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식도락 향연 ②요리 전문가 추천 맛집
- 통영의 봄맛을 느낄 수 있는 ‘충무집’의 멸치회와 도다리쑥국. / 볶은 파를 듬뿍 얹어내는 ‘고향집’의 북어구이. / 제철 반찬이 곁들여 나오는 ‘오수흑두부’의 흑두부정식.
봄은 미각(味覺)여행을 떠나기에 좋은 계절. '어디 가서 무얼 먹어야 봄을 맛볼 수 있을까' 고민이라면 셰프·푸드스타일리스트 등 요리 전문가들의 단골 맛집을 눈여겨보자. 굳이 멀리 가지 않고도 봄이 차려낸 성찬을 맛볼 수 있다.
"제철 재료로 만든 건강밥상 느껴보세요"
서울 '오수흑두부'·파주 '옛날시골밥상'
- 정신우 셰프.
‘국내 남자 푸드스타일리스트 1호’이자 ‘탤런트 출신 셰프’로 유명한 정신우씨는 해마다 봄이 되면 제철 재료들을 찾아 식재료 여행을 떠나곤 한다. 하지만 멀리 갈 수 없을 땐 서울 인사동 ‘오수흑두부’와 파주시 탄현면 ‘옛날시골밥상’을 찾는다고. “봄이라고 해서 봄 별미 맛집을 일부러 찾기보다는 단골집 중에서 제철 재료를 활용한 반찬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간다”는 게 정씨의 말이다.
오수흑두부(02-735-5255, 서울 종로구 관훈동 29-9)는 검정 서리태 콩으로 만든 흑두부 요리를 선보이는 곳. 정씨는 이 집의 흑두부정식(1만6000원)을 추천했다. 흑두부정식은 흑두부구이를 기본으로 해 불고기(또는 갈치구이), 강된장, 찌개와 함께 10여 가지 반찬이 상에 오른다. 반찬은 매일 달라지는데 요즘 같은 봄에는 봄동겉절이, 취나물, 달래무침 등을 맛볼 수 있다. 주인 김재명씨는 “마른 반찬류는 아침에 한 번 만들지만, 나물류는 재료의 신선도를 고려해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만들고 있다”고 전한다.
파주 ‘성동리 맛고을’ 내에는 ‘시골밥상’이라는 간판을 내건 곳만 대여섯 곳 있다. 그중 정씨가 추천한 곳은 옛날시골밥상(031-945-5957, 경기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 96-9)이다.
정씨는 “반찬들의 간을 심심하게 해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집”이라고 소개한다. 인근에서 직접 지은 쌀로 밥을 짓는 것은 기본, 채소도 되도록 직접 기른 것들을 상에 올린다. “상에 올리는 것은 주변에서 자급자족(自給自足)하려고 한다”는 게 주인 김은주씨의 말이다. “요즘 같은 초봄은 사실 애매한 시기라 지난해 말린 시래기나 가지 등을 활용하고 있지만, 나물이 많이 나오는 철엔 직접 캔 나물로 반찬이나 된장국을 만들어 올린다”고. 메뉴는 시골밥상(1만원)과 영양밥상(1만7000원, 2만2000원) 두 가지로 시골밥상의 경우 보리밥에 12가지 반찬, 된장찌개, 조기구이, 쌈, 눌은밥 등이 제공된다. 식사 주문 시 직접 만든 도토리묵을 채소에 버무려 한 접시씩 무료로 준다.
"황태구이 겨울에만 먹나요? 봄에도 별미죠"
서울 '고향집'·이천 '청호감자바우집'
- 이혜정 요리 전문가.
고향집 황태구이는 매운맛과 순한맛을 선택할 수 있다. ‘반반씩’도 가능하다. 잘게 썬 파볶음 양념에 뒤덮여 나오는 황태구이는 보기만 해도 파향이 물씬 풍기는 듯 한데, 의외로 맛은 부드럽다. 주인 오순환씨는 “황태를 물에 불려 양념한 후 하루 정도 재워놓았다가 주문 시 파와 황태를 살짝 볶아 볶은 파를 황태에 얹어내는 것이 맛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황태육수로 맛을 낸 칼국수(6000원)나 직접 빚은 손만두로 만들어내는 만둣국(6000원)은 단골들 사이에서 가격 대비 만족도 높은 음식으로 꼽힌다.
청호감자바우보리밥(031-633-5004, 경기 이천시 관고동 136-3)은 시골 아주머니 손맛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곳. “주인 아주머니가 직접 산에서 캐 온 약초로 효소를 만들고 양념장 하나도 이 발효효소를 활용해 만들어 믿음이 간다”는 게 이씨의 추천 사유다. 대표 메뉴는 곤드레나물밥(1만원)과 보리밥(7000원)으로 양념장만 넣고 쓱쓱 비벼 먹어도 한 그릇 ‘뚝딱’이다.
"도다리쑥국·멸치회로 통영 향긋함 맛보세요"
서울 중구 '충무집'·강남 '설매네'
- 강선옥 요리 작가.
주인 배진호씨는 “양념이나 조미료를 넣지 않고 쌀뜨물과 된장만으로 간을 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게 맛의 비결”이라고 설명한다. 젓갈용으로 주로 쓰이는 큰 멸치에 갖은 양념과 미나리, 깻잎 등 채소를 곁들여 내는 멸치회(3만5000원)도 별미다. 강씨는 “청포묵이나 미나리도 봄 음식 중 하나인데 압구정역 근처의 설매네에선 제대로 된 탕평채를 맛볼 수 있다”고 귀띔한다.
설매네(02-548-0090, 서울 강남구 신사동 609-1)는 원래 만두전골(2만5000원)과 칼국수(6000원)를 전문으로 하는 토속음식점. 청포묵에 채소와 고기를 넣고 식초와 간장으로 맛을 낸 탕평채(1만6000원)는 50~60대 단골뿐 아니라 젊은 층의 입맛도 사로잡고 있다. “보쌈(2만7000원), 매운 갈비찜(2만9000원) 등 모든 메뉴에 주인의 ‘내공’이 느껴진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