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달말 사업타당성 용역결과 발표
14조원대 사업비 핵심…기술 여부도 관건
# 2020년 여름, 서울에 사는 김민수씨는 가족과 함께 제주도에서 주말을 보내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가 버스를 타고 향한 곳은 김포공항이 아니라 용산역이다. 김씨가 탄 열차는 오전 9시 서울을 출발, 10시50분께 목포를 통과하고 해남을 거쳐 보길도까지 교량 위를 질주하다 바닷속으로 연결된 해저터널을 지나 11시30분 신제주역에 도착했다.
완도 보길도에서 제주도를 잇는 해저터널이 개통됐을 것을 가정한 휴가 풍속도다.
이처럼 전남과 제주를 연결하는 해저고속철도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연구 결과가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3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교통연구원과 건설기술연구원, 철도기술연구원 등 3개 기관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용역을 맡은 해저고속철도 타당성 조사결과가 빠르면 이달 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오면 전문가 검토를 거쳐 해저고속철도 사업을 국가 계획에 반영할 것인지 최종 판단할 예정이다.
서울과 제주를 KTX로 주파하는 고속철도의 총연장은 520㎞에 이르며, 육지구간은 오는 2017년까지 순차적으로 건설할 계획이다. 우선 충북 오송과 광주 송정역을 잇는 호남고속철도 1단계 구간(182.2㎞)은 오는 2014년말 개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2단계 광주 송정∼목포 임성리 구간은 기존선을 활용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노선을 신설할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되고 있으나 2017년까지 마무리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 호남고속철 1ㆍ2단계 공사가 완료되면 용산∼목포간 운행시간은 1시간50분대로 줄어든다.
이어 육로인 목포∼해남 구간(66㎞)과 해상 교량으로 연결되는 해남∼보길도 구간(28㎞), 해저터널로 이어지는 보길도∼제주 구간(73㎞)을 모두 통과하는데는 40분 정도 소요된다. 즉 서울에서 제주까지 KTX로 2시간 반이면 가능하다.
앞서 교통연구원은 지난 2008년 12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해저고속철도를 이용하는 수요인원을 연간 1천500만명으로 추산했다. 또 해저고속철 건설에 44조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6조원의 임금 유발 효과, 34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 등 다양한 경제적 효과를 예상했다.
특히 해저터널 공사를 정부예산으로 하느냐, 아니면 민자를 유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용요금을 확정하지는 않았으나 서울∼제주간 소요시간 단축에 따른 편익 비용분석(B/C) 결과는 1.02로 사업타당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3개 컨소시엄의 용역결과 역시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해저터널 구간 공사비만 해도 8조8천억원에 달하고 전체 사업비는 14조6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처럼 큰 사업비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는 풀어야 할 숙제다.
또한 지상공사는 큰 문제가 없으나 국내 토목기술이 해남∼보길도 해상 교량과 최대 수심이 120m에 이르는 보길도∼추자도 구간의 해저터 널공사를 진행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지도 의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교량을 달리는 고속철을 건설한 적이 없다. 다리 길이도 28㎞나 돼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해저공사는 해수면에서 200m 깊이로 파들어가는 구간도 있다. 물의 압력을 어떻게 견딜지와 암반 공사가 관건이며, 해저 공기순환 문제와 비상사태에 대비한 안전시설 확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3개 컨소시엄의 용역결과에는 해저터널 고속철도 사업의 이같은 다양한 장단점이 분석돼 최종 결론을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저터널을 통해 육지와 제주를 직접 연결할 경우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된 제주도의 관광 뿐만 아니라 남도의 다양한 문화유적지가 함께 상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의 세이칸 해저터널 등 유럽과 미국,동남아 등 세계 각국에서 해저터널 건설 붐이 일고 있다.
/김경석 기자
첫댓글 속히 그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