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벌레의 꿈 1(흰색 피부를 좋아하는 벌레들)
글/ 별빛마음
배추벌레들은 하얀 피부를 유난히 좋아하는
이상한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 가운데
인기가 있는 벌레는 초록색에서 점점
연두색에 가까운 피부를 가진 벌레였다.
암컷 벌레들은 그들의 부모님이 모아두었던
꽃가루들로 자신을 꾸며보지만 바람만 조금
불어도 원래 모습 그대로 되는 것을 볼 때
적잖이 실망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언
제나 고운 피부를 가져볼까?’그들 치고 이
러한 꿈을 가져보지 않은 벌레들이 없었다.
어느 날 주인의 바구니에 달려온 암컷 배추
벌레 한 마리가 온실 속에 있는 빛깔 곱고
윤기 돌며, 고운 몸매를 가진 누에를 보게
되었다. 빛나는 누에의 모습에 황홀해진
그는 누에에게 물었다. “얘, 너는 어쩌면
그렇게 아름다운 피부를 가질 수 있니?”
그러자 누에가 대답했다.“내가 고운 피부를
가지고 있다고? 하하하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군. 너야말로 아름다운 색을 띄고 있잖아.
하하하 어째든 말이 나왔기에 하는 소린데,
나의 이 피부는 내가 먹는 음식 때문일 거야”
“정말? 너는 뭘 먹고 사는데?” “응, 나는
주인이 가져다주는 뽕을 먹고 살지” “그럼
나도 뽕을 먹으면 너처럼 희고 고운 피부를
가질 수 있니?” “그럼, 있구 말구. 내가
뽕 밭을 가르쳐 줄 테니까 찾아가서 오늘부
터 먹어 봐. 그러면 틀림없이 하얗게 돼”
하면서 그는 뽕밭이 있는 곳을 자세히
약도로 그려주었다.
누에의 말을 들은 배추벌레는 생각할수록
기뻤다. 그동안 자기를 꾸며 뭇 벌레들에게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었지만 어떤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의 피부를 좀 더
희게 하여 고운 모습을 보이면 동료들의
부러움은 물론 똑똑한 수컷 배추벌레들의
관심을 살 수 있겠지’ 그는 멋진 수컷 배추
벌레들이 앞을 다투며 꽃을 입에 물고 자기
에게 청혼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생각할수록
멋진 일이었다.
온실 문이 비스듬히 열어진 틈을 타 그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뽕 밭을 향하여 갔다.약도를 보며 밭에 도착
했을 때 그는 배추에게서는 상상할 수 없는
크고 높은 나무들을 발견했다. 평소 같으면
연약한 힘으로 거기까지 올라가기는 다소
무리였겠지만 고운 피부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어디서부터인지 알 수 없는 힘이
생겼다. 다 올라왔다고 생각했을 때 산들
바람이 불어와 땀에 흠뻑 젖은 그의 몸을
시원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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