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니아일랜드는 뉴욕시 브루클린 최남단의 놀이동산과 바닷가가 있는 위락지구이다. 그러나 디즈니랜드나 에버랜드 같은 최첨단 테마 파크가 아닌 인천 송도유원지에 가까운 잊혀가는 옛 필름과 같은 곳이다. 1830년대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코니아일랜드는 1세기 전만 해도 고급 호텔이 즐비한 뉴욕 부자들의 호화 휴양지였다. 그러나 교통의 발달과 주변 시민공원들의 증가로 그 화려했던 날은 가고 지금은 소수계 이민자들과 가난한 젊은이들의 휴양지가 되었다. 오래된 시설들이 낡고 퇴색한 느낌도 있지만 그래서인지 더욱 클래식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이곳은 그 특유의 분위기로 수많은 영화 배경에 등장하면서 오랫동안 뉴요커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이미지 © 황수영 & Coney Island USA
코니아일랜드가 디자이너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50~60년대 이후 하나도 변하지 않아 보이는 빈티지한 간판들과 미국 특유의 강한 색감들, 그리고 독특한 캐릭터들과 벽화들이 어우러져 예술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각종 행사로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이나, 가을이나 겨울의 대조적인 쓸쓸함이 더욱 매력적인 곳이기도 하다.
미국인들의 코니아일랜드에 대한 향수를 반영하듯 이곳은 수많은 미국 문학과 영화의 배경이 되었으며 사진작가들의 작품이 되어왔다. 오 헨리(O. Henry)의 단편 소설 여기저기에 등장하며, 삶의 부조리를 이야기하는 노장 우디 알렌(Woody Allen)의 영화 배경으로도 자주 사용되었다.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인 ‘I love New York’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80이 넘은 노부부가 63주년 결혼기념일 나들이를 가는 철 지난 유원지로 등장한다.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하고 잔소리와 타박이 끊이지 않지만, 서로에 대한 오래된 애정이 녹아있는 따뜻한 모습이 코니아일랜드를 바라보는 뉴요커들의 시선과 많이 닮았다.
코니아일랜드의 놀이공원은 영화 ‘Big’에서 어린 톰 행크스가 포춘텔러에게 소원을 빌어 어른이 되는 배경이며, 스필버그가 감독한 ‘A.I’의 마지막 순간에 꼬마 데이비드가 인간이 되기 위해 푸른 요정(Blue Fairy)을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상처받은 소녀들의 성장드라마 '업타운걸(Uptown Girls)'에서는 다코타 패닝과 브리트니 머피에게 위로와 슬픔을 이겨낼 힘을 주는 장소로 사용되었으며, 앤드류 웨버(Andrew Lloyd Webber)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2 : Love Never Dies’와 영화 ‘레퀴엠’에서는 코니아일랜드의 기괴하면서도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그렸다.
오 헨리 시절에는 지금의 디즈니랜드와 같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반짝이는 곳이었으나 지금은 촌스럽고 옛 영화에 나올 것 같은 스산한 놀이동산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뉴요커들에게는 오래된 추억의 장소이며, 어릴 적 동심으로 돌아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소망이 이루어지는 아련하고 낭만적인 공간이다.
이미지 © Requiem 포스터 & love New York 스틸샷
고급 휴양지였던 코니아일랜드는 1920년 지하철이 개통되면서 서민들의 유토피아가 되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천국’이라 불리기 시작한 코니아일랜드는 뉴요커들이 온종일 놀다 갈 수 있는 해변이자 최고의 여름 휴양지였다. 1927년 처음으로 롤러코스터를 운행하였으며 관람차와 회전목마가 들어서면서 20세기 초까지 미국 최대의 놀이공원으로 주목받았으나, 차츰 쇠락의 길을 걷게 되어 1946년 ‘루나 파크(Luna Park)’가 문을 닫았고, 다른 놀이시설들도 차례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코니아일랜드와 파라슛 점프 이미지 © Life
최근 코니아일랜드를 다시 살리려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하면서 뉴욕시 정부가 적극 개입하여 2010년 5월 루나 파크를 60여 년 만에 재개장하였다. 루나 파크의 재개장과 함께 현존하는 미국의 가장 오래된 목제 롤러코스터 중의 하나인 사이클론(The Cyclone)이 87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다시 운행을 재개하였다. 1918년에 세워진 대관람차 원더휠(Wonder Wheel)도 다시 운행을 시작하였고, 코니아일랜드의 상징과 같은 빨간색 파라슛 점프(Parachute Jump: 1939년 뉴욕 세계박람회에 출품되었던 낙하 타워)도 새롭게 페인트칠하였다. 이 세 가지 놀이기구는 뉴욕시의 랜드마크로 1991년 국가 사적(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The Cyclone 이미지 © 황수영
Wonder Wheel 이미지 © 황수영
코니아일랜드 놀이공원 이미지 © 황수영
코니아일랜드 놀이공원 이미지 © 황수영
Luna Park 정문 이미지 © 황수영
코니아일랜드의 복고풍 이미지를 잘 살린 Kate Spade의 화보 © Jamie Beck
코니아일랜드 유원지는 크게 놀이 공원과 해변 산책로, 그리고 넓게 펼쳐진 모래사장으로 구성된다.
바닷가 모래사장을 따라 3마일가량 길게 뻗어 있는 나무로 된 해변 산책로(Boardwalk)는 뉴요커들에게 편안한 휴식처이며, 여름에는 각종 퍼레이드, 필름페스티벌, 서커스 사이드쇼, 무료 콘서트, 불꽃놀이 등 다채로운 행사가 벌어지는 축제의 장이 된다.
Boardwalk 이미지 © 황수영
코니아일랜드는 뉴요커들의 여름 휴식처인 만큼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된다.
그 중 가장 유명한 행사는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 열리는 네이탄의 핫도그 먹기 대회(Nathan's Hot Dog Eating Contest)이다. 네이탄은 1916년 문을 연 핫도그 가게로 97년간 이 대회를 개최하면서 코니아일랜드의 또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최근 이 대회는 왜소한 몸집의 일본인 다케루 고바야시와 미국인 조이 체스넛의 챔피언 경쟁으로 대중들의 큰 관심을 받았는데, 2001년부터 2006년까지 고바야시가 2007년부터는 조이 체스넛이 챔피언이 되었다. (작년 대회에서 조이 체스넛의 기록은 10분에 핫도그 68개) 행사 자체도 다분히 미국적이지만 가게의 그래픽과 컬러, 패턴, 타이포그래피 등이 전형적인 미국의 디자인을 잘 반영하는 재미있는 장소이다.
네이탄 이미지 © 황수영
Hot Dog Eating Contest 이미지 © Andrew Burton/Getty Images
해안 산책로인 보드워크는 여름철에 머메이드 퍼레이드(Mermaid Parade)가 벌어지는 명소이기도 하다. 예술적인 분위기로 뉴욕 최대의 ‘아트 퍼레이드(Art Parade)’로 불리는 머메이드 퍼레이드는 6월 중순경 본격적인 여름 더위를 알리는 전통 있는 축제로 인어공주와 바다의 신 넵튠을 테마로 하는 의상을 입고 행진하는 행사이다.
1930년대에 처음 시작되었으나 잠시 중단되었던 이 퍼레이드는 1983년 당시 코니아일랜드 시장이던 딕지건(Dick Zigun)과 비영리 예술단체인 코니아일랜드 유에스에이(Coney Island USA) 미국 대중문화를 알리고 보존하고자 다시 개최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코니아일랜드 머메이드 퍼레이드엔 인어 왕과 왕비가 참가하는데, 록그룹 ‘토킹헤즈(Talking Heads)’의 보컬 데이빗 번을 비롯 배우 퀸 라티파, 하비 카이텔과 전위 뮤지션 모비(Moby), 그리고 뉴요커 뮤지션 로리 앤더슨과 루 리드 커플이 왕좌에 오른 바 있다. 작년 2012년의 인어 여왕은 영화 ‘모어 베터 블루스’의 아나벨라 시오라, 인어왕은 코미디언 재키 마틀링이 선정됐다.
Mermaid Parade 이미지 © New York Daily Photo & Vivienne Gucwa
Mermaid Parade 이미지 © Vivienne Gucwa
코니아일랜드에서 마지막으로 빠질 수 없는 것이 새해맞이 북극곰 수영 축제(Annual New Year's Day Polar Bear Swim)이다. 올해로 110번째를 맞은 북극곰 수영 축제는 매년 1월 1일 1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수영 단체인 ‘코니아일랜드 북극곰클럽(polar bear club)’ 회원들이 대서양의 겨울 바다에서 뛰어드는 행사이다. 클럽 회원들은 새해 첫날에 맞는 갖가지 의상을 차려입고 카운트 다운과 함께 얼음 같은 바닷물 속에 뛰어들며 힘차게 한 해를 시작한다. 특히, 코니아일랜드는 지난 10월 허리케인 샌디 피해가 가장 극심했던 지역으로 올해의 행사는 자선기금모금과 피해 복구 기금 마련을 위해 준비되었다.
2013년 Polar Bear Swim 이미지 © Monika Graff & Scoboco
* 코니아일랜드: 뉴욕 맨하탄에서 지하철(D.F.N.Q)을 타고 브루클린 종점에서 내린다. 약 50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