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초의 생애에 관해서는 오랫동안 미궁 속에 빠져 있다가 근세에 와서야 비로소 그 대략적인 면모가 밝혀지기 시작했다. 지난 세기 초 그의 여행기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된 것을 계기로 오늘날까지 그의 생애는 약력 정도만 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일찍이 당나라에 건너가 719년(성덕왕 18) 남인도(南印度)의 밀교승(密敎僧) 금강지(金剛智)에게 불도를 배웠다. 바닷길로 인도에 이르러 사대령탑(四大靈塔) 등의 모든 성적(聖蹟)을 순례하고, 오천축국(五天竺國) 등 40여 개국을 거쳐 727년(성덕왕 26) 당나라 장안(長安)에 돌아왔다. 여기서 기행문인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 3권을 지었으나 전하지 않았는데 1906~1909년 사이에 프랑스의 학자 폴 펠리오(Pelliot)가 중국 간쑤 성 지방을 탐사하다가 둔황 석굴에서 구매한 앞뒤가 떨어진 책 2권을 발견함으로써 세계적으로 사학(史學) 연구에 좋은 자료가 되었다.
우선 혜초의 고국은 여행기가 발견된 지 7년 후인 1915년에 처음으로 일본 학자 다카쿠스 준지로(高楠順次郞)에 의해 밝혀졌다. 그 전에는 다만 그가 밀교승으로 불공(不空, Amoghavajra, 705~774) 삼장의 제자라는 것만 알려졌을 뿐, 그의 국적은 미지로 남아 있었다. 다카쿠스 준지로는 당대 밀교 최성기의 중요 문헌인 원조(圓照)의 대종조증사공대판정광지삼장화상표제집(代宗朝贈司空大瓣正廣智三藏和尙表制集) 속에 수록되어 있는 사료를 인용하여, 혜초는 신라인으로서 유년기에 당나라에 들어가 중국 밀종(密宗)의 시조인 금강지(金剛智, Vajrabodhi, 671~741) 삼장을 사사하고 불경의 한역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고 고증하였다.
혜초는 여행을 마치고 787년까지 중국의 오대산(五臺山, 3058미터) 금강지 대공삼장(大空三藏)의 역장(譯場)에서 54년 동안 지내면서 많은 불경을 번역하였다.
혜초가 언제 중국으로 건너갔는지는 기록이 나오지 않으며, 20대가 되자마자 723년 중국의 광저우에서 시작해 수마트라와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파미르 고원 부근 그리고 카슈가르라 불리는 카슈가르(喀什, 그 당시의 소륵국(疏勒國))와 이곳 쿠차(庫車, 그 당시의 구자국(龜玆國))를 마지막으로 하는 그의 8년간의 여행기를 기초로 《왕오천축국전》을 썼다.
《왕오천축국전》의 내용대로라면, 혜초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이슬람 문명권을 다녀온 사람이다.
혜초는 여행을 마치고, 787년 중국의 오대산(五臺山, 3058미터)에서 입적했다는 기록만 나온다.
여행 경로
신라에서 바닷길로 인도에 다다랐다. 사대령탑(四大靈塔) 등의 모든 성적(聖蹟)을 순례하고 오천축국(五天竺國)의 각지를 두루 다녔다.
'달 밝은 밤에 고향길 바라보니/ 뜬구름은 너울너울 돌아가네/ …/ 일남(日南:베트남)에는 기러기마저 없으니/ 누가 소식 전하러 계림(鷄林)으로 날아가리.' 신라 출신 승려 혜초(慧超)가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에 남긴 망향의 노래다. 16세에 불교를 배우러 당나라에 간 혜초는 20세였던 723년 천축, 지금의 인도로 구법(求法) 여행을 떠났다. 배를 타고 도착해 천축의 다섯 나라를 거친 혜초는 걸어서 중앙아시아와 페르시아까지 40개국을 누비고 다녔다.
▶727년 중국에 돌아온 그가 남긴 '왕오천축국전'은 직접 보고 겪은 낯선 나라들의 풍습과 제도를 생생하게 묘사했다. '이 다섯 천축국의 법에는 죄인의 목에 칼을 씌우거나 매를 때리는 형벌과 감옥이 없다. 오직 죄의 경중에 따라 벌금을 물릴 뿐 사형도 없다.' 8세기 인도와 중앙아시아를 기록한 책으로는 유일해서 마르코 폴로 '동방견문록'과 함께 세계 4대 여행기에 꼽힌다. 혜초는 고향땅을 다시 밟지 못한 채 83세로 중국에서 열반했다.
▶소설가 김탁환은 장편 '혜초'에서 혜초의 인간적 내면을 형상화했다. '맨발은 여행자가 누린 삶의 역사책입니다. 배움의 스승을 찾아 걷고 걷고 또 걷고 또 걷기를 시작한 날부터, 저는 제 발바닥 장심(掌心)이 천지 사방을 만행(萬行)하며 도(道)를 구하기엔 깊지도 넓지도 않음을 알았습니다.' 시인 박진숙은 연작시집 '혜초 일기'에서 '하늘에도 길이 있었다/ 우리가 막막할 때/ 적막하여 두려울 때 하늘을 우러르는/ 까닭이었다'며 구도승(求道僧) 혜초의 인내를 노래했다.
▶탐험가 남영호는 지난해 '혜초 루트' 중 일부를 재현했다. 혜초가 그랬듯 타클라마칸사막 450㎞를 걸어서 18일 만에 건넜다. GPS에 의지하지 않고 나침반과 지형지물만 이용한 그는 "나침반도 없었던 혜초는 저보다 훨씬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혜초의 넋이 담긴 '왕오천축국전'이 오는 12월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 전시된다. 1908년 둔황에서 발견돼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보관해 왔지만 이제껏 일반에 공개된 적이 없었다. 혜초는 1200여년 전에 걸어서 세계여행에 도전한 최초의 한국인이었다. 오지(奧地)에서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더 셌다. 젊은 '글로벌 세대'가 '형'으로 모시기에 딱 좋은 인물이 아닐까.