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운영하는 카페 회원 님이 질문을 하셔서 글을 써봅니다. 질문은 이랬습니다.
"분야별로 한 가지 주제에 대해 학습하는 시간과 방법은 어떠하신지 여쭈어 봐도 될까요?"
먼저 저에 대해서 얘기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주의력에 문제가 있습니다. 집중이 잘 안된다는 점에서 '주의력 결핍 장애'와 비슷합니다. 이 부분은 병원에서 주의력결핍장애 진단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분열성 인격장애', '조현증'으로 판정되는 정신적 문제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병원에서 진단까지 받았고 치료받고 있습니다.
저는 중학교 때부터 심한 왕따를 받고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학대를 받았습니다. 중학교 자퇴 후 복학, 고등학교 자퇴 후 방송통신고등학교(나이 든 사람들이 통신으로 수업 받는 고등학교. 월 2회 출석하고 그외에는 인터넷과 방송으로 수업을 들음.)를 다녔습니다. 대학교때도 괴롭힘을 받고 대학을 자퇴하였습니다.
대학교 때에도 괴롭힘이라니 참 이상하지요. 제가 이런 경험으로 알게 된 것은 사람은 은연중에 자기도 모르게 무리를 짓고 서로 동질감을 느끼려고 하고 그런 무리에 동화되지 않는 개체(예를 들어서 저 같은 사람)는 공격하고 배척하는 욕구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성장과정에서 생긴 문제들 때문에 저는 집중력이 대체적으로 짧습니다. 어릴 때도 이것으로 학습에 문제를 많이 겪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학교 시험을 잘 치르지 못했습니다. 점수가 들쭉날쭉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어떤 때는 깊이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어떤 때는 글도 잘 쓰고 말도 잘 하고 생각도 잘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에게 맞는 학습방법을 개발하려고 많은 실험과 시도를 했습니다. 저는 대학교를 중퇴한 다음에는 외부 출입을 거의 하지 않고 집에서 제 동생과 함께 지냈습니다.
저는 많은 책을 읽으면서 메모를 했습니다. 낙서를 했습니다. 주의력이 짧다는 것은 설명하자면 다양한 생각이 한꺼번에 머리속에서 떠오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고 있는 일에 집중을 못하는 것이지요. 저는 이런 저 자신에게 자유로운 시간을 주고 싶었습니다. 머리속에 생각나는 대로 글로 써보고 질문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몰랐을 때는 제가 어떤 특정 주제를 좋아해서 좋아하는 주제에 대해서는 잘 집중하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매우 자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특정 주제를 탐구해보니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집중력이 유지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한 때 제가 게으른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노력이 부족해서 주의력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스스로 질문하고 거기에 대해서 답을 스스로 구하면서 다양한 생각을 해보는 것은 참 좋은 경험입니다. 저는 이런 과정에서 제가 매우 집중을 잘할 때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단순히 결과적인 정보를 외우거나 수학문제처럼 정해놓은 답이 있는 문제를 푸는 것을 저는 잘 못했습니다. 집중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대신 정보와 정보의 관계를 질문과 답으로 추적하는 일은 오랫동안 집중해서 잘 했습니다.
연역론이라는 것은 이런 과정에서 탄생한 학문입니다. 만물을 정보와 정보의 관계로 보고 관계정보를 찾아내고 관계정보를 만들어내고 관계정보를 조립해서 정보구조체를 만듭니다.
저는 저의 강점, 스스로 질문과 답을 해서 다양한 관계정보를 찾아내고 만들어내는 능력을 기반으로 해서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그렇게 재해석하고 재조립하는 정보구조체를 만들었습니다.
저의 학습방법은 이렇습니다.
1) 학습할 분야가 있을 때 그것의 요소를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한다.
2) 관찰한 것들에 질문과 답으로 관계정보를 발견하고 정의한다.
*질문과 답을 하는 행위가 바로 정보와 정보의 관계를 찾아내고 정의하는 일이 됩니다.
3) 내가 발견하고 정의한 것들이 실제 맞는지, 들어맞지 않는 부분이 없는지 검증해보고 재조립한다.
*관계정보를 이하 구조에 적용될 연역모듈로 만들어서 정보구조체를 만듭니다.
4) 이렇게 만들어진 관계정보를 기반으로 나머지 정보가 연결될 수 있도록 정보구조체를 만든다.
*이 정보구조체는 주제에 따라서 학문적 세계관이 될 수도 있고 비지니스의 흐름이 될 수도 있고 일의 매뉴얼이 될 수도 있습니다.
5) 내가 만든 정보구조체로 학습을 계속 이어나간다. 학습의 집중도와 속도가 기하급수적(지수적, 복리식)으로 상승한다.
*내가 외부에 있는 정보를 기계적으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면에 이 정보를 처리할 전용 소프트웨어를 갖춘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학습의 집중도와 속도가 빨라지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저의 사고방식, 학습방식을 저의 글에서 계속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생각을 하는 과정을 글에서 그대로 드러내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경험을 하면서 언어학습이나 각종 분야의 학습, 숙련이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말콤 글레드웰이 쓴 '티핑 포인트'라는 책을 보면 1만 시간 동안 어떤 일을 열심히 하면 그 일을 자연스럽게 잘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연역론식으로 말하자면 이 1만 시간 동안 스스로 정보구조체라는 전용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뇌 안에 세팅하는 것이고 티핑 포인트는 정보구조체 세팅이 완료되어 일의 집중도와 속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되는 지점을 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어떤 분야를 학습하는 데 걸리는 물리적인 시간은 그렇게 많이 걸리는 편은 아닙니다. 하루에 한 두 시간씩 꾸준히 하면 한 두 해 지나서 익숙해집니다. 그 때부터 더욱 전문적인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첫댓글 좋은 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