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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지상주의? 자아 존중?
10대의 성형과 화장
3050 엄마들의 학창 시절만 해도 모범생의 상징은 뿔테 안경에 단정한 옷차림이었죠. 반대로 머리에 힘 주고 교복 뒷주머니에 빗을 꽂은 채 외모 가꾸기에 치중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성적과 담을 쌓은 아이들이었습니다. 지금 우리 자녀 세대에도 그 통념이 이어질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외모 가꾸기 정도와 학습 성적이 꼭 반비례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청소년의 외모 가꾸기와 성적의 상관관계를 논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인 세상이 도래했죠. 이런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까요? 청소년에게까지 내려온 외모 지상주의를 개탄하며 무작정 막는 게 능사일까요, 아니면 끓어오르는 화를 참고 자녀의 외모 가꾸기를 방관하며 때를 기다리는 게 좋을까요? 한데 외모 가꾸기가 자아 존중의 도구이자 우울함의 탈출구라면 다시 생각해볼 문제가 아닐는지요.
아이의 외모 관심이 유난하다면?
3050 엄마들의 학창 시절만 해도 머리에 힘 주고 옷 좀 신경 써서 입는 애들은 '날라리'가 대부분이었죠.
강산이 세 번은 바뀌었을 지금은 어떨까요? 등굣길 여학생들의 얼굴에는 뽀얀 분가루가 덮여 있고 여중생의 성형은 부러움의 대상이며, 치마는 '똥꼬 치마' 라 민망해서 눈을 어디에 둘지 모를 정도죠. 공부 잘하는 아이나 못하는 아이 가릴 것 없이 외모 가꾸기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면 살짝 걱정이 되지만, 어른들 인식을 반영한것 같아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청소년의 과열된 외모 가꾸기' 현상을 다각도로 짚어봤습니다. 이 때문에 부모와 겪는 갈등과 해소 방법도 담았으니 혹여 자녀의 지나친 외모 관심으로 속을 썩는 여러분은 필독해주시길 바랍니다.
청소년, 가장 큰 고민은 외모?!
지난해 서울시 거주 아동·청소년 1천31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52.7%인 694명이 외모와 키, 몸무게를 가장 큰 고민거리로 뽑았다. 직업이나 공부를 꼽던 과거와 판이한 결과에 교사나 부모는 '불손한 고민' 이라며 심각하게 여길지도 모르겠다. 한데 외모 때문에 왕따 당하거나 그로 인해 우울증을 앓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니 주목해야 할 듯. 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과 아이들의 갈등은 최고조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다. 무작정 막을까, 방치할까,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1 야, 쌍수 했어? 헐~ 쩐다
지난 2월 중순 서울 강북구 소재 중학교 졸업식 현장. 과거 교복을 입고 경건하게 식을 진행하는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여대생 뺨치는 옷차림을 한 여학생들과 모델 포스를 풍기는 헤어스타일로 멋을 낸 남학생들이 눈에 띈다. 중학교 졸업식인지 대학교 졸업식인지 분간이 안 가는 상황. 한 술 더 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착용한 학생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야, 너 쌍수(쌍꺼풀 수술) 했어?" "응, 2주 됐어. 티 나?" "헐~ 완전 티 나. 쩐다, 쩔어."
"뭐야, ○○ 너 코 수술했어? 마스크 대박 웃겨." "열라 웃기지? 아파서 죽는 줄 알았어." "나도 하고 싶다. 부러워."
중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들의 입에서 나오는 대화는 한마디로 충격적.
서울 강남구 신사역 3번 출구로 가는 길. 성형수술로 용(?)이 된 사람들의 비포 앤드 애프터 사진이 출구 벽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한눈에 봐도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놀라운 결과. 케이블 TV 성형 프로젝트에 자주 협찬하는 한 성형외과에 고등학교 1학년 딸과 함께 찾았다. 예약을 하고 방문했지만 병원 대기실은 인산인해. 졸업과 입학 시즌에 맞물린 시기여서일까? 엄마와 함께 온 앳된 여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이 집 딸은 몇 살이에요?" "이제 고등학생이 되는데 자꾸 쌍꺼풀 수술을 해달라네요."
리포터의 딸과 동갑내기. 맞은편 자리에 앉은 모녀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지니 고등학교 2학년이란다.
"한참 공부해야 하는 시기인데, 어떻게 수술 시켜줄 결심을 했냐?"고 물으니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공부가 안 된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왔다" 는 답변이 돌아온다. 드디어 리포터 딸이 진료 받을 차례.
"쌍꺼풀은 있고, 앞 트임 하러 왔어요?" "……." "이제 고등학생인데 수술해도 될까요?" "요즘은 초등학교 고학년도 쌍꺼풀 수술을 해요. 이 학생 코도 살짝 만져야겠는데요?" "아직 성장기인데 괜찮을까요?" "고등학교 1학년이면 성장이 거의 끝났다고 봐야지요. 어릴 때 성형하면 예후가 좋고 졸업 앨범에도 예쁜 모습을 남길 수 있잖아요?"
그날 진료 뒤 내린 견적은 앞 트임 200만 원에 코 수술 170만 원. 학생이니 이 가격에서 15% 할인해준단다. 이제 겨우 열일곱 살 소녀건만… 말로만 듣던 청소년 성형수술 만연 현장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청소년 성형 금지법 생긴다?!
분당MS성형외과 김인규 원장은 5~10년 전과 달리 청소년의 성형이 늘고 있다고 전한다. 특히 청소년의 성형 연령이 중학생까지 낮아진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최근 성형수술을 받다 숨진 여고생 사연이 전파를 타면서 청소년 성형수술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은 '성형외과가 방학 시즌 할인, 학생 할인 등 광고로 학생을 유인하고 성형수술을 부추겨 신체가 덜 성장한 청소년이 불필요한 미용성형수술 부작용으로 고통 받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는 의료법 개정안 관련 내용을 국회에 제출했다. 미용 목적으로 성형수술을 받을 때 복지부령에서 정하는 성형 부위 연령 기준에 적합하지 않을 경우 의료 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위반 시 2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는 게 골자.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치닫는 성형외과가 자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견해도 있다.
"화장 안 해도 예쁜데…."
"아, 정말 어른들은 만날 같은 말이에요.
어른들은 떡칠하고 다니면서 화장 안 해도
예쁘다는 게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2 민낯으로 외출하라고요?
더페이스샵, 에뛰드하우스, 미샤, 네이처리퍼블릭 등 원 브랜드 숍이 몰려 있는 중·고생들의 아지트 노원역 일대를 찾았다. 토요일 오전 11시지만 이들 매장에는 화장품을 사려는 손님으로 가득하다. 대부분 여중이나 여고생. 색조 화장으로 곱게 단장한 얼굴에 샘플 화장품을 덧바르느라 정신이 없다.
"이거, 땀구멍 커 보여." "야, 프라이머(비비크림이나 콤팩트 쓰기 전 피부를 매끈하게 해주는 제품) 먼저 발라야지."
"학생 몇 학년이야? 아줌마도 우리 딸 사주려고." "초등학교 6학년이오." "어머, 진짜? 엄마가 화장해도 아무 말씀 안 하시니?"
"히히, 집에서는 비비크림만 바르고 나와요. 나머지 화장은 지하철역이나 인근 백화점 화장실에서 마무리해요. 화장품 없을 때는 오늘처럼 이 일대 화장품 가게를 번갈아 방문하며 화장을 완성하죠."
초등학생들의 화장 문화가 여기까지 왔나 싶어 다소 놀랍다. 비비크림이나 틴트 정도라면 눈감아줄 수 있지만, 무대화장 뺨치는 초등학생들의 얼굴은 씁쓸함을 넘어 슬픔이 밀려들 정도.
"화장 안 해도 예쁜데…." "아, 정말 어른들은 만날 같은 말이에요. 어른들은 떡칠하고 다니면서 화장 안 해도 예쁘다는 게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주말이면 쇼핑하려는 청소년이 대거 몰린다는 강남역 지하상가. 청소년이 외모 꾸미는 아지트로 사용한다는 화장실을 찾았다.
예상대로 화장실 이용객보다 거울 앞에서 화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노원역에서 초등학생들의 화장 문화를 경험했기에 여중생들의 모습은 익숙하다. 하지만 또 다른 생소한 장면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친구들끼리 렌즈를 바꿔 착용하는 것이 아닌가.
한눈에 보기에도 비위생적. 손을 씻었는지, 렌즈는 소독을 했는지 의심스럽다.
"야, 너 이 렌즈 몇 번 썼어?" "세 번? 아니 네 번?" "아, 미쳐. 그런 줄도 모르고 꼈잖아."
"외출할 때 렌즈를 꼭 착용하니?" "그럼요, 이 렌즈가 성형 이상의 효과가 있다니까요. 이제 렌즈 없으면 외출을 못 해요."
"이거 사는 데 돈 많이 들지 않아?" "엄마 몰래 끼는 거라 용돈으로는 자주 못 사요. 원래 일회용인데 보통 2~3번은 착용해요.
렌즈가 없을 때는 친구 것 빌리기도 하고요."
화장품 시장 주 고객이 10대?
지난해 12월,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이 발표한 회원 현황을 보면, 최근 3년간 누적 10대 회원 규모가 2010년 23만 명에서 2011년 31만명, 2012년 49만 명으로 꾸준히 늘어 2년 사이 두 배가 넘게 성장했다고. 더페이스샵 전체 회원 수 대비 10대 비중도 10%가 넘는 상황. 10대가 화장품 시장의 주 고객이 될 날이 멀지 않다는 게 관련 업계 측의 전망이다. 이를 증명하듯 원 브랜드 숍들이 청소년 전문 기초화장품을 속속 출시하는 추세. 경기 호평중 신은경 교사는 "고운 피부를 화학 성분이 다량 함유된 화장품으로 덮는 게 안타깝지만, 무작정 막는 게 능사는 아닌 것 같다" 고. "학생들이 좋은 화장품을 선별해서 사용할 있도록 지도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 고 강조한다.
#3 외모 가꾸는 게 뭐가 문제지?
외모 가꾸기 열풍이 비단 학교 밖의 일은 아니라는 게 청소년의 전언. 고정수(가명, 중2·서울 강서구 화곡동) 학생의 말을 들어보자.
"등교할 때는 엄마한테 야단맞을까 봐 민낯으로 나오지만, 학교 가서 화장하고 머리 만지는 애들이 많아요. 교실 사물함에 드라이어나 고데기도 있죠."
정수 학생은 "학년 초에는 두발이나 복장 단속이 엄격하지만, 2~3개월 지나면 흐지부지된다" 고 말한다. 공부에 방해되고, 무엇보다 학급 면학 분위기를 해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당당한 대답이 돌아온다.
"외모 가꾸는 것과 공부가 무슨 상관이죠? 화장하고 머리 만지는 데 10분이 충분해요. 화장 안 하고 와서 신경 쓰느라 공부에 집중 못 하는 게 더 손해인 걸요. 그리고 전교 1등 하는 애들도 화장하고 다녀요."
취재 중 만난 대다수 청소년은 화장이나 성형 등 외모 가꾸기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반응. 거리 홍보에 나선 화장품 업체에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샘플을 나눠주고, 성형외과에 가면 상담을 받으러 온 중학생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청소년 외모 가 꾸기를 비난할 자격이 있냐고 반문한다.
대일외고 러시아어과 1학년 김혜인 학생은 "청소년의 외모 지상주의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사회가 외모를 중시하는 풍토를 만들어놓고 청소년 외모 가꾸기가 지나치다고 말하는 자체가 난센스다" 라고 말한다.
"중학생 친구들이 성형하는 것은 인터넷 영향이 커요. 연예인의 데뷔 전 학창 시절 사진이 공개되고 팬들의 비난을 받으면서 성형 연령이 낮아졌죠.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증거를 인멸하는 차원에서 졸업 앨범 촬영 전인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에 수술하는 애들이 많아요."
예쁘고 잘생긴 청소년이 공부도 잘한다고?
미국 시카고의 일리노이대학과 텍사스대학 합동 연구팀은 지난해 12월, "평균 외모 이상인 여성은 사회에서 받는 임금이 평균 외모 여성보다 8%높고, 평균 외모 이하인 경우에는 4%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 발표했다. 이어 "남성은 평균 외모 이상일 경우 1% 높은 임금을 받지만, 평균 이하 외모일 경우 임금이 13% 적었다" 고. 이들은 "고등학교에서도 외모가 예쁜 학생일수록 성적이 훨씬 높았다. 이것이 사회에서 경제적인 수준과 직결 되는 것" 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숙명아동청소년상담센터 도곡점 김수정 소장은 외모에 대한 자신감은 자존감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적극적으로 학업에 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고 전한다.
그래픽으로 보는 청소년 외모 꾸미기
지난해 8 월 서울시가 청소년 1천319명에게 물은 결과, 절반 이상이 외모가 학업이나 진로보다 큰 고민이라고 답했다. 성별로는 남학생은 외모보다 공 부를 걱정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여학생은 60 %가 공부보다 외모가 걱정이라고 대답했다.지난 2008년에 발표된 통계 자료에 따르면 10대 여성의 56.7%가 외모 가꾸기를 위해 성형수술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 이들 중 29.1%가 성형하고 싶은 부위로 눈을 꼽았으며, 다음으로 코(17.7%,3위)가 아닌 지방 흡입(23.4%)을 꼽아 여학생들의 몸매 성형에 대한 관심을 보여줬다.
외모 가꾸는 자녀와 갈등 푸는 솔루션
원천 봉쇄보다 적정 수준 제시
Solution 01 공부 잘하는 아이도 화장한다
숙명아동청소년상담센터 도곡점 김수정 소장
일각에서는 외모 가꾸기가 학업 성적이 낮은 아이들의 전유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일부 맞는 말이지만, 부모 세대와 비교해 일반화하기는 힘들다. 최근에는 학업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아이들이 외모 가꾸기에도 적극적인 경우가 많다. 반대로 의욕이 없고 억압된 감정으로 씨름하는 일부 청소년은 정서 문제로 혼란을 겪을 수 있기에 , 자녀가 지나치게 외모 가꾸기에 관심이 없는 경우 오히려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외모에 대한 열등감으로 우울증을 앓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 . 성적에 지장을 줄 만큼 외모 가꾸기에 시간을 보낸다면 부모의 적극적 개입은 필수다. 이때 무작정 막는 것은 금물. 화장하거나 머리를 꾸미는 데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면 그만큼 부지런해질 것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Solution 02 남자아이들의 여드름 스트레스에 주목하라
'In&Out' 이미지 개조 상담 전문가 강형숙 박사
외모 고민은 여학생들에게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지만, 남학생도 외모 때문에 괴로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여학생이 이목구비와 몸매에 집착한다면, 남학생은 여드름 트러블로 마음고생이 심한 편이다. 부모들은 자녀의 여드름을 청춘의 심벌로 여기며 때가 되면 지나간다고 말하지만, 여드름 때문에 자살 충동을 느껴 상담을 의뢰한 청소년도 있다. 어른이 되면 여드름 증상이 개선되 더라도 당장 자녀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한다면 한두 번 피부과에 데려가 적극적인 치료를 해주는 게 좋다.
여드름 치료 효과 여부를 떠나 부모가 자신의 고민을 들어줬다는 것만으로도 외모콤플렉스의 50%는 치유될 수 있기 때문. 외국 자료지만 청소년 7.1%가 여드름 때문에 자살할 생각이 있다고 답한 경우도 있다. 이 시기 여드름은 부정적인 자아상을 주기에 충분히 위협적인 요소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외모 가꾸기를 좋아한다면 그만큼 자신을 드러내 인정받기를 원하는 것이므로, 무작정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것을 옳지 않다. 단 '예쁜 것이 제일' 이라는 왜곡된 미의 기준보다 외모 가꾸기만큼 실력이나 인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Solution 03 민낯이 예쁘다고 입버릇처럼 칭찬하라
경기 은행중 이미혜 교사
학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자녀가 지나치게 멋을 부린다고 걱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원래는 순진 한 아이였는데 친구를 잘못 만나 비뚤어졌다고 하소연한다. 화장이나 염색, 성형 등 청소년의 외모가꾸기 현상은 10년 전부터 만연했다. 원 브랜드 화장품 매장에 가면 싸고 다양한 제품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아이들이 민낯으로 다니는 걸 바라는 어른들의 시각이 더 문제다. TV를 켜면 눈부신 화장을 하고 현란한 옷을 입은 또래 아이돌 스타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는데, 외모 가꾸기를 돌같이 하라는 게 말이 되는가?
다분히 소비 지향적인 환경에서 아이들은 자신감 표출, 스트레스 해소 용도로 외모 가꾸기에 집착한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이 이렇다고 방관해서는 안 된다. "엄마는 네 민낯이 예뻐" "와, 세수하고 나니 더 예쁘네?" 등 평소 꾸미지 않은 외모에 대한 칭찬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인위적으로 포장하는 것이 자신감있는 모습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게 중요하다.
Solution 04 엄마가 딸의 화장품 쇼핑에 동참하라
박은지 주부
올해 중3이 되는 딸은 초등학교 6년 때부터 화장을 했다. 호기심에 친구 화장품을 사용한 게 계기. 나중에는 용돈을 모아 비비크림부터 마스카라까지 사 모으더니, 엄마도 안 하는 풀 메이크업을 하는 아이가됐다. 처음에는 동네 사람 보기 창피해 화장품을 버리고 야단을 쳤지만 소용없었다. 오히려 검증되지 않은 싸구려 화장품을 바르면서 피부 트러블로 크게 고생했다. 이후에는 숨어서 싸구려 화장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딸과 함께 화장품 쇼핑에 나선다. 제대로 안전하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니 오히려 진한 화장 스타일이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으로 바뀌었다. 렌즈를 착용하고 싶다면 컬러 렌즈나 써클 렌즈보다는 투명 렌즈를 권한다. 지나치게 외모를 가꾸지 않는다면 자유롭게 두는 것도 자녀와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이다.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