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습관 서구화가 빚은 재앙
김효종 부속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대장질환
염증성 장질환이란 장에 염증이 있는 질환은 모두 해당되지만 특히 만성으로 진행되어 완치가 잘 되지 않는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을 일컬어 주로 염증성 장질환이라고 부른다. 이 질환은 그동안 서양에는 흔한 병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희귀질환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10여년 사이 국내에서도 염증성 장질환이 급증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염증성 장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 IBD) 환자들에 대한 국가적인 등록관리체계가 아직 없어 정확한 환자수는 알 수 없다. 1960년대 처음 보고된 IBD는 1980년대 후반부터 급속히 증가하여 현재 궤양성 대장염은 약 10,000여명 이상, 크론병은 약 3,000여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궤양성 대장염보다 크론병이 더 드문 병이다. 하지만 크론병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향후 염증성 장질환 환자수는 궤양성 대장염 50,000명 이상, 크론병 25,000명 이상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염증성 장질환의 발생요인 염증성 장질환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전적, 면역적,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병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전적 요인으로 추정하는 이유는 IBD 환자가 10~20%가 가족력을 가지고 있고, 동양인이나 흑인보다 백인에게서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는 데 있다. 면역적 요인으로는 호염증성 물질과 항염증성 물질 사이의 조절 결함에 의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환경적 요인으로는 식이, 감염, 흡연 등 여러 요인이 제시되고 있다. 식이요인 중 설탕과 패스트푸드가 위험 요인, 식이섬유와 다중 불포화지방산은 보호효과를 갖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어 서구화된 식습관과 IBD와의 관련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와 같이 영양학적 요소는 IBD의 발병원인이며 뿐만 아니라 치료 측면에서도 중요시되고 있다.
주된 원인은 환경적 요인 우리나라에서 염증성 장질환이 1980대 후반부터 갑자기 증가한 것은 1980년대 이전에는 없었던 환경물질이 산업화 과정에서 새로 발생되고 확산되면서 유전학적으로 염증성 장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의 발병을 촉발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갑작스러운 증가 이후의 안정적 추세유지는 한 민족의 유전학적 소인은 단기간 내에 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크론병에 걸릴 유전학적 소인이 높은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는 없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서양의 염증성 장질환 증가시기와 일본의 증가시기 간에는 약 30여년의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동서양간의 산업화 속도 또는 생활환경의 서구화 시기와 유사한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해석은 한국과 일본간 염증성 장질환이 증가하기 시작한 시기의 차이는 약 20년 정도인 것에서도 유추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동서양간, 한국과 일본 간의 염증성 장질환의 발생시기의 차이는 산업화 또는 생활환경의 서구화에 따른 환경요인이 크론병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일 수 있겠다.
염증성 장질환의 증상 궤양성 대장염은 일반적으로는 점액이 섞인 혈변이 나오고, 설사가 하루 수회에서 십수회에 걸쳐 나온다. 때로는 열이나 복통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주로 발생하는 연령은 20~30대이고, 남녀의 차는 특별히 없다. 발병양상은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진행하는 경우와 수일에 걸쳐 급속히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이 병의 특징의 하나로써 병의 진행경과가 대체로 순조롭게 좋아지다가 갑자기 악화되거나, 심한 상태가 쉽게 좋아지거나 하여 예측이 어려운 점도 있다. 치료하면 증상이 대부분 없어져, 설사나 소량의 출혈이 있을 정도이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상태로 되어 이것을 관해상태로 부른다. 그러나 조그만 기회로 재발하는 예가 많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재발을 일으키는 인자로는 과로, 과식, 몸을 차게 하는 것, 감기, 스트레스로 신경을 많이 썼을 때, 밤을 새거나 하여 생활리듬이 깨지는 경우 등 많이 있다.
무서운 것은 갑자기 심한 출혈과 심한 설사에 이어 장마비를 일으키거나, 장벽에 구멍이 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생명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응급수술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러나 전체적인 비율로 보면 응급수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는 지극히 소수이고, 대부분 만성으로 경과한다. 이 병이 오래 지속될 경우 암으로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암으로 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또 관절염이나 관절통, 구내염이나 피부병 등과 같은 장외 증상도 일으키는 것이 많기 때문에, 이와 같은 증상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빈혈 심하고 영양실조 상태로 크론병의 초기증상은 대개 복통, 설사, 전신의 나른함, 하혈, 발열, 체중 감소, 항문 통증 등이 있다. 그 외 증상으로서는 빈혈, 복부팽만감, 구역질, 구토, 복부의 불쾌감, 복부에 혹이 만져짐, 치질의 악화 등이 있다. 주로 젊은 사람에서 발병되며 복통, 설사, 발열 등을 호소하여 병원을 찾아도 대개는 급성장염 등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장염 정도로만 알고 치료하다가, 증상이 진행되어 빈혈이 심하게 되고 영양실조의 상태로까지 된 후 비로소 진단이 되어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이 처음 증상이 나타난 후 진단이 될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은 이 병의 진행이 느리다는 점도 있으나, 증상이 초기에는 일상생활에 별로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증상이 계속되고, 치료를 하여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을 때는 대장내시경 검사나 소장촬영검사 등의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염증이 진행되면 소장이나 대장에 궤양이 많이 생겨 소화나 흡수가 되지 않아 빈혈을 일으키거나 영양실조의 상태가 된다. 궤양이 재발을 반복하고 장의 일부가 좁아지게 되어 내복약이나 주사 등의 내과적 치료로 증상이 좋아지지 않을 때는 수술이 필요하게 된다. 그 외에 항문의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치루로 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치질을 치료하기 위해서 병원을 방문하여 크론병이 발견되는 경우도 자주 있다. 또 관절염이나 관절통, 구내염이나 피부병 등과 같은 장외 증상도 일으키는 것이 많기 때문에, 이와 같은 증상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
궤양성 대장염 이 병의 원인이 아직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직 없다. 경증, 중증의 환자는 내과적 치료(약물요법)에 의해 증상이 완화된 상태(관해상태)를 유도하고, 관해상태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치료를 하고 있다. 중증에 대해서도 최근에는 내과적 치료법이 발전되었기 때문에 수술을 하지 않고 관해상태로 유도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수술은 전 대장 절제술, 대장 부분 절제술 등이 있는데 병변의 범위와 정도에 따라 선택된다. 전 적출, 부분적 절제의 경우에 일시적으로 인공항문이 필요하다. 대장을 절제한 후 인공항문을 만든 다음에 수개월 뒤에 소장을 원래의 자연항문에 연결하므로 인공항문은 일시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응급수술로 증상이 급격히 심해져 대량출혈이 멈추지 않는 경우, 또는 대장에 구멍이 나 복막염을 일으키는 경우에 방치하면 생명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응급수술을 하게 된다.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장기간 약물치료에 효과가 없어, 내과적 치료에 한계가 있는 경우도 있다. 이 판단은 의사에 의해서만 하기는 어렵고, 환자가 가족과 잘 상의하여 결정해야 한다. 어떤 경우는 의사의 판단과 다르게 본인의 희망에 의해 수술을 받는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평생 약을 복용하면서 이 병으로 고생하는 것보다 차라리 수술을 하여 완치를 하고 싶은 경우이다. 따라서 악화를 몇 번씩 되풀이 하는 사람에게는 수술을 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크론병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완치시키는 치료법이 아직 없다. 일반적으로 경증, 중증 등의 경우에는 약물요법과 영양요법에 의해 관해상태로 유도하고 그 상태를 길게 유지하면서 치료하는 방법이 현재까지는 최선의 방법이다.
또 크론병의 원인으로서 음식항원(음식이 크론병의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의심이 되면서 최근 영양요법에 대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위에서 소화가 되지 않아도 그대로 장에서 흡수되며, 찌꺼기가 적고, 대변이 되지 않는 고칼로리의 영양제에 의한 치료법이 크론병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약물요법과 함께 치료의 주류가 되고 있다.
염증성 장질환자가 많이 묻는 질문 10
어떤 염증성 장질환을 앓고 있는지, 장의 어느 부위에 어느 정도 범위의 병변이 있는지, 합병증 또는 장외 증상이 있는지, 현재 또는 과거에 어떤 약을 복용했는지, 특정 약에 대한 부작용이나 알레르기가 있는지, 언제, 무엇 때문에 수술을 받았는지, 수술전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 환자 또는 보호자가 알고 있어야 한다.
1. 대장내시경 검사는 이유와 시기?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는 이유는 물론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필요하며, 다른 질환과의 감별 진단에 있어 필수적이다. 또한 병변의 부위의 평가, 중증도 평가, 치료에 대한 반응 평가, 합병증의 진단, 대장암의 조기 진단 등을 위해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가 필요하다.
2. 설사를 하면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하나? 적어도 3개월 이상 설사가 계속되고 설사의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 의심하게 된다. 따라서 짧은 기간 동안 설사하는 경우 반드시 대장 검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설사가 오랜 기간 지속되거나, 혈변, 긴급배변 등의 다른 증상과 동반되는 경우는 검사하는 것이 좋다.
3. 치료될 수 있나? 염증성 장질환은 증상이 없어지는 관해기와 다시 악화하는 활동기가 반복되는 만성 질환이다. 따라서 완치는 힘들지만 적절한 치료에 의해 증상을 조절하는 것이 대부분 가능하므로 적극적인 치료로 합병증의 발생을 억제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4. 치료약의 부작용에는 어떤 것이 있나? 구역질, 속쓰림, 두통, 어지러움, 빈혈 및 피부발진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며, 드물게는 간염, 췌장염, 폐렴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처음에는 적은 양을 복용하다가 점차 적정 수준까지 양을 늘려 복용하면 상당수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5.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약을 계속 복용해야 하나? 궤양성 대장염은 만성질환이므로 지속적으로 약을 사용하여야 한다. 활동성 염증이 지속되면 증상뿐만 아니라 이차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러한 합병증은 상당수에서 오래 지속되므로 합병증의 발생을 줄이고 예방하기 위해서도 약을 계속 복용해야 한다.
6. 치료약을 복용할 때 주의할 점? 증상이 없어진 관해기에도 꾸준히 약을 복용하는 것이 증상의 재발과 악화를 막거나 그 정도를 약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한다. 부작용이 있을 때에는 스스로 약을 끊거나 조절하지 말고 주치의와 의논한다. 특히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고 있는 경우 스스로 용량을 조절하거나 끊으면 매우 위험하다. 또한 복통이 심하거나 설사가 심하여 스스로 진통제나 지사제를 구입하여 복용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7. 피해야 하는 음식, 도움 되는 음식은? 등푸른 생선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보인다는 보고가 있지만, 이보다 충분한 영양공급과 균형잡힌 식사가 더 중요하다. 증상을 악화시키는 음식으로는 콩, 야채, 절인 채소, 오렌지, 레몬, 과일주스, 시거나 맵고 짠 음식, 기름진 음식, 마가린, 설탕,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 우유(평소 우유를 마시면 설사하는 경우) 등을 들 수가 있다. 그러나 항상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무조건 피하는 것은 좋은 방법은 아니므로 식사와 증상 사이의 관계를 보기 위해 식사일기를 기록해 두는 것이 좋다.
8. 바람직한 식이요법은? 증상이 심한 경우 자극적이거나 섬유소가 많은 음식을 먹는 것보다는 부드러운 음식을 먹는 것이 편하다. 설사가 심한 경우에는 수분과 염분이 부족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부드럽게 조리한 육류, 생선, 밥 또는 죽, 감자, 소화가 쉬운 채소요리 등아 환자가 잘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이다. 염증이 매우 심한 경우에는 장을 쉬게 하기 위해 금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9. 음주와 흡연은 어떤 영향을 미치나? 음주는 염증성 장질환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메트로니다졸을 복용하고 있는 크론병 환자는 음주를 해서는 안 된다. 흡연은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에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크론병에서는 흡연이 발병률을 2~5배 정도 높이고, 증상 및 염증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 권장하거나 피해야 할 운동은? 관해기에는 정상인과 구별할 이유가 없으므로 특별한 제한은 없다. 오히려 규칙적인 운동이 크론병의 발생을 낮춘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갑자기 녹초가 되도록 무리한 운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활동기에는 운동량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좋다. 환자 자신이 피곤하다고 느껴질 때 그만두는 것이 요령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