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투자를 하며 경제를 나름대로 안다는 사람들조차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없더군요. 제 나름대로 조사를 해보니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문제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거시적으로 볼 때 옳은 결정을 많이 했더군요. 겸사겸사해서 퍼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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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제가 다니는 직장의 대출관계로 인연을 맺게 된 강남의 목좋은 곳에서 은행 지점장을 하시는 50세를 갓넘기신 지점장님과 술자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법 큰 대출건이라 지점장과 직접 거래를 하게 되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대학교 4학번 선배님이시더군요. 상고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 대학의 꿈을 이루기 위해 30살에 늦게 야간학부에 입학하여 제가 입학하던 그 해에 졸업을 하셨더군요.
그 분은 79년 한국은행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하여 91년 현 은행으로 스카웃되어 강남의 목좋은 곳 은행지점장을 고루 하고 있습니다. 은행원은 정해진 월급만 받고 생활하는 지 알았더니 지점마다 정해진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 거기에 따른 인센티브가 적용되는 매력에 본점으로 안가고 필드에서 계속 지점장 생활을 하시고 계십니다.
경북 경산이 고향인데다가, 50대 이고 은행 지점장이라는 안정된 직장이 있고, 먹고 살만한 분이라 이회창 지지일 것이라는 선입관을 가졌었는데 뜻밖이더군요. 다음은 그 분과의 대화내용입니다. 인사말은 생략하고 술자리 도중 자연스레 나온 대선에 관한 이야기만 정리합니다. (묻는 이인 저는 경제학과 출신이고 답하는 이인 그분은 회계학과 출신입니다.)
문 : 지금 경제가 많이 어렵다고 하는 데 실물경제를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계실 선배님이 보시기에 어떤가요?
답 : 경제가 어렵다.. 물론 어렵다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그 것은 상대적인 것이라고 본다. 최소한 주거할 집은 있고 승용차 한 대씩은 타고 다니면서 어렵다고 표현하면 그게 오히려 모순이 아닌가?
문 : 가계대출이 무척 심각하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 : 우리나라의 가계대출은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에 비해 훨씬 낮다. 솔직히 우려할 만한 수준이 못된다고 본다. 가계대출 지수에 개인사업자들이 사업하고자 대출한 금액까지 전부 포함되었는데 그 것이 아닌 순수가계대출을 제외하면 그리 높지 않다.
문 : 남대문, 동대문 등 밑바닥 시장에서는 지금 상당히 어려움을 많이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답 : 그 것에 대해서는 나도 동의한다. 다만 지난 8월 이후 경기가 점점 좋아짐을 느끼고 있다. 그 것이 아직 밑바닥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좀 걸리는 것으로 본다. 나도 10억 상당의 주식투자를 했는데 솔직히 지난 10월 이전에는 죽을 맛이었다. 이제 주식시장도 점차 좋아지고 있고 조만간 밑바닥 경기가 활성화되리라 본다.
문 : 김대중 정부의 5년간의 경제정책이 실패했다고 언론(조중동)과 한나라당에서 연일 떠드는 데 과연 그런가요?
답 : 그 것은 전혀 잘못된 것이다. 김대중 정부의 경제정책은 대부분 성공했다. 만약 97년 대선에서 김대중 정부가 집권을 하지 못하고 이회창 정부가 들어섰다면 우리나라는 완전히 거덜났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것은 단순하게 5년간의 평가만을 갖고 해선 안된다. 3공 시절의 성장위주의 경제정책과 그 이후 5공, 6공, 김영삼 정부의 경제정책의 후과가 김대중 정부에 일부 악영향을 미쳐 나타난 측면이 많다. 3공과 5공 시절의 경제는 그 당시부터 실물경제에 뛰어든 사람으로 나름대로 긍정적인 측면도 인정한다. 다만 6공의 노태우 정부와 김영삼 정부 시절의 잘못된 경제정책이 결국 IMF 사태를 가져오게 되었다. 전두환은 지가 경제를 몰라도 경제를 잘 아는 사람을 등용할 줄 알았는데, 노태우나 김영삼은 경제는 쥐뿔도 모르면서 경제를 잘 아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등용할 줄 몰랐다. IMF 사태가 도래한 직접적인 원인도 당시 경제전문가들이 "지금 상당히 위험합니다. 외환 위기에 대처해야 합니다. "라는 직언을 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것들이 다 묵살당하거나 아예 말귀도 못알아듣고 적절한 시점에 대처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문 : 혹시 며칠 전 TV토론 보셨습니까? 이회창, 노무현, 권영길씨에 대한 생각은 어떻습니까?
답 : 노무현씨는 실물경제가 살아 움직이는 현역에서 23년 이상 근무한 내가 봐도 정말 경제를 잘 아는 사람이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실수가 없다. 나조차 생각지 못한 얘기를 할 때 깜짝 놀랐다. 부업으로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반면에 이회창씨는 경제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어떻게 그 정도의 경제에 대한 식견을 갖고 대통령에 출마할 수 있나? 이회창씨가 대통령이 되면 정말 큰 일이다. 경제를 잘모르는 사람인데다가 경제를 아는 인재를 등용하여 그에게 믿고 맡길 수 있을 가능성이 전혀 희박하다. 무식하면서 고집만 세면 정말 큰 일 난다. 김영삼 정부의 IMF 사태가 그걸 증명했다.
권영길씨는 한 마디로 좀 겁나더라. 너무 이상적인 경제정책을 피력하여 그게 과연 현실에 적용이나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구체성이 너무 결여되었다.
문 : 수도권 이전 공약으로 요즘 말이 많은 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 : 그건 명약관화하다. 당연히 이전해야 한다. 한나라당에서 쌍수를 들고 반대하는 이유는 정말 옳지 못하다. 대한민국 국가기능의 거의 전부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보니 거기서 생기는 문제가 얼마나 많은가. 한나라당에서 치졸하게 수도권 이전하면 집값이 떨어진다며 겁을 주는 데 하나도 겁먹을 이유가 없다. 집이 두 채 이상이나 있으면 모를까 전세사는 사람이나 집한채 있는 사람은 오히려 집값이 떨어지면 더 좋다. 예를 들어 내가 25평 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그게 1억에서 8천만원으로 떨어졌다고 치자. 과연 2천만원을 손해본 것인가? 아니다. 집을 한 채 갖고 있는 사람은 그 것이 재산이라기보다 주거 개념이다. 그 사람은 평생 25평에서만 살 생각인가? 몇 년후 꾸준히 돈을 모아 33평 아파트로 간다고 치자. 그러면 역시 마찬가지로 떨어져있을 33평 아파트를 얼마나 싸게 구입할 것인가? 집값, 땅값이 하향 안정화되면 다른 물가도 하향 안정화되고 전반적으로 한국 경기가 안정권에 접어들 수 있다. 과거 성장위주의 경제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차분히 보완할 수 있다.
중간 생략..
문 : 선배님은 이번에 누가 당선될 것으로 보십니까?
답 : 아무래도 내 주변에는 나이도 있고, 대개가 다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니 이회창씨 지지가 상대적으로 노무현씨 지지보다 많은 편이다. 하지만 얼마전 우리 지점 직원들과 회식하는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대통령 선거 얘기가 나왔는 데 차장 이하 젊은 행원들 거의 모두가 노무현씨 지지이다. 그건 당연하다. 노무현씨가 당선되야 은행에서 일하는 우리도 안정감있게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은행 구조조정은 거의 다 끝났다. 일자리를 잃었던 행원들도 다 알아서 다른 관련 회사 내지는 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그 사람들이 전부 실업자가 되서 여지껏 헤매고 있다면 모르겠는데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다 알아서 먹고 산다. 내가 보기엔 대체로 노무현씨가 우세하다고 본다. 내 또래들도 생각있는 사람들은 거의 노무현씨를 지지한다.
3시간 가까이 일식집에서 생선회에 오십세주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한 내용을 대충 정리한 것입니다. 고향이 경북출신, 50대, 은행지점장, 먹고 살만한 사람이라고 해서 이회창씨를 지지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진 제가 좀 우습더군요. 아무튼 의미있는 술자리였고 제가 모르는 것에 대해 실물경제를 잘 아는 분의 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