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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67 - 내일 2
S#1. 까리용 앞 거리
백곰이 신나게 아침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학생 몇이 뛰어가는 모습이 보이고. 그 옆으로 쌔앵하니 오토바이를 탄 학생 하나가 달려지나간다.
백곰이 그 학생을 향해 호루라기를 불어젖히며 쫓아가는데.
이어지는 전화벨 소리.
S#2. 자현/해성의 방
울리는 전화벨.
해성이 책을 읽으며 빵을 먹고 있다가 손만 뻗쳐서 수화기를 집어든다.
해성 : 안녕하세요. (입에 있던 빵을 얼른 삼키며) 예. 맞는데요. (돌아본다)
거기 자현이 이불을 끌어안고 잠들어있다.
해성 : 아직 자고 있는데요. 잠시만요. 자현아. (더 크게) 자현아 전화..
자현 : (짜증을 내며 겨우 한쪽 눈만 뜨고) 꼭두새벽부터 누구야.
해성 : 몰라. 잠시만.. (수화기에 대고) 실례지만 누구세요? ...(자현에게) 알 거 없구 당장 바꾸래.
자현 : (뭔가 생각났다 벌떡 일어나 앉더니) 할아버지 목소리냐?
해성 : (수화기에 대고) 여보세요. 혹시 할아버지세요? (상대가 뭐라 버럭 소리를 질렀는지 에그해서 수화기를 뗀다)
자현, 후다닥 일어나더니 아무 옷이나 걸쳐입으며.
자현 : 나 없다구 그래. 알았지? 나 없는거야.
해성 : 금방 너 잔다구 그랬는데?
자현 : 자다가 죽었다구 그래. 나 그 전화 안 받아. 못 받아.
해성 : (할수없이 수화기에 대고) 자다가 죽었다고 전하래는데요. 예? 어디요? 몇시까지요? ...지금 당장이요? 잠시만요.
하고 돌아보면 이미 자현이 문을 쾅 닫고 나가고 있다.
해성 : 저기 여보세요. 지금 자현이가 ...(하는데 상대가 계속 소리를 질러대는지 수화기를 떼고 질려서 쳐다본다)
S#3. 민재/ 정태의 방
용수가 수화기에 대고 소리를 질러대고 있다.
용수 : 아침 열시. 열시 정각까지 그 놈의 천막으루 나오라고 해. 오늘 아침에 수업이 없는 거 다 알어. 다 아니까 잔머리 굴리지 말라고
하란 말야. (벌컥) 왜는 뭐가 왜야. 내 말만 똑바루 전하라니까. 만약에 안나올때에는 당장 경찰서루 끌구 갈테니까 그리 알라구 해!
(거칠게 수화기를 떠엉 내려놓는다)
이만치에서 멍하니 보고 있던 민재가 다가와서 들고있던 쥬스잔을 앞에 놓아준다.
민재 : 오렌지 쥬스인데요.
용수 : (언제 소리 질렀냐는 듯이 상쾌한 얼굴) 어어 고마워. 신세가 많네.
민재 : 아닙니다.
용수, 쥬스를 마시다 보면, 민재 돌아서 가다가 세수를 마치고 들어오던 정태와 엇갈리지만 서로 본 척도 않고 피해서 지나친다.
정태, 용수의 옆으로 오며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내준다.
정태 : 이 방 열쇠 복사한겁니다. 며칠 더 계실 거라고 하셔서..
용수 : (냉큼 받으며) 수고했어. 고마워.
정태 : 별말씀을요.
또 용수가 보면, 자기 책상으로 가던 정태와 이쪽으로 오던 민재가 엇갈리지만 역시 서로 피하고 있다.
용수 : 아침들 안 먹나. 학교식당 가서 먹을 거 아냐? 가자구 내가 사줄게.
민재와 정태 거의 동시에.
민재 : 어유 사주시게요?
정태 : 어 감사합니다.
라고 말했다가 서로 멈칫했다가.. 다시 거의 동시에.
민재 : 오늘 아침은 좀 일이 있어서요.
정태 : 전 나중에 먹겠습니다.
하다가 다시 멈춘다.
용수 : (혀를 차더니) 맘에 안들어. 아주 못마땅해. 사내자식들은 주먹질에 발길질루 싸우는 거야. 그러다가 한놈이 쓰러지면 손 잡아주고
술 마시고 그렇게 푸는거지. 자네들은 그게 뭐야. 세치 혀루 데데데데 떠들다가는 꼬옹해가지구.
민재 : (민망해서) 싸우는 게 아니구요.
용수 : 그럼 노는건가? 요즘 애들은 그러구 놀아. 허이구 간드러져서 못봐주겠군.
쥬스 마저 마시고. 민재와 정태, 어정쩡하다.
S#4. 쪽문 근처 / 낮
민재와 정태가 각각 자전거를 끌고 쪽문을 넘어오고 있다.
평지로 와서 말없이 각자 자전거를 타려다가 민재가 먼저 딴데를 보는 자세로...
민재 : 이따 점심 시간에 회로 테스트 다시 해볼 생각인데.
정태 : (역시 딴데를 보며) 테스트 결과는 벌써 나왔잖아. 회로 중에 몇 개의 소자가 타버린 거 아냐.
민재 : 그래서 인풋 시그널을 놓고 시그널을 죽 따라가 볼거야. 시그널이 안나오는 곳에 있는 소자들을 집중적으로 체크해보면
어떤 게 문제인지 알 수 있을테니까.
정태 : 그래서 문제가 되는 회로소자만 교체해주겠다.
민재 : ...그렇지.
정태 : (한숨을 쉬더니) 4년 전에도 같은 문제였어. 그렇게 간단하게 고칠 수 있는 거였으면 뭣땜에 나나 선배들이 밤을 새서
들러붙었다고 생각하냐?
민재 : (좀 짜증스러워지지만 참고) 그런 방법이 결국은 실패했잖아. 그래서 외국의 기술자까지 불러들인거고.
정태 : (민재를 돌아본다. 기분이 상해있다)
민재 : (마주보며) 아니야?
정태 : (노려보다가) 맞어.
하더니 먼저 자전거를 달려 가버린다. 민재, 답답해서 보다가 자전거를 출발시킨다.
S#5. 켐퍼스 일각
달려오는 정태와 민재의 자전거. 양갈래길에 이르자 서로 인사도 없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헤어져 달려간다. 그 위로.
만수 : (E) 제 기억이 맞다면 말입니다. 4년전의 그 까리용 프로젝트요. 그때 민재하구 정태가 경합을 하지 않았나요?
S#6. 이교수 연구실
이교수는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고, 만수는 옆 테이블에서 자료들을 챙기고 있으면서.
이교수 : (화면만 본 채) 경합이라니.
만수 : 아 왜 그때 그랬잖아요. 팀을 구성하면서 학부생 중에서는 한명만 넣어주겠다. 잘보고 배워라. 그래서 자원자들이 몇 명 나섰는데..
그 중에 학점이 제일 높았던 애들이 정태하고 민재였잖아요.
이교수 : 둘이 동점이었지. (메일 화면을 불러내는 중이다)
만수 : 맞습니다. 그랬었죠. 근데.. 왜 그 중에 정태를 뽑으셨던 겁니까?
이교수 : 뭐가 그렇게 알고 싶은 게 많니. 오만군데 신경쓰지 말구 지금 니가 맡은 일이나 잘해.
(만수가 일하는 것을 힐끗 보며) 페이지 순서는 제대로 맞추고 있는거야?
만수 : 아이구 제가 이런거 한두번 해봅니까? 눈 감고도 합니다. 보실래요? (시범을 보이는데)
이교수 : 그 중에 제대로 한 거는 몇번 안되잖아. 언제나 페이지 한두장을 빼먹거나 순서를 바꿔놓고 말야.
만수 : 이 얼마나 인간적입니까. 덕분에 세미나 시간에 30초씩은 쉴 수 있지 않습니까. 이게 바로 사람이 사는 방식이라 이거죠.
이교수 : 이상하네. 왜 이 메일이 다시 반송된거야. 잘못된 주소라구? 그럴 리가 없는데...
(옆의 수첩을 뒤지고 다시 화면을 본다... 으이그...해서 보다가 힐끗 만수를 본다)
만수 : (빤히 보고 있다가) 주소 잘못 쓰셨나부죠?
이교수 : (헛기침하고 타자를 쳐넣는)
만수 : 저는 교수님께서 저를 특별히 사랑해주시는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바로 이 인간적인 공통점 때문이죠. 어허허허.
이교수 : 만수야.
만수 : 네 교수님.
이교수 : 인간적으로 부탁을 하겠는데 오분만 좀 위아래 입술을 붙이고 작업할 수 없겠니?
만수 : 네.. (입 다물고 잠깐 작업하는 듯 하더니 입술을 붙인 채 애써 또 묻는다) 근데 교수님 그때 왜 까리용 프로젝트가 실패했던 거죠?
이교수.. 괴롭다.
S#7. 엔진랩 앞 / 낮
해성이가 불안해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부품을 들고 랩으로 들어가려던 동현이 보고..
동현 : 누구 찾아왔어요?
해성 : 안녕하세요. 저기 제가 찾아온 사람은 자현이요. 추자현... 여기 엔진랩에 있는 학생이구요.. 그리구..
동현 : 자현이 알아요. 아직 안왔는데. 여기서 만나기루 했어요?
해성 : 그건 아니구요. 만나야 될 일이 있어서요.
동현 : 그럼 기다려봐요. 수업 빼구 빈 시간에는 여기서 사는 애니까. 아무때구 올겁니다.
해성 : 네 고맙습니다. (꾸벅 절하고)
동현 : (들어가려다 다시 해성을 보고) 우리 언제 만난 적이 있었나요?
해성 : 예. 제가 자전거 연습을 하다가 넘어졌을 때 도와주셨습니다. 저는 기억하는데요.
동현 : 자전거라... 아... 그래. 그때 그 여학생....
용수 : (E) 추자현이 왔어 안왔어.
동현 : (으이그... 혼잣말로) 내가 추자현이 비서루 취직을 하든지.. (돌아보며) 아직 안왔는데요.
용수 : (씩씩하게 걸어오며) 지금 몇시지?
동현 : (부품 든 팔로 겨우 시계를 보며) 10시 6분 전입니다.
용수 : 그래. 6분. 알았어. (자리를 잡고 기다리려는데)
해성 : (겁먹어서 주춤주춤 다가서며) 저기... 오늘 10시에 자현이를 만나기로 했던 분이시죠?
용수 : (이건 또 누구야..해서 보는)
해성 : (꾸벅 절하며) 저는 이해성이라고 합니다. 자현이하고 룸메이트구요. 친구구여. 그리고 아침에 전화를 받았던 학생인데요.
자현이한테 그 말을 아직 전하지 못했어요. (심각해서) 근데요. 자현이가 이 시간까지 안오면 정말 경찰서에 끌구 가실 겁니까?
동현도 뭔 일인가해서 보고, 용수도 어이없어 해성을 보고 있다.
S#8. 산디과 작업실
대욱이 작업을 하다가 한심해서 돌아보는 곳. 거기 자현이 의자 위에 책상다리로 앉아서 우물거리며 만두 정도를 먹고 있다.
대욱 : 언제까지 거기 숨어있을 거야?
자현 : 숨어있긴 임마. 좀 쉬구 있는 거지.
대욱 : 그 할아버지 피해서 숨어있는 거잖아.
자현 : 피해있는 건 사실이지만 숨어있는 건 아니다. 다만 마주치고 싶지 않을 뿐이지.
대욱 : (보다가 킥킥 웃으며 작업을 하는)
자현 : 왜 웃어. 기분나쁘게.
대욱 : 천하에 추자현이도 별수 없구만. 급하니까 강대욱이를 찾아와서 숨는구만.
자현 : 이 녀석이 완전히 약점 하나 잡았다구 물구 늘어지네.
대욱 : 솔직히 말해. 그래두 이 강대욱이를 생각하면 맘이 든든하다. 강대욱이한테 가면 뭔가 안전할 거 같다.. 그런거 아냐?
자현 : (입에 넣은 만두를 마저 씹어 삼키며 생각해보다가) 그건 그래.
대욱 : (멈칫했다가 돌아본다) 뭐?
자현 : 니 말이 맞다구.
대욱 : (괜히 당황했다) 그니까.... 내 말 뭐가 맞다구?
자현 : 널 생각하면 든든하다구. 너 든든한 놈이야.
대욱 : (들고 있던 도구를 떨어뜨린 것도 모르고) ....내가?
자현 : 엉 넌 잘 빠진 스포츠카라구 할 순 없지만... 음... 뭐라구 할까..
대욱 : (기대하며) 잘생긴 지프차? 아님 안락한 대형 승용차?
자현 : (열심히 생각해보며) 아냐.. 그런 쪽은 아냐.
대욱 : 그럼 뭔데.
자현 : 절대 고장나지 않을 것 같은 트럭같아. 맞아.
대욱 : (인상 써진다) 트럭? 짐차?
자현 : 그렇지. 그것두 짐칸이 넉넉한 트럭. 그래서 급하면 그 뒤에 내 차를 올려놓구 가두 될 거 같단 말야.
대욱 : (해석이 안되고 있는데)
자현 : 나중에 내가 급해지면 좀 부탁하자.
대욱 : (잘 모르겠지만) ..그래.
자현 : 그 대신에 내가 정비는 수시로 잘해줄게.
대욱 : ....고...마워.
자현 : 그런 뜻에서 만두 더 없냐? 니꺼 안남았어? (대욱의 책상을 기웃거린다)
대욱도 어벙해서 같이 남은 만두를 찾아본다.
S#9. 엔진랩
해성과 용수가 나란히 앉아있다. 해성은 완전히 용수의 말에 빠져있다.
용수 : 여덟개.
해성 : 여덟개요?
용수 : 그렇지 특허 여덟개. 모두 다 내 손으로 내가 만든 발명품.
해성 : 우와... 어떤 것들인데요?
용수 : 그 중에 하나는 스테이버 사이드라고 아나?
해성 : 모르는데요.
용수 : 이게 남미 원산인 국화과식물이야.
해성 : 식물... 예 근데요.
용수 : 이떤 정보를 통해 이 식물이 설탕보다 600배나 당도가 있다는 걸 알아낸거야. 그래서 특허를 냈지.
해성 : 설탕의 600배... 와... 근데 그건 발명은 아니잖아요.
용수 : 하여간.
해성 : 하여간.. 네. 근데 어떻게 됐어요? 상품화 안했어요?
용수 : 문제가 하나 있었지.
해성 : 어떤 문제요?
용수 : 보통 설탕은 먹고 헹구면 바로 없어지잖아.
해성 : 그렇죠.
용수 : 그런데 이놈의 건 먹구 나서 10분 동안은 혀에 남아있는거야. 끈적하게 들러붙어서.
해성 : (찡그리고 본다)
용수 : 또 하나. 캔 있지. 음료수 캔.
해성 : 네 있어요.
용수 : 음료수라는 게 차가와야 맛이 있잖아. 그런데 일일이 냉장을 시키는 건 불편하고.
해성 : (생각해보며) 그렇죠.
용수 : 그래서 그 음료수 캔을 따자마자 기화열루다가 차갑게 만드는 걸 생각해냈지.
해성 : 그것두 특허를 내셨어요?
용수 : 아니 특허내러 갔더니 75년인가 어떤 놈이 벌써 특허를 내놨대.
해성 : (갸웃) 아직 그런 캔이 나온 건 본적이 없는데요.
용수 : 그럴 수 밖에. 이게 말이지. 프레온 가스를 이용해서 캔을 만들어야 되는데, 그렇게 만들자면 음료수값보다 캔 값이 더 드는거야.
배보다 배꼽이지.
해성 : 그렇다구 포기해요? 좀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든가, 아니면 재활용을 할 수 있는 루트를 만들든가.. 아니면..
용수 : (갑자기 해성의 등을 퍽 치고)
해성 : (캑캑대는데)
용수 : 나 학생이 맘에 들었어. 바로 그거야.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할때 안되는 이유부터 따지고든단 말이지. 안되는걸 되게할 생각을 안해.
해성 : (끄덕인다)
용수 : 그리구 면조명이라는 것두 있어.
해성 : 면조명이요?
용수 : 그렇지. 면에다가 화학 도료를 입힌 건데.. 자체가 발광을 하면서 빛을 내요. 열두 안 나.
전압에 따라 색두 변해. 그림자두 안 생겨. 기가 막히지.
해성 : 우와.. 나 좀 보여줘요. 그거.
용수 : 안 만들었어.
해성 : 왜요오.
용수 : 생산원가가 너무 비싸다구 제작비 대주는 데가 없었거든.
해성 : 원가가 얼마나 되는데요?
용수 : 뭐... 별루 비싼 것두 아닌데.. 1평방미터 만드는데.. (손가락 다섯 개를 보여준다)
해성 : (놀라며) 오십만원?
용수 : (해성의 반응에 낙심해서 고개를 젓는다)
해성 : (더 놀라서) 그럼 오백?
용수 : (시무룩해진다) 그것두 대량으로 만들 때 그럴걸.
S#10. 건물 내부
음료수 자판기 앞의 만수와 경진, 가위바위보를 서너번 재빨리 반복해서 만수가 진다.
경진 : 캄사합니다.
만수 : 아아 이상하네 내가 요즘 실력이 팍 녹슬었나벼. (꿍얼대며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자판기에 넣는)
경진 : 음.. 그러니까 그 당시에 정태와 민재가 최후까지 남아서 경합을 벌였다 이거죠.
만수 : 그렇지. 최종적으로 학점까지 똑같았다구.
경진 : 그런데 이교수님은 정태의 손을 들어줬다.
만수 : 뭐 마실래.
경진 : (버튼을 누르며) 이제 미스테리가 하나씩 풀려가는구만요.
만수 : 미스테리? 뭐? 어떤 미스테리?
경진 : 정태가 까리용에 왜 그렇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가.. 그건 자존심의 문제라고 치고.
만수 : 그럴 수 있지. 지금도 생각나는데 말야. 그 네덜란드 기술자들이 도착했을 때. 정태가 계속 그 사람들을 째려보고 있더라구.
이렇게.. (노려보는 시늉)
경진 : 그 현장을 봤어요?
만수 : 보진 않았지만 뻔하지 뭐. 그 다음날루 정태는 여행 떠났으니까. 그 놈 그러잖아. 뭐에 삐치면 짐 싸갖구 떠나는 거.
그리고 돌아올 때는 다시 도사같은 얼굴을 만들어가지구 오지. 이렇게. (정태의 웃는 얼굴을 흉내내 보인다)
경진 : 그 바쁜 민재가 왜 이번 까리용 프로젝트는 선뜻 맡겠다고 했는가.. 그 이유도 풀리는 거 같군요.
만수 : 올커니. 그 당시에 맺힌 한을 풀자.
경진 : 그리고 정태와 민재는 왜 그렇게 서로 날카로운가.
만수 : 음... 4년이란 세월을 두고 이어지는 신경전일까.
경진 : (갸웃해본다)
만수 : 재밌다. 계속해봐.
경진 : 그렇다구 하기엔 좀 뭔가 너무 단순한데요.
만수 : 뭐가. 지금 정태하구 민재가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대매. 그래서 까리용 프로젝트 투가 휘청거리고 있고.
경진 : 아무래두 데이터 부족이야. 좀 더 수집해봐야지. 선배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이 음료수도 감사하구요. (바쁜 듯 돌아서는)
만수 : 아니 야야.. 그냥 그러구 가는거야? 민경진.
경진 : (벌써 저만치 가며) 정태 소식 계속 들려주세요. 그럼 바이..
S#11. 박교수 연구실
규한이 작업을 하다가 돌아본다. 거기 지원의 자리에 정태가 앉아서 편한 자세로 책을 보고 있다.
규한 : 김정태.
정태 : (책을 보며) 어.
규한 : 느이 랩은 그렇게 시간이 남아 돌아? 그렇게 한시간씩 죽치구 앉아서 여자를 기다리고 있어도 돼?
정태 : (규한을 힐끗 보더니 피식 웃고) 첫째, 자기 할 일을 다 끝냈구 둘째, 기다릴 여자가 있다면 그래도 돼.
규한 : (잠시 정태를 살펴보고 있다가) 어이.
정태 : 왜.
규한 : 한가지 굉장히 궁금한 게 있는데 말야.
정태 : 물어봐.
규한 : 구지원이 어디가 그렇게 맘에 드는 거야?
정태 : (할수없이 책을 내려놓고) 그게 왜 그렇게 궁금한데.
규한 : 나도 잠시 구지원을 공략해볼까 생각했었거든.
정태 : (웃는)
규한 : 구지원이 보면 남들이 못 푸는 수학문제같이 보이잖아. 그런 문제는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거고. 김정태 너두 그런거냐?
정태 : 도전해보지 그랬어.
규한 : 근데 말이지. 아무래두 어째 내키지가 않어. 내가 여자라면 대충 열에 아홉은 파악하구 있는데 말야.
구지원을 딱 보니까 여자가 애교가 있는 것두 아니고, 안아주고 싶게 구는 것두 아니고.. 대체 어디가 맘에 든거야?
정태 : 어이 이규한.
규한 : 난 지금 진지하게 물어보고 있는거야.
정태 : 너 연애 한번두 못해봤지?
규한 : (말 막혀 보다가) 그 연애란 게 말야.. (말해보려는데)
정태 : 그리구 친구도 한명도 없지?
규한 : (허허 웃는다) 니가 말하는 친구라는 게 뭔데.
정태 : 이십대가 끝나기 전에. 한명의 친구하고 한명의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지 못하면 그 인생은 실패야. 그런 말 몰라?
규한 : (보는) 만들어? 만나는 게 아니고?
정태 : 그럼. 우정이나 사랑은 만드는 거야. 어느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구. 아주 오랜 세월 공을 들여서 만드는 거지.
그리고 그 공들인만큼, 딱 그만큼만 얻을 수 있는거라구.
규한 : (어색하게 웃는) 야아.. 너 어째 도사같이 말한다.
정태 : 몰랐구나. 나 원래 별명이 도사야. (다시 책을 보는)
규한, 김이 새서 모니터를 향해 돌아앉다가 다시 정태 쪽을 돌아본다.
S#12. 센터 랩
석우가 작업을 하다가 뒤에 선 민재를 돌아본다.
석우 : 연락처?
민재 : 예. 4년전에 까리용 프로젝트팀을 구성할때요. 우리센터에서도 선배 한분이 참여했었다면서요. 그 선배의 연락처를 알수 없을까요.
석우 : 창석이 말하는 모양인데. 그건 알아서 뭐할라고.
민재 : 그 때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서요.
석우 : 창석이라면 지금 연구소에 있는데..그일이 알고싶은 거라면 니 친구한테 물어보지 그래. 너하구 친한애가 그때 그팀에 있었다면서.
저 위에서 경진이 자기 작업보다 이쪽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민재 : 그 놈이 별로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는 거 같아서요.
석우 : 글세.. 창석이 연락처라면 난 모르겠고... 대희 넌 아냐?
대희 : 준영이가 알지 모르는데.. (민재에게) 준영이 알지?
민재 : 예. 준영 선배요? 그럼 잠깐 다녀오겠습니다.
민재, 부지런히 나간다.
경진 나가는 민재를 보고 따라가고 싶어서 반쯤 일어서다가 석우와 시선이 마주친다.
석우 : (혼자 웃음기 감추고) 민경진.
경진 : 허리운동을 하는 중입니다. 허리 스트레치! (하며 허리 돌리기 운동을 하는) 우두둑 우두두두.. 에구 허리야..
석우 : 점심시간이야. 가서 먹구 와.
경진 : ..지금요?
석우 : 그래. 두시 전까지만 돌아와. 딴데루 새지 말구. 알았나?
경진 : 예 알겠습니다. (얼른 경례를 붙이며) 충성!
S#13. 엔진랩 부근
자현이 대욱을 끌고 오며.
자현 : 그냥 슬쩍 보고 오기만 하면 돼. 있나없나. 그것만 보고 오란 말야.
대욱 : 아 도대체 언제까지 도망다닐거야. 매를 맞을거면 그냥 가서 맞어. 그게 속편하다구.
자현 : 매라면 내가 가서 맞구 말지. 이건 찐드기에 거머리라니까. 내가 지금 할 일이 10톤 트럭에 쌓여있는데 아주 미치겠다구우.
하다가 딱 멈춘다. 저만치 코너에서 용수가 이쪽을 지켜보고 서있다.
자현, 완전히 당황해서..
자현 : 아..저 ..그러니까 지금... 점심시간이 다 되가는데.. 식사하셨습니까?
용수 : 내 수상자전거 어떻게 됐어? 시속 15킬로. 어떻게 됐냐고
자현 : 아아참 그게 그러니까.. 에...뭐라고 설명을 드릴까....
용수 : 안되겠어. 일단 자네 교수를 만나보고.. 자초지종을 설명한 다음에.. 다음 일을 처리하자고. (하면서 자현의 옆을 스쳐지나가는데)
자현 : (꼼짝도 않고 참으며 서있다)
용수 : (그런 자현 눈치보며) 자네 교수한테 간다니까. 가서 자네가 어떻게 내 물건을 훔쳐와서 어떻게 부셔놨는지 얘기를 해야되겠다고.
자현 : (부들부들 떨리는 기분으로 참다가) 그러십쇼.
용수 : 뭬야?
자현 : 가서 말씀하시라구요. 까짓거 죽이기야 하겠습니까? 가서 다 말씀드리고. 원하시면 경찰서에 집어넣으십쇼.
대욱 : 선배.
자현 : 유치장이라면 전에두 한번 들어가본 적이 있어서 별루 겁나지두 않습니다. 원하시는대루 하세요.
용수 : ....그러니까 결국 내 자전거는 저대루 내버려 두겠다는건가?
자현 : 더 이상 저두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용수 : 잘난체 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딴소리야.
자현 : 제가 언제 잘난체를 해요.
용수 : 분명히 말햇잖아. (대욱에게) 어이 자네두 들었지. 내 자전거 보구 현해탄은커녕 갑천도 못 건넌다. 그랫잖아.
자현 : 그게 사실을 말한거지 어째 잘난쳅니까.
용수 : 체인구동방식을 뭐 어떻게 바꾸자는 얘기도 햇잖아.
자현 : 했죠. 거야 문제제기를 한거구요.
용수 : 문제제기를 했으면 해결을 봐야지 해결도 못할 말을 왜 내뱉어.
자현 : (어이가 없어서) 아니.. 그러니까 결국 할아버지께선 공짜루다가 저를 부려먹을 생각이셨잖습니까.
용수 : 한마디루 대답만 해. 내 자전거 고칠 수 있어. 없어.
자현 : 없습니다. 내가 무슨 돌덩어리 갖구 금덩이 만드는 연금술사두 아니고. 두손 다 들었으니까 맘대루 하십쇼.
용수 : (노려보다가) 알았어.
하더니 팽..해서 가버린다. 대욱 안절부절해서 양쪽을 보다가..
대욱 : 아니. 저 할아버지 성격에 진짜 경찰서 가는 거 아냐.
자현 : 아 몰라. 구워먹든 삶아먹든 맘대루 하시라 그래.
하고 돌아서는데 다른 쪽에서 부지런히 달려오는 해성. 손에는 가득 책자들을 들고 있다.
해성 : 야아.. 자현이 있었구나. 대욱아 안녕.
대욱 : 아 예.
자현 : 넌 여기 웬일이야.
해성 : 할아버지 어디 가셨어.
대욱 : 어디루 가셨는진 모르지만 아무튼 가셨는데요.
해성 : 에? 그냥 가시면 어뜩해. 나하구 자전거 같이 만들기루 하시구서.
자현 : 너하구 뭘 만들어?
해성 : 수상자전거.
자현 : 그걸 니가 왜 만들어.
해성 : 왜라니. 그거 타구 현해탄을 건너야 되잖아. 이거 책 빌려온거야. 선박에 대한 거랑. 각종 소재에 대한 것들이거든.
인터넷에서 자료도 여러 가지 뽑아왔어.
해성, 신이 났는데 자현 더 어이가 없어졌다.
S#14. 캠퍼스 일각
마이클이 지민에게 보드를 가르치고 있는 중이다.
지민 : 발은 어느쪽 발을 올려놔.
마이클 : 아무 발이나 편한대루 올려봐. 문제는 중심을 잡는거야. 오케이?
지민 : (해보며) 오케이.
마이클 : 인제 타구 가면 돼. 그럼 나하구 보드하구 마음이 통해. 그 마음대루 달려가면 된다고.
지민 : 아유 그건 너무 어렵잖아. 좀 쉽게 현실적으루 설명해봐.
마이클 : 아우 답답해. 이건 그냥 느낌으로 타는거야. 말루 설명 못해. (보드를 뺏으며) 이거 봐봐.
마이클 자신이 타고 좌악 달려가다가 마주오던 정태와 부딪힐 뻔해서 겨우 선다.
마이클 : 하이 정태형.
정태 : 어. 뭐하구 있냐. 길거리에서.
하는데 그 뒤에서는 지민이 반대쪽을 보며.
지민 : 어머 경진이 언니. 민재 오빠. 밥 먹으러 가는거야.
경진 : 밥이라기보다 연료를 보충하러 간다구 할까. 여어 마이클... 어라 정태두 있네.
민재, 이미 정태를 보고 있다. 걸어오던 정태도 민재를 보고 선다. 그러다 경진을 향해.
정태 : 식당에 가는 거면 빨리 가는 게 좋을거야. 스테이크 비슷한 게 나왔는데 모자라는 거 같았거든.
경진 : 엥? 고기가 나왔다구? 크기는 얼만한데.
정태 : (손으로 대충 크기를 재어주며 그들 옆을 지나치는데)
민재 : 김정테. 얘기 들었다.
정태 : (돌아본다)
민재 : 까리용 1차 프로젝트때 너하구 선배들이 어떤 식으로 작업했는지. 그리구 그게 왜 실패했는지.
정태 : 아직두 그걸 기억하는 사람이 있었냐?
민재 : 두말 할 거 없어. 이따 저녁에 회의할거니까 와. 와서 4년 전에 추진했었던 방식.. 그거 브리핑해.
정태 : (잠시 보다가) 브리핑하면 어떻게 할건데.
민재 : 괜찮으면 받아서 해볼려구.
정태 : 넌 반대할건데?
민재 : 들어보지 않구는 모르잖아. 어떤 방식인지.
정태 : 이미 설명했어. 그랬더니 넌 그렇게 시간 낭비하는 작업은 하구 싶지 않다구 했어.
민재 : 그건 토론이었어. 토론 도중에 나를 편법이나 쓰는 놈으루 만들구 나가버린 건 너구.
정태 : 니가 원하는 게 그거였잖아. 편법. 요령.
민재 : (노려보는)
주위의 아이들도 모두 그 둘의 설전을 보고 있다.
정태 : 내가 틀리고 니가 맞을 수도 있어. 너같은 놈이 훨씬 빨리 뭔가를 성공할 수도 있으니까.
정태, 말 다했다는 듯이 애들한테 손을 흔들어보이고 가던 길을 간다.
지민과 마이클, 얼결에 같이 손을 흔들어보이고는 민재의 눈치를 본다.
민재, 굳어 서서 뭔가를 생각하더니 몸을 돌이켜 정태가 간 곳으로 따라간다.
경진, 한숨을 쉬고...
경진 : 아 정말 갈등 생기게 하네. 스테이크를 먹을 것인가. 아니면 이 진행상황을 계속 지켜볼 것인가.
마이클 : 민재형하구 정태형하구 왜 싸우는 거야. 두 사람 안 싸우잖아. 나 놀랐어. 아직두 가슴이 퍽딱퍽딱해.
지민 : 언니 따라가 봐.
경진 : 내 점심 스테이크는 우짜고. (울상이다)
지민 : 스테이크가 아니구 스테이크 비슷한거야. 모양만 그래.
경진 : 그래?
지민 : 그러엄. 우리학교 식당에 진짜 스테이크가 나올 리 없잖아.
경진 : 그렇군. 그럼 여러분 바이바이.
경진, 마음을 정하고 부지런히 민재의 뒤를 따라간다.
석학의 집, 음악이 들리며.
S#15. 석학의 집
미순이 용수에게 쥬스 한잔을 놓아주며.
미순 : 식사는 안하시구 계속 쥬스만 드실거에요? 볶음밥이라두 좀 해다 드려요?
용수 : (팔짱 끼고 눈 감은 채 말이 없다)
미순 : 어이구.. 뭔가에 단단히 맘상하신 모양이네요. 그래두 식사는 해가면서 화를 내셔야지이...
하는데 들어서는 정태.
미순 : 정태 왔냐. 어서 와라.
정태 : 예.. 저 커피 한잔만 주세요. (하다가 용수를 발견하고) 어 안녕하세요. 여기 계셨네요.
용수 : (슬쩍 눈 떠서 정태를 보더니 다시 눈 감으며) 흥.
정태 : (미순을 본다. 왜 저러냐는)
미순 : (나두 몰라 어이그...하는 시늉을 해보이고 가는)
정태 눈치를 보며 어디 앉을까 두리번거리는데. 뒤따라 들어서는 민재. 바로 정태에게 다가오며.
민재 : 내가 요령주의에 편법주의자면 김정태 넌 뭐야.
정태 : 그거 물어보러 여기까지 따라온거야?
민재 : 4년 전에두 그런거냐? 니 방식을 남들이 알아주지 않으니까 그래 니들맘대루 해라..이러구 손놓아 버린거야? 그런 걸 뭐라 그러지?
그렇게 무책임하고 지멋대루인 걸 뭐라 그러더라..
뒤따라 들어온 경진이 놀라서 보는 미순의 옆으로 붙으며 둘을 본다.
미순이 경진에게 쟤들 왜 저래.. 하고 묻는데. 경진은 쉬..하며 흥미진진해서 구경.
둘의 대화가 진행되는 사이, 역시 흥미가 생겨 둘을 보고 있는 용수.
정태 : 도대체 4년 전 얘기를 누구한테 어떻게 들은거야? 무책임한 건 우리가 아니구 윗분들이었다구.
우리가 손 놓은 게 아니구 작업을 하는 중간에 짤린거란 말야.
민재 : 내가 듣기룬 그 때 학생들이 추진하던 방식이 무모한 거였다며.
정태 : 무모.. (화가 나서..) 까리용 그거, 네덜란드인지 어디서 제작했다는데 기본적인 회로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었어.
학교에서 우리를 잘라내고 불러온 기술자들은 기껏 종소리 몇 개 고친 거 뿐이야. 왜. 우리보다 몰랐으니까.
민재 : (냉정해지고 있다) 학생들이 내놓은 방식이란 것이 시간도 더 걸리고. 돈도 더 들고, 그리고 성공할지 어떨지도 모르는 거였다면서,
정태 : 당연하지. 해보지도 않구 성공할지 아닐지 어떻게 알어. 시간 드는 게 무섭구, 돈 드는 게 무섭구, 실패할 게 무서우면
세상에 뭘 해볼 수 있다는 거야?
민재 : (벌컥) 니가 지금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다구 생각해? 넌 한번 실패했다구 다시는 쳐다보기두 싫어하잖아.
넌 처음부터 이 프로젝트에서 도망칠 핑계만 찾구 있었잖냐고. 안 그래?
민재와 정태, 그렇게 서로 노려보고 있는데. 느닷없이 용수가 큰소리로.
용수 : 주인장. 주인자앙.
미순 : (자기를 부르는지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저요?
용수 : 저 놈의 음악 좀 꺼줘요. 이거 원 시끄러워서 사람 말이 안들리잖아.
그 바람에 팽팽한 긴장이 풀리며 모두 용수를 돌아본다.
미순, 놀라서 음악을 끄러 가고...
용수 : 모두들 자리에 앉어봐. 내가 지금부터 옛날얘기를 해줄테니까 다들 귀담아 들어보라 이 말이야. 아 주인장 음악 안꺼요?
미순 : 끄구 있잖아요. 껐어요 자요.
S#16. 엔진 랩 부근
자현과 대욱, 해성이 이리저리 앉아서...
해성 : 아주 오래 전, 기억도 안나는 오래 전.. 70년대쯤이래. 그 때 물신발 할아버지라구 있었대. 이상한 물신발을 만들어서 그걸 신구
거제도에서 출발해서 바다를 건너겠다는 할아버지였대.
대욱 : 도대체 그 물신발이라는 게 뭔데요.
해성 : 몰라. 하여간 그래서 그거 구경하느라구 사람들이 많이 모였대. 근데 200미터두 못 가서 물에 빠지구 말았다는 거야.
자현 : 아니 그래서 그거 보고 난 다음부터 현해탄 건널 생각을 하셨다는 거야?
해성 : 생각은 그때부터 한거구 실제루 제작에 들어간 거는 지난 96년부터.
S#17. 석학의 집
아이들 이리저리 할 수 없어 앉아있는 상태에서 용수가 이야기 하고 있다.
미순은 그 옆에 선채로 듣고 있고.
용수 : 미제 수상자전거를 일본에서 다섯대를 사가지구 왔어. 그걸 직접 톱으로 자르고, 성분 분석도 해보고, 분해해보고..
이러는 거부터 시작을 했지. 현해탄을 건너는데 일본에서 사온 미제를 타고 건널 수는 없잖어. 이 말 전에두 했었나?
미순 : 예. 전에두 말씀하셨어요.
용수 : 그래. 그리구 약간의 장사속두 있었지. 내가 그걸 타구 현해탄을 건너면 말이야. 신문이니 방송에서 떠들어줄 거 아냐.
그럼 그때 본격적으루다가 수상자전거 붐을 일으켜서 사업을 해볼려구. 허허허.
아이들 서로 얼굴을 마주본다. 이 얘기를 계속 들어야하는 것인지.. 좀 한심한 기분.
미순 : 그래서 분석을 해보니까 어땠는데요.
용수 : 미제라구 해두 별거 아니드만요. 일단 이게 스틸 소재라서 물에 들어가면 녹이 슬게 되있어. 그리구 헐 소재가 PVC 계열이야.
미순 : 헐?
용수 : 물에 뜨게 하는 부분 있어요. 모르면 그냥 들어요.
미순 : 예.
용수 : PVC 계열을 마찰 계수가 높아서 속도가 잘 안나는데다가 깨지면 수리가 불가능하거든.
S#18. 엔진 랩
앞 상황 계속.
해성 : 그래서 몇가지 개선할 점을 생각해내신 거야. 우선 소재를 강화 플라스틱인 FRP로 만들기로 하셨대.
대욱 : FRP라면 마찰계수도 낮고 깨져도 수리가 가능하죠. 기계 생산 대신에 수작업두 가능하구요.
해성 : 그리구 헐의 길이와 폭도 새로 조정을 하셨대. 마찰을 줄이고 안전성을 높히게 말야. 미제는 30센티 폭에 길이는 3미터니까
10 대 1인데, 그걸 15대 1쯤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대.
자현 : 너 그런 걸 한번 듣고 다 외운거야?
해성 : 응 왜?
자현 : 아냐 계속해봐.
S#19. 석학의 집
용수 :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
이제 미순도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 있고. 아이들도 흥미있게 듣는 중.
경진 : 어떤 문제요?
용수 : 이 프로펠라를 제작해야 되는데 말야. 이건 고난이도의 작업이란 말야. 개인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드라구.
설계와 공정이 기술자가 아니면 안되는 거야.
경진 : 아아. 알겠다. 그래서 해양연구소에 의뢰를 하신 거군요. 자현이가 수상자전거를 들구 왔다는 거기.
용수 : 말도 없이 들고 왔지. 그런 건 절도범이라고 하는거야.
경진 : 자현이 말로는 그냥 버려져 있었다던데요. 할아버지도 몇 달째 소식이 없으셨구요.
용수 : (괜히 앞의 물컵을 들어 마시고) 내 잘못이야.
경진 : 예?
용수 : 내 성격이 원래 좀 드럽거든. (말이 없다)
경진 : (도저히 더 못참고) 어떻게 더러...음..그러니까... 안좋으신데요?
용수 : 뭐든지 내 손으로 해야 직성이 풀려. 남이 내꺼에 손 대는 건 못 믿겠고. 그러다보니 일일이 잔소리를 하게 되고.
그렇다구 요즘 애들이 배운 기술들을 내가 아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날 도와주던 학생들이고 교수고 하나씩 도망쳐버렸어.
아이들 아무 말도 못한다. 미순, 혼자 혀를 차고...
미순 : 이제라두 그걸 아셨으니 다시 시작해보시면 되잖아요.
용수 : 그럴려구 했지요. 이 학교의 그 학생. 추자현이란 애가 눈빛이 반짝반짝하기에 어떻게든 붙잡아보려구 했는데..
미순 : 그런데요.
용수 : 내 성질땜에 또 놓쳤어요. (그러다 갑자기 앞의 아이들을 둘러보며) 혹시 기계에 대해서 좀 아나? 자전거나 배 만들어본 적 없어?
경진 : 아..하하.. 저는 하늘에 대해서는 좀 아는데요. 땅에 대해선 아주 약하거든요.
용수 : 이삼십년 전에 나는 그 물신발 할아버지를 보고 내 꿈을 키워왔어. 누가 나를 보고 그 꿈을 좀 이어가 줄 수 없겠나?
민재 : 꿈...입니까?
용수 : 그렇지. 꿈. 나를 살게 해주는 어떤 거 말이야. 그게 없으면 사는 이유가 없는 거. 그게 꿈이잖아.
정태 : 이루어질 수 없는 거라서 꿈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용수 : 그건 너무 기간을 짧게 잡아서 그런게야. 쬐끔 건드려 보다가 안되면 집어치구. 그러니까 이루어질 수가 없는거지.
내 살아서 안되면 내 다음 세대가 이루면 된다.. 이렇게 생각해 보라구. 이루어지지 않는 꿈이란 건 없어.
아이들..뭐라 말을 못하는데...
용수 : 나 수상자전거 타구 현해탄을 건너구 싶어. 내가 만든 거 아니래두 돼. 우리가 만든거면 되니까... 나 좀 도와줘어.
S#20. 엔진 랩
자현, 대욱 해성 주루루 앉아서 잠시 말이 없이 있다가....
자현 : 그 할아버지 연세가 어떻게 되시지?
대욱 : 글세. 환갑은 지나지 않으셨을까?
자현 : 현해탄을 건너면.. 그 다음에는.. 아무 것두 아니잖아. 그런 꿈을 몇십년씩 키워오셨단 말야?
대욱 : 그래두 부럽잖아. 그렇게 몇십년씩 애정을 바칠 뭔가가 있다는 거. 그리고.. 할아버지는 현해탄을 건너는 걸로 그만일지 모르지만
그 다음에 또 뭔가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지.
해성 : (혼자 생각에 잠겨있다가) 자전거 말구 자가용으루 건널 수도 있을 거 같애.
대욱 자현, 엥? 해서 돌아본다.
해성 : (자기 생각에 완전히 빠져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가용을 타고 간 다음에 거기서 그냥 그 자가용으로 일본까지 운전해 가는거야.
연료만 충분하면 그대루 태평양을 건널 수도 있구.. (반짝거리며 아이들을 돌아본다) 좀만 생각해보면 만들 수 있을 거 같지 않니?
그러니까 속도와 안정성을 높히구, 해양 선박 기능을 추가한 다음에 인공위성으루 방향을 지정해주는 장치를 달구.. 음.. 그리고
(머리가 마구 돌아가고 있다) 자현아.
자현 : (피하는 기분) 어.
해성 : 나 자동차 좀 가르쳐 줘. 이거 만들 수 있을 거 같애.
자현과 대욱... 음냐...해서 마주본다.
S#21. 처장실
박교수가 천진한 미소를 지으며.
박교수 : 모르겠는데요.
처장 : 모르겠다니요. 까리용 수리팀을 박교수께서 맡구 계셨잖아요.
박교수 : 그렇죠. 제가 맡았죠. 그런데 이 팀에서 지금 제대루 작업을 하고 있는지, 수리는 언제쯤 끝나게 될지 그건 모르겠다구요.
처장과 박교수, 서교수, 이교수가 둘러앉아 티타임을 갖고 있다.
처장 : (어이없어서) 허어.. 그럼 박교수께서 알고 있는 건 뭔데요.
박교수 : 의외로 많습니다. 여러 가지 뒷조사를 하고 있는 중이거든요.
처장 : 뒷조사요?
서교수 : 일종의 수다라고 할 수 있죠. 여기 오는 중간에두 어떤 학생하고 한참 떠드는 걸 기다려줘야 했거든요.
박교수 : 그 학생은 내 정보원이라니까아.
이교수 : 그래서 뭐에 대해 그렇게 정보를 모으고 계신데요?
박교수 : 4년 전에 이교수님이 맡은 팀이 왜 실패를 했나.
이교수 : (차를 마시려다가 보는)
박교수 : 그걸 알아야 저두 이번에 똑같은 실패를 거듭하지 않을 거 아닙니까. 그쵸? 그쵸?
이교수 : 그래서 제가 왜 실패를 했는지는 알아내셨어요?
박교수 : 알아냈죠. 알고봤더니 여기 계신 처장님 때문이었드군요.
처장 : 나요? 거기 내가 왜 들어가요?
박교수 : 4년 전에 처장님이 그러셨다면서요. 몇날 몇시까지 이 프로젝트를 끝낼 수 없으면 곤란하다. 그러느니 차라리 외국 기술자를
부르는 게 낫다.
처장 : 아니 그거야 그때 회의에서 결정이 그렇게 났으니까...
박교수 : (이교수에게) 그러자 이교수께서는 한마디 반대도 없이 팀원들에게 고대로 전달하셨죠. 니들 몇날 몇시까지 못 끝내면
그 자리에서 해산이야. 그러셨죠?
이교수 : 그랬어요.
박교수 : 왜 그러셨어요. 그때 아이들은 제대로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그런 순간에 교수가 학생편을 안 들어주면 어뜩합니까. 네?
서교수 :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박교수, 도대체 지금 뭐하구 있는거야. 지금 그 얘기가 재미있는 거라구 웃으면서 하구 있는거야?
이교수 : 해산시켜두 해산 안할 줄 알았어요.
모두 이교수를 보는. 이교수 담담하게 차를 마시면서.
이교수 : 자기들이 옳다구 생각하는 방법으루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누가 그만두랜다구 그만 둬버릴 줄은 몰랐다구요.
박교수 : (헤에...벌리고 보다가) 아니 그건 말이 안되잖아요. 연구를 계속하려면 지원이 있어야되는데..
이교수 : 지원이 끊기면 무슨 수를 써서라두 다른 지원을 얻어내야죠. 우리 나라에서 연구라는 게 그 정도는 각오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박교수 : (말을 잃었다)
서교수 : (웃으며) 박교수 더 질문 있어?
박교수 : (처장을 보더니) 그 주전자에 차가 남았나요? 한잔 더 마셨으면 좋겠는데요.
처장 웃으며 차를 따라준다.
처장 : 차야 얼마든지 있습니다. 마실 여유만 있다면 말이지요.
S#22. 기숙사 외경 / 밤
그 위로 들리는.
지원 : (E) 이건 그냥 내 생각인데.. 정태 너.. 단순히 자존심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지?
S#23. 지원.경진의 방 / 밤
지원이 혼자 앉아 전화를 하는 중.
지원 : 니가 정말로 신경을 쓰는 건 혹시 민재 아니니?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 아니야?
S#24. 건물 내 공중전화 / 밤
정태가 서서 전화를 하고 있다.
정태 : (좀 웃고) 언제부터 이렇게 됐지? 언제부턴가 잔머리를 굴려봤자 주위에 다 들키게 되었단 말야.. ....맞어. 이번 프로젝트는
내가 아니라 민재가 해줬으면 했어. 4년 전에 그 녀석, 정말루 까리용 프로젝트에 들어가고 싶어했거든. 그런데 내가 뺏은게 됐어.
그리구 나는 실패했구.
S#25. 지원 방
지원 : 실패가 아니라 중단된 거였잖아. 너 그때 연구하던 파일 갖고 있지? 그런데 왜 안 내놓구 있는거야?
S#26. 건물 내
정태 : (웃고 벽에 기댄다) 그럼 결국 내가 주도하는 프로젝트가 되잖아. 민재 녀석이라면 조금만 머리를 쓰면 지가 생각해낼 수 있어.
그 녀석이 먼저 시작하면 따라갈 생각이었다구. 근데 이 멍청한 놈이 얍삽한 생각만 하구 있잖아. (들으며...) 알어. 그래. 어..
정태가 통화를 하고 있는 옆으로 와서 서는 이재성. 뭘 생각하는지 빙글거리는 얼굴을 하고 정태의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린다.
정태 : 걱정마. 민재는 내가 잘 알어. 조금만 더 성질을 돋구면 바싹 붙게 되있어. 그럼.. 걱정말구 그만 자. 하루이틀 안에 해결될테니까.
그래 잘 자라.
정태, 상대가 전화를 끊기를 기다려서 수화기를 놓고 카드를 빼어 돌아선다. 뒤이어 재성이 수화기를 들다가.
재성 : 전화카드 좀 빌려주시겠습니까?
정태, 힐끗 보고는 카드를 넘겨준다. 별수없이 옆에서 기다리는데 재성은 카드를 넣고 수첩을 요란스레 뒤지며 버튼을 누르더니.
재성 : 여어 수진이냐. 내 전화 기다리구 있었구나. 나두 니 목소리 듣구 싶어서 하루종일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어..여보세요. 여보...
(하다가 수첩을 다시 보더니 자기 이마를 친다. 정태를 돌아보더니) 실수했네요. 명숙이 집에 전화를 걸어서 수진이라구 했으니
난 죽었습니다. 한통만 더 써두 될까요.
정태 어이없어 보다가 끄덕거려준다. 재성은 이미 다음 버튼을 누르고 있다.
S#27. 위성센터 외경 // 밤
경진 : (E) 한가지 궁금해서 미치겠는게 있는데 말이야. 대답해줄래?
S#28. 센터 옥상/ 밤
민재가 랜턴을 비추며 안의 기기를 점검하고 나오는데 밖에서 기다리며 떠들고 있는 경진.
경진 : 4년 전 까리용 프로젝트에 학부생 하나를 뽑을 때 말야. 너하구 정태가 끝까지 남았었대매. 근데 그때 왜 니가 떨어졌냐?
민재 : (한심해서 경진을 본다) 그런 뼈아픈 질문을 할 때는 좀 미안하지 않냐?
경진 : 아..미안해. (꾸벅 절을 하며) 미안합니다아. 근데 왜 니가 떨어진거야? 학점은 둘이 똑같았다며.
민재 : ....마지막 퀴즈 시험이 있었어.
경진 : 뭐.
민재 : 이교수님께서 우리 둘을 앉혀놓고 퀴즈 시험을 봤다고.
경진 : 아이구우... 정말 잔인한 분이시네. 그래서 정태는 맞추고 넌 떨어진거야? 문제가 뭐였는데?
민재 : 꿈이 있냐구.
경진 : 꿈?
민재 : 그래. 꿈이 있냐. 있다면 뭐냐. 그게 퀴즈 문제였어.
경진 : 넌 뭐라구 대답했는데?
민재 : (혼자 좀 웃더니) 일단은 학위를 받는 거라구 했지.
경진 : (찡그려지는)
민재 : 그때 정태는 이렇게 대답했어. 자기의 꿈은 앞으로 뭔가 꿈을 갖게 되는 거라구. (경진을 돌아본다) 내가 떨어진 게 당연했어.
경진 : 아...
민재 : 근데 이 멍청한 놈은 말야. 아직도 꿈을 못 찾구 있잖아. 까리용 프로젝트는 그 놈이 처음으로 신나서 덤벼들었던 일이었다구.
근데 그게 중단됐다구 해서 그 다음부터는 모든 걸 다 시큰둥하게 생각하구 말야. 내가 이 바쁜 와중에 왜 까리용 문제를 맡겠다구
했겠냐구. 그 놈은 누가 지 생각을 해줘도 몰라. (하다가 경진을 보고) 왜 웃어. 뭐가 웃겨.
경진 : (실실 웃고 잇다가) 아냐. 암것두.. 근데 너 핸드폰 좀 빌려줄래.
민재 : 이 밤중에 무슨 전화.
경진 : 지원이가 내 전화를 기다리구 있거든. 둘이 할 애기가 좀 있어서. (민재가 내주는 핸드폰을 받으며 혼자 계속 실실 웃고 있다)
S#29. 캠퍼스 아침
아직 이른 아침. 까리용이 보이는 곳.
자현이 용수와 함께 걸어오며 떠들고 있다.
자현 : 제가 여기저기 알아보니까요. 충남대에 수상자전거를 만들고 연구하는 동아리가 세 개나 있대요. 제가 어제밤에 벌써 연락도
다 해놨습니다. 거기서 몇 명이 지원와 주기로 했습니다. 수업을 끝내고 온댔으니까 이따 저녁에나 올텐데..
용수 : 충남대?
자현 : 그렇죠. 거기선 수상자전거 대회를 주최하기두 한 대요. 그러니 여러 가지 정보가 많을 것이고 할아버지의 꿈을 이루는데두
도움이 될거다.. 이 애기죠.
용수 : (멈추더니) 아하.. 그렇게 해서 나를 그리 떠넘기고 자네는 슬쩍 빠지겠다.
자현 : 헤헤. 고렇게는 안되죠. 제가 누굽니까. 추자현입니다. 추자현이 누구냐. 꿈을 먹고 사는 인간이다 이겁니다.
게다가 할아버지께는 벌써 추종자가 생겼어요.
용수 : 추종자라니..
자현 : 가보시면 압니다. 그 추종자가 또 내 룸메이트에요. 난 이래저래 이 프로젝트에서 빠질 수가 없게 되있습니다.
아 뭐하고 계세요. 얼른 가시자니까요.
자현, 용수를 끌어가고..
S#30. 기숙사 앞
명환이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나오는 남희. 둘 다 어색하면서도 반가와서 인사를 나누고..
남희 : 제가 늦었나봐요.
명환 : 아닙니다. 제가 빨랐습니다.
남희 : 그럼.. 갈까요.
명환 : 그렇죠. 가야죠. 기차를 예약해놨는데 시간이..(하면서 수첩을 뒤진다. 그 와중에 수첩에 끼워진 연극표 두장이 떨어지는데 모른다.
남희와 걸어가기 시작하며 수첩을 보며) 지금 가면 10분 정도는 여유가 있겠는데요..
명환과 남희 걸어가는 뒤로 하품을 하며 오던 김민희와 함께 걸어오는 김영선. 영선이 먼저 떨어진 연극표를 보고 주워든다.
민희가 그 표를 받아 내용을 보고 앞에 가는 두 사람을 보고..
민희 : 저기요. 여보세요. 앞에 가는 두분. 헤이.. 핼로우....
하며 쫓아간다.. 그 위로 음악이 시작되며...
S#31. 엔진 랩 근처
자현과 대욱, 해성과 용수가 수상 자전거를 빈공간으로 옮기고 있다.
무겁거나... 부품이 남거나 하고.. 자현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저만치 지나가는 기태훈과 조명수를 부른다.
자현 : 어이 거기 너 기계과 맞지?
명수 : 저요?
자현 : 일루 와서 이거 좀 들어보라구.
명수 할수없이 다가오는데 그 옆에 멀뚱하게 서있는 태훈.
자현 : 마. 넌 멀거니 뭘 보구 있어.
태훈 : (무뚝뚝하니) 전 기계과 아닌데요.
자현 : 어쭈.. 너 몇학년이야. 학부생 맞지?
성질내며 그리로 가려는 것을 대욱이가 재빨리 말린다.
S#32. 교직원 회관 상담실
민재가 콘트롤 박스를 열어보고 있다가 돌아본다. 거기 열린 문에 기대서 민재를 보고 있는 정태. 무뚝뚝하니 보고 있다가 들어선다.
민재 : (아무 일 없던 듯) 왔냐.
정태 : 왔어.
옆으로 와서 민재가 보던 것을 들여다본다.
민재 : 시작할까.
정태 : 그럴까.
정태, 가방에서 매뉴얼이며 회로도 등을 꺼내기 시작한다.
민재 역시 가방에서 여러 가지 자료들을 꺼낸다.
S#33. 엔진 랩 근처 / 밤
몇 명의 학생이 도착하고 있고. 자현과 대욱 등이 나와서 맞이해 들이고 있다. 악수를 하고. 통성명을 하는 분위기.
용수가 한쪽에서 흐믓해서 보고 있고.
도착한 학생들 중에는 벌써 수상자전거에 흥미를 보이며 살펴보는 학생도 있고.
S#34. 이교수 랩 / 밤
중희가 작업을 하다가 돌아본다. 거기 만수가 시계를 보며 안절부절 오락가락하고 있다.
중희 : 만수야.
만수 : 도대체 지금이 몇십니까. 아니 젊은 남녀가 어째 이 시간까지 안 돌아오는 겁니까? 예?
중희 : 임마 서울이 궁동이냐 어은동이냐. 연극까지 보구 어떻게 벌써 돌아와.
만수 : 아니 그럼 못 돌아오면요. 마지막 기차나 마지막 버스가 끝나면요. 그럼 명환 선배와 나의 남희씨는...
중희 : 만수야.
만수 : 알았습니다. 우리의 남희선배는 어떻게 되는 건데요.
중희 : (할수없어 일어나 다가오며) 어떻게 되는지 가르쳐주지.
만수 : 어떻게 되는 건데요.
중희 : (만수에게 바싹 붙어서) 남희선배는 너에게 형수님이 되는 거고.
만수 : 헉.
중희 : 그리고 너와 나는 어떤 똑똑한 아이의 삼촌이 되는거지.
만수, 느닷없이 수선을 떨며 문으로 달려가며.
만수 : 다녀오겠습니다.
중희 : 어딜 가.
만수 : 교문까지요. 아니 기차역까지. 막차가 몇시죠. 이건 안돼. 이럴 수는 없어.
만수가 수선을 떨고 나간 뒤 닫힌 문을 바라보다가 중희 손을 털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며.
중희 : 이제야 좀 조용히 작업을 할 수 있게 됐군.
중희. 클릭을 한다. 그러자 화면에 가득 뜨는 비키니 여자의 사진. 중희 흐믓해진다.
S#35. 전기공학 실험실 / 밤
민재와 정태와 경진이 설계도를 보고 회로를 손보고 파형을 체크하는 등의 작업을 하고 있다.
파형 체크를 하던 경진이 문득 돌아본다. 거기 민재와 정태는 뭔가의 문제를 놓고 또 격렬하게 싸우고 있다.
정태가 설계도의 여기저기를 가르키며 언성을 높히고 있고. 민재가 화를 내며 설계도를 빼앗아 자기가 가르키며 소리를 지르고..
경진, 슬그머니 그 둘의 뒤를 스쳐서 문 쪽으로 살금살금 나간다.
S#36. 엔진랩 부근 / 밤
임시 조명을 비춘 수상 자전거의 옆에서 충남대 학생들과 자현 대욱 해성 등이 둘러앉아 난산토론 중이다.
음악과 겹쳐서 대사가 확실히 들리지 않아도 좋으나.. 나누어질 대화는 다음과 같음.
회원1 : 속도가 문제라면, 저항이 작은 선형으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 될 수있죠.
해성 : (열심 받아적으며) 선형.. 이라면 배의 모양 말씀이죠?
회원2 : 그리고 지금 자전거는 선체가 둘인 쌍동선이잖아요. 거기서 발생한 파도가 서로 간섭현상을 일으킬수있어요.
자현 : 두 선체에서 발생한 파도가 서로 상쇄되도록 간격을 조절하면 조파저항을 줄일수도 있지 않을까요.
대욱 : 바다를 건널 건데 디자인부터 좀 바꿨으면 좋겠슴다. 그러니까 운전자가 누워서 페달을 밟는 식으로 무게 중심을 낮추는 겁니다.
용수, 저 뒤에 앉아서 혼자 뭔가를 마시면서 그저 좋아서 보고 있다.
회원3 : 마찰 저항은 어떡하구요?
회원1 : 레이놀드 수가 증가하면 마찰저항계수가 줄어드니까..물에 잠긴 표면적이 같다면 배의 길이를 늘이면 되지 않을까.
회원2 : 속도만이 문제가 아니야. 피칭문제도 해결을 해야된다구. 해상에서는 피칭 현상이 더 두드러지잖아.
해성 : 피칭 현상이란 게 뭔데요? 예? 예?
S#37. 노천극장 / 밤
비어있는 노천 극장... 주욱 보면 저 위에 누군가 있다. 경진이 혼자 천체 망원경을 조립하고 있다. 그 위로 들리는 경진의 소리.
경진 : (E) 내고향별 친구들에게 보내는 458번째 메세지. 오늘도 지구인들은 열심히 잘 살아가고 있음. 거기서 보면 이 지구는
너무나 작고 이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들은 먼지같이 꼬물대는 거처럼 보이겠지만.. 그러나 이들은 굉장히 무서운 무기를
갖고 있음. (망원경을 통해 하늘을 주욱 바라보며 초점을 맞추며) 그 무기의 이름은 바로 꿈이라고 함.
S#38. 체육관 / 낮
SEE- KAIST 행사장. 행사 참가자들로 북적거리는 스케치.. 그리고 그 위로 비행선이 떠다니고 있다.
경진 : (E 계속) 특별한 에너지가 없어도 가동되고, 반영구적이며 고장이 나도 자체 복구가 되는 이 무기에 주의를 기울여 줄 것.
지구인들에게 이 무기가 존재 하는 한 우주정복이라는 거대한 목표가 지구인들에 의해서 먼저 실현되버릴지도 모름.
행사장 내부의 스케치로 이어지면서 그 중에 이카루스 팀의 부스까지..
거기에는 이카루스 멤버들 중에 가능한 아이들이 각자 설명을 하거나 조작을 하느라고 바쁘다.
이석희와 이진호가 자기들끼리 속닥거리는 모습도 보이고.
김욱이 뭔가 작동을 시키고는 뒤에 서있는 세은을 향해 엄지를 치며 보이는 모습도 보이고.
S#39. 까리용 근처
지나치는 아이들.. 그 중에 처장이 혼자 서서 손목시계를 보며 뭔가를 기다리고 있다.
처장의 손목시계가 정각에 맞춰지는 순간. 까리용에서 들리는 경쾌한 음악소리. 처장. 빙긋이 웃으며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 뒤 저만치 정태가 역시 서서 귀를 기울이다가 돌아서 간다.
S#40. 대강당 뒤 잔디.
정태가 어슬렁거리며 걸어오다 보면. 거기 민재가 드러누워 잠이 든 듯.
정태 옆으로 와서 잠든 민재를 내려다 보며.
정태 : 어이. 시계소리 아주 좋아. 기가 막히다구. 수고했어.
그러나 곤하게 잠든 민재는 끄떡도 않는다.
정태 에라 그 옆에 앉더니 민재의 배를 베고 자기도 누워버린다. 그 위로.
경진 : (E) 지구인들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강력한 무기는 사랑이라는 것인데. 이것은 도저히 말로는 설명이 불가능함.
고향별 친구들이여. 지구가 어떤 곳인지 알고 싶으면 멀리서 보고서만 기다리지 마시라.
지구가 어떤 곳인지 알고 싶으면 방법은 하나 뿐임. 그대들이 직접 온몸으로 겪으며 살아볼 것.
이상. 앞으로 지구인이 되기로 결심한 민경진이 고향별에 보내는 마지막 메시지였음.
가로세로 누워 잠이 든 정태와 민재가 점점 멀어지며.....
첫댓글 카이스트 2기가 미리 나오며 겹치는 씬.. 왠지 싫어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