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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쉼터 스크랩 엉터리 한자어, 이대로 쓸 것인가
ysoo 추천 0 조회 68 13.09.06 11:5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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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진단] 엉터리 한자어, 이대로 쓸 것인가

 

病院은 病菌이 우글거리는 곳?

 

⊙ 電車, 自動車 등은 ‘차’로 발음하면서 自轉車만 ‘거’로 발음하는 이유 알 수 없어

⊙ ‘역전 앞’은 틀리지만, ‘빠른 쾌유’는 맞다?

⊙ 구속력 없는 MOU(양해각서) 교환하면서 ‘체결’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

 

崔恩亨

⊙ 64세. 조선대 법학과 졸업. 中옌볜대 대학원 석사(동북아 및 고대 조선), 현재 옌볜대 박사과정.

⊙ 연합뉴스 기자, 同 광주전남취재본부장(부국장) 역임.

⊙ 논문: <고죽국 연구> <신패수고> 등.

 

 

중국에서는 한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病院’ 대신 ‘醫院’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우리는 글을 쓸 때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 상당한 공을 들이지만, 한자나 외래어가 본래 뜻이나 어법에 맞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특히 한자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한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척 큰데도 생활에 녹아 있는 한자에 대한 연구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표준어 규정을 보면 한글의 표준어는 ‘우리나라에서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한자는 표음(表音)문자인 한글과는 달리 표의(表意)문자이기 때문에 용법에 적절한지에 대한 검증 없이 많이 쓰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표준어로 정한다면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두루 많이 쓰인다는 이유만으로 표준어로 정할 경우 다른 단어나 문장과 상충되거나 오역돼 혼란을 줄 가능성이 높다. 우리 생활 속에 현재 쓰고 있는 한자 가운데 이 같은 문제점이 있는 단어나 문장은 없는지 알아본다.

 

중국에 병원이 없다?

 

우리나라나 일본에는 많은 병원(病院)이 있으나 중국에는 없다.

 

이는 물론 중국에 의료기관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병원’이라는 단어를 쓰는 의료기관이 없다는 말이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조선족이 많은 옌볜조선족자치주(延邊朝鮮族自治州) 외에는 없다고 표현해야 맞다. 옌볜자치주에서는 상호 간판을 한자와 한글 두 가지를 병기해 걸어놓는데, 가장 큰 의료기관인 국립 옌볜대학 부속병원의 경우 한글로는 병원, 한자로는 의원(延邊大學 附屬醫院)이라고 써 걸어놓았다.

 

‘병원’이라는 말은 일본에서 유래한 것으로 우리도 따라 쓰고 있다.

 

일본은 메이지(明治·1867~1912년) 시대부터 영어 ‘hospital(호스피털)’을 병원으로 번역해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병상자(病傷者) 수용시설’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현재 병원을 의료법상 ‘다수의 의사와 일정병상(20) 이상을 갖춘 의료시설’로 정의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일본 제도를 본떠 20병상(종합병원 80병상) 이상을 갖춘 의료기관을 병원이라고 부른다.

 

그럼 중국에 병원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병원은 한자 뜻대로 풀이하면 ‘병들 病’에 ‘집 院’으로 병든 집이나 병이 나는 곳, 병자가 많은 집, 병균이 우글대는 집쯤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또 일본의 ‘병상자(病傷者) 수용시설’이라는 해석도 탐탁지 않게 여긴다. 의료시설은 병이 있거나 다친 자들을 그냥 수용하는 곳이 아니라 치료가 목적인 곳이기 때문이다.

옌볜대학병원 정문에는 한글로 병원, 한자로 醫院이라고 쓰여 있다.

 

‘醫’는 ‘병을 치료한다’거나 ‘의원(醫員·의사)’을 뜻하는 말이어서 ‘醫院’은 병을 고치는 곳이거나 병을 고치는 의사들의 집을 의미한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의원’과 같은 의료기관을 의원이라 하고 병원에 해당하는 의료기관은 의사와 병상 수에 따라 1~3급 종합의원으로 부르고 있다.

 

우리는 고기 잡는 사람을 漁夫(어부)라고 하고 그물이나 낚시 등 고기 잡는 기구를 漁具(어구)라고 하는 반면 고기떼와 물고기 종류는 魚群(어군), 魚族(어족)이라고 쓴다. ‘魚夫’, ‘魚具’, ‘漁群’, ‘漁族’이라고 쓰면 무식하다고 한다. 漁는 ‘고기 잡을 어’, 魚는 ‘고기 어’로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病’과 ‘醫’는 어떤 의미에서 漁, 魚와 같이 반대말이라고 볼 수 있다. 의료기관을 과연 병원이라고 쓰고 있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는 병원 외에도 근대화 초기 일본에서 만들어진 철학(哲學), 화학(化學), 사색(思索), 인생(人生), 의미(意味) 등 각종 학술 전문 용어 대부분을 그대로 쓰고 있다.

 

또 소제(掃除·청소), 세척(洗滌·깨끗이 씻음), 승강장(昇降場·타고 내리는 곳), 시말서(始末書·경위서), 수순(手順·절차), 순번(順番·차례), 가교(假橋·임시다리), 구실(口實·핑계), 배수(排水·물 빼기), 하숙(下宿), 가방(かばん), 가마니(かます), 구두(くつ), 아파트(アパ?ト), 고무(ゴム), 빵(パン), 식빵(食パン) 등의 일반 용어도 흔히 쓰고 있다.

 

‘돼지고기 너비 튀김’

 

이들 단어는 일제강점기에 도입, 사용되다가 대부분 그대로 우리말로 정착한 것이며, 현재 순화 사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실정은 녹록지 않다.

 

단지 우리말로 대체가 가능한 벤또(弁當·べんとう), 다쿠앙(澤庵·たくあん), 사시미(刺身·さしみ), 구루마(ぐるま), 빠꾸(バック), 스루메(するめ), 몸뻬(もんぺ), 오모짜(おもちゃ), 아다마(あたま), 모찌(もち), 쇼부(しょうぶ) 등이 왜색어(倭色語) 퇴치운동 등에 힘입어 지금은 도시락, 단무지, 생선회, 손수레, 후진(後進·back), 말린 오징어, (노동용) 여자 바지, 장난감, 머리, 찹쌀떡, 흥정 등으로 바로잡혔을 따름이다.

 

대체 가능한데도 지금까지 그대로 쓰는 말들이 상당히 많다.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돈가스’다.

 

돈가스(豚カツ·とんかつ)의 돈은 ‘돼지 豚’자며 가스는 영어 커틀릿(cutlet)의 일본식 발음 가쓰레쓰(カツレツ)의 줄임말이다. 돼지고기로 만든 커틀릿, 즉 포크커틀릿(pork cutlet)의 일본식 합성어이다.

 

돈가스는 이후 쇠고기로 만든 비후가스, 생선으로 만든 생선가스, 새우로 만든 새우가스라는 한자와 일본식 영어, 우리말 등이 뒤섞인 무국적 요리이름들을 파생시켰다. 더욱이 요즘 일부 유명 프랜차이즈 체인(franchise chain) 식당에서는 ‘등심 돈가스’라는 신조어도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데 돈가스 자체가 돼지 등심으로 만든 요리인 만큼 듣기 거북하다.

 

돈가스를 일부 식당에서 ‘포크커틀릿’으로 표기하고 있고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돼지고기 너비 튀김’, ‘돼지고기 너비 튀김 밥’, ‘돼지고기 튀김’ 등으로 순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기재돼 있는 만큼 일상용어로 계속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아니면 왜색어로 버려야 하는지 검토돼야 한다.

 

 

다시 생각해야 할 일부 한자 발음

 

 

중국 쓰촨성 러산시에 있는 낙산(樂山)대불. ‘야오산다푸’라고 읽지 않고 ‘러산다푸’라고 발음한다.

 

 

樂山樂水, 自轉車, 一切는 요산요수, 자전거, 일체로 읽어야 하며 ‘낙산낙수’나 ‘자전차’, ‘일절’로 읽으면 ‘한자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구박한다. 이들 단어는 한자 시험에도 자주 나온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의 근거는 애매하다.

 

우리 사전에 樂은 ‘즐거울 낙’이지만 樂山樂水의 樂은 ‘좋아할 요’라고 표기해 놓고 있다. 좋아한다는 뜻으로 쓸 때 ‘요’라고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중국의 발음을 따온 것으로 보인다.

중국어로 ‘樂山樂水’는 ‘야오산 야오수이’라고 발음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논어(論語)》 <옹야(雍也)> 편에 나오는 “智者樂水,仁者樂山”에 나오는 말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중국에서는 ‘樂’을 여러 가지로 발음한다. 러(le`), 웨(yue`), 랴오(la`o), 야오(ya`o) 등으로 말이다.

 

快樂(쾌락)은 ‘콰이러’, 音樂(음악)은 ‘인웨’, 지명인 樂亭(낙정)은 ‘랴오팅’으로 발음한다. 樂을 야오로 읽는 경우는 고어(古語)에 한한다. 일반적으로 야오로 읽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 관광객이 많이 찾는 낙산대불(樂山大佛) 역시 야오산다푸라고 하지 않고 러산다푸라고 발음한다, 낙산대불은 쓰촨(四川)성 러산(樂山)시에 있는 높이 71m의 세계 최대 석불로 1996년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문화재다.

 

보통 산을 좋아한다는 단어도 러산(樂山)보다는 아이산(愛山)을 주로 쓴다.

 

중국 고서(古書)의 樂山樂水 발음이 ‘야오산 야오수이’이기 때문에 우리가 반드시 요산요수로 읽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음악을 중국에서 인웨로 발음하기 때문에 우리도 비슷하게 ‘음왜’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넋 나간 사람이라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自轉車’를 자전차로 읽으면 틀렸다고 하는데, 그러나 그 이유 역시 분명치 않다.

 

자동차(自動車), 삼륜차(三輪車), 전차(電車), 전차(戰車), 기관차(機關車), 기차(汽車), 증기기관차(蒸氣機關車), 열차(列車), 우마차(牛馬車), 차도(車道) 등 대부분을 차로 발음하면서 자전거만 자전거로 읽어야 한다고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에 문의했더니 “자전차는 일부 지방에서, 자전거는 대부분 지역에서 많이 읽고 있어 많이 쓰이는 것을 표준어로 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어떤 발음이 어법상 맞는 것이냐보다는 많이 쓰는 발음으로 표준어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一切’, 일체, 일절

 

 

‘車’를 ‘차’로 발음하기 시작한 것은 구한말 전차(電車), 자동차 등 신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여겨진다.

 

 

바퀴가 달린 수레나 탈것을 의미하는 車는 ‘거’나 ‘차’로 읽지만 옛날에는 성씨(車) 외에는 대부분 거로 발음했다. 거열형(車裂刑), 거마비(車馬費), 사륜거(四輪車), 병거(兵車), 인력거(人力車), 삼거(三車) 등으로 말이다. ‘거’를 ‘차’로 바꿔 부른 것은 옛 한말(韓末) 각종 서양문물과 승용차 등이 들어오면서부터다.

 

1898년 서울의 청량리와 서대문 간에 처음으로 전차가 등장하고 1899년 제물포와 노량진을 연결하는 33.2km의 경인선 기차가 개통되었으며, 1903년 고종(高宗)이 미국에서 어차(御車)인 포드 승용차를 처음 도입했다.

 

이들을 차로 발음한 것은 신식문물을 들여온 청국이나 일본 상인들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뚜렷한 고증은 없지만 車의 중국식 발음은 ‘처(che?)’, 일본식 발음은 ‘샤(しゃ)’이기 때문에 신식 수레(차량)의 이름을 거보다는 차로 발음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自轉車를 자전거, 기차를 화륜거(火輪車) 등으로 부르다가 자전차와 기차라고 불렀다. 어찌됐건 바퀴로 굴러가는 신식 수레나 운수공구를 모두 차로 부르게 됐는데 自轉車만 자전거로 발음해야 옳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모 방송국은 최근 한 프로그램(KBS 2013.4.23 <바른말 고운말>)에서 “계란(鷄卵)과 달걀은 모두 표준어지만 계란보다는 달걀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도했다. 특히 “‘달걀찜’보다는 ‘계란찜’이라는 말이 더 많이 쓰이고 있지만 달걀찜으로 사용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많이 쓰이는 한자보다는 우리말로 바르게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 같은 주장은 ‘많이 쓰이는 것이 표준어’라는 국립국어원의 설명과는 반대의 입장이다. 어느 쪽을 따라야 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一切는 ‘모든 것 또는 전부(全部)’를 뜻하는 말로 일체로 읽어야 한다고 돼 있다. ‘일절’이라고 읽을 때는 부인하거나 금지하는 말과 어울려, ‘아주’, ‘도무지’, ‘전혀’, ‘절대로’로 뜻이 바뀐다.

 

중국과 일본은 一切의 발음이 ‘이체(yi qie`)’와 ‘잇사이(いっさい)’로 하나씩뿐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구분하지 않고 우리도 切斷(절단), 親切(친절), 適切(적절), 平價切下(평가절하), 切迫(절박) 등으로 一切 외에는 切을 모두 절로 발음하고 있다.

 

일체로 발음하는 이유는 ‘일체가 불교용어로 모든 사물을 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華嚴經(화엄경)》에 나오는 ‘一切唯心造(일체유심조·모든 것은 마음에서 만들어진다)’라는 말이 유명한데다 중국 불교에서 一切를 ‘이체’로 발음하기 때문에 우리도 일체로 발음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중국에서는 불교용어뿐 아니라 모든 切을 체로 발음하는 것을 알지 못한 것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한다. 중국이나 일본 모두 한 가지 음으로만 발음하는데 우리만 구분한 것은 우스운 일이다.

 

‘역전 앞’과 ‘빠른 쾌유’의 차이는?

 

‘역전 앞’이라는 말이 많이 쓰이다가 이제는 없어졌다. 중복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도 이 같은 중복 표현이 표준어로 상당수 쓰이고 있다. 남은 여생, 생명이 위독하다, 수여받았다, 들리는 소문, 오랜 숙원, 박수치다, 결론을 맺다, 결실을 맺다, 자매결연을 맺다, 나이 든 노파, 아름다운 미인 등은 그냥 여생(餘生 또는 남은 생애), 위독(危篤)하다, 받았다, 소문(所聞), 숙원(宿願), 손뼉치다, 결론(結論) 내다, 결실(結實)하다, 자매결연(結緣)하다, 노파(老婆), 미인(美人)으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알고 있다.

 

그러나 모래사장, 상갓집, 해안가, 속내의, 우방국 등 일부는 아직도 버젓이 표준어로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다. 모래사장은 ‘모래강변과 비슷한 말로 강가나 바닷가에 있는 넓고 큰 모래벌판’, 상갓집은 ‘상가와 같은 말’로, 해안가는 ‘바닷가’, 속내의는 ‘내복 또는 속옷’, 우방국은 ‘우방’으로 각각 풀이해 놓았다.

이들 단어들도 표준어로 단정하지 말고 앞서 언급한 다른 중복어(겹침말)와 같이 그냥 사장(沙場), 상가(喪家), 해안(海岸), 내의(內衣), 우방(友邦) 등으로 순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와 함께 중복어인지 잘못 쓰고 있는 문장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세 쌍둥이가 태어났다’는 기사가 가끔 보도된다. 처음 이 기사 제목을 보고 “어떻게 한 주부가 쌍둥이를 셋이나 낳을 수 있나”라고 신기해했다. 내용을 보니 한 산모가 3명의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었다.

 

2011년에는 미국의 한 여성이 6명의 아기를 낳았다며 ‘여섯 쌍둥이를 낳았다’는 기사가 나기도 했다. 쌍둥이는 둘을 뜻하는 한자 쌍(雙)에 접미사 ‘둥이’가 합해진 말이다. 둥이는 일부 명사나 어근 뒤에 붙어, 그 명사나 어근이 뜻하는 특징을 지닌 사람이나 동물을 귀엽게 이르는 말이다. 한꺼번에 3명의 아이를 낳았다면 삼둥이나 셋둥이로 하고 6명을 낳았다면 육둥이나 여섯둥이라고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중국에서는 쌍둥이를 쌍포태(雙胞胎)라고 한다. 포태는 아이나 새끼를 뱄다는 의미다. 세 쌍둥이는 삼쌍포태(三雙胞胎)라고 하지 않고 삼포태(三胞胎)라고 한다.

 

우리식 한자 단어가 맞는지 중국식이 맞는지 역시 생각해 봐야 한다. 또 많이 쓰이고 있는 ‘빠른 쾌유(快癒)를 바랍니다’라는 문장도 순화대상으로 꼽아야 한다. 쾌유의 ‘쾌’는 빠르다는 뜻이다. 쾌는 상쾌(爽快), 유쾌(愉快), 통쾌(痛快) 등 기쁘고 마땅하다는 뜻과 함께 즉시, 바로(금방), 빠르다는 뜻이 있다.

 

중국이나 우리나라 모두 빠르다는 뜻으로 쾌속(快速), 쾌속정(快速艇), 쾌보(快報), 쾌보(快步) 등의 단어를 쓰고 있다. 쾌유가 빠른 치유나 빠른 회복을 뜻하는 만큼 ‘빠른 쾌유’는 중복의 의미인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우리는 ‘쾌’를 병이 치유되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어원을 찾을 수 없는 말이다. 《표준대사전》에 보면 ‘완쾌(完快)’가 ‘몸이 완전하게 다 나음’으로 풀이되어 있다. 중국에는 없는 말이다. 중국의 여러 사전을 찾아봐도 快에 ‘병이 낫다’는 뜻은 없으며 병이 낫다는 뜻의 단어는 유(癒), ‘몸이 완전하게 나음’은 전유(全癒)나 전유(全愈)를 쓰고 있다.

 

쾌를 병이 낫다는 뜻으로 쓰는 것 역시 일본식이다. 일본에서 병이 완전히 낫다는 뜻으로 전쾌(全快)라는 단어를 쓰는데 이를 따라 쓴 것이 아닌가 한다.

 

쾌차(快差) 역시 ‘완전히 낫다는 뜻으로 쾌유와 같다’고 우리 사전에 풀이돼 있는데 근거가 없다. 쾌차의 한자 뜻은 빠른 차도(差度·병이 조금씩 나아가는 정도)이다.

 

필자는 국립국어원에 “‘빠른 쾌유를 빕니다’가 중복 표현이 아니냐”고 질의했는데 놀랍게도 ‘맞는 표현’이라는 답을 받았다.

 

한자의 본래 뜻과는 관계없이 ‘병이나 상처가 깨끗이 나음’ 등의 뜻으로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굳어진 용례로 보편화됐기 때문에 잘못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국립국어원의 설명은 ‘역전 앞’과 ‘빠른 쾌유’ 가운데 ‘역전 앞’은 틀리고 ‘빠른 쾌유’는 왜 맞는지에 대한 석명(釋明)이 되지 않는다. 역전 앞이나 빠른 쾌유 모두 많이 쓰던 글이기 때문이다. 그 기준이 모호하고 납득하기도 힘들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이 자주 쓰는 말을 표준어로 한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한자에도 이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서두(序頭)에 밝힌 대로 한자는 표의문자이기 때문에 많이 쓰인다는 이유만으로 표준어로 정한다면 단어 간 뜻이 왜곡, 상충되거나 중복될 우려가 많기 때문이다. 한자의 의미에도 맞고 쓰기에도 편하고 간결한 언어 정착을 위한 원칙이 필요하다고 본다.

 

“피해를 입었습니다”를 계속 사용해야 하는가?

 

중복 표현 중에 널리 쓰이면서 표준어로 정착한 문장이 있다. 일반 활자 매체는 물론 신문, 방송 등 언론매체에서도 매일 아주 편하게 쓰는 “피해(被害)를 입었습니다”이다.

 

‘被’는 한자로 (옷을)입다, 당(當)하다, 떠맡다, 주다 등의 뜻으로 ‘被害’는 ‘해를 입음’ 또는 ‘재해(災害)를 당함’, ‘손해를 봄’ 등의 뜻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피해를 “생명이나 신체, 재산, 명예 따위에 손해를 입음”이라고 풀이해 놓고 있다. ‘피해를 입었다’는 ‘손해를 입음’에 다시 ‘입었다’가 더해져 ‘역전 앞’과 같은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피해라는 단어가 ‘해를 입음’이라는 뜻 외에 ‘해 또는 손해를 강조하는 말’로 설명되고 있다. 이에 따라 “피해를 입었습니다”라는 말도 맞는 것으로 인정되면서 “손해를 입었다”는 말보다 “피해를 입었다”는 말이 훨씬 많이 쓰이고 있다.

 

그러나 被는 명사 앞을 수식할 경우 대부분 반대 의미가 된다. 피살해자(被殺害者), 피선거권(被選擧權), 피지배(被支配), 피고소인(被告訴人), 피조물(被造物) 등이 ‘살해자’, ‘선거권’, ‘지배’, ‘고소인’, ‘조물’의 반대말인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해(害)의 반대말은 이(利)이고 손해(損害)의 반대말은 이익(利益)이다. 이해(利害)는 ‘이익과 손해’로 중국이나 일본 모두 같이 쓰고 있는 단어다. 또 피해의 반대말은 가해(加害)다.

 

피해를 손해를 강조하는 말로 인정할 경우 가해도 손해의 반대말이 되는 꼴이다.

 

‘부상(負傷)을 입었다’는 말이나 ‘피폭(被爆)을 당했다’는 말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부상’은 ‘상처를 입었다’는 뜻이고 ‘피폭’은 폭격을 당했다는 의미인 만큼 ‘부상했다’나 ‘피폭됐다’로 해야 자연스럽다.

 

일관성 없는 한자 사용

 

 

구속력이 없는 MOU 교환을 ‘체결’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이다.

 

 

우리의 언론 기사들을 보면 흔히 “오늘 준공된 다리는 길이 500m, 폭 10m, 높이 15m이다” 또는 “이 도로는 길이 2km, 폭 25m다”는 식으로 보도한다.

 

길이와 높이는 우리말이고 폭은 한자다. “오늘 준공된 다리는 길이 500m, 너비 10m, 높이 15m이다”라고 하든지 아니면 “오늘 준공된 다리는 장(長) 500m, 폭(幅) 10m, 고(高) 15m이다”라고 해야 맞다.

 

우리가 어렸을 때 외웠던 무지개 7가지 색은 ‘빨주노초파남보’이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 보라를 말한다. 빨강, 노랑, 파랑, 보라는 한글, 주황(朱黃), 초록(草綠), 남(藍)은 한자다. 우리 말에 있는 색 이름을 최대한 살리고 없는 색은 한자로 한 것으로 보이지만 한글과 한자가 뒤섞여 어쩐지 어색하다.

 

우리 글을 찾아내거나 만들어 모두 한글로 하거나 아니면 아예 한자로 쓰거나 둘 중 하나가 되는 것이 낫다고 본다.

 

참고로 중국은 홍(紅), 등(橙), 황(黃), 녹(綠), 남(藍), 전(?), 자(紫)로, 일본은 적(赤), 등(橙), 황(黃), 녹(綠), 청(靑), 남(藍), 자(紫)로 표현하고 있다.

 

많이 쓰이고 있는 ‘MOU(양해각서)를 체결하다’는 문장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MOU(Memorandum of Under standing)는 국가와 국가 간뿐 아니라 정부, 학교, 기관, 기업 등이 교섭을 통해 제휴, 협력 등 합의한 것을 기록한 것으로 국가 간의 것은 조약과 같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만 그 외는 구속력이 없다. 즉 합의 내용을 지키지 않을 경우 도덕적인 책임은 있지만 법적인 책임은 없는 것이다.

 

메모랜덤(Memorandum)은 기록, 각서, 비망록(備忘錄), 위탁 판매품 송장(送狀) 등을, 언더스탠딩(Understanding)은 이해, 양해, 합의 등을 뜻하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MOU는 쌍방이 서로 이해하고 합의한 사항을 기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를 체결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체결은 ‘계약이나 조약, 약속 따위를 서로 맺다’, ‘공식적으로 맺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양해각서를 체결하다’가 아니라 ‘양해각서를 (작성해) 서명, 교환하다’가 자연스럽다. ‘계약을 체결했다’는 말은 있으나 ‘계약서를 체결했다’는 말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필자가 기자였을 때 데스크를 보면서 국립대학을 출입하는 후배기자에게 이 같은 문제점을 권위 있는 교수에게 문의해 달라고 했더니 “‘체결보다는 교환이 자연스럽다’고 한다”는 말을 전해 왔다.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나 기업에서 외국기업의 투자를 받아냈다며 ‘MOU 체결식’을 거창하게 갖는 것을 많이 보는데 이 중 이행된 것은 극소수라고 한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데도 마치 투자가 확정된 양 홍보효과를 노려 대대적인 체결식을 갖는 것은 유권자나 투자자를 현혹시킬 수 있다고 본다.

 

한자와 외래어 심의, 순화 필요

 

우리말로 정착된 한자나 외래어가 본래의 뜻대로 사용되는지, 다른 단어와 문장과는 상충되지 않는지, 두루 쓰인다는 이유만으로 마구잡이로 표준어로 인정한 것은 아닌지 검토가 필요하다. 또 새롭게 만들어진 한자 용어나 도입된 외래어를 심의하고 순화하는 기구 설립도 시급하다.

 

“한자나 외래어가 올바르게 사용되고 있는지 검증하거나 순화 또는 대체할 단어를 찾거나 규정을 만드는 위원회나 조직이 따로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한글학회는 “국립국어원에 문의하라”,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예산이 없어 이 같은 기구는 따로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에 예산 등의 지원을 건의하겠다”고 각각 답했다.⊙

 

/ 월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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