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중에 저는 신체적 장애(?)를 지닌 채로 제주도 가족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왼쪽 눈이 아주 불편했거든요. 눈꺼풀이 부어있기도 했거니와, 시력 자체도 떨어져서 모양도 안 나고 운전하는 데에도 불편했었습니다. 각막에 염증이 생겨서 그렇다 그러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몸이 제 것이 아닌 가장이라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2박 3일의 제주도 여행을 가야만 했습니다.
저의 작은 딸이 여름 되기 전부터 자기 혼자만 제주도에 못 가보았다면서 제주도를 노래 부르다시피 했거든요. 집사람과 의논한 결과 여행 계획을 짜보았더니, 제주도 여행의 예산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여러 모로 궁리를 하고, 할인 혜택을 최대한 받을 수 있게끔 계획을 짰습니다. 그 결과, 배 삯은 내부 관계자에게 부탁해서 50% 할인, 차 렌트 비용과 호텔 숙박비는 교원공제회의 조건에 맞추어서 50% 할인을 받았어도, 문제는 제주도 관광지의 관람료와 주차비 그리고 식사대이었습니다. 배는 할인 혜택이 가능하니까 2등 객실로, 차는 소나타급으로 찾다보니까 NF 소타나 가스차로, 호텔은 예전에 묶었던 적이 있었던, 탑동에 있는 오리엔탈 호텔로 하다 보니까 기본 경비도 조금 올라가더군요. 그래도 명색이 가족 여행인데, 1일 5만원 짜리 수학여행 전문 여관으로는 가기 싫었거든요. 아무튼, 이른바 ‘뽀대’있는 여행을 하기로 하였답니다.
제주도에 도착해서 제6부두에서 차량을 인수하고 처음 써보는 차량 네비게이션에 의지해서 협제 해수욕장으로 간다는 것이 네비게이션 작동 잘못으로 산방굴사 쪽으로 가게 되었고, 다시금 작동법을 익혀서 송악산을 거쳐서 용머리 해안을 본 다음, ‘소인국 테마 파크’라는 곳에 갔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더군요. 세계의 유명한 건축물들을 미니어처 해 놓아서 아이들 사진 찍기가 좋더군요. 여기 어른 입장료가 무려 개인당 6,000원씩, 주차비가 2,000원 이던가???
다음에는 중문 관광 단지에 있는 ‘테디베어 뮤지엄’을 갔습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입장료가 만만치 않게 가족 전체 입장료가 21,000원. 여기는 아이들이 정말로 좋아하는 곳이더군요. ‘곰’ 인형으로 우리가 보았던 모든 명작이나 인물, 그리고 이야기책의 내용들을 꾸며 놓았더군요. 그리고, 여기에서는 어떤 어린이나 반드시 곰 인형을 한 개 이상은 사게끔 되어 있더라구요. 어떤 아이는 4개나 사가지고 가는 경우도 보았구요. 건물 아래 쪽에는 정원으로 꾸며 놓았는데, 거기도 사진 찍기에 알맞게 곰 인형 캐렉터로 구성해 놓았더군요.
거기서 나와서 아래 쪽으로 가니까, 이미 해는 저물어져서 땅거미 질 무렵. ‘지삿개’라는 주상절리 해안이 있었습니다. 여기는 그냥 입장 했어요. 왜냐면, 너무 늦어서 담당자들이 퇴근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공짜는 역시 좋더군요. 주상절리를 보니까 비로소 제주도에 왔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좋은 경관이었습니다. 여기서 나와서 1100도로를 통해서 제주시로 들어와 호텔에 들어오니까 8시30분이 되었더군요. 근처에서 저녁 식사(전라도 강진 분이 하는 ‘석촌식당’)를 하고 쉬었습니다.
이튿날, 네비게이션에 의지해서 ‘성산일출봉’에 가서 여름 등산을 하였구요, 성산포로 나와서 ‘우도’로 가는 배를 탔습니다. 사실, 우도에 대해서는 정보를 얻지 못하고 그냥 들어가다시피 하였거든요. 차도 가져가지 않았구요. 그런데, 그 뙤약볕에 터벅터벅 걷게 되어서 가족들로부터 원망을 한 몸에 안았답니다. 우도에도 관광일주 버스가 있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가장 힘든 길로 우도봉의 등대 공원까지 올라갔으니 그리 할 만 하였지요. 거기서 모두 까맣게 타버렸을 것이에요. 관광버스를 타고 ‘검멀레’로 가서 거기서 우도봉으로 올라갔으면 훨씬 쉬었을 터인데 말이죠. 검멀레로 내려와서 그 때에야 관광버스를 타고 일주를 하면서 선착장으로 와서 배를 기다리는데 정말 시간도 아깝더라구요. 아무튼, 우도 때문에 낮시간 4시간여를 보내버리니까, 그날 일정이 확 틀어져 버렸어요. 점심은 성산으로 나와서 거의 4시경에 겨우 짜장면으로 때웠구요. 정말로 여행에 정보가 없이 도전했다가는 이렇게 되는구나 하는 반성을 절절이 했드랬습니다. 거기서 출발해서 그 유명한 ‘섭지코지’를 보았는데, 거기에 지어진 성당은 개인 건물이어서 그곳에 들어가려면 따로 입장료를 내야 되더군요. 그런 분위기 있는 곳에 그런 건물을 지어서 영업을 하는 모양이 영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섭지코지를 나와서 서귀포를 들르려고 향하는 도중에 소나기가 억수로 쏟아 부어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어서 포기하고, 1118도로를 통해서 다시 제주시로 돌아왔지요.
저녁에는 탑동에 있는 ‘홍해뀀섬구이’라는 식당을 갔는데, 이 곳은 정말 뜨네기 전문 식당같다는 생각이 팍팍 들었습니다. 그곳에서 추천하는 ‘흑돼지 모듬’과 ‘꿩고기 물냉면’이라는 메뉴에 속았고, 냉면은 맛이 너무 아니어서 그냥 두고 나오다시피 하였더랍니다. 숙소를 탑동으로 잡은 이유가 저녁에 ‘해변공연장’의 ‘국제 관악제’를 보려고 했던 것인데... 첫날은 늦어서 못 보았으나, 그 날 저녁에는 바로 가서 관악제를 구경하였습니다. 매일 일정이 짜여져 있는데, 그날 밤은 독일의 무슨 팀이었는데 아무래도 선정한 곡들이 자기들 감각에 맞는 곡들이어서 조금은 감흥이 덜 하였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아침을 ‘석촌식당’에서 먹고 표선 쪽에 있는 ‘조랑말타운’에서 말을 태워주고(1인당 11,000원), ‘제주민속촌’으로 갔습니다. 여기도 입장료와 주차비가 만만치 않더군요. 제주도의 민속촌을 본다기 보다는 ‘대장금’의 세트 촬영장을 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포장을 너무 지나치게 했더군요. 거기서 나와서 서귀포로 향하였습니다. 서귀포로 가는 길은 지도상으로 보면 일주도로가 편도 2차선으로 되어 있는데, 네비게이션은 자꾸만 이쪽 저쪽으로 돌아가라고 명령하면서 동네길 같은 곳으로만 유도를 하였고, 저는 완전히 방향 감각을 잃고서 그저 기계가 시키는 대로만 가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서귀포에 거의 다 가니 일주도로 같은 큰 길이 나오더군요. 서귀포에 가서는 다른 곳은 보지 않고, ‘파라다이스 호텔’의 경치가 좋다고 해서 그 곳에 갔습니다. 그러나, 그곳도 입장료를 2,000씩 받더군요. 안 쪽에 ‘이승만 기념관’이 있다고 하던데 거기에는 흥미가 없어서 보지 않았구요, 그러나 주변 경치는 정말 좋더군요. 과연 신혼부부들이 와서 하룻밤 지내기에 정말 좋게 생겼더군요. 그곳은 ‘정방폭포’ 근처예요. 옆에는 ‘서귀포 칼 호텔’이 있구요. 호텔 안 쪽에는 ‘허니문하우스’라는 식당 겸 카페가 있더군요. 저희가 거기서 마침내 일을 내고 말았지요. 제주도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보다 화려하게 장식하자고 해서 1인분에 27,000원짜리(봉사료 빼고) ‘돌솥비빔밥 정식’을, 아이들은 ‘흑돼지 돈까스’를 25,000원(봉사료 빼고)에 먹고 카드로 개운하게 긁고 나와버렸습니다. 아무튼, 화려하고 호사스러운 식사이었습니다. 가격은 많이 부담스러웠지만 맛과 분위기는 역시 돈 값 하더군요. 거기서 나와서 다시 5․16도로를 타고 제주시로 돌아왔구요. 제6부두에서 차량을 인도해주고 목포로 향하는 ‘씨월드 카페리’를 타고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 가족의 여름 제주 여행에서 사용된 총 경비가 얼마인줄 아세요? 100만원을 약간 초과하더군요. 가기 전에 최대로 많이 잡아서 80여만원이면 조금 무리해서라도 가보자고 했더랬는데... 100만원이 넘었으니 말씀이죠...
제주도는 그놈의 입장료 때문에 망할 것이에요. 그러니 조금만 더 보태면, 해외로 뛸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니겠어요? 그렇다고, 제주도에 모처럼 가족 단위로 가서 수학여행처럼 궁상 떨 수도 없는 것 아니겠어요? 교사의 기본적 자존심(?)이 있지 말이에요. 아무튼, 정말로 비행기도 타지 못하고 배로 왕복, 그것도 할인해서 간 제주도 여행이 너무도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씀이에요... 대한민국의 모든 관광지의 입장료를 교사와 교사의 가족에게는 무료로 해주는 그런 세상은 오지 않을까요??? 선상님들은 그렇게 대접해주는 세상이 되어야 바람직하고 수준이 있는 사회라고 할 수 있지 않아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에 동의 합니까???
첫댓글 네.
재밌게 읽었습니다. 가족끼리여행 좋지요 우리애들은 넘 커서 우리와 함게 하길 꺼리네요 옛날 얘들과 멀리 여행을 떠나 자리깔고 별을 헤아리던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군요 근데 비용이 많이 들었네요 ㅎㅎㅎㅎ
우리가 돈을 못 모으는 이유를 알것다~~~~ 우리 가족이 한 번씩 제주도에 가면 최소한 200만원은 얼렁뚱땅 들어버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