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모든것이 디지털화 되어버린 지금.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린 것들.
그리고
사라져 가고 있는 것들.
자기전 베개 맡에 두고 들었던 카세트 테이프.
맘에 드는 신곡이 나오면 방과후 잽싸게 음반가게로 달려갔고,
혹시라도 브로마이드를 주진 않을까 가게 아저씨에게 애교도 부려보고.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를 간직하고 싶어,
라디오를 꼬박 꼬박 녹음하던 지난 날들.
그러곤
테이프 늘어질 때까지 질리도록 들으면서 혼자 흐뭇해 하던 나.
동네 구석에 자리잡은 구멍가게.
무거운 책가방을 뒤에 짊어진 채,
어제 저녁 아빠가 과자 사먹으라고 주신돈으로
이것 저것 맛난것 잔뜩 사먹었던 행복했던 날들.
어렸을 적
세상 밖을 몰랐던 나에겐
백화점이나 다름 없었던
구멍가게.
<
휴일. 늦은 저녁. 밖.
집에서 걱정하실 엄마를 위해 자주 애용했었던 공중전화.
그리고
좋아하던 사람의 삐삐로 보냈던 수심쩍은 번호 네 자리.
길 한복판 위에 세워진 우체통.
행여나 주소 틀릴까 우체부 아저씨가 못알아보지는 않을까
반듯한 글씨로 또박 또박 적었던 편지.
받는 사람의 소식을 기대하며 설레어 했던 날들.
지금은 미술학원이다,음악학원이다,수학학원이다...쉴 새 없는 아이들의 방과후지만
우리때는 방과후 매일매일 고무줄 놀이를 했었는데.
어린 아이들은 뛰고 놀면서 자라야지.
나중에 커서 동네 골목대장 할 순 없잖아.
시멘트 냄새, 페인트 냄새.
복사한듯 각진 네모모양의 아파트들.
어느 샌가 찾기 힘들어져 버린
우리 전통의 기와 지붕.
오빠는 로보트 놀이 하고 있을 때
나 혼자서 흐뭇하게 하던 종이 인형 옷입히기 놀이.
오늘 밤 왕자님의 파티엔 어떤 옷을 입고 갈까.
꾸미기만 해도 즐거웠던 놀이.
매년 학교마다 하나둘씩 없어지고 있는 행사, 가을 운동회.
손목에 달리기 등수 도장 찍고
각각 청군과 백군의 자존심을 걸고 겨뤄야 했던
콩주머니 던지기, 공굴리기, 계주.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좋아하던 남자애와 꼭두각시 춤추기.
1학년때는 꼭두각시.
2학년때는 아기공룡 둘리 율동.
3학년때는 파란 나라를 보았니 율동.
4학년때는 어른들은 몰라요 율동.
5학년때는 에어로빅.
6학년때는 그런 후배들 바라보며 옛날 감상에 젖기.
가을운동회 한다고
엄마가 왠일로 솜씨를 발휘해 만드셨던 김밥과 샌드위치는 지상 최고의 맛.
나도 내 자식 낳으면 맛난거 싸가지고 가야지 했는데
이젠 존재하지 않는 행사, 가을 운동회.
세월이 이렇게 만들어 버렸어.
300원짜리 아이스크림.
그리고
얘도 세월과 물가앞에 잊혀져버린 아이.
10원.
너 요즘 보기 힘들더라.
세월이 지나면서
이 모든것들중의 대부분이
컴퓨터와 핸드폰으로 해결 할 수 있는 것들이네요.
지금의 아이들은 그때의 재미를 모르는 것 같아 조금은 안타까워요.
이제는 모두 추억이 되어버린 것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