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걸스카우트 출신이다
심 영 희
지금 세계잼버리대회가 새만금 일대에서 열리고 있는데 개최 이후 계속 속상한 뉴스만 나온다. 전라북도에서 준비가 제대로 안되어 많은 불편이 있다는 것이다. 행사 준비 미흡과 부실 운영으로 제일 많은 인원이 참가한 영국을 비롯하여 미국, 싱가포르 대원들이 퇴소를 결정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나는 중•고등학교 6년을 걸스카우트 대원으로 활동하면서 봉사도 많이 했고 행사도 많이 다녔다. 60년 대에는 잼버리대회는 없었어도 우리나라 전국 걸스카우트대회를 강릉에서 개최하면서 많은 대원들을 만날 수 있었고 전 세계에 걸스카우트와 보이스카우트가 있었다는 것을 알면서 참 대단한 단체라고 생각했다.
결혼 후에도 아들딸이 보이스카우트와 걸스카우트 단원으로 활동했기에 같은 선상에서 학부모로 각종 행사에 참여하며 스카우트의 중요성과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30여년 전 강원도 고성에서 세계잼버리대회를 개최한다고 서울에서 고성군으로 가는 빠른 노선과 편리를 위해 춘천 학곡리4거리를 경유하여 구봉산과 느랏재를 지나 홍천 국도와 합류하는 새 길을 만들었다. 따라서 도로 옆에는 휴게소와 주유소가 생겼고 식당이 많이 생겼지만 대회가 끝나고 몇 년 뒤에는 다니는 차량이 없어 휴게소와 주유소는 폐업을 했고, 식당도 하나 둘 문을 닫아 승용차를 운전하여 그 길을 다니는 것도 을씨년스러웠다.
이렇게 발전하고 폐허가 되면서도 강원도 고성에서의 세계잼버리대회는 성공리에 마쳤고 역사에 남을 만큼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이번 행사는 부족한 준비 탓으로 첫날에는 맨바닥에서 잠을 잤다는 뉴스부터 자연그늘이 없어 열사병으로 쓰러지는 대원들도 많았고 벌레에 물린 대원들도 많다니 즐거운 행사에 먼 한국까지 와서 웬 고생이냐 싶어 조기에 짐을 꾸리는 나라도 있다니 뒷일이 걱정이다. 같은 걸스카우트 출신인 딸과 만나도 잼버리대회 얘기가 이어진다.
어제 신문에는 행사장을 박차고 나온 덴마크 대원들이 강원도 속초에 다시 자리를 잡아 속초관광을 하고 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이어서 계속 잼버리대회장에서 일정을 소화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강원도 춘천 남이섬, 평창 월정사, 속초 신흥사에서 마지막 일정을 소화한다니 역시 자연 환경이 뛰어난 강원도가 고향이라는데 자부심을 느낀다. 서울에서도 대원들이 묵을 예정이라는데 나머지 일정을 후회 없이 재미있는 추억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신문기사 내용을 빌리자면 이번 세계잼버리 행사에 158개국에서 4만 3000여 명의 청소년들이 참가했다는 것이다.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1992년 고성 잼버리 대회 이후 32년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두 번째 행사인데 2018평창동계올림픽 때처럼 성공적인 행사였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말이다.
걸스카우트대원으로 활동하며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우선 조건 없이 봉사하는 정신을 이어받으며 내 이웃을 위해 조금이라도 좋은 일을 하기 위해 노력했고, 단체생활을 하면서 시간관념과 공중도덕을 중시하며 생활했고, 개척자로도 어려서부터 연습을 했다. 산행을 할 때나 목적지를 향해서 먼 거리를 걸어갈 때는 한꺼번에 가는 게 아니라 조를 짜서 앞 조가 가면서 남겨놓은 흔적을 보고 그 길을 찾아간다. 돌멩이를 쌓아 놓거나 천을 나무에 매어 놓은 신호를 보고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게 기쁘다.
그곳에서는 야영을 즐기며 나뭇가지를 주어다 불을 지펴 밥을 하고 찌개를 끓여 먹었는데 지금은 산불 낸다고 혼나거나 범칙금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때는 그것이 도전 정신이었다. 도구를 가지고 가지 않아도 밥을 해먹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던 것이다.
걸스카우트 대원으로 활동하던 여고를 졸업한지도 50년이 넘었으니 그 사이에 스카우트 규율도 많이 바뀌었을 것이고 세상살이도 많이 변해 집에서 왕자와 공주처럼 자라던 대원들이 8월의 무더위를 이겨내기란 참으로 힘든 일일 것이다. 게다가 벌레는 언제 봤으며 장시간 햇볕에 노출되어 보기는 했는지 모든 게 변한 상태에서 제대로 준비 못한 주최측의 실수로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세계잼버리대회가 좋지 않은 뉴스로 각국의 신문지면을 채우고 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중에도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외국인 학생이 “한국 정말 좋아요. 참 재미있어요” 하는 인터뷰를 보면서 가슴이 뭉클하다. 부정을 긍정으로 받아들이는 청소년들이 세계 각국에 많이 있다면 지구촌의 미래가 밝지 않겠는가.
막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새만금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잼버리대회 특별방송이 끝나고 있습니다. 많은 것을 보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겨우 사진 네 장을 텔레비전 화면에서 찍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