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겸손하라 -성 프란치스코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은 신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거룩한 삶을 사는 방법을 이렇게 말한다.
“깨끗한 마음과 맑은 정신으로 하느님을 경배하고 사랑합시다. 하느님은 이것을 가장 중요하게 보시는 까닭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진실한 예배자들이 영과 진리 안에서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가 온다.'(요한 4, 23) 또한 우리는 사제에게 우리의 모든 죄를 고해하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셔야 합니다. 그분의 살을 먹지 않고 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요한 6, 55. 57; 3, 5) 하지만 그분을 먹고 마시기 위한 합당한 자격을 갖추어야 합니다. ‘주님의 몸을 분별없이 먹고 마시는 자는 자신에 대한 심판을 먹고 마시는 것입니다.'(1코린 11, 29) 이 말은 즉, 그가 주님의 몸을 다른 음식과 구별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도록 합시다.'(루카 3, 8 참조) '우리 자신을 사랑하듯 이웃을 사랑합시다.'(마태 22, 39 참조) 남을 심판할 권한을 가진 이들은 심판할 때 자비로워야 합니다. 그들도 주 하느님에게서 자비를 받길 원한다면 말입니다. ‘무자비한 사람은 무자비한 심판을 받습니다.'(야고 2, 13)"
“그러므로 사랑과 겸손을 간직하고 자선을 행하십시오. 자선은 죄로 더러워진 영혼을 씻어주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이 세상에 쌓아둔 것은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내어준 사랑과 자선은 언제나 우리 자신과 함께 있으며, 하느님은 이것을 보시고 우리에게 보상을 내려 주십니다."
“또한 우리는 단식하고 절제하며 악습과 죄를 끊어버려야 합니다. 폭식과 폭음을 멀리하십시오. 우리는 가톨릭인으로서 살아야 합니다. 성당을 자주 방문하여 경건한 마음을 다지십시오. 또한 사제가 죄인이라 하여 무시하지 말고 항상 경의를 표하십시오. 인격이 아니라 그들의 직무를 보고 고개를 숙여야 합니다. 사제는 그리스도의 거룩한 몸과 피를 다루는 일을 맡았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제대에서 희생 제물로 바치고 먼저 받아 모시는 이가 바로 사제입니다. 우리가 나누어 받는 것은 그 다음입니다. 오직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피와 거룩한 말씀으로만 구원될 수 있다는 점을 믿고 의심하지 마십시오."
“장상이나 주님 앞에서 처신하듯 아랫사람을 겸손하게 대하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가난이 기쁨이 되는 곳에는 욕심이나 집착이 없습니다.”
“자비와 슬기가 있는 곳에는 낭비하는 일도 남을 기만하는 일도 없습니다.”
“하느님 생각에 고요히 잠기면 오히려 동요하거나 방심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랑과 지혜가 있는 곳에는 두려움이나 어리석음이 없습니다. 인내와 겸손이 있으면 성내거나 흥분하지 않습니다. 가난과 평화가 있는 곳에는 소유욕과 허영심이 들어올 수 없습니다. 마음의 고요를 간직하고 되돌아보는 사람은 불안에 떨지 않으며 주의력을 잃지 않습니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은 1181년경 이탈리아의 아시시에서 부유한 포목상인 아버지 피에트로 디 베르나르도네와 프랑스인 어머니 요안나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는 사업차 프랑스에 있었고, 어머니는 이 아들을 요한이란 이름으로 세례를 받게 하였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사업상 프랑스를 드나들면서 배우자를 만났고 프랑스를 좋아했기에, 아들의 이름을 '프랑스 사람'이란 뜻의 '프란치스코'로 개명하였다. 전기에 따르면, "프란치스코는 이 세상의 부귀영화를 추구한 부모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그런 것들에 길들어져 있었다. 그는 부유한 부모가 제공하는 물질적인 풍요를 즐기면서 자랐고, 그 역시 부모보다 오히려 더 그러한 세계를 추구했었다."
그러다가 1205년 베뻬루지아와의 전투에 두 번째 참전했을 때, 무기들로 가득한 어느 곳에서 그에게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모든 것이 너와 너를 따르는 사람들의 것이다. 프란치스코, 종과 주인 중에서 누가 너에게 더 많이 줄 수 있겠느냐?" 이 질문에 그가 "당연히 주인입니다."라고 답하자 주님께서 명하셨다. "그럼 너는 왜 종을 따르느냐? 아시시로 돌아가서 기다려라. 그곳에서 너에게 나의 뜻을 알려주마."
그는 아시시로 돌아와 기도에 몰두하던 중 "가서 무너지려고 하는 나의 집을 돌보아라."라는 목소리를 또 듣는다. 글자 그대로 허물어져 가는 성당을 고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 여러 성당을 고쳐가던 중 그는 깨닫는다. '교회의 내적인 삶에 봉사하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는 것을! 그리하여 1207년경, "저는 저의 자유로운 결단으로 이제부터 나의 아버지는 더 이상 피에트로 디 베르나르도네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하느님이심을 선언합니다. 이제 저는 지금까지 저의 아버지였던 분으로부터 받은 모든 것을 돌려드립니다. 이제 저는 빈 몸으로 완전히 새로 출발합니다."라고 선언하고서 육신의 아버지 집을 떠난다.
1208년 성 마티아 축일에 “전대에 금도 은도 구리 돈도 지니지 마라. 여행 보따리도 여벌 옷도 신발도 지팡이도 지니지 마라. 일꾼이 자기 먹을 것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집에 들어가면 그 집에 평화를 빈다고 인사하여라."라는 말씀으로 주님께서 원하시는 길을 알게 됐고 주님의 부르심을 확실히 인식하게 됐다. 동료 12명과 함께 기도와 극도의 가난 생활을 시작하였다. 1226년 10월 3일 선종했으며 1228년 시성되었다. 축일은 10월 4일이다.
박 아가다 수녀 옮김
(마리아지 2024년 9•10월호 통권 247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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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처 : 아베마리아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