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코스피시장이 눈치보기 등락 끝에 약보합 마감했다.
급락한 美 증시에 비해서는 선전한 셈이지만 엿새째 이어진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짙은 관망심리를 대변하듯 거래대금은 나흘째 감소했다.
앞서 열린 뉴욕증시(26일)는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와 캔자스 시티지역 제조업 경기 등 경제지표들이 부진하게 발표되며 경기 우려를 높인데다 거액의 세금 환급 판결로 스페인 재정위기 우려까지 재차 불거지면서 주요지수들이 1% 전후의 하락세로 마감했다.
다우 지수는 1만선을 하회했다.
0.33% 하락출발한 코스피는 잭슨홀 회의에 참석하는 벤 버냉키 의장의 경기 진단 코멘트를 앞두고 경계심리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보합권을 넘나드는 혼조세를 연출했다.
프로그램 매물이 점증하며 지수를 압박한 가운데 오후들어서도 보합권을 맴돌던 코스피는 전일대비 0.2p(0.01%) 내린 1729.56p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1358억원 순매도)이 사흘째 '팔자'에 나선데다 KSP200선물시장에서도 2485계약을 순매도하며 장 분위기를 무겁게 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1375억원, 1119억원 매수우위를 기록하며 저가매수에 주력했다. 투신(+491억원)과 기금(+67억원)도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날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2837억원) 위주로 1974억원 순매도를 기록하며 지수 상승을 가로막았다.
환율은 증시와 같이 혼조 등락을 거듭하다 소폭 상승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6.60원 오른 1196.60원으로 마감했다.
미국 증시 조정 여파로 약세출발했던 아시아 주요국 증시들은 치솟던 엔화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대부분 오름세로 마감했다.
일본 정부가 엔고 문제와 경제부양책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닛케이지수가 수출주를 중심으로 0.95% 올랐고 상해종합지수(0.28%)와 가권지수(0.43%), 싱가포르지수(0.44%) 등이 강세를 기록했다. 한편 항셍지수는 약보합(-0.07%) 마감했다.
기관 선호 화학·조선 강세 외국인 매물을 받아내며 증시를 지탱해주고 있는 기관의 선호주들이 약세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날 기관은 화학 서비스 운수장비 업종을 주로 사들였다. 반면 외국인은 IT 서비스 금융업종을 중심으로 매도에 치중했다.
하반기 수주 회복세와 선가 상승 기대감에 조선주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에틸렌 운반선 수주에 성공한 대우조선해양이 2.94% 급등한 것을 비롯해 삼성중공업(2.86%), STX조선해양(2.35%), 현대중공업(1.74%) 등의 조선주들이 업황 개선 기대를 반영해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한진해운(1.39%)과 STX팬오션(0.44%), 대한해운(0.21%) 등 조선주와 연동성이 높은 해운주들도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대형 크래커들의 잇단 가동 중단이 석유화학제품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에 화학주들도 큰폭 상승했다.
최근들어 태양광 사업의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는 한화케미칼이 6.26% 급등한 것을 비롯해 OCI(5.84%), 영보화학(5.64%), 한국셀석유(5.01%), 케이피케미칼(2.48%), SK에너지(2.49%), 한화(2.18%), 코스모화학(1.50%), SKC(1.88%), LG화학(1.63%), 호남석유(1.12%), 제일모직(2.82%) 등이 오름세를 탔다.
뉴질랜드에서 신종플루가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에 신종플루 테마주들이 들썩거렸다. 대국이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고 파루(7.92%), 알앤엘바이오(7.31%), 녹십자(4.73%), 유한양행(4.60%), 중앙백신(3.59%), 웰크론(2.77%) 등의 신종플루 관련주들이 큰폭 상승했다.
미국 줄기세포 관련 정부지원 중단 판결 악재로 전일 급락했던 바이오주들이 반발매수세 유입에 힘입어 대체로 반등했다.
중외홀딩스가 상한가에 오른 것을 비롯해 중외신약(6.43%), 동아제약(5.96%), 바이로메드(5.74%), 세원셀론텍(5.25%), 에프씨비투웰브(4.59%), 젬백스(4.11%), 조아제약(3.33%), 이노셀(3.27%), 산성피앤씨(1.11%), 메디포스트(0.98%) 등의 바이오주들이 동반 강세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매물을 쏟아낸 IT주들이 대체로 약세를 보이는 등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혼조세를 연출했다.
삼성전자가 0.91% 내렸고 POSCO(-0.41%)와 삼성생명(-0.92%), 현대모비스(-0.48%), 한국전력(-2.45%), LG전자(-0.83%), 하이닉스(-0.22%), SK텔레콤(-0.31%), LG디스플레이(-1.46%), 롯데쇼핑(-1.30%) 등의 시총상위주들이 줄줄이 하락했다.
반면 현대차(1.47%)와 기아차(0.98%), 신한지주(0.11%), 구조조정 호재를 등에 업은 KB금융(2.13%), LG(0.94%), 신세계(0.90%), 현대제철(0.97%) 등은 선방했다.
외국인(-108억원)이 사흘째 매도공세를 펼친 코스닥시장은 0.65%나 밀리며 엿새째 하락했다.
서울반도체(-1.70%)와 SK브로드밴드(-1.80%), OCI머티리얼즈(-0.61%), 메가스터디(-0.51%), 태웅(-1.93%), 주성엔지니어링(-2.92%), 포스코켐텍(-2.92%) 등 대부분의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부진한 흐름을 보인 가운데, 셀트리온(0.49%)과 CJ오쇼핑(2.47%), SK컴즈(3.14%), 네오위즈게임즈(0.93%) 등이 선전했다.
버냉키 효과..뉴욕증시 급등 주말 뉴욕증시(27일)는 잭슨홀 컨퍼런스를 통해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더블딥 침체의 가능성이 없으며 미국 경제를 위해 필요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점에 안도하며 큰폭 상승했다.
미국의 2분기 GDP성장률은 하향 수정됐다. 하지만 시장의 예상치를 옷돌면서 더블딥 우려를 더는데 기여했다.
다우 지수가 1.65% 급등한 1만150.65p로 마감하며 1만선을 회복했고, 나스닥 지수(1.65%)와 S&P 500지수(1.66%)도 강하게 반등했다.
경기 우려가 완화되면서 국제유가도 큰폭 반등했다.
반등의 토대 마련 이날 코스피 거래대금은 나흘째 감소해 4조원 초반대까지 줄어들었고, 거래량은 10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무기력한 증시 흐름에 얼마나 지쳐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직전 저점과 양운층 상단 부근인 1720선에서 이중바닥을 다진 코스피는 버냉키 효과에 힘입어 다시 반전을 꾀할 수 있게 됐다.
버냉키가 언급한 내용중 눈에 띄는 부분은 내년도 경제 성장을 낙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버냉키는 올해 남은 4개월 동안은 미국 경제가 더딘 속도로 성장을 지속하고, 2011년부터는 성장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블딥의 사전 징후로 간주되는 '성장세 둔화'가 내년부터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만의 하나 향후 경제전망이 현저히 악화될 경우 연준은 추가적인 대응책을 취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말도 첨언했다.
통제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보면 최선을 다하겠지만, 성장세의 둔화가 지속될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내년도 경제성장세 회복은 아직 '희망사항' 수준이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긍정적인 언급들은 시장의 안정을 책임지고 있는 금융당국의 수장이라는 그의 지위를 감안하면 예견된 '립 서비스'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현재의 경기 진단과 관련해 새로운 호재는 사실 없는 셈이다.
2분기 GDP 성장률 수정치가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 호재로 작용했으나 눈높이를 낮춰둔 때문이지 경제 성장률 자체는 떨어졌다.
이날 버냉키 호재에 가려졌지만 세계 최대 컴퓨터칩 메이커 '인텔'은 올 3분기 매출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실물경제는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는 얘기가 된다.
요컨대 '현재 경제상황이 좋지 않지만 더블딥 리세션에 빠질 정도로 나쁘지는 않다. 내년도 경제전망을 좋게 보고 있으며 전망이 틀릴 경우 정부는 유동성 공급, 경기부양책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이다'라는게 버냉키 연설의 골자다.
모멘텀 갈증에 시달려온 증시는 버냉키 연설을 계기로 반등을 시도하고, 경기 둔화를 분명히 인식한 일본 중국 미국 등 주요국들의 경기 부양책 마련 기대감은 증시의 하방경직성을 키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아직은 기술적 반등 국면이고 주요국 정부들이 시장에서 기대하는 수준의 부양책들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글로벌 증시가 매도 오버슈팅, 숏커버링 이후에도 연속적인 반등을 보여주는지 살피며 당분간은 안전운행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