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모두 고래를 안다. 분명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래를 본적도, 고래의 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으며, 미식가가 아니라면 고래 고기를 먹어본 경험조차 많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고래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고래는 무엇일까. 제페트 할아버지를 구하러 바다에 뛰어든 피노키오를 한입에 삼켜 버리는 동화속 동물, 잘 훈련된 돌고래, 그리하여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베스트셀러를 탄생시킨 진짜 장본인, 그리고 현존하는 포유류 가운데 가장 큰 동물(흰 수염고래)이란 것 정도?
울산에 가자. 울산에는 진짜 고래가 있다. 포경업의 전진기지였던 장생포 항이 있고 항 주변으로는 전국 고래전문점의 절반이 모여 있다. 우리나라에 유입되는 고래의 80%가 들어오는 울산, 이제 고래관광선까지 뜬다 한다. 그 뿐인가. 인류 최초의 고래잡이가 있었다는 기록인 국보 2285호 암각화까지 있으니, 고래로 시작해 고래로 끝맺음 하는 여행이라 할만하다.
포경업의 전진기지 장생포에 고래관광선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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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포획이 금지된 198 6 년까지 우리나라 유일의 포경기지였던 장생포에 고래관광선이 떴다. 우리나라에선 낯선 관경선(觀鯨船)이다 보니 ‘콩닥콩닥’ 가슴이 뛸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수족관에서 조차 볼 수 없었던 고래인데, ‘고래도시 울산’에서 살아 있는 고래를 바다 한가운데서 만날 수 있다니 기대가 클 밖에.
◁장생포항에 정박된 고래관광성 | |
고래관광선이 지나는 주요 항로는 이렇다. 장생포항에서 출발해, 현대중공업, 방어진, 강동, 진하, 목도, 간절곶, 온산산업단지를 지나 장생포항으로 회유하는 코스다. 이 코스 내에서 3시간 이내로 운행할 예정이다. 3월에서 10월 하절기에는 오후 4시에서 7시 사이 운항, 일요일은 오후 2시에서 5시까지 운행한다. 전체 예약인원이 50명 이상일 경우 평일에도 운행한다. 성인 요금은 2만원이며 울산시민은 1만5,000원이다.
무엇보다 바다에 나가서 “고래를 진짜 볼 수 있을지” 여부가 궁금해진다. 고래연구원의 기록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조사결과 3월에서 11월 고래를 볼 확률은 38% 가량이며,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 특히 지난 4월 13일 운항테스트를 위한 첫 선상체험에서 고래를 발견했는가 하면, 보름 후인 4월 30일에도 선박안전검사를 겸한 시범운항 중 참돌고래떼를 발견해 ‘고래관광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고래박물관 관계자는 “지난번(4월 30일)에도 고래떼가 발견됐는데 꼭 비행편대 같다더라”며 생동감 넘치는 고래의 움직임을 대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래관광선에 대한 기대감은 조금 더 간직해야 할 듯 하다. 5월 초로 예상됐던 정기운항이 6월중으로 연기 된 것. 하지만 고래축제 기간에 맞춰 5월 15일부터 17일 3일간 고래탐사크루즈를 하루 3회 운영한다. 코스는 장생포 매암부두에서 귀신고래회유해면(천연기념물 제 126호-기사 하단 참조) 울산앞바다, 장생포 매암부두를 지나는 코스다.
△환상 속의 동물 고래를 보다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든 고래박물관. 한국계 고래인 귀신고래를 비롯해 포경업과 고래고기에 관한 재미있는 진실을 알 수 있다.
고래관광선과 함께 ‘필수’로 돌아보아야 할 곳이 있다. 반드시 울산 장생포여야만 하는(?) 필수불가결한 이유로 탄생한 ‘장생포고래박물관’ 이다.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브라이드 고래의 골격’과 범고래의 골격이다. 표본 길이가 12.4m, 머리 크기가 3m에 이르는 압도적인 크기에 고래에 관한 호기심은 더욱 커질 듯. 박물관 관람에서 ‘영상관’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영상관에서 울산과 고래에 관한 짤막한 영상물을 보는 것도 박물관과 전시물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제 2전시관은 귀신고래관이다. 어떻게 귀신고래는 자신의 이름을 딴 전시관까지 갖게 됐을까. 이유는 귀신고래가 한국계 고래라는 데 있다. 이곳에는 몸체에 따개비등 고착생물을 붙이고 살아가는 귀신고래의 실물모형, 두골모형이 전시돼 있다.
고래의 꿈을 찾아, 장생포고래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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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래해체장과 실제 사용됐던 고래기름 착유장을 복원한 모습, △ 국내 유일하게 남아있던 포경선 제 6진양호 | |
귀신고래에 관한 전시물 외에도 제 2전시관에는 눈길을 끄는 여러 전시물들이 있다. 특히 고래해체장 복원관은 고래해체장면을 찍은 실제 사진과 함께 전시돼 더욱 실감난다. 포경업이 금지되면서 자연스레 사라진 해체장 모습과 고래기름 착유장에서 실제 사용되었던 커대한 기름통이 고래잡이가 성업했던 과거의 장생포항의 영광을 떠올리게 한다. 기름통을 통해 착유한 고래의 기름이 케이크와 크레파스, 화장품 등에 쓰인다는 정보 역시 유용하다. 체험관에서는 고래 회유도를 살펴보기도 하고 피노키오처럼 고래뱃속길을 걸어 볼 수도 있다.
야외에 전시된 ‘포경선 제 6진양호’도 빼놓지 말고 올라보자. 1985년 장생포를 거점으로 직접 고래를 잡던 배로 국내 유일하게 남아있던 포경선 제 6진양호다. 길이 31m, 높이 6m의 원래 규모로 포경장비까지 그대로 장착 되어 있어, 상상만으로 가늠해야 했던 고래잡이의 기분을 맛볼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며, 어른은 2,000원, 어린이는 1,000원, 청소년과 군인은 1,400원이다. 한편 고래박물관에서 만난 울산시민 심영진씨(61)는 “장생포 애들은 고래도 잘 그리고, 배도 얼매나 잘 그리는지 몰라요”라며 ‘고래테마’ 도시 울산의 자랑을 소박하게 전하기도 했다.
인류 최초의 고래잡이를 했던 곳!
“반구대 암각화를 새긴 집단, 인류 최초로 고래잡이를 한 것”
반구대 암각화의 상징인 고래를 형상화한 울산암각화전시관과 전시관 내의 반구애 암각화 실물모형
명실상부 고래테마관광도시인 울산바다에는 언제부터 고래떼가 헤엄쳐 다녔을까. 100년? 아니, 1,000년? 반구대 암각화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 285호)는 태화강 상류 반구대 일대의 인공호 서쪽 기슭 암벽에 있다. 이곳은 마치 거북이 엎드린 모습이란 의미로 반구대라 이름 붙었다.
경관이 빼어나 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이 화폭에 담기도 하고, 시인과 묵객들이 절경을 노래하고 시회를 열기도 했던 곳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경승이 빼어났던 것 선사시대부터 시작되었던 걸까. 이곳에 선사인이 남긴 바위 암각화가 있다. 암각화는 선사인들이 생명과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 여러 가지 상징을 바위에 새겨 둔 것이다.
이같은 반구대 암각화의 가장 큰 특징이 고래그림인데, 총 58마리의 고래가 종류별로 묘사되어 있다. 게 중에는 고래 몸속에 작살이 꽂힌 모습, 부구라는 도구를 통해 고래를 운반한 정황 등이 그림에 표현돼 있다. 울산암각화 전시관 정상태씨는 “이를 통해 반구대 암각화를 새긴 집단이 인류 최초로 고래잡이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반구대 암각화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에서 주목받는 선사시대의 유적이다”고 했다.
세계에서 주목받는 반구대 암각화 & 울산암각화 전시관
△망권경으로 반구대 암각화 고래 찾기!
울산암각화전시관에서 암각화의 그림과 의미를 살펴본 후 실제 반구대암각화에서 그림을 찾아 보는 게 좋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반구대 암각화에서 ‘고래’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암각화 앞에 설치된 망원경을 통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샅샅이 암각화를 살펴봐야 한다. 암각화에서 고래를 비롯한 거북이, 범 등의 동물을 찾아내기 위해선 먼저, 울산 암각화 전시관을 들른 후에 실제 반구대 암각화로 향하는 게 좋다.
암각화 전시관은 국보 제 285호인 반구대 암각화와 국보 제 147호인 천전리 각석을 중심으로 역사, 문화적 가치의 재조명과 문화유산의 적극적인 보존 및 계승을 목표로 개관했다. 무심결에 들어서면 알 수 없지만, 상공에서 찍은 건물모양을 보면 반구대 암각화의 대표적인 모양이자 울산광역시의 상징인 고래를 형상화 하고 있어 예술성이 돋보인다. 울산암각화전시관 정상태씨는 “전시관은 1층의 암각화 주 전시공간과 어린이공간, 2층의 체험공간 및 휴식공간으로 크게 구분되는데, 관람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첨단 영상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전시관의 특징이다”고 했다.
특히 전시관 한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 천전리각석 실물모형’은 1대1의 비율로 제작된 데다 전국의 어떤 모형보다 실제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역사 속에 존재하는 암각화를 눈길을 빼앗는 영상과 재미있는 놀이로 가깝게 느낄 수 있어 전 연령대의 관심이 높다. 무엇보다 실물모형에서 고래를 비롯한 동물들의 위치와 상징을 알고 가야 실제 암각화에서 찾아내기가 쉬워진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며, 입장료는 무료다.
이번엔 고래잔치다! 15회 울산고래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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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박물관도 가고, 인류최초의 고래잡이가 이뤄진 암각화도 한바퀴 돌았으니, 고래 잔치를 벌일 차례다. 올해로 15회를 맞는 울산고래축제는 14일에서 17일까지 장생포와 태화강둔치에서 열린다. 기대가 집중되고 있는 ‘고래관광 크루즈’를 비롯해 특별 프로젝트로 선사 고래잡이재연, 선사체험마을, 고래주제전시관으로 피노키오하우스 등을 운영한다. 공업도시 울산이 있기 수천 수백년 전부터 ‘고래’와 함께 해왔던 울산. 울산시측은 고래관광선과 함께 오는 10월에는 돌고래 수족관(옛모습 전시관)을 개관해 살아있는 고래를 직접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선사시대 고래부터, 바닷속 진짜 고래까지 울산의 힘찬 자맥질이 시작됐다. |
울산귀신고래 회유해면이란? 울산귀신고래 회유해면은 귀신고래가 새끼를 낳기 위해 이동하는 경로에 속한다. 현재 울산 귀신고래 회유 해면이 속해 있는 서부 북태평양의 귀신 고래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데, 이를 국제적으로 보호하고자 울산 부근 동해안을 중심으로 한 인근 회유 해면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것. (국가지정 천연기념물 제 126호) | |
<울산, 고래 만나러 가는 길>
◎장생포항, 고래관광선, 고래박물관
대중교통
*울산 시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246번 승차→고래박물관 / 신복로타리에서 406번 승차→장생포 고래박물관
*울산역에서 시내버스 1104번, 1114번, 117번, 708번 승차 → 시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차→246번 승차→장생포고래박물관
* 고래관광선 예약 052-226-5417
* 고래박물관 자세히 보기
◎암각화, 암각화전시관
*울산역: 337번, 327번, 807번 언양하차, 308번, 313번, 318번 반구대 입구 하차
*시외버스터미널: 1703번, 1713번, 1723번 언양하차, 308번 313번 318번 반구대 입구 하차
*반구대 암각화
*울산암각화 전시관 자세히 보기 ☏ 052-276-4293
*울산고래축제 자세히 보기 ☏ 052-226-2994~5
<고래고기 어디서 먹을까>
장생포전통고래고기 ☏ 052-265-5467, 고래고기원조할매집 ☏ 052-261-7313
☞고래고기 관련기사 보기
<어디서 묵을까>
나폴리모텔(태화강 주변) ☏ 052-227-4087 리베로모텔(역 주변) (052)258-5503
미라벨 모텔(터미널 주변) ☏ 052-275-8848
울산 시외, 고속버스터미널 주변으로 깨끗하고 전망 좋은 숙박업소들이 많다.
<문의> 울산종합관광안내소 052-229-6350 시외버스관광안내소 052-229-6353 관광안내 052-1330
한국관광공사 국내온라인팀 취재기자 김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