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 친구에게서 6월 1일자로 직위해제될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너무 빠른 시일에 잠시 멍했습니다.
무슨말을 해야할지도 몰랐고 애써 웃으며 농담하는 친구와의 간단한 통화끝에
분노가 치밀어 올라 아무것도 못한채 글만 끄적입니다.
그 친구, 알게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같은 나이임에도 존경스러웠고 나도 그 친구처럼 열심히 살아야겠다....생각하게 했습니다.
어이없이 이런식으로, 함께 교사의 길을 걸어나가지 못하리라고는
처음 그친구를 알게된 지난 겨울에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지요.
함께 모임을 하며 그 친구 덕에 내가 교사로서 의미를 찾고 더 열심히 신나게 아이들과 함께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는데 말입니다.
어째서 이 친구가 이렇게 맥없이 해임이 되어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후원금 몇푼에 (제가 아는 어떤 분은 총 4만원때문에 이런 일을 당하셨지요) 직업까지 잃어야하는 현실을 이해할수없습니다.
전교조 죽이기에 나선 정부, 그리고 관련기사에 달린 각종 악플들을 보며
전교조에 대한 사람들의 몰이해와 오해에 대한 답답함...그리고 미안함...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되어 내일의 수업준비조차 할수가 없습니다.
저는 조합원입니다. 가입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요. 이제 곧 6개월이 될까요.
제가 전교조에 가입한 이유는 내가 옳다고 생각한 일들을 전교조에서 많이 하고 있었기때문이었습니다.
전교조가 변했다고
정치나 관심있는 거리의 교사라고 비난당해도
제가 들여다 본 전교조는 여전히
교육현장을 걱정하고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려 노력하는 사람이 더 많은 집단이었습니다.
이것은 전교조 밖에 있었을때보다 안에 들어가서 보았을 때 더 잘 알게된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전교조를 통해 우리가 받은 많은 반사적 이익들.
그들이 피흘리고 싸워서 이룩해낸 탑위에서
많은 이익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전교조는 빨갱이 좌파, 변질된 참교육집단이라 욕하고
전교조선생님은 불화나 조장하고,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
어떤것이든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이라 손가락질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교원평가다, 뭐다 어려운일이 있을때는 전교조는 뭐하냐며
자신은 함께 나설 자신이 없는 일에 그들을 찾는 현실도 저는 보았지요.
물론, 저또한 다르지 않았음을 인정합니다.
전교조가 자랑하지 않는,
그러나 그들이 이룩해낸 많은 것들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지금의 우리, 심지어 지금의 교장 교감까지도, 전교조의 혜택을 분명 누렸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전교조는 없어져야할 집단이고
나와는 함께갈수없는 집단일까요.
그들이 탄압받을때는 역시 나와는 상관없는 일일뿐인가요.
그들이 모두 없어지고 나면
이제, 앞장서서 말할 사람이 누가 남을까요.
욕을 먹어가면서도 앞장서서 교사들, 아이들의 권리에 대해 목소리 높이지 않게 되면
이제 이 교육현장이 어떤 모습으로 돌아갈까요.
제가 본 전교조는
아무리 변질되었다고해도
여전히 자신의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의 삶을 위해 희생하며 노력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내 월급, 내 재산을 들여가면서
나를 위한 투쟁이 아니라
모든 이의 권리를 위해, 그리고 아이들의 권리를 위해
앞장서서 주장하고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부끄러웠고
난 그분들처럼 할수없는 이기적인간이야하고
저를 비겁의 영역으로 몰아넣으며 동시에 그들에게 감사했습니다.
그들이 왜 귀족노조이며
그들이 왜 거리의 교사이며
그들이 왜 빨갱이 집단인지
어째서 우리가 마땅히 지켜야할 권리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반역이 되는지에 대해서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설명해야 할 것입니다.
어째서 이 사람들이 이렇게 밀려나야하는 걸까요.
어째서 사람들은 전교조교사의 파면해임에 당연하다,잘됐다고 말하는 걸까요.
이런 대한민국
이런 곳에서 살아가는 내 자신이 싫습니다.
서른이 되도록
이런 대한민국밖에 만들지 못한 내 자신이 밉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에게 미안합니다.
좀 더 일찍 함께 싸워주지 못해서,
아무것도 해줄수가 없어서 미안합니다.
첫댓글 산행 몇번 따라다님서 본 선생님들 그렇게 순수할수 없고, 착한분들이란걸 잘 압니다 왜 이 싯점에서 그들은 그렇게도 탄압하고 난리이까요? 아예 이참에 골치 아픈놈들 다 해치우자 그런 식인거 같아요 이쪽 지방을 다 좌파라고 매도하는 놈들에게도 분노가 부글부글..우린 좌파도 지긋지긋하게 싫거든요
전교조샘들 보면 참 순수하고 약해보이는데.. 강인한 그들의 정신력은 어디서 나오는지.. 소수의 희생으로 교육이 발전되지요.
차암~~답답한 현실입니다. 아마 제가 교사였어도 전교조원였을텐데......제명에 못 살았겠지요.
휴~~~~~~~~~~~~~~
사회는 노력하는 양심적인 사람들에 의해서 조금씩 변하지요.. 미안한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