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의 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6 개월 동안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 온 '통전적영성 세미나'기 드디어 27일부터 2박 3일간 수원 힌돌산 기도원에서 열 댓명의 목회자들을 모여 놓고 벌어지는 것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기도를 하는 것도, 안수를 하는 것도 아닌 어떤 종교적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단순히 대화를 병을 고치고 사람을 바꾸는 태순례 원장의 퍼포먼스는 목사들에게는 황당무궤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참석할 목희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자못 궁금하다. 사실은 나 자신도 뜬 구름을 잡는 것 같은 기분이다. 내가 직접 경험해 본 것이 아닌 것들이기에 확신할 수 없고 남의 경험들을 무시할 수없기 때문에 불신할 수없는 처지에 있으면서 판을 벌여 놓고 뛰어들게 된 것이다.
2 주 전에 에미서리에서 개최하는 5 시간짜리 ‘삶의 예술 세미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삶의 예술 세미나’는 원래 3박4일 프로그램인데 맞보이기로 구성한 것이다. 지난 번 제주도에서 ‘시간여행’ 프로그램을 해보고난 후 두 번째로 참여해 본 것이다.
한 마디로 고상하고 좋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정교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상의 수십억의 인류가 ‘삶의 예술’이 아니라 ‘생존의 기술’을 익히기 위하여 목숨을 걸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어린아이들의 유치한 장난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생존의 예술‘은 ‘'삶의 예술’ 보다 몇 백 오묘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3박 4일에 60 만원이나 드는 ‘삶의 예술’ 세미나는 먹고사니즘에서 헤어나기 어려운 서민들은 참여해 볼 엄두를 낼 수가 없는 원가가 많이 드는 프로그램이었다.
역시 뭇 인간을 구원할 대안은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종교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고민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아닌 기독교 대중들에게 어떻게 하면 양질의 프로그램을 공급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정신과 치료에는 약물치료와 상담치료가 있다. 그런데 전문가와 상담을 받으려면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진보적이라고 자임하는 사람들 중에 정신분석학에 대단히 호의적인 사람들이 있는데 정신분석학은 원래 부르주아에 의한, 부르주아를 위한, 부르주아의 학문이었다. 정신과 의사로 유명한 정혜신 만큼은 아니라도 보통 정신분석을 받으려면 1회에 10 만원이 훌쩍 넘는데 그것도 몇 년 동안 해야 된다. 효과는 둘째치고라도 비용 면에서 도저히 일반 대중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각종 의식개혁 프로그램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세계관은 뉴에이즈들과 같이 낙관적 세계관에 기초를 두고 있다. 즉 개인 개인이 모두 신성의 빛을 깨달아 온전함을 되찾으면 세상이 모두 잘된다는 소박하고 단순한 논리이다. 엉터리 기독교의 논리도 같은 것이다. 기독교의 세계관은 본질적으로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종말론이 있는 것이 아닌가? 기독교는 세상을 구원하려는 것이 아니고 망할 세상에서 창조적으로 살아갈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비록 자신에게 손해가 나고 희생이 있더라도 본전 생각하지 않고 가는 것이 예수의 십자가를 따르는 길인 것이다. 구태여 기독교의 종말론이 아니더라도 환경의 파괴 때문에 세상이 이대로 지속 될 수 없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다 아는 사실이다. 이런 비관적 세계
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를 보여주는 것이 인류에게 필요한 세계관이 아닐까?
이런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이번 세미나는 어떤 효과가 있을 것인지 나 자신부터도 지극히 회의적이다.
내 입장에서는 아무쪼록 목사들 밥 먹고 사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세미나를 열지만 답답한 목사들이 "이런 걸 배우라고 우리를 불렀느냐?"고 몰매를 때릴지도 모르겠다. 그럼 나는 호주로 도망가면 되지만.....
첫댓글 본인 조차 지극히 회의적인 세미나에 열댓명이라면 꽤 많은 숫자네요.. 몇 번의 설교에는 도움이 되겠지요.
회의를 통하여 답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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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여러층으로 구성되어 있지요. 부자가 가난한 사람 생각 못하는 것도 병이지만 가난한 사람이 부자 생각 못하는 것도 병입니다. 부자를 봐주라는 것이 아니고 부자들의 사고 방식도 이해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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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지요. 정직하게 부자된 사람도 얼마든지 있어요. 다만 극복할 수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지만.
바윗돌에 계란던지기일지 모르지만 바윗돌도 계란맛을 보기는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