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산행기(시산회
제221회
산행)
2013. 10. 27(일)/정한
참석 :
김용우,
김정남,
김진오,
신원우,
위윤환,
이경식,
임삼환,
임용복,
전작,
정한,
조문형
(이상
11인의
시산인들)
동반시 :
노을
꽃/일홍
이행숙
뒤풀이
: 굴사냥 쌍문점과 이름 모를 노래방에서 음주가무
당초 시산회 산행은 중국
태항산,
백두산의 해외
산행 이후 국내 산행으로는 특별히 서울에서 동해안까지 그리고 3시간 30분간 배를 타고 가야하는 울릉도와 독도의
2박3일의 여정이었으나 일기불순으로 인하여
묵호항에서 회귀하였다.
그래서 이번
산행이 도봉산으로 정해 졌으니 이것이 오늘이라는 또 다른 숙명이다
서울로 되돌아온 덕분에 토요일의 이상용
딸 결혼식에 참석하고, 어김없이 용우,
해황,
윤환친구와
해황이가 개발했다는 집 근처의 당구장에서 실력을 점검한 후, 동네에 왔다고 해황이가 사준 갈매기살과 삼겹살로 든든히 포식하였다.
새벽1시까지 고교시절 아련한 추억의 회포를
풀고 택시로 용인의 집으로 갔으니 당연히 잠이 부족했으므로 오늘 아침 도봉산까지의 먼 길에 40분이나 지각하였다. 몸도 무겁지만 우선
기다리는 산우들에게 민망하고 미안한 마음이었다.
시산회 늦둥이
산우인 영훈이가 새벽 몸살로 불참소식을 전하였다 하니 은근히 걱정된다.
새벽에는 조금 쌀쌀하지만 다행히도 날씨는
18도의 청명한
가을하늘이다.
단풍의
끝자락이라서 산행의 분주한 발걸음이 전쟁이라도 난 듯 부산하여 인산인해의 물결이 일고,
사람들은 울긋불긋
형형색색의 움직이는 인간단풍이 되어 우리는 축제의 오페라 무대에 서있는 느낌이다.
오늘 같은 경우에는 사람을 피하는 코스를
선택해야 한다.
정남 산우의
제안으로 탐방지원센터에서 광륜사를 지나 우측 길로 올라 청룡사지를 거쳐 다락능선으로 오르면 혼잡도 피하고 조망 또한 좋다하니 배낭끈을 당기며
산행을 시작한다.
도봉산을 수도
없이 다닌 정남 산우의 선도로 시끌벅적한 소음도 멀어지고 산우들과의 작은 소리도 정겹게 들리니 잘 선택한 코스임이 분명하다.
도봉탐방지원센터를
지나 도봉서원으로 들어서는 길목에 '道峰洞門'이란 글자가 새겨진 큰 바위가 서
있다.
이 글은 조선의
대표 골통 소중화주의자 우암 송시열이 썼다고 한다.
광륜사와 북한산국립공원 도봉분소 사이길을
들어서 다락원 방향으로 향한다.
이 오름길은
물개바위에서 다락능선과 합류하고 다락원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에서 왼편을 바라보면 은석봉이 보인다.
20여 분 걸어 갓길로 접어드니 냉골
물레방아 약수터가 반갑다.
약수터 옆의
물길에 참나무인 듯한 나뭇가지에 물레방아를 여인의 허리처럼 매달았고 물을 받아 물레방아가 담담하게 돌아가고 있다.
너무도 속산의
분위기에 걸맞아 자연을 아는 사람의 작품인 듯하여 탄성이 절로 인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오히려 포근하고 따뜻한 냉골이라는 정남 산우의 말이다.
아마도 도봉산
어느 어미의 품안이 여기 냉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파른 바위를 부지런히 타고 오른
후에 땀을 닦은 뒤 앞에 보이는 도봉산을 바라본다.
가운데가 도봉산
최고봉인 자운봉이고 그 왼쪽으로 만장봉과 선인봉이 보인다.
자운봉 오른편의
가장 높은 봉우리는 포대능선의 최고봉인 포대인데 오늘은 그대들 곁까지는 허락되지 않으니 손짓으로 만남을 대신하였다.
비탈길의 단풍에 탄성이
나온다.
옆길에 부부인 듯
보이는 중년 아주머니의 촬영 포즈에 “단풍보다 더
아름답네~!”하는 조문형 총장의 말에 모두가
웃는다.
늘 변함없이
치열한 열정으로 시산회에 헌신하는 조 총장에게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요즘 부동산
경기도 밑바닥이니 얼마나 고뇌와 생활의 부담이 많을 것인데도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을 마다하지 않는 그리고 젊은 몸의 유지와 사용을 제대로 하는
조 총장의 노력과 해학을 존경한다.
알록달록 잘 어우러진 단풍 속의 산자락을
40여분 오르다 널찍한 바위에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용복 산우의 모싯잎 떡.
원우 산우의 잘
익은 호박고구마와 말린 감을 배급받아 먹으니 가을을 다 먹은 듯 뱃속이 상큼하고 피곤이 말끔해진 휴식이었다.
바윗길을 올라 내리막길로 접어드는데
“원우~!!
이게
얼마만인가?
허허 자네도 많이
변했구먼,
사는 곳은
어디인가?”
하며 어느 부부가
같이 알아본다.
옛 직장의 선배인
듯하다.
그래 잠깐의 세월
같은데 시간의 숫자는 산처럼 크고 우리의 얼굴도 모양도 몸통도 변하였으니 우리 산우들 모두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가고 새로운 종착역으로 가는
도중이 아니겠는가!
다락능선으로 가는 중간의 청룡사지에
다다르니 12:20분이 되었고 허기의 신호와 함께 슬슬
고파오는 막걸리 생각이 간절하여 널찍한 자리에 가져온 먹거리를 내놓고 삼환 산우의 산나물 장아찌와 더덕주,
외로운 윤환의
도토리묵,
정남 산우의
어김없는 생굴과 두부,
한과 다른
산우들의 떡과 김밥 그리고 과일을 차린다.
갑자기
“어!!
우리 친구들
눈썹이 다 빠졌네~"라 소리치는 진오의 말에 너도 나도
산우들의 눈썹을 보며 우리의 이곳저곳 털들도 세월의 아픔을 겪은 탓인지 적어지고 없어지고 있다니 참 덧없는 세월이다.
길거리표
보리건빵은 진짜 사나이의 전투식량이었던 군 생활을 회상하게 해주었다.
특히 초기 시산회
산행 때는 윤환의 마나님이 정성을 다해 꼭 낙지를 삶아 싸주어서 맛나게 먹었다는 산우들의 얘기를 여러 번 들었는데 윤환이 묵을 꺼내서 칼로
썰면서“앞으로 도토리묵은 내가
책임질게”라는 말에 가슴이 아프게
저려온다.
에효!
날도 추워오는데
동지섣달 긴긴밤을 어쩌려는가.
오늘의 동반시는 일홍 오세영 시인의
‘울릉도’이다. 울릉도와 독도행은 풍랑 때문에 가지 못했으나 언젠가는 다시 가보자. 아쉬운 마음을 시인의 시로 달래보자.
울릉도(鬱陵島)/오세영
밝음을 지향하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으면
빛을 좇아 이렇듯
멀리 동으로 동으로
내달았을까.
밝음을 사랑하는 마음이 또
얼마나 애틋했으면
청정한 해류 따라 이렇듯 먼 대양에
이르렀을까.
그 순정한 사념(思念)
변함없이 받들기 위해서
뜻은 한가지로 높은 데 둘지니
너를 만나기
위함이라면
동해 거친 격랑에 몸을 맡겨
세상의 그 오욕칠정(五欲七情)을 모두 비워야 비로소
가능하구나.
신(神)이
이 지상에 떨어뜨린 한 알의 진주처럼
국토의 순결한 막냇누이여..
울릉도여.
평소 법정 스님의 좋은 말이라 가끔씩
꺼내 보는 글을 여기에 인용한다.
【모든 괴로움은 어디서 오는가
?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심에서 온다.
모든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남을 먼저
생각하는 이타심에서 온다.
혼자 있을 때는
자기 마음의 흐름을 살피고 여럿이 있을 때는 자기 입의 망을 살펴라.
분노와 미움을
가지고는 싸움에서 이긴다 해도 승리가 아니다.
그것은 죽은
사람을 상대로 싸움과 살인을 한 것과 같다.
진정한 승리자는
자기 자신의 분노와,
미움을 이겨낸
사람이다.
자신을 예쁘게
만드는 사람은 세월이 가면 추해지지만 남을 예쁘게 보는 눈을 가진 사람은 세월이 가면 갈수록 빛나게 된다.
그것은 그를 향한
미움과 원망의 마음에서 스스로 놓아 주는 일이다.
그러므로 용서는
자기자신에게 베푸는 가장 큰 베풂이자 사랑이다.
두려워할 일이
없는데 두려워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두려워할 이유가
있는데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더욱 어리석은 일이다.
꽃 중에 꽃은
웃음꽃이고 미소의 에너지는 사랑의 물로 샤워를 할 것이다.
입속에는 말을
적게 마음속엔 일을 적게 위장에는 밥을 적게 밤에는 잠을 적게 이 네 가지만 적게 해도 그대는 곧 깨달을 수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불행 그리고 고통은 모두 나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 해결도
나에게 달렸다.
번뇌와 죄업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나를 사랑하듯 남을 사랑하는 것 하나뿐이다.
부모 된 사람의
가장 어리석음은 자식을 자랑거리로 만들고자 함이다.
부모 된 사람의
가장 큰 지혜로움은 자신의 삶이 자식들의 자랑거리가 되게 하는 것이다.
수행이란 안으론
가난을 배우고 밖으론 모든 사람을 공경하는 것이다.
어려운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은 알고도 모르는 척 하는 일이다.
용맹 가운데 가장
큰 용맹은 옳고도 지는 것이다.
공부 가운데 가장
큰 공부는 남의 허물을 뒤집어쓰는 것이다.】
거나하게 취한 산우들이 많으니 도토리가
많다는 만월암 위까지의 계획은 뒤로 물러나고, 더 이상의 오름은 부담되어 황톳길과 완만한 내리막길을 선택하여 하산한다.
휴식으로 인한
땀이 주는 체온의 냉기가 서늘하고 찌릿하다.
지나가는 중년
아저씨의 라디오 소리가 어색한 불협화음처럼 불편하게 들린다.
종소리와 지팡이
소리도 그 파장이 달라 자연 속에 사는 짐승,
새와 모든
생물들에게 칼 같은 스트레스를 준다하는데 삼가야 할 일이다.
거문도에 들쥐들의
횡포가 심하여 집 고양이를 천적으로 풀었는데 결국 나중에는 들쥐가 사라진 후 고양이가 야생화되어 오히려 그 고양이들의 피해가 더 심하게 되었다는
것도 자연적 기능에 역행하는 무리수의 엇박자가 주는 후유증이고, 양떼들의 무리에 당나귀가 군데군데 섞여있는데 그 당나귀가 무서운 들개의 천적이라
양떼의 파수꾼이 되는 것은 생태계의 순환기능을 활용하는 지혜라고 전작 회장이 알려준다.
은석암을 지나 한참 내려오니
4년 전에 처녀가 목을 매달아 한 많은
인생을 마감한 소나무를 정남 산우가 가르쳐 주고 그 앞 바위가 처녀자살바위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얼마나 인생이
아프고 견디기 힘들었으면 피눈물로도 버틸 수가 없어 스스로 생을 마감해야 했을까?
인간만의 자살은
의문이고 통곡의 몸짓이며 아픈 시이다.
누군가 인생은 자전거와 같다고
비유했다.
적당하게 움직여야
균형이 잡히고 그 힘으로 넘어지지 않고 굴러간다.
삶의 간단한
비결은 움직여야 산다는 것이니 멈춤은 어두운 죽음일 뿐이라 생각한다.
나는 철부지일
때는 용암 같은 뜨거운 불덩이로 갓길로 주행하고 영원히 살 것처럼 오늘 죽어야 산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몸을 망치기고 했다.
겸손을 잊어버리고
건방을 떨기도 했고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살았다.
많은 걸 얻어도
보았지만 인연이 없었던지 지금은 빈손이다.
하지만 내가
빈손이니 그 빈손에 내가 얻고 싶은 것을 채우려고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인생은 멀리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그저 단순한 코미디일 수 있다.
시산회의 막내가
되어 올곧은 우리 산우들과의 만남이 새로운 즐거움이고 평소 몰랐던 시를 접하게 되어 우리 산우들에게 많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이 기회에
전하고 싶다.
4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도봉산
탐방지원센터에 다시 내려온 산우들은 정남 산우가 큰딸의 결혼식에 대한 답례로 한턱내겠다며 ‘굴사냥 쌍문점’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자리
잡는다.
금년에는 유난히
풍년이라는 완도 통굴을 삶는 사이 생굴과 무침 그리고 노란 배추속으로 쌈을 하니 입맛이 얼얼하고 주섬주섬 분주한 젓가락질과
맥주,소주,막걸리가 섞여지며 술잔이
오고간다.
오랜만에 통굴찜,
생굴,
낙지탕,
칼국수,
굴떡국으로
포만감을 만끽한 만찬의 시간이었다.
울릉도와 독도의
재도전은 내년으로 넘기고 일단 보류하기로 하였다.
11월
2일은 임삼환 산우의 딸이 결혼하니 모두
참석하여야 하고 11월 9일은 재경 총동창회 산행이어서 금년에
남은 4차례의 산행은 집행부가 결정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공식적인 행사는 전작 회장의 코멘트로 마무리하였다.
정남 산우 덕분에
잘 먹고 잘 마시고 행복한 시간되었으니 감사드리네.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이다
소리 지르지 않고 입 다물고 있으면 화가
나지 않는거냐?
눈물 흘리지 않으면 슬픈 게
아니냐?
웃고 농담하고 있으면 기분이
좋은거냐?
꼬리를 흔드는 개가 기분 좋다고 알고
있는 것처럼 사람도 그런거냐?
나에게 물어 본다.
너는 어떻게 살고
있는거냐?
이제는 욕심을 줄이고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냐?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고 습관을
바꾸며 살고 있어?
시산회 산우들에게
고맙다.
나는 시산회
산우들이 좋다.
건강하게 오래도록 산에서 만날 수 있는
진정한 산우들이 되도록 하세!
2013.
10. 30. 정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