에 응해야 한다." ● 현재 한국난산업총연합회에서는 난잡지에 매월 광고를 한다. "난총에서는 자연재배(무가온)한 한국춘란만을 유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라고 하는데 소속 회원 중에서 인공배양기를 사용하는 곳이 있다.
● 최근에 발족한 대한민국난산업총협회 총회장에게 전화를 하여 입장을 들어보았다. "소속 회원 중에 인공배양기를 사용하는 회원이 몇명 있다"고 솔직히 시인을 하고 앞으로 대응책을 임원회의에서 진지하게 논의하겠다고 한다.
● 인터넷 직거래장터로 상당히 소문이 난 '난궁'에도 인공배양기에 관한 공지글이 올라 있다. '난궁'에서는 자연재배 (무가온)춘란만을 엄선 판매토록 권장합니다. 인위적 (가온)촉수번식은 모든 애란인께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 올 것입니다
인공배양기는 약 1000여대가 판매되었다고 한다. 요즘은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가 되어 난실 전부를 인큐베이터화 한 곳도 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1촉이 몇 년사이에 수십촉으로 불어난다고 한다. 조직배양의 전단계에 도달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형태는 난의 유통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다. '보석의 대명사 다이아몬드도 길가에 돌멩이처럼 흔하면 누가 보석취급을 해주겠나.'
원래 인공배양기의 주 사용목적은 찍어내듯 대량 생산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세력이 약화되어 종을 잃을지도 모르는 품종의 안전한 배양과 그 해에 다 키우지 못한 난의 생장을 연장시킴이 목적이었다. 좋은 취지의 목적이 언제부터인지 증식에 목적을 두는 행태로 바뀌었고 많은 품종들이 그 증식 과정이 숨겨진 채 유통이 된다. 애란인들은 구매 후 단기간에 이유도 모르고 죽어 나가는 난을 바라보면서 가슴앓이는 물론이고 금전적인 손해도 크다.
인공배양기를 윈래의 취지대로 사용하는 애란인도 있다. 취재를 하는 과정에 만난 A애란인은 당해년도에 다 자라지 못한 난들을 약 1개월 정도 인공배양기에 넣는데 늦어도 12월 15일 이전에 일반난실로 옮겨 겨울휴면을 철저하게 시킨다고 한다. 취재에 응하지 않다가 간신히 만난 P애란인은 수익이 몇 배가 된다는 난상인의 달콤한 권유로 인공배양기를 사용하고 있다. 친한 난우들이 방문이라도 하면 죄지은 사람처럼 항상 찜찜하였다고 실토한다. 인공배양기의 문제점을 설명듣고 오늘 당장 인공배양기에서 난을 일반난실로 옮기겠다고 한다. 이후 수소문을 해보니 약속을 잘 지키고 있었다.
인공배양기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상인이 있다는 한 통의 전화 제보를 받고 평소 안면이 있는 K상인에게 전화를 하였다. "혹시 지금도 인공배양기를 사용합니까?" , "제가 그에 대한 답변을 꼭 해야합니까?", "어느 XX가 제보를 했습니까?" , "다른 사람들도 다 인공배양기를 사용하는데요', 그리고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고 전화를 받지 않는다. K상인은 평소 재배이론도 밝고 건실한 젊은 상인으로 알았는데 필자는 깜짝 놀랐다. 이 글을 혹시나 K상인이 보면 '소탐대실' 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한국난계는 생각보다 좁다. 신뢰를 상실한 선배상인들의 현재 위치를 잘 새겨보기를 바란다.
대부분의 상인은 한국난계의 큰축이 되어 양심적으로 열심히 난을 재배하고 매매도 하면서 상인 본연의 자세로 열심히 산다. 옛 속담에 '미꾸리지 한 마리가 꾸중물을 일으킨다' 는 말이 있다. 세상에 태어나서 유익한 인간이 되지는 못할망정 꾸중물이나 일으키는 인간이 되어서 되겠나.
인공배양기 사용은 한국난계의 미래를 위해서는 없어져야 할 것 중에 1순위에 해당한다. 난단체, 상인단체, 애란인 모두가 공감을 한다. 그런데 독버섯처럼 없어지지를 않고 더욱 번창을 한다. 이유는 단시일에 큰 돈이 되기 때문이다. 2개의 상인단체에서는 먼저 소속회원들의 인공배양기 사용여부를 확인하고 엄격하게 관리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시정이 안 될 때는 '음찹마속'의 심정으로 조치를 하여야 한다. 법적으로는 제재를 가할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 1차 경고를 하고 계속 사용할 시는 언론에 명단을 공개하는 방법도 검토되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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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수류화개실 일송정(水流花開室 一松亭) 원문보기 글쓴이: 일송
첫댓글 좋은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