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바른 언덕에 삼삼오오 따스한 햇볕 아래 아기자기한 꽃이 피고 서로의 아름다움을 뽐내듯 화려한 색상으로 빛난다
여기저기서 빛과 향기에 취한 나비와 벌이 모여들어 왁자지껄한 난장이 펼쳐지고 내 것이 제일 좋아 서로가 자랑에 열을 올린다
갑자기 불어온 바람이 시커먼 구름을 불러 모으고 꽃잎에 총알 세례를 퍼부어 깨끗한 피부는 어느새 곰보가 되고 나비도 벌도 모두 떠난다
이제는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척박한 언덕의 한 귀퉁이에 아직 꽃잎을 피우지 못한 작고 연약한 풀이 힘을 주고 서로의 발을 감싼 채 일어선다
지나간 일에 미련 두지 않고 서로 잘난 체도 없이 서로의 몸을 맞대고 다시 흔들리지 않으려는 의지는 향기 가득한 동산을 만든다
l해설l
한 배에서 난 자식도 남녀가 있고 대소가 있고 장단이 있고, 한 나무에서 피는 꽃도 빨리 피는 것이 있고 늦게 피는 꽃이 있으며, 같은 날 심은 씨앗도 잘 자라는 것이 있고 싹을 틔우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일정한 기간 부모나 어미가 돌보아 주는 동물들과 달리 식물들은 스스로 자기 힘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것을 자활이라 합니다. 생존과 직결됩니다. 선천적 혹은 후천적이든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장애에서 벗어나서 정상적인 활동을 하며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도와 만족스러운 상태로 복귀시키는 재활이라는 낱말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사랑입니다. 동산의 작은 풀밭에서 발견한 박동환 선생님의 풀 詩 한편 감상해 보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