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생일
해마다 생일이 돌아오지만 특별한 생일이 있다. 저마다 이 생일을 나름대로 뜻깊게 보낸다. 예전에는 지인을 초청해서 회갑 잔치를 했으나 지금은 칠순도 요란스럽게 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조촐하게 한다. 자녀가 금일봉을 전달하고 분위기 있는 곳에서 식사로 대신한다. 딸, 사위, 손자가 모여 기념 사진을 찍으며 생일날을 기억한다. 세월이 흐르고 나면 이 또한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다.
2023년 4월 27일 목요일은 결혼기념일이요 음력 3월 8일 아내의 고희이다. 생일 전 주말에 가족이 모였다. 엄마에 대한 사랑의 메시지를 이렇게 표했다.
“김인숙 여사 고희연
아름다운 70년
당신의 삶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더욱 빛나는 삶이 되도록
응원하겠습니다.”
금일봉을 그냥 봉투에 넣어 전달하는 것 보다 아이디어를 내어 부챗살에 돈을 부치고, 3단 케이크에도 돈으로 둘려진 이벤트를 했다. 부채를 들고 사진을 찍으며 많이 웃었다. 장수 기원 장식품도, 과일도, 발렌타인 30년 산도 상에 올라왔다.
아내는 답례로 “금일봉과 45년 만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모은 돈 1만 원 씩을 나누어 주었다.” 1만 원이지만 의미있는 돈이다. 또 용인과 원주에 사는 동생에게도 금일봉을 받고 영상으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서울 큰 손자도 참석은 못하고 “할머니 생신 축하드려요. 건강하세요.”라는 편지와 함께 용돈을 모아 축하금을 보내와서 영상 메시지로 답을 했다.
식사는 평소의 가격과 큰 차이가 있는 수성구 고급 한식당에서 다양한 요리로 즐겁게 입맛나게 먹었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도 마시고, 수성못 둘레길도 걸으며 야경을 만끽했다.
특별한 날이라 2차는 발렌타인 30년 산을 마시며, 아들이 가족 사진을 모아 재미있게 만든 동영상을 보며 웃기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영상으로 평소 표현하지 못한 사랑의 뜻을 전하는 깜짝 이벤트를 준비한 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동영상에 담긴 글이다.
“오늘 고희를 맞으신 김인숙 님과
안성규 님께 이 영상을 바칩니다.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우리 엄마가 벌써 칠순의 나이가
되었네!
옛날에는 70이면 할머니였는데
요즘은 ‘인생은 70부터’라고들
하잖아요.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부터 1살!
잔소리처럼 들리던 두 분의
걱정들이
어떤 마음으로 하신 말씀이었는지
이제는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되었어요.
아빠 그리고 엄마!
지은, 지용, 민아, 준태를
낳아주셔서
지금껏 예쁘게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쁜 세 딸과
멋있고 듬직한 두 사위와 아들,
보물 같은 두 명의 손주들과
앞으로 생길 가족과 함께
웃으며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아요.
엄마 아빠한테 살갑게 다가가
따뜻한 말 한 마디 잘 못하지만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두 분을 많이 사랑한다는 거
알아주세요.
지금껏 본인 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며
다정한 우리 아빠,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우리를
사랑해 준
이쁜 우리 엄마
사랑합니다.
앞으로 펼쳐질
행복하고 건강한 인생
마음껏 즐기세요.
건강하고 행복합시다.”
글을 쓰기 위해 4분 50초짜리 영상을 다시 보고, 배경음악을 들으며 혼자 눈물을 훔쳤다. “앞으로 생길 가족과 함께”라는 글에도 마음이 끌렸다. 전반부 배경음악은 “김세정의 꽃길”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애잔한 마음이 들게 하고, 후반부는 “데이브레이크의 좋다.”로 경쾌한 노래가 흘러나오며 끝을 장식해서 좋았다.
남편이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 자주 하지 못하고, 특별한 생일에 선물 하나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이다. 하지만 남은 세월 아내가 아프면 남편이 옆에서 건강을 돌보고 챙겨야 한다.
여보! 생일 축하하고, 사랑합니다.
(2023년 4월 27일)
첫댓글 즐겁고 감사함이 가득했던 주말이였어요
결혼 기념일과 엄마의 생신이 함께 인 오늘 2배로 축하합니다
먼 훗날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될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