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4일 살림교회 성탄축하예배
성탄의 표징-구유에 누인 아기
누가2:3~14
하늘에는 영광이요, 땅에서는 평화! 성탄의 기쁨과 평화가 2013년 성탄을 맞는 우리 살림교회 교우 여러분 모두에게, 여러분의 가정과 자녀들 위에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또 군복무 중인 균태와 미르에게도, 특히 병실에 누워있는 선화자매와 권사님에게, 오늘 예배에 참석하지 못한 우리 식구들에게도, 성탄의 기쁨이 전해지기를 기원합니다. 이 땅 이곳저곳 그늘진 곳에 살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과 외로운 사람들, 삶의 무게로 절망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성탄의 환하고 따스한 빛이 고루고루 비추어지기를 기도합니다.
제가 청년 시절에 성탄절 전야에는 교회에서 성탄절 축하 잔치가 있었습니다. 중창, 시낭송, 마지막에 연극으로 이어지는 학예회 수준의 축하공연이었습니다. 그때 강단 전면 짙은 보라색 비로드에는 실루엣으로 된 성탄절 장식이 붙습니다. 그때 가장 많이 붙던 성탄 이미지는 왼쪽에 낙타를 타고 별을 좇아가는 세 명의 동방박사들과 오른 쪽에는 초막에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고 있고 그 옆에 요셉이 묵묵히 서 있는 그림이었습니다. 마리아와 요셉 좌우에는 양과 염소들의 그림도 덧붙었습니다. 그리고 화룡점정으로 마굿간 위에 밝은 별이 하나 비추고 있었습니다.
성탄의 표징이 여럿 있지만, 그래도 가장 강력한 표징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인 아기입니다. 오늘 천사는 목자들에게, 한 갓난아기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뉘여 있는 것을 볼 것인데 이것이 너희에게 주는 표징이라고 했습니다. 이것이 성탄의 표징이요, 하나님이 이 땅에 오심의 표징이라는 것입니다.
아기가 엄마 품에 안겨 쌔근쌔근 잠자고 있는 그림은 완전한 평화의 상징입니다. 그 곳이 양과 염소들이 매매 거리고 냄새나는 마굿간이라는 것도 잊을 정도로 엄마 품에 안겨 잠자고 있는 아기는 평화롭습니다. 그래서 성탄은 이 땅에 평화를 기원하는 하늘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복잡하고 심난하고 또 골치 아픈 일들이 널려 있습니다만, 오늘 예수님의 오심을 축하하는 성탄절만큼은 하늘의 평화로 채워지기를 기원합니다. 아니, 우리에게는 계속해서 복잡하고 심난하고 또 골치 아픈 일들이 널려 있겠지만, 그런 중에도 하나님의 평화는 존재할 수 있음을 오늘 성탄의 메시지는 알려줍니다.
총과 칼, 전투기와 핵무기가 평화의 상징이 아니라, 가장 연약하고 전적인 돌봄이 필요한, 완전히 수동적인 아기가 가장 강력한 평화의 상징이라는 사실은 매우 상징적입니다. 우리 인간이 평화를 이루기 위한 수단은 많은 것을 가지고 자신을 보호하고 누가 공격해오면 물리칠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평화를 위한 조건을 갖추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온갖 무기로 무장하고 핵무기로 무장을 합니다. 그러나 성탄에 이 땅에 오신 하나님은 무력한 아기의 모습으로 오십니다. 완전한 가난입니다.
이런 어린 아기 예수님에 비하면 우리는 참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인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당신이 어린이로 오신 날 우리는
아직 어린이가 되지 못한
복잡한 생각과 체면의 무게를 그대로 지닌 채
당신 앞에 서 있습니다
예수님 어서 오십시오
비록 당신을 모시기엔 부끄러운 가슴이오나
당신을 기꺼이 안아드리겠습니다
우리 모두 당신을 안고
당신처럼 단순하고, 정직하고
겸손할 수 있는 용기를 배우게 해 주십시오
당신과 함께 따뜻하고 온유한
어린이의 마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습니다.
예수님의 오심을 축하하는 성탄 전야에, 모든 만물들이, 그리고 성탄을 맞는 우리가 우리의 본래의 모습, 본래의 선함, 본래의 순수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성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복잡하고 심난하고 수많은 문제로 끙끙대는 우리의 인생이 실은 엄마 품에 잠든 아기처럼 그렇게 온전히 평화일 수 있다는 신비를 발견하는 성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성 그레고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경외하는 마음으로 우리 구세주의 나심을 축하하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의 시작을 축하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은 옛 것, 낡은 것이 끝나고 새 것이 시작된다는 소식입니다. 시인의 마음처럼 우리도 새로운 시작을 마음에 담고 성탄을 맞습니다.
당신이 빛으로 오신 날 우리는
아직 살라 버리지 못한 죄의 어둠 그대로 지닌 채
당신께 왔습니다
예수님 어서 오십시오
비록 허물투성이의 삶일지라도
당신의 빛을 따르면 길이 열리오니
오직 당신만을 르겠습니다
빛을 가리는 욕심의 어둠
불신의 어둠을 몰아내고
당신의 빛 안에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하게 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