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섬,진강산 산행기
-언제:2013.11.10
-산행코스:강화군 양도면 삼흥리 펜션단지->진강산->원점회귀
늦가을 휴일 오후에 오른 강화섬,진강산!
화창한 날씨에 환희처럼 은빛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며 바다위에서 찰랑거렸고
이젠 제법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했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등산로 오솔길에서
소슬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들의 눈짓과,
흔들리는 나무들과 교감을 나누며 걷다보니
가을은 성찰의 계절임은 실감합니다.
만추의 분위기 완연한
숲속으로 난 능선길을 따라 산정으로 오르다보니
추수를 끝낸 강화섬 벌판에
고즈넉히 내려앉은 늦가을 서정이
한편으론 넉넉하지만 또 한편으론 쓸쓸해 보였습니다.
시나브로, 자연도 사람도
겨울채비를 서두르는 때입니다.
강화군 길상면 길직리로
귀농을 한 친구의 소박한 농가입니다.
약2년전에 강화도로 내려와
약400여평의 텃밭에 고구마와 배추,무우등을 심어
자급자족을 하고 직접 재배한 농작물로
적으나마 소득도 올리고 있었습니다.
정방형 정남향으로 나트막한 야산에 둘러쌓였고
앞은 탁트여 일조량이 풍부하며
주거환경이 매우 쾌적하고 원주민 마을과도 적당한 거리가 있어
초보 귀농인들에게 매우 안성맞춤인 최적의 귀농부지입니다.
2년여전에 매수했을 때는 척박한 황무지였으나
그럴듯하게 집도 지었고 텃밭도 옥토로 일궈
손수 재배한 고구마와 배추,무우를 뽑아줘서
덕분에 올겨울 김장 걱정을 덜었습니다.
집은 최근에 프로방스풍의 색감으로
화사하게 꽃단장을 했다고 합니다.
가끔씩 들릴 때마다 느끼지만
본업인 사업에도 열심이고
텃밭 가꾸고 집단장 하는것도 척척해내는
'멀티플레이어'가 따로 없습니다.^^
낯선 환경에 대한 놀라운 적응력과
외지인들에게 배타적인 주변 주민들과는
어느새 특유의 친화력으로
좋은 이웃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주인을 잘만난 개들도 근사한 황토집을 얻었습니다.
곧 다가올 겨울 추위 걱정을 덜은
견공님들의 모습이 한결 여유로워 보입니다.
작년에 새끼 일곱마리를 낳아 주변 동네분들께
분양해 줬다고 하는데 백구의 표정에서
새끼들을 향한 그리움이 묻어납니다.
가을은 동물도 사람도 그리움이 사무치는
계절입니다.
그리워 하면서도 못만나기도 하고
또 평생을 아니만나고 살기도 합니다.
수확한 콩을 늦가을 볕에 말리고 있습니다.
진강산은 강화도 산 중에 세번째로 높은 산입니다.
강화군 양도면에 위치하였으며
등산로는 산 아래 마을 어느곳에서나 쉽게 오를 수 있습니다.
산정으로 오르는 길에 펼쳐지는 강화도의 바다와
들판이 시원스럽게 조망됩니다.
등산로 초입에서 만난 좀작살나무
봄의 바람이 꽃을 피우게 한다면
가을 바람은 열매를 맺게 합니다.
진강산으로 오르는 숲길에는
작살나무 열매가 보라빛으로 영글고 있었습니다.
계절이 바뀌는 가을숲에는 생명체들로 가득합니다.
등산로에서 만나 영지버섯입니다.
잎들을 털어낸 숲속에 빨갛게 열매를 매달고 있는
팥배나무입니다.
붉은 열매와 어울려 가을산을 더욱 풍성하게 장식하는
팥배나무 열매는 팥과 생김새가 비슷해서
'팥배나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과로 9~10월에 황적색으로 익어갑니다.
열매의 표면에 흰색의 점이 산재하고
열매는 시큼한 맛이 강하고 산새들이 즐겨 먹는다고 하는데
추수를 끝낸 이맘때는
사람이나 새들이나 먹거리가 풍성해서인지
이렇게 탐스런 열매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는데도
그 흔한 산새 한마리 구경할 수 없었습니다.
팥배나무는 한국이 원산으로 일본과 중국 등지에도 분포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전국의 산 능선에서 잘 생육하며
척박한 토양이나 그늘에서도 잘 자랍니다.
팥배나무의 이름은 지역마다 다른데
강원도에서는 벌배나무, 전라도에서는 물앵도나무,
평안도에서는 운향나무, 황해도에서는 물방치나무로 부른다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감당(甘堂), 당리(棠梨)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팥배나무의 목재는 무겁고 단단하며 잘 갈라지지 않습니다.
마루를 까는 판자나 숯으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한 겨울 산에서 붉은 팥배나무 열매를 만나면 반갑습니다.
관조 취미가 있는것은 아니지만
팥배나무 열매를 따먹으러 날아온 직박구리를 보러
올 겨울, 이곳 진강산에 다시한번 올라야겠습니다.
겨울로 가는 숲의 나무들은 흔들리면서도
이렇게 곱고 탐스런 열매를 매달았습니다.
사람도 이리저리 흔들리고 부대끼면서 더 여물어집니다.
진강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내려다본
양도면 능내리,하일리 마을이고
건너편 마니산 자락은 화도면 내리입니다.
지금은 태양이 낮게 뜨는 계절,
돌아보면
다들 떠나갔구나,
제 있을 꽃자리
제 있을 잎자리
빈들을 지키는 건 갈대뿐이다.
상강(霜降).
서릿발 차가운 칼날 앞에서
꽃은 꽃끼리, 잎은 잎끼리
맨땅에
스스로 목숨을 던지지만
갈대는 호올로 빈 하늘을 우러러
시대를 통곡한다.
시들어 썩기보다
말라 부서지기를 택하는 그의
인동(忍冬),
갈대는
목숨들이 가장 낮은 땅을 찾아
몸을 눕힐 때
오히려 하늘을 향해 선다.
해를 받든다.
-오세영/<11월>
진강산 정상으로 난 숲속 오솔길입니다.
산 중턱에 빨갛게 보이는 것이 팥배나무 열매입니다.
유난히 저곳에만 군락을 이루고 있었는데
저곳을 지나면서 아직 집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살모사 한마리를 만났습니다.
한로 지난 바람이 홀로 희다
뒷모습을 보이며 사라지는 가을
......
희고 슬픈것이 길 위에 가득하다
굴참나무에서 내려온 가을산도
모자를 털고 있다
안녕,잘 있거라
길을 지우고 세상을 지우고 제 그림자를 지우며
혼자 가는 가을길
-김종해,<가을 길>
화창한 날씨에 파란 하늘과 바다,
만추의 숲과 텅빈 들녘에는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진강산 능선 너머로 양도면 삼흥리와
내가면 외포리 일대가 조망되고 멀리 변립산이 반갑습니다.
외포리 포구 위 국수산이 보이고
바다위에 보이는 섬이 교동도입니다.
산 아래 양도면 삼흥리 마을은 적요한 분위기속에
평화로워 보입니다.
진강산 능선 너머로 석모도가 보이고
그 너머 주문도와 볼음도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진강산 남서쪽 방향으로
양도면 능내리,조산리,하일리 일대입니다.
진강산에서 바라본 교동대교는
어느새 상판이 완전히 연결되어 개통을 앞두고 있는 모습입니다.
진강산에서 본 석모도와 교동도
바닷가에서 고요히 바라보는 내 생애
의 깊이,옳게 사랑한 수만큼 아픈 섬
을 거느리고,다행하게도 나는 아직
설레이는 가슴을 가지고 있다. 바람이
불면 흔들리고, 바람이 끝나면 잠시
흔들리다 멈추는,
김선굉 / <섬>
진강산 정상(해발443m)
진강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길정저수지와 길상면 일대가 보이고
초지대교 너머 검단신도시와 청라지구 송도신도시가 보입니다.
진강산에서 본 길상산
산 아래 길정저수지이고 김포와 강화를 잇는 초지대교가 보입니다.
하산하는 숲속 오솔길에 수북히 쌓인 낙엽
하산길에 잠시 휴식중인 친구
텅빈 들녘위로 마니산이 장막을 친듯 우뚝 솟아 있습니다.
눈부셨던 슬픔과
아릿한 어둠
내 삶의 절반은 황홀이었다
조창환 /<황량한 황홀>
가을에 잃어버린 것들,
그것은 한낱 사소한 것들.
인간의 일부, 한 해의 측면,
감상이 소요하는 계절의 일부,
그와 비슷한 미립의 파편들......
휴지의 조각들...... 낙엽의 부스러기......
뿌우옇게 쓸려가는 먼지, 먼지,
먼지와 같은 것들......
-박성룡 시집 '풀잎'(창작과비평사)중
길 위에서는
한 그루 나무가 될 일이다
가슴 넓은 세상으로 가기 위하여
비단 나무의 삶만 못하더라도
애써 되어 볼 일이다
바람의 가슴을 빌려 시를 쓰고
바람의 손을 빌려 그림을 그리고
바람의 숨소리를 빌려 음악을 연주하리
외롭지 않는 나무가 되게
세상의 나무들 죄다 불러모아
파초잎 같은 큰 손으로 악수하리
우리의 생이 더 추워지지 않으려면
시가, 그림이, 음악이 더 신선해야 한다
바람의 박수를 받으며 커 가는
우리의 생애가 더 따뜻해지려면
세상을 떠받치는 한 그루의 나무가 될 일이다
-박창기/<길 위에서는 한 그루 나무가 될 일이다>
하산길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계절,서늘한 바람에 잎들을 털어내는 나무들처럼
터벅 터벅 산을 내려오면서 세상 시름을 털어냅니다.
뒤돌아보면 한 해,한 해 사는게 힘겹지 않은때가 없었지만
올 가을은 유난히 차갑게 다가옵니다.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은
좀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않고....
세상의 일이란 단번에 얻어지는 기쁨보다 열심히 매달렸음에도 얻지 못하고
깊은 좌절감을 맛보기 십상인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든것은 시간이 흐르듯 지나갑니다.
궁지에 몰리는 지독한 고통도 세월이 지나면
별스럽지 않은 것처럼 쉽게 잊혀져가듯
언제나 길은 가능성을 향해 열려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제 그림자를 지우고 혼자가는 가을길'처럼
지금은 인내와 외로움에 한층 더 충실할 때입니다.
-끝-
글,사진:윤선한
그렇다,우리는 영원한 울림을 되받는 메아리다.
-한스 카로사
첫댓글 음악....사진....글....모두 넘 좋습니다....
구경 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풍성한 결실이 있는 가을되셨길 바랍니다.
늦 가을의 정취 멋지네요.
강쥐들의 황토집도 인상적 입니다....
멋진 사진 과 글 감상 잘 하고 갑니다.^^
뉘신지 모르지만 반갑습니다.늘 건강하세요.^^
이번주 산행코스로 정했습니다.. 좋은정보감사합니다... .. 멍멍이 황토집이 젤루 부럽네요....
잘보았습니다~
너무멋지네요..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