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용노동시장은 근로자에 대한 무분별한 구조조정으로 IMF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용불안상황이 가장 두드러지고 있는 금융권의 경우 지난 1년사이 은행 1천484명, 증권사 3천794명의 인력이 감소했다.
특히 강성노조가 있는 일부기업을 제외하고 금융회사나 대부분 기업들에서는 전직이나, 직위해제, 대기발령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강요받는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인영·은수미 의원과 김기준, 한명숙 의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등은 이처럼 무분별한 구조조정을 막기 위한 고용안정 입법을 위해 24일 정책토론회를 가졌다.
환노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인영 의원은 "지난 IMF위기 이후 상시해고가 일반화되고, 제도상 수치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법을 악용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가지 형태의 정리해가고 더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 등의 이름을 걸고 불법적인 권고사직행위가 일어날뿐아니라 원하는 사람이 퇴직하지 않으면 업무전환배치와 사업장 이동, 집단적 괴롭힘 등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범죄행위가 따로 없다"며 "그럼에도 경영계와 정부에서는 노동의 유연화를 지금보다 훨씬 더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확대할 예정이며, 해고를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토론회를 함께 주최한 은수미 의원은 "끊임없이 구조조정하고 그 자리는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근로자에게 경영상 어떤 참여권리도 없는데 경영상 문제로 해고되고, 임금 및 근로조건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것은 이기주의로 받아들여진다"고 세태를 비판했다.
은 의원은 또 "심지어 이제는 공적연금이나 사회보장이 아니라 사적연금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정부입장에 대해서도 제대로 문제제기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우리가 서로 좀 더 진전하고 있는 건가를 묻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들은 법관이 근로계약상 표시된 의사표시에 충실하게 해석만 하면 노동사건을 정의롭게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 초래된다고 지적했다.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사직이나 합의해지는 사직을 원하지 않지만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으로 차선책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판례법리에 따르면 이런 경우 해고제한 법제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법원이 판결에 앞서 사직 그자체보다 사직 이전의 과정까지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 토론자들의 의견이다.
때문에 노동위원회의 인적구성과 절차를 정비하거나, 노동법원의 도입, 노동위원회와 노동법원의 병존 등 다양한 대안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토론자로 나선 김선광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일의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제도를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경우 근로자가 계속적 고용을 할 수 없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충족되지 않으면 해고는 무효로 본다. 또 해고회피노력과 구체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아울러 해고 대상자의 선정은 해고로 인한 불이익 정도가 가장 적은 자여야 하며, 해고에 앞서 근로자대표에게 충분히 정보를 제공하고 회피 가능성을 협의해야 한다.
김 교수는 "헌법 제119조 이하 경제민주화 조항과의 연동에서 해고, 사직 및 합의해제 등에 관한 사항을 해석해야 하고, 해고 회피노력을 상법규정으로 강행법규화하는 입법을 모색해야 하며, 근로자대표를 이사회에 포함시키는 방안과 그 필요성을 공유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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